빨래터놀이 2

 


  빨래터 물이끼 치우자고 하면서 빨래터놀이 간다. 아이들은 첫 3분 즈음만 청소하는 시늉을 한다. 그러나 한창 놀다가도 아버지 곁에 붙어서 물 퍼내는 시늉을 한다.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놀아라. 며칠 앞서 빨래터에 와서 들여다보니, 빨래하는 네모난 자리 말고, 물을 긷는 동그란 자리에는 다슬기 여럿 있더라. 오늘은 다슬기 숫자 더 늘어난다. 다슬기는 물이끼 뜯으며 살아가려나. 다슬기 있으니 곧 개똥벌레도 태어나겠지. 서로서로 잘 어울려 살아가기를 빌며, 다슬기 쓸려 가지 않도록 옆으로 옮기며 물이끼를 걷는다. 물 빠져 나가는 골은 부러 물이끼를 걷지 않는다. 아이들은 빨래터 바닥에 드러눕기도 하고, 엎드리기도 한다.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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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2 09:53   좋아요 0 | URL
ㅎㅎ 귀여운 산들보라 궁둥이..^^
정말 아이들이 맘껏 춤같이 노는군요.~
그런데 저는 개똥벌레를 본 적이 없는 듯 해요. ^^;;

파란놀 2013-05-22 10:43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가 개똥벌레인데
이제 서울에서는 볼 수 없어요.
왜냐하면,
개똥벌레는 다슬기를 먹고 살아가거든요.
그러니까 다슬기가 먼저 있어야 하고,
다슬기가 있자면
1급수 물이 흘러야 해요 @>@

후애(厚愛) 2013-05-22 11:01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 궁둥이 너무 깜찍하고 귀엽습니다.^^
빨래터가 크네요...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저도 저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부럽습니다.^^

파란놀 2013-05-22 12:04   좋아요 0 | URL
예전에는, 아니 20년이나 30년 앞서만 해도, 이 빨래터에서 스무 집 넘게 빨래를 했을 테니, 그때에는 무척 비좁았으리라 느껴요. 이제 빨래터는 우리 아이들 놀이터가 되었지만요~~~ ^^
 

감잎 책읽기

 


  감잎은 봄내 노르스름한 빛이다. 감꽃이 피고 지며 감알 찬찬히 굵을 무렵 비로소 푸르스름한 빛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나뭇잎이라 하면 으레 푸른 빛깔만 생각하지만, 꽃이 피어 한창 흐드러질 때에는 맑고 여린 노르스름한 빛이 환하다. 이무렵에는 나뭇잎 톡톡 뜯어서 먹으면 나무마다 다른 나무내음과 나무맛 느낄 수 있다.


  큰아이가 감잎을 만지며 “감꽃은 어디 있어?” 하고 묻는다. “감꽃 저기 있지. 아직 여물지 않았어. 곧 감꽃도 피겠네.” 이제 봄이 저물며 여름 다가오겠구나. 폭폭 찌는 햇살과 상큼하며 시원한 바람 감도는 여름 되겠구나.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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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찾아내는 책

 


  아직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쓴 책이기에 안 읽을 수 있다. 이제껏 이름마저 모르는 사람이 있기에, 왜 나는 이녁 이름마저 몰랐나 하고 여기며 더 마음을 기울여 읽을 수 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책을 열지 않을 수 있다. 마음을 열며 책을 열 수 있다. 언제나 스스로 한다. 책을 찾아내어 읽고픈 사람도 스스로 책을 찾아내어 읽는다. 책을 찾아내지 않고 책을 읽지도 않는 사람 또한 스스로 책을 안 찾아내어 안 읽는다.


  사랑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사랑한다. 미워하려는 마음을 품어야 미워한다. 좋아하려는 마음을 품기에 좋아한다. 싫어하려는 마음을 품기에 싫어한다. 늘 스스로 한다. 스스로 즐기고, 스스로 누리며, 스스로 찾는다. 스스로 나누고, 스스로 어깨동무하며, 스스로 베푼다.


  사 놓고 몇 해째 안 들추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여러 해만에 펼친다. 《코끼리를 쏘다》를 비롯해 1980년대와 1970년대에 한국말로 나온 조지 오웰 님 산문책을 떠올린다. 얼추 열 해에 한 차례쯤 한국말로 나오는 조지 오웰 님 산문책인데,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닥 사랑받지 못하다가 2010년대에 들어 비로소 퍽 사랑받는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했기에 사랑받지 못했을까.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잘 알아보려 하니까 사랑받을 만할까.


  조지 오웰 님은 스스로 ‘이야기 느끼고 싶은 곳’으로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로만 스쳐 듣는 이야기 아닌, 몸으로 겪고 만나면서 이녁 눈길로 바라보려는 이야기로 하나둘 부대꼈다. 스스로 삶을 찾아내며 살았기에 스스로 쓸 글을 스스로 찾아내어 책을 묶었다. 이녁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이녁 스스로 일구어 글을 빚었다.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고, 언제라도 사랑스러움을 말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꾸준히 글을 써서 책 하나로 여미었다고 느낀다.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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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누는 글쓰기

 


  지난해에 들딸기 많이 먹던 밭자락 찾아 마을 뒷동산 오른다. 마늘밭에서 마늘 뽑느라 바쁘신 할매와 할배 옆을 지나 뒷동산 맨 꼭대기에 닿는다. 그런데 올해에는 지난해처럼 들딸기가 없다. 밭둑 풀을 베느라 들딸기 한창 맺혀야 할 즈음에 모두 잘린 듯하다. 마을 할매와 할배는 들딸기 굳이 따서 자시지 않으니, 딸기꽃 피고 지는 언저리에 그냥 베어내신 듯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들마실 했다고 여기며 저 먼 마을 바라본다. 확 트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섯 살 큰아이가 문득 “저기 우리 집이야. 우리 집 보여.” 하고 외치며 손을 뻗어 가리킨다. “응, 그래 우리 집이야. 우리 집 보이지.” 그래, 어떠니. 우리 집 예쁘니? 우리 집을 둘러싼 마을 예쁘니?


  이야기를 나누기에 글을 쓸 수 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글을 쓸 기운 얻는다. 살가운 이야기 한 자락 흐르면서 살가운 글 하나 태어난다. 따사로운 사랑 감돌며 이야기마다 따사로운 사랑 스민다. 신문글 쓰는 사람도 잡지글 쓰는 사람도 책글 쓰는 사람도, 모두 이웃과 동무하고 더 넓게 마음을 열면서 더 깊이 생각을 나누면, 온누리 밝히는 글로 신문과 잡지와 책을 빛낼 수 있으리라. 이야기를 제대로 나누지 않은 채 쓰는 글에는 빛이나 사랑이나 웃음이 깃들지 못한다. 4346.5.2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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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5-22 10:00   좋아요 0 | URL
정말 참 좋네요.~~
확 티인 산의 모습과 어린이가 하나 되는 사진,

파란놀 2013-05-22 10:42   좋아요 0 | URL
이 나라 아이들 모두
가까이에서 푸른 산 누리면서
날마다 좋은 마음 품을 수 있기를 빌어요
 

시골빛

 


호미로 흙 뒤집어
숨결 살리면
풀씨 씩씩하게 자라
밭물결 푸르고.

 

연필로 그림 그려
숨소리 북돋우면
이야기싹 조물조물 커서
웃음노래 흘러.

 

바람은 나뭇잎 사이로
조용히 스미어
잎사귀 쓰다듬고.

 

햇볕은 호미 쥔 손등에
가만히 내려앉아
포근한 아침.

 

젓가락나물과 주름잎
어깨동무.

 


4346.4.2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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