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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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78

 


보름달 같은 홍길동 얼굴
― 홍길동
 홍영우 글·그림
 보리 펴냄,2006.9.20./9800원

 


  어린 날부터 ‘홍길동’ 이야기를 익히 들었습니다. 내 어린 날 텔레비전에서 만화영화로 ‘홍길동’이 나오기도 했고, 만화로 누군가 ‘홍길동’ 이야기를 그려서 만화잡지에 싣곤 했습니다. 동화로도 읽고 이야기로도 듣습니다. 참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는 이야기는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무엇보다 나쁜 사람들을 꾸짖는 대목이 속시원했고, 나쁜 사람들이 가로챈 곡식과 돈을 모두 힘여린 시골사람한테 돌려주는 대목이 반가웠습니다.


.. 또다른 길동이들도 나라 곳곳에서 나쁜 양반과 벼슬아치들을 하나하나 혼내 줬어. 그리고, 빼앗은 곡식과 재물은 가난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줬지 ..  (22쪽)


  문학책 〈홍길동〉에서 길동이는 ‘배다른 어머니’한테서 태어났다고 나옵니다. 나는 어릴 적부터 이 대목을 알쏭달쏭하게 여겼습니다. ‘배다른 어머니’란 없기 때문입니다. 낳은 어머니는 그저 ‘어머니’일 뿐입니다. 아버지가 다르대서 이 아이를 달리 부르거나 대접해야 할 까닭이 없어요. 모든 아이는 사랑스럽고, 어느 아이라도 즐겁게 뛰놀며 자라야 올발라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린 길동이한테 ‘형’이라 할 사람은 이녁부터 마음그릇이 비뚤어졌다 할 수 있어요. 어린 길동이를 놀리거나 따돌리는 마을 다른 아이들도 서로 똑같아요. 비뚤어지거나 일그러진 마음그릇이지요. 그리고, 이처럼 비뚤어지거나 일그러진 마음그릇인 사람들이, 힘여린 시골사람 등허리를 휘게 하면서 곡식과 돈을 가로채지요.


  스스로 힘과 슬기를 갈고닦아 ‘백성을 괴롭힌 양반과 벼슬아치’를 꾸짖는 홍길동 모습은, 삶이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모습이라고 느껴요.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고, 마을이 제자리를 찾으며, 나라도 제자리를 찾도록 힘쓴 모습이에요.


  임금님이 있는 까닭은 권력을 누려 백성을 짓누르거나 짓밟으라는 뜻이 아닙니다. 끝없이 전쟁을 일으키라고 임금님을 세우지 않습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나라를 다스리면서 누구나 넉넉하고 따사로운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 임금님도 있고 양반도 있고 학자도 있겠지요.


  그러나, 임금님도 양반도 학자도 모두 흙을 만지지 않습니다. 임금님도 양반도 학자도, 수많은 벼슬아치들도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밥을 먹어요. 손에 굳은살 배기지 않으면서 값진 옷을 입지요. 손에 땀이 흐르지 않으면서 ‘여러 색시’를 건드려 ‘배다른 어머니’가 아이를 낳도록 합니다. 어느 모로 보나, 임금님이든 양반이든 학자이든 벼슬아치이든, 사랑스럽고 살가운 대목 없습니다. 이들은 시골사람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집에서 살며 똑같은 일을 할 노릇입니다.


  그렇거든요.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고 한다면, 임금님부터 어린이까지 스스로 흙을 보듬으면서 보금자리를 푸르고 해맑게 가꿉니다. 대통령이 경호원과 비서를 거느리면서 나라일 맡는대서 평화로운 사회 되지 않아요. 대통령 스스로 경호원도 비서도 없이 일을 해야지요. 무엇보다 대통령 스스로 이녁 밥을 이녁 손으로 흙을 일구어 얻어야지요. 의사도 판사도 검사도, 무슨무슨 ‘사’ 이름 들어간 모든 사람들도 손수 흙을 보살피면서 삶을 꽃피워야지요.

 

 

 


.. 그러자, 길동이가 천둥 같은 소리로 말했어. “정말로 죄를 지은 이는 가난한 백성들을 괴롭힌 양반과 벼슬아치들입니다. 나는 다만 하늘을 대신하여 나쁜 이들에게 벌을 준 것뿐입니다.” ..  (35쪽)


  일본땅에서 살아가며 《홍길동》 그림책을 빚은 홍영우 님 그림결을 살핍니다. 푼더분하면서 살갑습니다. 수수하면서 아기자기합니다. 한겨레 그림맛을 살포시 느낍니다. 홍길동이란 아이는 이렇게 착하고 맑은 눈빛으로 보름달 같은 얼굴이었겠지요. 슬픔을 웃음으로 바꾸고, 눈물을 노래로 거듭나게 하는 사랑스러운 아이가 바로 홍길동일 테지요. 온누리 모든 아이들은 홍길동과 같겠지요. 우리 어른들도 처음에는 홍길동과 같이 맑고 밝은 넋을 품으며 태어났겠지요. 저마다 가슴속 고운 빛을 느낀다면, 지구별에 사랑 가득 넘실거리리라 생각합니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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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책잔치를 빛내려고 꾸리는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책'이 한발 나아가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책'이 될 듯하다.

이리하여, 처음에는 사진만 모았다가

이제 글까지 모았는데,

돈과 품과 땀을 들여

드디어 마지막 원고까지 끝냈다.

 

(우리 집 아이들아, 아버지가 이 원고 붙잡고 땀빼느라

 많이 같이 못 놀아서 미안. 이제 홀가분하구나.)

 

9월 행사까지 앞으로 석 달.

책으로 펴낼 곳에서 석 달 아닌 두 달 사이에

편집과 디자인을 모두 마쳐서 인쇄 제본 맡겨야 한다.

무엇보다 제작비를 어떻게든 모아야 한다.

부산 중구청에서는 조금 제작비 도와준다지만

부산시청과 부산문화재단은 아직 아무 말 없다.

 

1500만 원이 작은 돈도 큰 돈도 아니지만,

부산 중구청에서 500만 원 지원비 확정되었으니

부산시청과 부산문화재단이 저마다 500만 원씩 나누어 보태면

참으로 좋을 텐데,

모자란 1000만 원을 어떻게 누가 대주려나.

 

부산에서 뜻있는 누군가 즐겁게 이만 한 돈을 들여서

부산 책마을과

한국 책방 문화와

헌책방지기 오랜 땀방울과 웃음을

환하게 밝히는 밑거름 될 수 있기를 빈다.

 

부산은행 같은 데에서 깜짝선물처럼 돈을 보태는 일 생길까?

부산에 있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이나 사업가가

이런 일에 돈을 보태 주려나?

 

아무튼, 좋은 손길 잘 받아서

예쁘게 책 하나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내 몫은 이제 끝!

이제부터 부산에 있는 분들이 힘써 줄 몫만 남는다.

마음으로 모든 일 잘 되기를 빌면서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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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놀이 1

 


  펴고 접기 좋은 천막을 하나 장만한다. 볕 좋은 날이면 마당에 천막을 펼친다. 여러 날 볕이 좋으면 천막을 안 걷고 그대로 둔다. 비가 오면 천막을 걷는다. 천막을 펼쳐 후박나무 그늘에 놓으면, 두 아이는 서로 천막에서 오래오래 어울려 논다. 아이들은 천막에서 오롯이 저희 한때를 누린다. 마당이 있어 이것저것 여러 가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이렇게 좋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아이들한테 좋으면 어른한테도 좋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삶터가 어른도 살기 좋은 보금자리가 된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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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9 16:10   좋아요 0 | URL
푸른 후박나무 그늘 아래,
주황색 천막이 정말 예쁘고 부럽네요~^^
히히..저도 저 천막 안에 들어가 놀고 싶군요...ㅎ

파란놀 2013-06-19 16:53   좋아요 0 | URL
이 천막에는 어른도 들어가서 놀 수 있어요~~~ ^^
 

책아이 15. 2013.6.17.

 


  햇볕 따사롭게 내리쬐는 아침을 맞이하면, 마당에 천막을 펼친다. 드디어 천막 펼치고 놀 수 있는 따사로운 날이 되었다. 아이들은 조금 더 자라 여름날에 마당이나 평상에 천막 치고 잠을 잘 수도 있겠지. 후박나무가 그늘을 드리워 천막에서는 시원하다. 후박나무가 곁에서 바람노래를 불러 주니 천막에서는 풀노래와 나무노래를 한결 보드랍고 맑게 듣는다. 나무기둥을 세우고는 천으로 두른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살아가던 북중미 흙사람은 땅하고 더 가까이 붙어 지내며 땅내음 맡고 땅기운 느끼며 살았겠지. 땅거미 차츰 지는 저녁나절, 큰아이는 천막에서 호젓하게 책을 읽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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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해 지나면
아파트는 어김없이 헐고
서른 해 즈음 되면
고속도로 아스팔트 모두 닳아
갈아야 한다.

 

높디높게 세워
작은 멧봉우리만 한
아파트 헐면
시멘트 무더기
어디로 갈까.

 

고속도로 새로 갈면
헌 아스팔트 더미
어디로 보낼까.

 

가랑잎은 흙이 되고
벌 나비 벌레 주검
모두 흙이 되는데.

 

새봄에 새잎 돋아
푸르게 빛나며
풀벌레 개구리 멧새
노래하는데.

 


4346.5.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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