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빨래

 


  작은아이 빨래가 나날이 줄어든다. 이제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그럭저럭 가린다 할 만하니까, 천기저귀 빨래가 확 줄었다. 다만, 새벽부터 밤까지 아주 개구지게 논 날에는 밤에 낑낑거리지 않다 보니 쉬를 누이지 못해 기저귀와 바지와 바닥에 흥건하게 쉬를 누기도 하는데, 작은아이 한두 살 적에는 밤마다 오줌바지와 오줌기저귀 갈려고 얼마나 자주 잠을 깨어야 했던가.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밤오줌 모두 가리는 날이란, 바야흐로 아버지가 밤에 느긋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날이지. 요즈음 장마철이라고도 해서 빨래하기에 안 좋은 날씨인데, 마침 이럴 때에 작은아이 빨래가 눈에 뜨이도록 줄어드니까, 빨래를 적게 해서 홀가분하고, 집일 한 가지 준 셈인가 싶어 가붓하다. 아이들 크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란 이런 것일까. 앞으로 이 아이들은 몇 살쯤부터 저희 옷가지를 저희 손으로 야무지게 빨아낼 수 있을까. 큰아이는 두 해쯤 기다리면 될까 싶기도 하고, 작은아이는 다섯 해쯤 기다리면 되려나. 4346.7.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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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아이 밤기저귀 떼기

 


  사내는 가시내보다 똥가리기와 오줌가리기에다가 말하기 모두 늦다고 한다. 사내와 가시내를 나란히 키우고 보니 이러한 얘기를 잘 알 만하다. 큰아이(가시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온 집안 살림살이 들쑤시더니, 돌쟁이 즈음에는 혼자 단추를 꿸 줄 알았고, 옷도 스스로 입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작은아이는 세 살이지만 아직 단추를 못 꿸 뿐더러, 말도 제대로 못하고, 똥오줌도 잘 안 가린다. 스스로 오줌을 누거나 스스로 똥걸상에 앉아 누지 않는다. 작은아이는 옷을 혼자서 챙겨 입지 않는다.


  그래도 세 살 작은아이(사내)는 요즈음 밤오줌을 누지 않는다. 밤에 바지나 이불이나 기저귀에 쉬를 거의 안 눈다. 어느 날은 밤부터 아침까지 오줌을 안 누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한꺼번에 누기도 한다. 밤에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구르면서 자는데, 낑낑거리면 쉬가 마렵다는 뜻이요 안 낑낑거리면 쉬 안 누고 아침까지 내처 잘 만하다는 뜻이다. 밤에 자장노래 한참 부르며 재웠는데 작은아이가 안 자고 자꾸 깨면 쉬를 한 번 더 누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럴 때 작은아이가 말문을 트고 “쉬 마려.” 하고 말하면 한결 수월할 텐데, 작은아이는 말문을 참 늦게 트려고 하는 듯하다. 그래도 곁에서 누나가 언제나 수다쟁이 되어 조잘조잘 말을 거니까 이 말 저 말 누나한테서 많이 배운다.


  곰곰이 생각한다. 큰아이 밤기저귀를 뗀 때가 언제였던가. 작은아이가 태어나기 두 달 앞서 비로소 큰아이는 밤기저귀를 오롯이 떼었다. 그러니까, 큰아이 나이 세 살(꽉 찬 세 살은 아니고)에 밤기저귀를 떼었고, 이제 작은아이도 얼추 비슷한 나이가 되니, 밤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밤부터 작은아이 바지에 기저귀를 안 대 볼까 싶다고 생각하며 아침을 여는데, 작은아이가 마루에서 아버지를 부른다. “똥 다 누었어요.” 누나가 똥걸상에 앉아 아버지를 부를 적에 “똥 다 누었어요.” 하고 말하는데, 이 목소리를 똑같이 따라하며 아버지를 부른다. “응? 그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는데 똥내가 난다. 아, 참말 똥을 누었나 보네. 그런데 왜 똥걸상에서 안 누고 마룻바닥에다가 누니. 똥 다 누었으니 치워 달라 하려면, 이제부터는 똥걸상에 앉아서 시원하게 눈 다음 아버지를 불러 주렴. 4346.7.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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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 매화나무 노란 열매 2013.7.2.

 


  사람들이 매실효소 담근다면서 따는 매화나무 열매를 보면 알이 아주 작다. 저렇게 작은 알일 적에 따는 열매가 사람 몸에 얼마나 좋을는지 아리송한데, 매실효소를 담으려는 이들은 열매가 하나도 안 익었을 뿐 아니라, 아직 굵지 않았을 적에 모조리 딴다. 소담스레 익는 열매가 한 알조차 없는 매화나무는 잎사귀만 짙푸른데, 어딘가 애처롭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집 매화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웃들은 이리저리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늘 높이 키가 자라지 않도록 가지를 꾸준하게 쳐서, 사다리 없이도 열매를 딸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써 가지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한쪽에 너무 배게 가지가 나거나 끄트머리에 벌레가 좀 많이 먹는구나 싶은 데는 잘랐지만, 다른 가지는 모두 그대로 둔다. 우리 식구 깃들기 앞서 으레 가지를 잘리며 지냈을 이 매화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뻗고 줄기를 올리며 잎사귀와 꽃과 열매를 북돋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요즈음은 노란 빛과 붉은 빛이 감도는 매화 열매가 익는 모습을 아이들과 바라본다. 알이 참 통통하고 단단하다. 노랗고 붉은 빛이 감돌 때에는 ‘노붉다’고 해야 할까? 매실빛이라 한다면 바로 이 같은 노랗고 붉은 빛을 가리켜야 하지 않을까? 한자말로 ‘황매실’이라 하는 사람이 있지만, ‘黃’이라는 한자로는 노랗고 붉은 빛을 담아내지 못한다. 지난날에도 오늘날처럼 매화나무 열매를 안 익었을 적에 땄을까 궁금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매실빛도 매화나무 모습도 제대로 모르는 채 살아가지 않나 싶다. 우리 집 매화나무가 짙푸른 그늘 넓게 드리울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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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05 10:04   좋아요 0 | URL
탐스럽게 잘 영근 노랗고 붉은 매실이 보기가 좋습니다.
향기가 아주 좋치요~^^
정말 매실,하면 새파란 열매만 떠올릴 듯 해요..
잠깐 지나가는 매실을 파는 시장이나 마트에는 온통 초록색 매실만 나오니까요..
지난번 매화나무 열매 담으신 사진도 참 좋았어요~.

파란놀 2013-07-05 11:03   좋아요 0 | URL
가게나 시장에 나오는 매실은...
따지고 보면 '매실'이라 할 수도 없는
'안 영근 풋열매'인데다가
'자라지도 않은' 열매라 해야 옳지 싶어요.

오늘은 아침 먹기 앞서,
며칠 앞서 딴 노붉은 매실을 작게 썰어
아이들과 먹었습니다 ^^
 

감꽃

 


빗방울 하나에 톡
바람 한 점에 톡
햇살 한 조각에 톡

 

개미 건드려 톡
박새가 쪼아서 톡
개구리 노랫소리에 톡

 

해말갛게 노란 빛
작은 꽃차례 푸른 빛하고
풀밭에 내려앉는다.

 

유월을 부르는
감꽃
풀밭을 물들인다.

 


4346.5.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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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6.30. 큰아이―수첩에 식구들

 


  지난 섣달에 조그마한 수첩을 퍽 여럿 얻었기에 모두 큰아이한테 그림공책 삼으라고 주었으나 조금 쓰다가 말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큰아이가 호연 님 만화수첩에 ‘우리 식구’ 모습이라면서 사름벼리 저, 아버지, 어머니, 산들보라, 이렇게 차례대로 그림을 하나씩 그린다. 하나씩 그리면서 “사름벼리예요.” 하더니 조금 뒤 “아버지예요.” 하고 “어머니예요.” 한 뒤 “보라예요.” 하고 말한다. 그래, 어떻게 그렸느냐 살피니, 네 사람 모두 치마차림에 긴머리 풀풀 날린다. 네가 치마를 좋아하니 식구들한테 모조리 치마를 입히는구나. 그런데 네 어머니도 아직 긴머리 아니고, 네 동생은 머리카락이 몹시 짧은걸. 벼리 너하고 아버지만 머리카락이 길어. 그림을 더 살피니 사름벼리를 가장 예쁘장하게 꼼꼼히 그리고 동생은 가장 투박하게 그린다. 음. 무슨 뜻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동생은 작은 사람이니까 그냥 작게 그렸겠거니 하고 생각하기로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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