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신문 한 부 사기

 


  도시에서 지낼 적에는 신문을 사기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종이신문이 나날이 자취를 감추며, 도시에서도 종이신문 살 데는 마땅하지 않았지만,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들이면 신문 한 부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시골로 삶터를 옮기고부터는 도무지 종이신문 구경할 길이 없다. 오늘치 ㅎ신문에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이야기를 퍽 크게 다루는 기사가 났기에, 종이신문으로 한 부 장만해서 건사하려 했는데, 막상 읍내에 군내버스 타고 찾아갔어도 신문이 없다. 신문 한 부를 사러 순천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가?


  생각해 보니, 서울에 본사를 둔 ㅎ신문뿐 아니라 ㅈ신문이나 ㄷ신문이나 ㄱ신문 모두 서울 언저리나 가끔 부산이나 대구쯤 가서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지, 전라남도 고흥 같은 데까지 찾아와서 취재를 하는 일이 없다. 전라남도 보성이나 장흥이나 강진 같은 데에 취재하러 가는 ‘서울 기자’는 몇이나 될까.


  시골에 ‘중앙일간지’가 없는 까닭을 알 만하다. 중앙일간지치고 ‘시골 이야기’ 다루는 신문이 없으니, 시골사람 가운데 ‘중앙일간지’를 장만해서 ‘이 나라 돌아가는 흐름이나 발자국’을 살필 까닭이 없다. 서울에서 나오는 ‘서울 신문’은 ‘서울 이야기’만 다루면서 ‘서울 사람들’ 읽을 글과 그림과 사진만 싣겠지.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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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31 15:27   좋아요 0 | URL
29일 늦은 밤에 이 글을 보고 다음날 신문가판대를 가니, 이미 재고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서 오늘, 보수동 헌책방골목 기사 나온 ㅎ신문 구했는데
아직 필요하시면 보내드릴까요~? ^^

파란놀 2013-07-31 16:36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고흥에서는 종이신문을 얻으려면
참말 도시에 있는 분한테 얻거나
도시로 나들이를 가야겠구나 싶어요.

일반보통우편으로 부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책아이 34. 2013.7.23.

 


  방에서 볼 때와 부엌에서 볼 때와 마루에서 볼 때와 마당으로 내려와 평상에서 볼 때에, 책맛이 다 다르다.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로 가서 볼 때와 골짜기 시냇물 둘레로 찾아가서 볼 때와 숲속에 깃들어 볼 때에, 책맛이 모두 다르다. 책은 다 같은 책인데, 책을 손에 쥔 나한테 감겨드는 바람과 햇살과 냄새와 빛깔이 모두 다르기 때문일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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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하는 어린이

 


  자전거를 끌고 마실을 가려는데, 큰아이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한다. 옳지, 너 졸립구나. 그런데 왜 낮잠을 안 자려 하니. 너도 낮잠 느긋하게 즐기면 한결 기운차게 놀 수 있을 텐데 말야.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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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9 18:50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하루종일 하품만 했어요.ㅎㅎ
낮잠을 자려고 하니 잠은 안 오고요.^^
좋은데 사시고 계셔서 무척 부럽습니다.^^

파란놀 2013-07-29 19:41   좋아요 0 | URL
우리 집과 마을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스스로 거듭 되풀이하며 말하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누립니다 ^^;;;

생각과 말로 우리 마을을 '아름다운 곳으로 거듭나도록' 하고 싶은
꿈으로 늘 이렇게 살아가요..
 

소나기

 


  아침 여덟 시, 퍽 시원스러운 바람이 훅 불더니 마당을 타다닥타다닥 때리면서 소나기가 확 몰아친다. 아, 이렇게 소나기가 오려고 엊저녁부터 날이 퍽 시원했구나. 소나기는 바람을 데리고 찾아온다. 아침을 차리는 부엌에도, 마루에도, 방에도 시원한 바람 구석구석 스민다.


  소나기는 한 시간 남짓 퍼부은 뒤 멎는다. 비가 멎으니 아주 조용하다. 다시 풀벌레가 노래하고 멧새가 지저귄다. 따사롭고 싱그러운 한여름 들과 하늘이 맑다. 아쉽다면, 무지개는 안 보인다.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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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책과 그림

 


  도시에서 살며 이름난 대학교를 다녔더라도 ‘숲(자연)’을 그리려면 시골에서 지내며 시골사람 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진 자료만 들여다본대서 굴참나무와 졸참나무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그림으로 담아내지 못해요. 같은 굴참나무라 하더라도 나무마다 잎사귀 모양이 다르고, 굴참나무 한 그루에서 돋는 잎사귀도 모두 달라요.


  구름을 볼 적에도 도시에서 올려다볼 때랑 시골에서 올려다볼 때에는 달라요. 들풀도 도시와 시골에서는 빛깔과 크기와 무늬가 다릅니다. 어느 쪽이 더 곱다거나 푸르다는 뜻이 아니에요. 모두들 삶이 달라 넋이 다르고, 넋이 다르면서 빛이 달라요.


  도시에서 학원에 치이는 아이들 얼굴을 바라보면서 이 도시 아이들을 그리면 ‘도시 아이’ 모습이 돼요. 그렇겠지요? 시골 이야기 다루는 그림책에 시골 아이를 그려야 하면, 참말 시골 아이를 찾아나서야 합니다. 시골에서 시골 아이를 만나 시골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비로소 ‘시골 이야기 다루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 모습’을 참답게 그려요.


  나비 한 마리를 그린다 하면, 어느 자리에 쓸 어느 나비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도시 골목동네 텃밭에서 살아가는 나비인지, 숲에서 살아가는 나비인지, 시골마을 풀섶에서 살아가는 나비인지 생각해야지요. 나비도 이녁 삶터 따라 모양과 빛깔과 무늬가 다르거든요.


  책 한 권 쓸 때마다 책에 담는 빛이 어느 마을에서 어떻게 태어나는가를 돌아봅니다.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어떤 삶터에서 이 책을 마주하면서 내 삶으로 삭힐 수 있는가를 헤아립니다.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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