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작품 읽기

 


  아이들과 살아가며 만화영화를 함께 본다. 처음에는 아이들만 보도록 할 생각이었지만,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본다. 아이들한테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나는 나대로 내 일을 하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과 만화영화를 보는 내내 자꾸 내 눈은 만화영화로 쏠린다.


  생각해 보면, 만화영화를 보여줄 때뿐 아니라, 여느 자리 여느 때에도 아이들이 놀고 뛰며 노래하는 모든 모습을 늘 지켜본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아이들이 노는 둘레를 살펴보면서, 이제껏 내가 살아온 길과 결을 새삼스레 돌아보곤 한다.


  아이들한테 보여주는 만화영화는 한두 번만 보여주지 않는다. 여러 해에 걸쳐 수십 수백 번을 되풀이해서 본다. 곧, 아이들이 수십 수백 번을 볼 만하지 않거나 아이와 함께 어른인 내가 수십 수백 번을 볼 만하지 않은 만화영화는 아예 처음부터 안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 한 작품을 수십 수백 번 되풀이해서 들여다보며, 언제나 새롭고 새삼스럽게 이야기를 읽고 줄거리를 되새긴다.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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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먹는 풀

 


  올여름 고흥 시골마을에는 비가 거의 안 온다. 남녘 다른 시골에도, 또 도시에도 비가 거의 안 온다. 아무래도 서울·경기·강원을 잇는 ‘현대문명 개발산업’ 띠가 어마어마해서 비구름이 이 둘레를 벗어나지 못하며 이곳에만 퍼부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골에서는 논에 물을 대고 밭에 물을 주느라 바쁘다. 그런데, 논도 밭도 아닌 땅뙈기에서 들풀은 씩씩하게 잘 자란다. 물을 따로 받아서 먹지 못하는 들풀은 한여름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쑥쑥 자란다.


  쑥도 이름 그대로 쑥쑥 자라고, 고들빼기도 부추도 씩씩하게 잘 큰다. 이런 들풀을 하나둘 뜯거나 꺾어서 먹으면 풀내음이 짙게 스며든다.


  저녁에 아이들과 먹을 밥을 차리면서 마당 둘레 풀을 뜯다가 생각한다. 우리가 먹을 밥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풀을 먹을 때에 몸이 살아날까. 우리는 어떤 숨결을 받아들이는 목숨인가. 우리를 살찌우는 밥은 어떠한 삶터 어떠한 빛을 머금을까.


  마을에서 지내는 들고양이가 우리 집을 저희 보금자리처럼 여기며, 한여름에는 평상 밑으로 들어가서 자고, 봄가을에는 마당 아무 데에서나 벌렁 드러누워 자곤 한다. 들고양이, 들풀, 들사람, 들밥, 들일, 들꽃, …… ‘들’ 이름 붙는 이웃들을 곰곰이 헤아린다.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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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0:51   좋아요 0 | URL
들고양이가 편안하니 흙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아름다운 집에서 식구들도 풀들도 고양이도 다 평화로와요~

파란놀 2013-08-19 15:25   좋아요 0 | URL
다른 집에는 거의 이렇게 드러누워서 쉬지 못하는 듯하더라고요..
 

전화기밥

 


  전화기에 밥을 주는 꼭지를 안동에 놓고 왔다. 움직이는 길에 손전화밥 채울 만한 마땅한 데가 없으리라 여겨, 짐을 다 꾸리고 나오기 앞서까지 밥을 주다가 그만 놓고 왔다. 예전 손전화 기계하고는 안 맞는 새로운 꼭지는 어떻게 얻어야 할까. 예전 손전화 기계를 스마트전화 기계로 바꾸었더니, 밥 주는 꼭지를 잃어버린 일 하나도 무척 번거롭다. 읍내에 가서 사야 할까. 읍내에서는 그 꼭지를 팔려나.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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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한 해에 한 번 맞이하는 난날(생일)을 여섯째 맞이하는 큰아이는 아직 ‘생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열 차례 넘게 이런 말 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큰아이 스스로 ‘태어나다’와 ‘생일’을 어렴풋하게 느끼는 듯하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벼리 생일이라고 치마 사 주신다고 했어요. 치마 사 주셔요.” 하고 말한다.


  네 할머니 두 분은 너한테 고운 치마 여러 벌 사 주셨지. 맛난 밥도 차려 주셨지. 너른 사랑도 베풀어 주시지. 네 아버지는 네 난날에 맞추어 그림 하나를 그려서 준다. 하늘과 흙과 별과 나무와 꽃과 새와 풀벌레를 모두 가슴에 안는 어여쁜 꽃순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빈다. 4346.8.1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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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1:10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가 아버지께 참 고운 그림선물을 받았네요~!
아버지가 마음빛으로 그려준 생일선물을 받고 즐거운 사름벼리. ^^

사름벼리야! 아줌마도 생일 축하해~~*^^*

파란놀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일곱 살이 되면
생일과 선물을
조금 더 잘 알아차리리라 생각해요~
 

[아버지 그림놀이] 큰아이 난날 (2013.8.16.)

 


  큰아이 사름벼리가 태어난 날에 맞추어 그림을 그린다. “꽃순이 여섯째 난날”이라는 이름과 날짜를 먼저 적고 나서, 아침에 본 나팔꽃을 그리고, 곁에 무지개를 그린다. 그러고 나서 별을 그리고 제비와 꽃을 그린다. 우리 집을 나타내는 후박나무를 한 그루 그리고서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찬찬히 빛깔로 입힌다. 사름벼리야, 이 그림은 네가 누릴 삶을 보여준단다. 올해까지 씩씩하게 큰 결대로 앞으로도 튼튼하게 잘 살아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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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19 10:5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저까지 다
눈과 마음에 고운 빛 가득 찹니다~!

파란놀 2013-08-19 15:2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