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에 접어들다

 


  구월에 접어들어 빨래를 하니, 물내음과 물빛이 사뭇 달라졌다고 살갗으로 느낀다. 머잖아 따순물 아니고는 손빨래를 못 하겠다고 느낀다. 바람이 살풋 선들선들 불면서, 빨래할 물도 이렇게 찬 기운 그득 서리는구나. 이제 밤빨래나 새벽빨래를 할 적에 손을 호호 불어야겠네. 그렇다면, 여느 빨래는 해가 높이 솟은 한낮에 해야 할까. 가을바람에 가을노래 고즈넉히 실린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3-09-05 07:02   좋아요 0 | URL
치마순이, 치마돌이에 이어 함께살기님은 빨래순이라고 하셨네요? ^^
손빨래 덕분에 가을을 손으로도 느끼셨어요.

파란놀 2013-09-05 07:22   좋아요 0 | URL
네, 저는 빨래순이입니다 ^^;;;
언젠가.. '빨래하는 삶'을 "빨래순이"라는 이름을 붙여 내놓을 생각이에요~~

가을이에요, 가을. 참 가을입니다...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8) 집밥

 

집밥은 사랑과 정성의 에너지가 가득해서 더 맛있는 게 사실이에요
《문성희-평화가 깃든 밥상 3》(샨티,2013) 182쪽

 

  “정성(精誠)의 에너지(energy)”는 “정성 어린 기운”이나 “따스한 기운”이나 “좋은 기운”이나 “살뜰한 기운”으로 다듬습니다. “더 맛있는 게 사실(事實)이에요”는 “더 맛있어요”나 “더 맛있답니다”나 “더 맛있다고 느껴요”로 손봅니다.

 

 집밥 . 바깥밥 (o)
 가정식 백반 . 외식 (x)

 

  지난날에는 누구나 집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밥을 얻어서 먹는다 하더라도 ‘이웃이 이녁 집에서 지은 밥’을 얻어서 먹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집에서 지은 밥보다, 가게에서 지은 밥을 먹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공장에서 지은 밥이나 공동식당에서 지은 밥을 먹는 사람도 무척 많습니다.


  가게에서 먹는 밥은 으레 ‘외식(外食)’이라고도 하는데, 외식을 해 주는 가게에서는 ‘가정식 백반(家庭式 白飯)’이라고 간판에 적어서 알리기도 해요. 제아무리 가게밥이 맛나다 하더라도 ‘집에서 차리는 밥’에서 피어나는 맛은 따르지 못하기 때문일 테지요.


  적잖은 사람들은 ‘외식’이나 ‘가정식 백반’ 같은 말을 그대로 씁니다. 그리고, 이런 말마디는 내려놓고 ‘바깥밥’이나 ‘집밥’ 같은 말을 새롭게 지어서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밥은 똑같은 밥이라 할 테지만, 밥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이 달라요. 밥을 마주하는 생각과 사랑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마땅히 빨래를 손으로 했기에 ‘빨래’라는 낱말만 썼지만, 이제는 기계가 생겨서 따로 ‘손빨래’라는 낱말이 태어났고, 국어사전에 이 낱말 실립니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이제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회사나 공장을 다니면서 집밥을 못 먹고 바깥밥 사다 먹는 모습이 되었으니, ‘집밥·바깥밥’ 두 가지 낱말도 곧 국어사전에 실리리라 생각합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집밥은 사랑과 살뜰한 기운이 가득해서 더 맛있어요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9-05 06:04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네요.
'바깥밥'이나 '집밥'이라는 말에
'밥'에 대한 느낌이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파란놀 2013-09-05 06:26   좋아요 0 | URL
네, 말빛이란 고스란히 삶빛이라서 그래요~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6) 이야기꽃

 

하지만 여자 아이들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 재미있어 하기는 했지만
《강성미-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샨티,2013) 242쪽

 

  ‘하지만’은 ‘그렇지만’으로 바로잡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을 이처럼 올바르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대단히 드뭅니다. 줄여서 짧게 쓰고 싶으면 ‘그러나’처럼 적으면 돼요. 요새는 ‘해서’나 ‘하여’처럼 겉멋을 부리며 말을 깎아서 쓰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이리해서’나 ‘이리하여’라 적어야 올바릅니다. 줄여서 쓰려면 ‘이래서’라 적어야 올발라요.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도”는 “이야기꽃을 피워도”로 손질합니다.

 

 이야기꽃 . 이야기잔치 . 이야기마당
 이야기꽃잔치 . 이야기한마당 . 이야기큰잔치

 

  사람이 여럿 모여 이야기를 나눌 적에 ‘이야기판’이 벌어졌다고 해요. 이야기판이 넓게 벌어졌으면 ‘이야기마당’쯤 되고, 사람들을 많이 모아 아주 크게 이야기판을 벌리면 ‘이야기한마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럿 모여 즐겁거나 재미나게 이야기를 벌리면 ‘이야기꽃’이라 해요. 이야기꽃이 흐드러지면 ‘이야기잔치’라 할 수 있어요. 이야기잔치가 아주 재미나거나 즐겁거나 신나면 ‘이야기꽃잔치’라 할 만합니다.


  국어사전에는 ‘이야기판’과 ‘이야기꽃’ 두 가지 실립니다. ‘이야기잔치·이야기마당’은 안 실립니다. 쓰임새를 넓혀 ‘이야기꽃잔치·이야기한마당’처럼 쓰려고 하면 띄어서 적어야 한다고 해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법을 좇는다면 띄어서 쓰면 됩니다. 다만, 띄어서 쓰든 붙여서 새말로 빚자고 마음을 기울이든, 이야기를 꽃피우면서 살찌우는 길을 생각할 수 있기를 빌어요.


  이야기꿈 꿀 수 있어요. 이야기나무 가꿀 수 있어요. 이야기씨(이야기씨앗) 심을 수 있어요. 이야기놀이 즐길 수 있어요. 생각힘을 펼쳐 말빛을 밝힙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지만 여자 아이들하고 이야기꽃을 피워도 재미있어 하기는 했지만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평화가 깃든 밥상 3 : 한그릇 요리편 - 나를 위해 차리는 92가지 ‘자기 사랑 푸드’, 2010년 제 50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부문 최종후보작 평화가 깃든 밥상 3
문성희 지음 / 샨티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경책 읽기 47

 


손수 짓는 밥 한 그릇
― 평화가 깃든 밥상 3
 문성희 글
 김승범 사진
 샨티 펴냄, 2013.8.27. 15000원

 


  미역국 끓이려고 마른미역을 불리고 보니 너무 많이 불렸습니다. 이를 어쩌나, 조금 덜어 놓고 나중에 끓여야 하나, 아니면 큰 냄비에 잔뜩 끓여야 하나 생각하다가, 모처럼 미역밥을 할까 생각합니다. 옆지기가 물미역 잘 먹으니, 몇 차례 더 헹구어 반찬으로 물미역 내놓아도 되겠다고 느낍니다.

 

  미역밥을 하는 김에 무를 채썰기 해서 함께 넣습니다. 밥이 익고 국이 끓을 무렵, 밥불은 끄고 국불은 아주 작게 줄입니다. 마당으로 내려가서 식구들 먹을 풀을 뜯습니다. 풀을 뜯는 김에 까마중 까만 열매를 함께 땁니다. 까맣게 잘 익은 열매가 있고, 푸르게 맺힌 열매가 있습니다. 같은 까마중 줄기에서 돋는 꽃과 열매이지만, 맺고 피는 때가 다릅니다. 아마 까마중은 먼먼 나날 살아오면서 천천히 열매를 맺어야 더 오래 더 널리 씨앗을 퍼뜨릴 수 있는 줄 깨달았지 싶어요. 까마중 열매 한 번 맺으면 한 달 즈음 조금씩 열매맛을 볼 수 있어요.


  하얗게 꽃이 피는 부추풀 바라보면서 잎을 톡톡 끊습니다. 고들빼기도 몇 포기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꽃이 피려고 애쓰는 키 큰 고들빼기 새잎을 날마다 고맙게 얻습니다. 돌나물은 가끔 물을 주면서 살을 오동통하게 키웁니다. 오늘은 이쪽에서 뜯으면, 다음에는 저쪽에서 뜯습니다. 뜯는 자리를 날마다 바꿉니다.


..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이 없이는 어떤 생명도 존재할 수 없는데 햇빛은 빨강, 노랑, 초록(파랑), 하양, 검정색의 집합체예요 ..  (14쪽)


  아이들 먹도록 차리는 밥은 어른들 함께 먹는 밥입니다. 아이들한테 아침저녁으로 맛나며 즐거운 밥 차리고 싶은 마음이란, 어른인 나 또한 언제나 맛나며 즐거운 밥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끼니를 때우며 살아가지 않습니다. 밥때를 즐기며 살아갑니다. 아침과 저녁이면 어떤 밥 차릴까 가만히 생각하며 보내는데, 날마다 같은 밥을 차리면서도 날마다 다른 밥상 되도록 마음을 기울입니다. 밥상 모습을 일부러 사진으로 찍으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고운 빛’이 나도록 마음을 씁니다.

 

  밥은 입과 코와 손과 눈과 귀를 비롯해 온몸과 온마음으로 먹는다고 느껴요. 밥이 되는 먹을거리는 햇볕이요 바람이며 물이자 흙이라고 느껴요. 쌀과 보리에 깃든 햇볕을 먹습니다. 미역과 돌나물에 담긴 빗물을 먹습니다. 들풀에 서린 흙과 바람을 먹습니다.


  밥을 먹는 일이란 내 몸을 해와 별과 바람과 흙과 물하고 하나가 되도록 가다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처럼 따사롭고 별처럼 빛나며 바람처럼 싱그럽고 흙처럼 구수하며 물처럼 맑은 몸과 마음이 되도록 밥을 먹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차려서 내놓는 밥상에 앉아, 아이들도 나도 ‘고맙습니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밥을 맛나게 먹어 주니 고맙고, 내가 나를 헤아려 차린 밥이 고맙습니다. 나는 나한테 고맙다 인사하고, 아이들한테 예쁘게 크렴 하고 바라며 인사합니다.


.. 산에서 살기 시작한 뒤로는 이불, 방석, 커튼, 옷은 바느질해서 직접 만들고 있어요. 내 손으로 지은 옷만큼 편안한 옷이 세상에 없더군요 ..  (58쪽)


  사람은 어디에서 살아야 할까요. 일터하고 가까운 데에서 살아야겠지요. 어떤 일터를 드나들면서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어야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울까요. 즐거운 일을 하고 아름다운 일을 하며 사랑스러운 일을 하면 되겠지요.


  즐겁게 일해야 도시 한복판에서 살더라도 물 한 모금 싱그럽게 마실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일해야 공장 그득한 데에서 지내더라도 바람 한 숨 맑게 들이켤 수 있습니다. 사랑스럽게 일해야 아이들과 하루 내내 떨어져 일하더라도 밥 한 그릇 고맙게 먹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밥과 바람과 물을 받아들여야 목숨을 잇는데, 삶은 즐거움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이루어진 밥과 바람과 물을 받아들여야지 싶어요. 영양소나 맞춤식단 아닌 즐거움을 먹고 아름다움을 마시며 사랑스러움을 누려야지 싶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모두,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게 밥을 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 집밥은 사랑과 정성의 에너지가 가득해서 더 맛있는 게 사실이에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양만 취하는 게 아니에요. ‘좋은 기운과 사랑이 담긴 맛’을 함께 취해야 진짜 살과 피가 됩니다 ..  (182쪽)


  문성희 님이 차리는 밥상 이야기 담은 《평화가 깃든 밥상》(샨티,2013) 셋째 권을 읽습니다. 문성희 님은 ‘사단법인 평화가 깃든 밥상’ 모임을 꾸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밥상 하나에 평화가 깃들 때에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러운 줄 몸소 느끼며 일하다 보니, 시나브로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모임까지 생기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바라고 꿈꾼 대로 하나씩 이루어지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즐겁게 차려서 즐겁게 나누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아름답게 빚어서 아름답게 먹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사랑스럽게 내놓아 사랑스럽게 즐기고 싶은 밥상이 이루어집니다.


.. 굳이 손님상 차림이 아니라 혼자 먹는 밥상을 차릴 때도 그릇 밑에 하얀 모시 수건을 깔아 주면 내 자신이 좀더 소중한 존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  (243쪽)


  먹는 대로 몸이 됩니다. 술을 마시면 술이 내가 됩니다. 정수기 물을 마시면 정수기 물이 내가 됩니다. 단팥빵을 먹으면 단팥빵이 내가 됩니다. 산삼을 먹으면 산삼이 내가 될 테지요. 미꾸라지를 먹으면 미꾸라지가 내가 돼요.


  그러니까, 밥을 먹을 적에는 ‘내가 되고 싶은 님’을 헤아려야 합니다. 밥을 차릴 적에는 ‘나와 살붙이가 되고 싶은 빛’을 살펴야 합니다. 아무것이나 될 수 없어요. 아무렇게나 될 수 없어요.


  손수 짓는 밥 한 그릇으로 삶을 손수 짓습니다. 손수 지어 나누는 밥 한 그릇으로 사랑을 손수 짓습니다. 손수 짓는 밥 한 그릇에 이야기 한 자락 손수 짓습니다.


  내가 차린 밥을 내가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남이 차린 밥을 얻어서 먹을 때에도 배가 부릅니다. 내가 차린 밥을 내가 사진으로 찍어서 돌아보아도 배가 부르며, 남이 차린 밥을 남이 찍은 사진을 이렇게 책 한 권으로 찬찬히 읽어도 배가 부릅니다. 우리 서로서로 즐겁게 밥을 차려요. 우리 다 함께 아름답게 밥을 먹어요. 우리 어깨동무하며 사랑으로 삶을 지어요.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ppletreeje 2013-09-05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역밥도 있군요~
채썰기한 무를 넣은 미역밥, 색다른 맛있는 밥일 듯 해요~
저도 물미역 좋아하는데, 오늘은 미역국과 물미역으로 즐거운 밥상을
차려야겠습니다. ^^

파란놀 2013-09-05 06:27   좋아요 0 | URL
미역을 너무 많이 불렸으면, 다음에는 나물이나 다른 것하고 함께 볶아 보기도 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시골살이 일기 23] 놀이터와 일터
― 시골에서 농약 쓰는 까닭

 


  아이들이 흙땅에서 실컷 뛰고 구르면서 놉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땀 송송 흘리면서 흙땅을 박차고 놉니다. 아이들은 흙땅에서 뒹굴기도 하고, 흙땅을 손으로 만지기도 하며, 넘어지기도 합니다. 손이며 발이며 얼굴이며 온통 흙투성이 되어 개구지게 놉니다.


  아이들은 고샅에서든 밭고랑에서든 들에서든 숲에서든 뛰어놀고 싶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은 온몸을 거침없이 움직이면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뛰어놀 흙땅에 농약을 뿌렸다면? 아이들을 놀리지 못합니다. 농약을 뿌린 흙땅 자리에는 어른도 쪼그려앉아서 쉬지 못합니다. 농약냄새 코를 찌르면서 어지러울 뿐 아니라, 농약 기운이 몸에 스며들 수 있으니, 아이들이 이런 데에서 놀지 못하는데다가, 어른들도 이런 곳에서 쉬지 못해요.


  오늘날 시골에서는 젊은 일손 모자라서 농약을 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젊은 일손 모자라는 탓만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지 않으니 농약에 손을 뻗고, 논밭에서 아이들이 어른들과 함께 일하거나 놀지 않으니 자꾸자꾸 농약에 기댑니다.

  시골에 집이 있어도 아이들이 흙땅에서 안 놀아요. 어린이집에 가거나 학교에 갑니다. 아이들은 면내나 읍내에서 놀려 하지, 마을이나 들판이나 바다나 숲에서 놀려 하지 않아요. 오늘날 아이들은 시골내기라 하더라도 시골하고 엇갈리거나 등집니다. 어른들 일하는 곳 곁에서 놀지 않는 아이들 되다 보니, 어른들은 시나브로 흙땅에 농약을 칩니다. 아이들이 밭둑이나 논둑 풀베기를 거들지 않다 보니, 어른들은 풀베기 할 자리에 농약을 뿌립니다.


  더 생각하면, 오늘날 시골에서 시골 어른들은 시골 아이들을 시골에 남겨 흙을 일구며 살도록 가르칠 뜻이 없습니다. 하루 빨리 시골 벗어나 도시에서 돈 잘 벌고 몸 안 쓰는 일거리 찾기를 바랍니다. 시골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한테 시골일 물려주지 않고 가르치지 않습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젊은이도 시골일하고 등지거나 모르쇠로 자라다가 도시로 떠나요. 이러는 동안 시골 어른들은 모든 흙일을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대어 합니다.


  시골에 젊은 일손 다시 늘어나도록 하자면, 농약과 화학비료에 기대는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껴요. 도시로 떠난 아이들이 자라 어른 되어 이녁 아이를 낳으면, 철 따라 손자 손녀 데리고 올 텐데, 손자 손녀 누구도 농약범벅이 된 흙땅에서 못 놀아요. 농약으로 더러워진 도랑물을 만질 수 없어요.


  아이들이 흙땅에서 놀다가 저희 밭둑이나 논둑에서 오줌을 눌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흙땅에서 놀다가 힘이 들면 밭둑이나 논둑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밭 한쪽에 시원스러운 나무그늘 있어야 합니다. 어른들이 일하며 쉬기에 즐거운 들과 숲과 마당이라면, 아이들이 놀며 쉬기에 즐거운 들과 숲과 마당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놀 만한 데라면, 바로 어른들이 즐겁게 일할 만한 아름다운 삶자리입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