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59] 쉼

 


  다리를 쉬며 한결 씩씩히 걸어요.
  눈을 쉬며 더 또렷이 바라봐요.
  마음을 쉬며 더 즐겁게 살아요.

 


  책읽기도 쉬고, 생각도 걱정도 모두 쉬면서, 마음을 곱게 다스립니다. 일을 쉬고, 놀이마저 쉬며, 가만히 앉거나 드러누워서 생각을 맑게 추스릅니다. 다리를 쉬지 않으면 더 못 걷습니다. 눈을 쉬지 않으면 더 못 봅니다. 귀를 쉬지 않으면 더 못 듣습니다. 입을 쉬지 않으면 더 못 먹습니다. 목을 쉬지 않으면 더 노래할 수 없어요. 손을 쉬지 않으면 더 글을 못 쓰고 더 바느질을 못 하는데다가 더 빨래를 못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나요? 느긋하게 쉬면서 마음을 챙겨요. 4346.10.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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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피는 울타리

 


  호박꽃이 핀다. 호박꽃이 노랗게 핀다. 호박꽃이 아이 얼굴만 하게 큼직큼직 핀다. 호박꽃은 퍽 먼 데에서 보더라도 쉬 알아챈다. 호박은 꽃송이를 많이 내놓지 않는다. 호박넝쿨 사이사이 듬성듬성 꽃송이 내놓는다. 감꽃은 크기가 조그맣지만 열매는 굵직한데, 호박꽃은 크기가 퍽 크고, 호박알은 훨씬 굵직하다.


  얼마나 많은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품는 호박알일까. 얼마나 따순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고 노랗게 빛나는 호박꽃일까. 작은 호박씨 하나에서 숱한 호박알 주렁주렁 달린다. 호박넝쿨은 뻗을 수 있는 대로 뻗어, 배고픈 이웃한테 커다란 알덩이를 베푼다. 너도 먹고 나도 먹으며, 주렁주렁 달린 열매로 모두 배불리 밥그릇을 비운다.


  울타리 따라 호박넝쿨 뻗어 호박꽃 피고 호박알 맺는다. 울타리는 이웃과 이웃을 가로막는 돌이 아니다. 울타리는 바람을 막고 넝쿨이 타고 오르도록 서로서로 살가이 만나는 이음새이다. 4346.10.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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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17   좋아요 0 | URL
사진이 너무 좋아서
환한 호박꽃도 호박잎들도
마치 곁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함께 주신 글도 너무나 좋구요~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3-10-03 14:58   좋아요 0 | URL
암꽃은 씨받이 되면 곧바로 져요.
호박꽃 사진은 수꽃 사진은 흔하고 쉽지만
암꽃 사진은 드물고 어렵답니다.
이번 호박꽃 사진에서는
암꽃이에요~
 

고흥집 22. 우리 집 대문호박 2013.9.28.

 


  우리 집 대문 위로 타고 넘어온 호박넝쿨에서 호박알이 맺힌 뒤 언제 따면 좋을까 하고 오래 기다렸다. 날마다 군침을 흘리며 손꼽았으니 오래 걸린 셈이지만, 날짜를 헤면 보름쯤 되었지 싶다. 얼마나 굵을 수 있을까,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얼마나 야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대문호박을 낫으로 톡 끊기로 한 아침이다. 고운 볕 받으며 활짝 벌어지는 호박꽃을 바라보며 커다랗고 굵은 호박을 끊는다. 워낙 굵어 손으로 비틀어 따지 못하고 낫으로 끊는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문호박 열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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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34   좋아요 0 | URL
저 커다란 호박을 어떻게 해 드실런지
어제부터 궁금했어요~^^
마치 노란 늙은 호박만한 크기라서요.ㅎㅎ
저희도 오늘 아침, 호박 볶음 맛있게 먹었답니다~

파란놀 2013-10-03 17:56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더 익으면 늙은 호박이 되어요.
그래서 푸른 호박일 적에
가장 크게 익겠다 싶도록 기다려서
딱 이맘때에 땄습니다~ ^^
 

시골아이 20. 논 품에 안겨 (2013.9.25.)

 


  여섯 살 시골아이는 혼자서 척척 해낼 줄 안다. 동생을 데리고 제법 멀리까지 다녀올 수 있고, 짐을 들고 나르는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걸음이 느린 동생하고 발을 맞추어 다니기도 하지만, 넘치는 기운을 쏟으려고 저 먼 앞까지 혼자 다부지게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를 되풀이하곤 한다. 어느덧 논 품에 안길 만큼 멀리 달려간 아이를 가물가물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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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놀이 1

 


  폴짝 뛴다. 콩콩콩 달리다가 펄쩍 날 듯이 뛴다. 아이가 달릴 적에는 콩콩콩 발을 딛는 소리가 마당을 울리고, 아이가 폴짝 날아오를 적에는 바람을 가르며 사라락 날아가는 소리가 마당을 감돈다.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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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0-01 21:26   좋아요 0 | URL
우와~!! 나네요.^^
너무 너무 예쁩니다!!!

파란놀 2013-10-02 06:09   좋아요 0 | URL
네, 이제 여섯 살이 되며 퍽 오랫동안 하늘을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