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가을들 옆 달려

 


  다리에 힘이 차츰 단단히 붙는 산들보라는 어디이든 달리면 즐겁다. 웃으면서 달리고, 달리면서 웃는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자라고, 달리면서 자란다.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아이들 웃음을 먹으면서 기운을 얻고, 아이들 달리며 무럭무럭 크는 모습을 느끼며 새 하루를 일군다. 4346.10.1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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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23. 가을 들콩넝쿨 사잇길 (2013.10.9.)

 


  여름에는 푸르게 빛나기만 하던 들콩넝쿨인데, 가을이 무르익어 논마다 나락 누렇게 익으니, 들콩도 꼬투리 여물고 들콩잎도 노랗게 물든다.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든 잎사귀 늘어난다. 앞으로 하루이틀 더 지나면 더 노랗게 바뀔 테고, 한 주 두 주 지나면 노랗게 물들던 잎사귀는 톡톡 떨어져 바닥을 구르다가 겨우내 흙으로 돌아갈 테지. 얘들아, 봄과 여름하고는 사뭇 다른 가을내음을 맡을 수 있겠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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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권을 장만해서 읽었는데, 퍽 짧은 사이에 마지막 4권까지 한국말로 다 나왔다. 이렇게 빠르게 한국말로 옮기는 만화책이 있었네 싶어 놀라는 한편, 요즈음 살림돈이 벅차 이런 만화책조차 한국말로 나오는 흐름을 거의 못 좇는 모습이 스스로 힘겹다. 책이 나온 지 아직 한 해가 채 지나지 않았으니 쉽게 판이 끊어지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내 이웃들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아이들과 옆지기하고 누릴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날마다 즐겁게 일구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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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 랑데부 4- 완결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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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 랑데부 1
카와치 하루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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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71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
― 여름눈 랑데부 1
 카와치 하루카 글·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2012.8.27. 6500원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이 만납니다. 서로 다르게 꿈꾸는 사랑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같기에 만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만 같을 뿐, 바라보는 곳은 다르다든지 느끼는 결이 다를 수 있겠지요. ‘사랑한다’는 생각은 같더라도, 어떻게 사랑한다거나 왜 사랑한다는 뜻은 다를 수 있어요.


  이렇게 다른 사랑이 만나 함께 살림을 꾸립니다. 이처럼 다른 사랑이 어우러져 새로운 삶이 이루어집니다. 마음은 같으나 눈길이나 눈높이나 눈썰미는 다른데, 마음은 같지만 생각이나 뜻이나 삶이 다른데, 참 재미나게도 다른 두 사람이 한솥밥을 먹으면서 차츰 가까이 다가섭니다. 또는, 차츰 멀리 떨어지지요.


- ‘본인에게도 고백 못한 말을 너 같은 놈한테 하겠냐.’ (16쪽)
- “뭘 하고 싶은 거야, 당신.” “나는 로카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33쪽)


  뜻이 잘 맞는 사람이 함께 일할 적에 즐겁습니다. 뜻이 잘 안 맞는 사람이 함께 일해야 하면 아주 괴롭습니다. 나로서는 어떤 일을 하고 싶기에 어느 일터에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나와 같은 일을 한다’지만 나와 다른 마음인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마음이기에 서로 서먹서먹하거나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한쪽은 다른 한쪽한테 자꾸 심부름을 시키거나 귀찮게 합니다. 다른 한쪽은 직책이나 계급이 낮아 어느 한쪽이 시키는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고픈 일이요 들어가고픈 일터였는데, 그만두어야 할까요. 꿋꿋하게 참을까요. 나와 뜻이 안 맞는 사람이 이 일터에서 나갈 때까지 기다릴까요. 나와 뜻이 안 맞는 사람을 이 일터에서 내보낼 길을 찾아야 할까요. 아니면, 나도 너도 허물이 없이 어깨동무할 만한 길을 찾아나서야 할까요.

 


- “그 사람한테는 비밀이야. 난 약속을 하나도 못 지키고 있거든.”“약속?” “좀 이상한 사람이라, 집착이 없다고나 할까. 자기가 죽으면 이혼하라고 하질 않나, 유품은 다 버려 버리라고 하질 않나, 막무가내였어. 앞으로 나아가라고, 늘 그런 말만 했지.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갑자기 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리 없잖아.” (56∼57쪽)


  카와치 하루카 님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삼양출판사,2012) 첫째 권을 읽습니다.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에는 세 사람이 나옵니다. 한 사람은 꽃집을 꾸리는 가시내이고, 다른 한 사람은 꽃집에 일하러 들어온 사내입니다. 또 한 사람은 꽃집지기와 한식구를 이루었으나 일찍 죽어 저승길에 갔다가 그만 꽃집에 ‘넋만 남아 머무는’ 사람입니다. 둘(가시내와 사내)은 몸과 마음이 있고 하나는 마음만 있습니다. 둘(사내와 사내)은 서로 알아볼 수 있고 하나는 ‘넋만 남아 머무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셋은 앞으로 어떤 삶이 될까요. 아니, 죽어서 넋만 남은 이한테는 ‘삶’이란 없으니 ‘어떤 죽음’이 이어질는지를 헤아려야 할까요. 아니, 셋한테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셋은 앞으로 저마다 어떤 ‘이야기’를 일구는 하루를 맞이하고 싶을까요. 저마다 다르게 꿈꾸는 사랑을 셋은 저마다 어떻게 가꾸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싶을까요.


- “하즈키야말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난 유부녀였잖아. 굳이 중고를 선택할 이점이 있어?” “그런 손익만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인생이 좀 편할까요?” “편하겠지.” “그럼, 저랑 사귄다면 이점이 잔뜩 있을걸요.” “그럼이라니.” (83쪽)
- “감기 옮으면 어떡해.” “바라는 바죠.” “바보 아니니? 아, 그럼 난 감기 안 걸리겠네.” (156쪽)

 


  어버이인 나와 두 아이는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나와 옆지기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봅니다. 같은 보금자리에서 살아가지만, 저마다 다른 눈빛으로 삶을 일굽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목소리를 뽑아서 노래를 부릅니다. 어버이인 나는 어버이인 나대로 내 목청을 돋우며 노래를 부릅니다. 두 아이는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또 서로 다른 삶을 짓습니다. 저마다 스스로 좋아하며 즐길 만한 놀이를 찾습니다. 종이 한 장 똑같이 펼쳐도, 하나 둘 셋 넷 다 다른 그림이 태어납니다. 밥상 앞에 넷이 나란히 앉아도, 다들 먹는 손길과 매무새가 다릅니다. 마당에 서서 별바라기를 할 적에도 먼저 알아보는 별이 다를 테고, 별빛을 마주하는 마음이 다를 테지요.


  곰곰이 돌이켜보면, 우리 네 식구는 넷이 서로 다른 빛을 가슴속에 품으면서 어우러지게 아름다우면서 즐겁다 할 만합니다. 넷이 저마다 다른 무늬와 결로 삶을 짓기에 예쁘게 얼크러지는 하루가 태어난다 할 만합니다. 만화책 《여름눈 랑데부》에 나오는 세 사람도 셋이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사랑’ 한 가지를 꿈꾸며 살아가기에, ‘세 가지 이야기’가 다 다른 빛으로 태어나겠지요. 그리고, 이 만화책을 읽을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며 저마다 다른 웃음과 기쁨을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4346.10.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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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581) 종전의 1 : 종전의 편견

 

한반도 전체 인구보다도 훨씬 많은 1억 2천만의 일본인들을 종전의 편견과 고정관념 일색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수근-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월간 말,2003) 6쪽

 

  “한반도 전체(全體) 인구보다”는 “한반도에 사는 사람 모두보다”나 “한반도 사람 모두보다”나 “한반도 사람 숫자보다”로 다듬습니다. “1억 2천만의 일본인들”은 “1억 2천만이나 되는 일본사람들”로 손질합니다. ‘일색(一色)’은 앞말이나 뒷말과 이어서 ‘-뿐이다’로 고치고, ‘과연(果然)’은 ‘참으로’나 ‘참말로’로 고쳐 봅니다. ‘시각(視角)’은 바라보는 매무새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바라보는 시각”처럼 적으면 겹말이에요. “바라보는 눈”이나 “바라보는 눈길”로 바로잡습니다.


  한자말 ‘종전(從前)’은 “지금보다 이전”을 가리킵니다. “종전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다”나 “대접이 종전에 비해 소홀하다”처럼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只今)보다 이전(以前)”이란 “오늘보다 앞서”를 뜻하고,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예전’입니다.

 

 종전의 편견과 고정관념 일색으로
→ 예전처럼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만
→ 예전과 같이 치우치고 틀에 박힌 생각으로만
→ 지난날처럼 치우치거나 틀에 박힌 생각으로만
 …

 

 ‘편견’이라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진 생각입니다. ‘고정관념’이라면 한쪽으로만 붙박힌 채 바라보는 생각입니다. 한 사람이 이 두 가지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치우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또는 “비틀리거나 뻔한 생각”으로 바라보는 셈입니다. ‘딱딱한’ 생각이거나 ‘굳은’ 생각이에요. ‘낡은’ 생각이거나 ‘케케묵은’ 생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리하여, “종전의 방식”이라면 “예전 방식”이나 “낡은 방식”이나 “케케묵은 방식”으로 손볼 수 있고, “종전에 비해”는 “예전에 견주어”나 “지난날을 생각하면”으로 손볼 만합니다.


  오랜 옛날부터 오늘을 거쳐 앞으로도 즐겁게 쓸 아름다운 말을 생각합니다. 먼먼 예전부터 오늘날과 앞날까지 두루 사랑스레 쓸 고운 말을 헤아립니다. 4339.4.19.물/4346.10.11.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한반도 사람보다도 훨씬 많은 1억 2천만이나 되는 일본사람을 예전처럼 치우치거나 딱딱한 생각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참말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649) 종전의 2 : 종전의 관행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우리는 여전히 종전의 관행에 따라 자동차 천국과 아스팔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
《박용남-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시울,2006) 44쪽

 

  ‘무시(無視)하고’는 ‘아랑곳하지 않고’나 ‘거들떠보지 않고’로 다듬고, ‘여전(如前)히’는 ‘예전처럼’이나 ‘늘’로 다듬습니다. ‘관행(慣行)’은 ‘버릇’으로 손보고, “자동차 천국(天國)”은 “자동차 나라”로 손봅니다. “만들기 위(爲)해”는 “만들려고”나 “만든다며”나 “만들겠다며”로 손질하고, ‘지금(只今)도’는 ‘오늘도’나 ‘아직도’로 손질하며, “매진(邁進)하고 있다”는 “힘쓴다”나 “애쓴다”나 “땀을 흘린다”로 손질합니다.

 

 여전히 종전의 관행에 따라
→ 예전처럼
→ 예전 버릇 그대로
→ 그동안 이어 온 버릇처럼
→ 예전부터 해 오던 대로
→ 지난날 버릇대로
→ 낡은 버릇을 못 버리고
 …

 

  한자말 ‘여전(如前)히’는 “전과 같이”를 뜻합니다. ‘전(前)’은 ‘앞서’를 뜻합니다. 곧 ‘예전’입니다. 한자말로 적으면 ‘여전’이요, 한국말로 적으면 ‘예전’입니다. 그러니까, 보기글 “여전히 종전의 관행에 따라”는 겹말이에요. 한국말을 알맞고 아름답게 쓰려고 마음을 기울이지 않은 탓에 이와 같은 글이 나타납니다. 4339.6.29.나무/4346.10.11.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런데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는 예전처럼 자동차 나라와 아스팔트 도시를 만든다며 오늘도 땀을 흘린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98) 종전의 3 : 종전의 동요적 작품

 

이런 이름만의 시 아닌 시 가운데는 지나치게 어른스런 손재주를 부려서 만든 작품이 가끔 나오는데, 이것이 종전의 동요적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을 주게 되어
《이오덕-아동시론》(굴렁쇠,2006) 72쪽

 

  “이름만의 시”는 “이름만인 시”나 “이름만 있는 시”나 “이름뿐인 시”로 손보고, “동요적(-的) 작품”은 “동요 같은 작품”이나 “동요 티 나는 작품”이나 “동요 닮은 작품”이나 “동요스러운 작품”으로 손봅니다. “좀 다른 느낌을 주게 되어”는 “좀 다른 느낌이어서”나 “좀 다르게 느낄 만해서”나 “좀 달리 느낄 수 있어서”로 손질해 봅니다.

 

 종전의 동요적 작품과는
→ 예전에 나온 동요스러운 작품과는
→ 지난날 동요를 닮은 작품과는
 …

 

  꼭 안 써도 되는 한자말을 쓰면서 토씨 ‘-의’가 달라붙습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을 보면, 한자말 ‘종전’ 아닌 한국말 ‘예전’을 넣었어도 그만 “예전의 ……” 꼴이 될 수 있었으리라 느껴요. 낱말은 낱말대로 알맞게 골라야 하면서, 말투 또한 말투대로 슬기롭게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동요스러운 작품은 누군가 ‘씁’니다. 예전에 누군가 쓴 동요스러운 작품이란 “예전에 나온 작품”입니다. 또는 “그동안 나온 작품”입니다. 글흐름을 함께 살피면서 글월을 올바로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6.10.11.쇠.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런 이름만인 시 아닌 시 가운데는 지나치게 어른스런 손재주를 부려서 만든 작품이 가끔 나오는데, 이것이 예전에 나온 동요스러운 작품과는 좀 다른 느낌이어서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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