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63. 2013.10.7.ㄴ

 


  시험공부 아닌 책읽기를 처음으로 살가이 누리던 때를 떠올린다. 처음에는 내 마음 살찌우는 책만 있으면 즐겁다고 여겼다. 반지하나 지하에 있는 조그마한 방 한 칸이든, 한여름과 한겨울에 덥고 추운 옥탑집이든, 도시 한복판 매캐한 배기가스 춤추는 다세대주택이든, 골목동네 한켠 자그마한 집이든, 어디에서든 책만 있으면 다른 자잘한 것들 잊은 채 아름다운 날갯짓 펼 수 있으리라 느꼈다. 그런데, 시골에 보금자리 마련해 풀바람과 흙내음과 꽃노래와 나무빛을 누리고 보니, 책만으로도 얼마든지 내 마음은 홀가분하지만, 마음이 홀가분하기만 해서는 책을 더 넓게 누리지 못하겠구나 하고 깨닫는다. 마음과 함께 몸이 튼튼해야 아름답다. 마음을 살찌우듯 몸을 가꿀 수 있어야 사랑스럽다. 풀벌레와 멧새와 개구리가 올망졸망 노래하고 보드라운 바람 푸르게 부는 데에 집과 도서관을 꾸려 아이들과 살아갈 적에, 비로소 온누리 해맑은 책이 가슴으로 깊고 넓게 스며드는구나 하고 느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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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2. 2013.11.2.

 


  큰아이가 큰 가위로 종이를 오리다가 손가락을 살짝 다쳤다고 한다. 다친 손가락을 쪽 펴면서 수저질을 한다. 벼리야, 그 반창고 떼고 먹으면 안 될까. 반창고 붙인다고 손가락이 낫지 않아. 반창고에 낀 때를 좀 보렴. 벗기고 좀 있다가 다시 붙이든가 하자. 즐겁게 차려서 즐겁게 먹는 밥이 되고, 즐겁게 모여서 즐겁게 누리는 밥이 되면, 살짝 벤들 깊이 벤들 무엇이 대수롭겠니. 벌과 나비와 벌레가 꽃송이에 찾아들어 밥을 먹듯, 우리도 우리 밥상을 꽃밥으로 삼아 맛나게 먹고 아프거나 다치는 데 없도록 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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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달걀 까기 힘들어

 


  달걀을 삶은 뒤 처음부터 주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밥을 어느 만큼 먹고 나서 주기도 한다. 달걀부침이나 달걀말이도 가끔 하지만, 달걀삶이를 더 자주 한다. 달걀을 삶아 놓고 깜빡 잊은 뒤, 밥을 한창 먹이다가, 아하 달걀도 삶았지, 떠올리고 보면, 이때에는 아이들이 깔 만큼 알맞게 식는다. 접시에 받쳐 아이마다 하나씩 건네면, 큰아이는 척척 잘 벗긴다. 작은아이는 울퉁불퉁 많이 어설프다. 그래도 가만히 지켜본다. 작은아이가 못 까겠다고 도로 내밀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4346.1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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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밥 먹는다

 


  볶음을 해서 밥과 반씩 갈라 접시에 담는다. 까마중 열매를 올린다. 그러고는 가을민들레 잎사귀 하나 얹는다. 즐겁고 맛나게 먹으렴. 냠냠짭짭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렴. 국물도 후루룩 밑바닥까지 삭삭 긁어 먹으렴. 4346.1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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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31. 2013.10.25.

 


  밥상을 차릴 적에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서로 마주보도록 밥그릇과 국그릇을 놓는다. 그런데, 곧잘 큰아이가 작은아이 밥그릇이랑 국그릇을 제 옆에 붙여 놓는다. “나는 보라랑 같이 앉을 거예요.” 하고 말한다.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렴. 놀면서 자주 툭탁거리는데, 곧 서로 앙금을 풀고, 밥을 먹거나 마실을 다니거나 둘이 서로 챙겨 주곤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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