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맨발로 노는 아이

 


  아버지가 으레 맨발로 살기 때문인지 모르나, 아이들이 맨발로 놀기를 무척 즐긴다. 집에서뿐 아니라 마당에서도 들에서도 바다에서도 으레 맨발이 된다. 도서관에서도 골마루 바닥을 맨발로 달린다. 고흥으로 살림 옮긴 첫 해에 서재도서관 마룻바닥을 닦느라 몹시 바빴다. 큰아이는 으레 맨발로 달리고, 작은아이는 맨손과 맨발 되어 척척 기어다니니, 신나게 바닥 물걸레질을 하면서 아이들 손발이 덜 새까매지도록 애썼다.


  집에서도 마룻바닥이나 방바닥에 내려앉은 먼지를 닦느라 바쁘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어느새 맨발이 되어 마당에서 놀다가 그대로 집에 들어온다. 마루며 방에 흙먼지를 잔뜩 이끌고 들어온다. 쓸고 닦아도 뒤돌아보면 다시 흙먼지투성이 된다. ‘얘들아 너희 아버지 좀 살려 주라’ 하는 마음이랄까. 곰곰이 돌아보면, 내 어릴 적에 나는 참 개구쟁이처럼 놀았다. 온몸이 모래투성이 흙투성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바깥에서 흙모래 제대로 안 털고 들어왔다가 꾸중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문 앞에 서서 흙모래 한참 털곤 하는데, 그래도 집안으로 흙모래를 잔뜩 데리고 들어온다. 우리 집 어린 아이들도 나중에 크고 더 커서 저희 아이를 낳을 무렵이 되어야 맨발로 놀든 어찌 놀든 온몸에 흙모래 잔뜩 붙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줄 느끼거나 깨닫겠지.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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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7. 겨울 들빛 누리기 2013.11.23.

 


  사람들은, 아니 도시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들은 ‘겨울 빈들’이 어떤 빛인지 모른다. 아니, 생각할 겨를이 없고 볼 일이 없다. 요새는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겨울 빈들 빛깔을 느끼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기 일쑤이다. 옛날 같으면 가을걷이 마친 논을 바지런히 갈아서 보리를 심느라 ‘겨울 빈들’ 빛깔을 누리지 못했을는지 모른다. 요새는 시골사람도 먹고살 만하니까 겨울 빈들을 그대로 놀린다 할 수 있다. 아니, 이제 시골에는 늙은 할매와 할배만 남으니 마늘심기조차 하기 벅차 그대로 빈들로 둔다고 할 만하다.


  우리 집 논은 아니지만 겨울 빈들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문만 열면 들판이니까. 가을걷이가 끝나고 꽁댕이만 남은 논배미에 새잎 푸릇푸릇 돋는다. 누렇게 바랜 볏꽁댕이 사이로 푸른 잎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풀이란 이렇게 대단한 숨결이요 목숨인 줄 다시 깨닫는다. 어쩌면, 이대로 이 볏포기는 쑥쑥 자라지 않을까. 겨울 빈들은 누렇기만 하지 않다. 겨우내 더 자라지는 않지만, 누렇게 시든 볏포기 사이로 푸릇푸릇 올라온 앙증맞은 새잎 푸른 빛이 올망졸망 넘실거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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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호미로 콕콕

 


  누나하고 마당에서 흙놀이를 할 적에 호미를 으레 누나가 먼저 집어들기에 호미를 못 잡아 괭이를 잡는 산들보라가 조용히 혼자 마당으로 내려오더니 호미를 쥐고 논다. 누나가 호미를 한 번도 내주지 않아 무척 서운했는가 보다. 그런데 보라야, 호미로 흙을 쪼아야지 왜 널판을 쪼니. 널판 아프겠다.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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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11-26 11:20   좋아요 0 | URL
호미질이 아니라 못질 하는 듯해요ㅎ

파란놀 2013-11-26 12:44   좋아요 0 | URL
거의 못질이라 할 만하지요 @.@
 

빙글빙글놀이 1

 


  아이들은 아무것 없어도 잘 논다. 아니, 아이들한테 ‘아무것 없는’ 때란 없다. 빈손에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포도를 만들며 수박을 만든다. 마음속으로 ‘모든 것 다 만들며’ 논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해도 즐겁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모두 즐겁다. 4346.11.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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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가운 상말
 - 일심동체 1

 

하지만 피아노와 다카코는 일심동체니까, 음이 이상하거나 몸이 이상한 건 다 피아노의 목소리인 거지
《이시키 마코토/문준식 옮김-피아노의 숲 11》(삼양출판사,2005)

 

  ‘하지만’은 ‘그렇지만’이나 ‘그러나’로 손보고, ‘음(音)’은 ‘소리’나 ‘가락’으로 손봅니다. ‘이상()하거나’는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안 좋거나’나 ‘나쁘거나’나 ‘다르거나’로 손질할 수 있고, “이상한 건”은 “안 좋은 까닭은”이나 “다른 까닭은”으로 손질하며, “피아노의 목소리인 거지”는 “피아노 목소리이지”나 “피아노가 내는 목소리이지”로 손질합니다.


   ‘일심동체(一心同體)’는 “한마음 한 몸이라는 뜻으로, 서로 굳게 결합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곧, 한국말로는 “한마음 한몸”으로 쓰면 됩니다. 굳이 한자를 빌어 이렇게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마음’이 한 낱말이듯 ‘한몸’도 한 낱말로 쓰면 돼요.

 

 피아노와 다카코는 일심동체니까
→ 피아노와 다카코는 한몸이니까
→ 피아노와 다카코는 하나이니까
 …

 

  국어사전에 나오는 “노사가 일심동체가 되어 쓰러져 가던 회사를 일으켰다”나 “자고로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였다” 같은 보기글은 “노사가 하나가 되어”로 손보고, “예부터 부부는 한몸이라 하였다”로 손봅니다. 환하게 헤아릴 수 있도록 가다듬고, 즐겁게 주고받도록 추스릅니다.


  ‘한마음·한뜻·한몸·한넋·하나’ 같은 말을 떠올리면서 알맞게 넣습니다. ‘한삶·한빛·한사랑·한꿈’ 같은 말을 헤아리면서 새롭게 적을 수 있어요. 4339.3.6.달/4346.11.25.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렇지만 피아노와 다카코는 하나이니까, 소리가 나쁘거나 몸이 나빠도 다 피아노 목소리이지

 

..

 


 살가운 상말
 615 : 일심동체 2

 

특히 지도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랬지요. 그들은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힐디 강/정선태,김진옥 옮김-검은 우산 아래에서》(산처럼,2011) 120쪽

 

  ‘특(特)히’는 ‘더욱이’나 ‘더구나’나 ‘개다가’로 다듬습니다. “지도자(指導者) 위치(位置)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도자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나 “남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나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으면”으로 손보고, ‘슬로건(slogan)’은 ‘이름’이나 ‘목소리’나 ‘목청’으로 손봅니다.

 

 일심동체一心同體
→ 한몸 한마음
→ 한마음 한뜻
→ 한마음
→ 서로 하나
→ 모두 하나
 …

 

  모든 사람은 하나입니다. 모두 아름다운 숨결이니 하나요, 모두 착한 빛이니 하나이며, 모두 즐거운 꿈이기에 하나예요. 그렇지만 억지로 우겨넣듯 틀에 박는 하나는 아닙니다. 다 다른 곳에서 다른 빛으로 살아가는 고운 넋이에요. 다 다른 빛인데 다 같은 꿈과 사랑으로 하나일 뿐입니다.


  다 같은 꿈이기에 즐겁게 어깨동무를 합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할 숨결이기에 기쁘고 돌보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아름다운 삶으로 아름다운 넋을 가꾸어 아름다운 말을 일굽니다. 4346.11.25.달.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더구나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으면 그랬지요. 그들은 ‘모두 하나’라는 이름을 내걸었어요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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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1-25 21:30   좋아요 0 | URL
좋은 배움을 얻어갑니다.^^

파란놀 2013-11-26 04:31   좋아요 0 | URL
배울 수 있는 마음인 분들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