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83] 나무

 


  민들레 뜯고 미나리 뜯다가,
  유채잎 뜯고 고들빼기잎 뜯다가,
  잎사귀란 얼마나 푸른가 하고 생각한다.

 


  붉나무한테서는 어떤 열매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열매나 꽃이 어떠하든 붉나무는 가을날 짙붉게 타오르는 잎사귀만으로도 참 아름답구나 하고 느껴요. 단풍나무는 이른봄에 꽃이 피고 지면서 곧 열매인 씨앗을 떨구는데, 가을까지 푸르게 맑은 잎사귀로 잇다가 새빨갛게 물들며 마음을 곱게 적십니다. 이 잎빛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느껴요. 풀잎은 잎사귀를 뜯어서 먹는 동안 문득문득 이 잎빛이 참으로 고마우며 곱다고 느껴요. 나무란 무엇이고 풀이란 무엇일까요. 나무는 사람한테 어떤 넋이고, 풀은 사람한테 어떤 빛일까요. 사람한테 열매가 되어야 하는 나무가 아니고, 사람한테 꽃이 되어야 하는 풀이 아닙니다. 나무는 나무로서 아름답고, 풀은 풀대로 사랑스럽습니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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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3.11.30. 큰아이―물감 그림

 


  지난 한가을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마실 갔을 적에 장만한 ‘물감놀이’를 큰아이가 문득 꺼낸다. 며칠 앞서 물감그림 그리고 나서 꽤 재미있다고 여긴 듯하다. 제 물잔에 물을 받아서 콕콕 물을 발라서 슥슥 그린다. 얘야, 물감그림 그리는 통은 따로 만들었는데 왜 물잔에 쓰니. 그렇지만 한창 그림에 빠졌으니 무어라 하지 않는다. 이 빠진 그릇이나 잔이 있다면 챙겨서, 또는 빈 유리병 있으면 물감그림 그릴 때에 쓰도록 주어야겠다. 살살 붓을 놀리면서, 연필이나 크레파스 때와는 사뭇 다른 보드라운 결로 제 이름을 종이에 적고 제 치마놀이 모습을 하나하나 동글동글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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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꽃책

 


  가을꽃책은 보름을 넘기지 않는다. 가을꽃책은 열흘 사이에 스러진다. 가을꽃책은 이레쯤 눈부시다. 가을꽃책은 활짝 피어나다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다. 가을꽃책은 한 해에 꼭 한 차례 찾아온다. 봄꽃은 늦여름이나 가을에 다시 피어나기도 하지만, 가을꽃책은 언제나 한 해에 꼭 한 차례 슬그머니 찾아와서 살그머니 자취를 감춘다.


  언제나 들에서 지내며 바라보면 들빛은 차츰차츰 무르익어 들내음 마시는 이들 모두한테 들노래를 베푼다. 늘 숲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면 숲빛은 시나브로 무르익어 숲내음 마시는 이들 모두한테 숲노래를 나누어 준다.


  씨앗 품은 꽃송이가 보여주는 꽃빛과는 사뭇 다른, 꽃송이가 알뜰히 익도록 햇볕을 머금은 잎사귀가 붉고 누렇게 물드는 가을빛이란 가을책이다. 가을꽃책이다. 4346.1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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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01 15:13   좋아요 0 | URL
너무 너무 예쁩니다!!!^^
저곳에서 사진 한장 찍고 싶네요.ㅎㅎ

파란놀 2013-12-01 15:23   좋아요 0 | URL
네, 이 앞에서 한참 바람 쐬면서 저 잎빛을 누렸어요.

그러나, 마을 어르신들은 본 듯 만 듯 다들 그냥 지나치시고요 ^^;;;

자연스럽게 자라는 나무가 드리우는 가을빛을
시골 분들도 도시 이웃들도 다 함께
기쁘게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 @.@
 


 붉고 누런 나무들 (도서관일기 2013.11.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서재도서관과 살림집을 시골로 옮기면서 무엇보다도 나무와 숲을 눈여겨보려 했다. 자동차와 경운기 소리 아닌 멧새와 풀벌레 노래하는 소리를 아이들과 함께 듣고, 우리가 깃드는 시골마을 이웃들도 숲과 나무가 들려주는 푸른노래 함께 들을 수 있기를 바랐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은 텔레비전에서 흐르는 소리를 이야기하고, 숲과 들에서 일하며 숲노래와 들노래 누리는 사람은 숲과 들을 이야기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거나 도시로 와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숲과 들하고는 등진 삶이니 숲과 들을 말하지 못하거나 않는다지만,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숲과 들을 노래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다.


  오늘 이 나라 시골마을 이웃들은 숲노래나 들노래를 얼마나 즐길 만할까. 텔레비전이 아닌 새와 풀벌레 노래를, 자동차나 경운기 아닌 나무와 풀 노래를, 보드라우면서 푸르고 싱그러운 노래를 얼마나 아끼거나 사랑한다 할 만할까.


  우리 도서관으로 삼는 옛 흥양초등학교는 1998년부터 문을 닫았다. 이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학교 나무는 나무결 그대로 자란다. 이 나무를 가지치기 하는 사람도 가지치기 할 만한 사람도 없다. 나무는 나무마음 그대로 즐겁고 씩씩하게 하늘로 뻗는다. 우람하게 크는 후박나무며 소나무며 단풍나무며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사람 손길을 타지 않을 때에 얼마나 고운 빛이 흐르는가를 새삼스레 느낀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시골을 떠나거나 시골을 잊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사람들은 나무를 어느 만큼 알거나 사귀거나 어루만질까. 나무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고, 나무가 없으면 책을 쓰거나 읽을 수 없으며, 나무가 없으면 집을 짓기는커녕 그야말로 무엇 하나 할 수 없다. 나무가 자라지 않는 땅은 사막이 된다. 나무가 없는 곳에서는 냇물이 흐를 수 없고, 싱그러운 숨결이 자랄 수 없다.


  나무가 없는 메마른 땅에 나무를 심겠다고 소매 걷어붙이는 씩씩한 일꾼들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이든 중동이든 어디에 가서 나무심기를 하는 한편, 이 나라 이 땅 도시 한복판에 나무를 심어야 하리라 느낀다. 이 나라 시골마을 들길에서 모조리 사라진 나무를 다시 살리도록 한 그루 두 그루 찬찬히 심어야 한다고 느낀다. 집집마다 잘 자라던 마당나무와 뜰나무를 다시 살려서 돌보고 아껴야 한다고 느낀다. 예부터 어느 마을 어느 집이건 마당에 나무를 심었는데, 왜 오늘날 어느 시골 어느 집이건 마당에서 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까. 왜 마당에서 나무를 베어서 없앨까. 왜 마당을 온통 시멘트로 덮기만 할까. 왜 고샅길 나무를 싹둑 베어 전봇대만 척척 박아야 할까.


  시골집 마당에서 나무가 사라지고 시골마을 고샅에서 나무가 없어지면서, 들과 숲 한복판에 우람한 송전탑이 선다. 들 한복판에 송전탑을 박는 전력회사 일꾼이나 관공서 일꾼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참 알쏭달쏭한데, 모두들 이렇게 제 넋을 잃거나 잊으니, 도시에서는 더더욱 나무가 사라지고, 아예 생각조차 못하리라 느낀다. 도시에서도 집집마다 ‘집나무’를 심어서 사랑할 수 있어야지. 어른과 아이 모두 ‘집나무’를 사랑하고 아끼면서 푸른 숨결 받아먹을 수 있어야지. 가을에 붉고 누렇게 빛나는 나무를 두 팔로 안으면서 가을빛 흐뭇하게 나눌 수 있어야지.


  책이란 나무이다. 책은 나무에서 태어난다. 책을 건사하는 도서관이란 나무를 아끼고 사랑하는 쉼터이다. 도서관에는 책을 알뜰히 갖추어야 제몫을 한다지만, 종이책만 갖추어서는 도서관이 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책을 갖추어 꽂는 시렁과 방을 차곡차곡 두면서, 책을 둔 건물 둘레는 온통 나무가 우거진 숲이 될 때에 비로소 참다운 도서관이 되리라 느낀다. 책이 되어 준 나무를 느끼도록 하고, 책으로 다시 태어난 나무를 사랑하도록 하며, 책내음으로 몽실몽실 고이 흐르는 나뭇결과 나무노래를 살가이 누릴 수 있는 도서관. 가을이 저물며 겨울로 넘어가는 시골빛이 아름답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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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두근 새 소식지 (도서관일기 2013.11.3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손글씨로 엮는 소식지는 손으로 차근차근 쓴 다음 읍내 문방구로 가서 복사를 해야 한다. 손글씨로 차근차근 소식지 쓰는 일이 즐겁기는 한데, 읍내까지 다녀와야 하는 일이 번거롭다. 버스삯이 3400원 들고 시간을 꽤 들여야 한다. 읍내에 장보러 다녀오는 길에 복사를 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소식지를 만들기보다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고 느낀다. 인천에서 형이 새 셈틀 마련해 주었다. 새 셈틀 마련하는 김에 한글문서 풀그림을 새로 장만한다. 한글2014가 나왔다 해서 이 풀그림을 장만한다. 그동안 쓰던 한글97보다 한결 나으며, 사진을 넣어 문서를 만들기 아주 쉽다. 예전 풀그림은 사진 한 장 넣어 자리잡으려면 아주 애먹어야 했다. 게다가 한글문서를 피디에프파일로 바꿀 수 있다.


  사진책도서관 소식지 《삶말》을 이렇게 꾸며 볼까? 아이들 저녁 차려서 먹인 뒤 두 시간 남짓 들여 글을 쓰고 새롭게 짠다. 예전에 매킨토시로만 할 수 있던 편집을 한글2014로도 할 수 있으니 살짝 재미있다. 왜 한글문서 풀그림은 진작 이렇게 안 만들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잘 만들면 사람들이 너나없이 이 풀그림을 썼을 텐데.


  사진책도서관 소식지답게, ‘답게’가 무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진 하나 크게 넣어 본다. 사진 하나로 숱한 이야기 들려줄 수 있다고 여겨, 고흥에 첫눈 아주 가늘게 내리던 날 아이들 마당에서 뛰노는 예쁜 모습을 넣는다. 무척 그럴듯하구나 하고 느낀다. 소식지 엮기를 마무리짓고 서울에 있는 소량인쇄 회사 웹하드에 올린다. 인쇄값하고 택배값을 계좌이체로 보낸다. 읍내에 가서 복사하는 값이랑 버스삯하고 똑같이 든다. A4크기 앞뒤로 찍는 데 드는 돈이 한 장에 150원. 200장이면 30000원, 300장이면 45000원이다. 금요일에 주문을 넣고 토요일 낮에 받는다. 빠르구나. 무엇이든 서울에 일을 맡기면 곧 끝나는구나. 시골에서는 무엇을 하려 해도 품과 돈과 겨를이 많이 드는데. 가만히 보면, 이러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도시로 가려는구나 싶은데, 이렇다 해서 다들 도시로 가면 그야말로 시골은 텅 비고 말 테지.


  곱게 잘 나온 소식지를 받으니 즐겁다. 이제 소식지를 자주 만들어, 시골에서 도서관 꾸리는 빛과 넋을 더 널리 나누어야겠다. 소식지 꾸릴 돈을 신나게 벌어 보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1.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

 

사진책도서관 소식지 <삶말>은

1인단행본 함께살기 8호 <책방 앞을 걷다>하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보내려 합니다.

 

도서관 지킴이 해 주시는 분들 모두

즐겁게 기다려 주시기를 빌어요.

다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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