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작품’을 보는 독자는 ‘안녕들 하십니까’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를 표절한 연속극은 인기가 치솟는다고 한다. 이와 달리, 표절로 생채기를 입은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는 인기가 치솟는지 알 길이 없다. 남한테 생채기를 입히는 쪽은 으레 돈과 이름을 얻고, 남한테서 생채기를 받는 쪽은 으레 마음이 너무 아파 새로운 창작을 하려는 뜻을 잃거나 꺾기 일쑤이다. 이 일 때문에 강경옥 님이 붓을 꺾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씩씩하게 만화 한길 걸어온 발걸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빌 뿐이다.


  해마다 이천 권쯤 되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읽는 책 가운데 어쩌면 ‘다른 작가가 쓴 작품을 몰래 흉내내거나 베낀 작품’이 있을는지 모른다. 처음 읽을 적에는 ‘참 아름답구나’ 느끼며 읽었는데, 이 작품이 막상 ‘표절 작품’이었으면, 내 마음은 어떠할까. 작가를 믿고 읽은 책인데, 이 작가가 우리한테 눈속임과 거짓말을 했다면, 내 마음은 어떠할까.


  ‘표절 작가’는 아니지만 ‘변절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이들이 있다. 이를테면, 차윤정 같은 분들. ‘4대강본부 환경부본부장’이라는 이름을 얻으려고 이녁이 한 짓이란 무엇일까. 또한, ‘표절 작가’는 아니나 ‘대필 작가’라는 이름을 얻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한젬마 같은 분들. 스스로 쓴 글이 아니면서 스스로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돈을 벌어들인 삶이란 얼마나 안쓰러운가.


  그러면, 독자들은 무엇인가. 《신갈나무 투쟁기》를 읽은 독자와 《그림 읽어 주는 여자》를 읽은 독자는 무엇인가. 이들 ‘작가 아닌 작가’는 독자를 어떻게 생각한 사람인가.


  요즈막에 강경옥 님 만화책을 표절한 연속극 말썽이 불거진 뒤, 《민트》와 《아란》과 《스팅》과 《주라기 공원으로 간 옴므파탈》 같은 소설을 쓴 ‘아게하’라는 분 작품도 방송작가가 표절을 해서 연속극으로 만든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조용히 털어놓는다. 아게하 님은 표절 연속극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을 텐데, 이녁한테 힘든 집안일이 있어 말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그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혼자서 얼마나 속울음을 울었을까. 이런 이야기도 모르는 채 ‘인기 연속극’을 하하호호 웃으며 본 사람들은 무엇을 보면서 하하호호 웃은 셈일까.


  무라카미 하루키 님 작품을 왜 선인세 몇 억씩 주면서 사들이는가? 그냥 무라카미 하루키 님 문학도 표절을 해서 ‘창작’이라는 껍데기 씌워 떡하니 내면 되지 않나?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흔한 소재’라고, ‘주인공이나 줄거리나 흐름이 조금 비슷한 모습이란 으레 있기 마련’이라고 둘러대면 되지 않는가? ‘지구별에 완전한 창작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발뺌하면 되지 않는가? ‘아주 독창스러운 소재란 없고, 모든 예술은 모방으로 창조한다’고 핑계를 붙이면 되지 않는가? ‘아름다운 노래도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흉내내거나 베꼈다’고 큰소리 뻥뻥 치면 되지 않는가?


  한국 책마을은 1999년 12월 31일까지 저작권법을 안 지킨 채 외국책을 펴내곤 했다.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큰 인문출판사들은 모두 인세를 안 치른 채 외국책을 펴내며 돈을 벌거나 이름을 얻었다. 한국 책마을에서 외국책에 제대로 인세를 치르며 책을 낸 역사는 고작 열네 해밖에 안 된다. 이런 흐름이니, 방송작가들이 만화가나 소설가 작품을 몰래 베끼거나 훔치면서 방송대본을 써서 연속극 만드는 일이 버젓이 자꾸 일어나는구나 싶다. 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든, 사회에서든, 다른 사람 작품을 훔치거나 베끼는 일이 얼마나 이녁 스스로 갉아먹거나 좀먹는 짓인가를 안 가르치는구나 싶다. 창작이 아닌 표절을 하는 글쓰기란 스스로 죽음길로 가는 짓이다. 창작하려고 마음을 쓰지 않고 베끼거나 훔치려고 마음을 쓰는 사람은, 한두 차례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벌는지 모르나, 앞으로 얼마나 즐겁게 창작을 할 수 있을까. 죽는 날까지 이녁 마음속에 자리잡을 ‘괴로운 짐’을 어떻게 짊어질 생각인가.


  요즈음 나오는 시를 보면, 다른 사람 작품을 빌려쓰는 작품이 꽤 많다. ‘각주를 붙이는 시’가 퍽 많다. ‘각주 붙인 시’는 부끄러운가? 아니다. 하나도 부끄러울 일 없다. ‘각주 붙인 논문’은 부끄러운가? 아니다. ‘원래 작품 출처’를 밝히는 방송대본은 하나도 안 부끄럽다. ‘원래 작품 출처’를 밝히고, 저작권 사용료 치르는 일은 부끄러울 일이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돈을 버리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표절 작품을 보면서도 표절 작품을 감싸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느 연속극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일은 좋다. 그러나, 잘잘못은 옳게 가려야지. 내가 아끼거나 사랑하는 작가가 ‘표절 작가’라면 얼마나 부끄러운 노릇인가. 내가 아끼거나 사랑하는 작가는 ‘표절 작가’ 아닌 ‘아름다운 작가’여야 하지 않을까. ‘표절 작가’를 감싸면서 ‘원래 작품 쓴 작가’를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거나 거친 말을 일삼는 독자는 참말 독자라 할 수 있을까.


  잘못을 뉘우치는 일은 부끄럽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다. 잘못을 뉘우친대서 우리가 ‘표절 작가’를 몽둥이로 때려죽일 일도 없다. 잘못을 뉘우치면 누구라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하고 달래 주지 않겠는가. 4346.12.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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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9. 2013.12.25.

 


  아이들과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을 늘 거의 비슷하게 차리지 않는가 하고 느낀다. 그래서 밥그릇이랑 접시를 바꾸어서 써 보기도 하고, 나물을 조금 다르게 섞기도 하지만, 막상 밥을 차리고 보면 그리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오이를 길게 썰기도 하고, 동그랗게 썰기도 하다가, 반달로 썰기도 한다. 오이 곁에 무채를 두기도 하고 고구마를 썰어 두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풀을 잘 먹도록 밥을 차리자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나 또한 풀을 꽤 많이 먹는 사람으로 달라진다. 한겨울에도 어디 풀 뜯을 데 있는가 두리번거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집 둘레에서 온갖 풀을 뜯어다 먹었다. 이 겨울 지나고 새봄 찾아오면 또 새로운 풀을 찾으러 이곳저곳 두리번거릴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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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먹자 48. 2013.12.27.

 


  밥을 볶을 적에 마무리를 지으며 으레 주국으로 반반하게 펼친 뒤 뚜껑을 덮고 따스한 기운 감돌도록 한다. 큰아이는 아버지가 볶음밥을 할 적마다 “왜 그렇게 해요?” 하고 묻는데, 딱히 ‘왜’를 생각한 적은 없다. 어릴 적에 어머니가 으레 이렇게 하셨으니 나도 똑같이 따라할 뿐인데, 다 볶고 불을 끌 무렵, 골고루 섞어서 반반하게 해 놓고 뚜껑을 덮으면 따스한 기운이 골고루 감돌면서 간도 골고루 밴다고 느낀다. 그러나저러나, 큰아이는 밥을 먹다가 가끔 밥을 숟가락으로 찬찬히 눌러 반반히 펴면서 놀곤 한다. 앞으로 스스로 밥을 지을 적에 무언가를 해 보는 놀이와 같달까. 배고픈 작은아이는 허둥지둥 먹기에 바쁘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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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줄기

 


바람 한 줄기
후박나무에 앉았다가
동백나무에서 쉬었다가
초피나무하고 손짓하고는
모과나무와 살그레 웃고
감나무랑 도란도란 얘기하더니
뽕나무 곁에 사뿐 내려앉아
오늘은 재 너머
오리나무한테 가는 길이라
바쁘단다.

 


4346.12.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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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안고 어르며 하루 내내 돌보는 나날은 아주 짧다. 아이들은 어느새 쑥쑥 자라 어른이 된다. 조그마한 몸으로 살포시 안기며 어버이 품을 따사로이 누리는 나날은 무척 짧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살가이 안지 못한다면, 이 아이들이 큰 뒤에도 살가이 안지 못한다. 아이들을 언제 어떻게 안으면서 하루를 어떻게 누릴 적에 즐거울까.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이 사랑을 나누고, 사랑을 먹으면서 큰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준다. 조금만 더 가까이 아이 곁에 서고, 조금만 더 따스히 아이 눈높이로 지내며, 조금만 더 보드랍게 아이 손을 잡고 하루를 누릴 수 있으면, 다 함께 활짝 웃는 삶 되겠지. 작은 눈빛이 사랑 되고, 작은 손길이 꿈 되며, 작은 마음이 빛줄기 된다. 4346.12..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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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타키무라 유우코 지음, 허앵두 옮김, 스즈키 나가코 그림 / 한림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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