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40. 끝없는 놀이둥이  (2013.12.2.)

 


  나무가 있으면 타고 오른다. 널판이 있으면 밟고 노는데, 미끄럼틀처럼 삼는다. 막대기가 있으면 바닥에 깔고 징검다리를 삼는다. 작대기를 주워 휘휘 바람을 가르고, 작대기 끝으로 신을 꿰어 하늘로 휙 던지기도 한다. 놀이는 끝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이든 두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다. 동생은 누나를 따르고, 누나는 동생을 이끈다. 함께 놀고 함께 웃으면서 한겨울 추위쯤이야 어느새 잊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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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판놀이 2 - 하지 말라면 더 재미있네

 


  책꽂이 짜려고 마련한 널판인데, 책꽂이 안 짜고 남기니, 아이들이 미끄럼놀이를 하면서 널판을 쓴다. 책꽂이를 짤 만큼 튼튼하고 단단하기에, 아이 둘이 올라타서 미끄럼놀이를 해도 부러지지 않는다. 휘청휘청 낭창낭창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러고 보면, 이 널판은 널다리처럼 쓸 수도 있을 만하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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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31 06:28   좋아요 0 | URL
나무 미끄럼틀이 참 재밌을 듯 해요~
나무 곁에서 나무 미끄럼틀을 타고 작대기도 들고 노니
정말 나무가 재미있는 친구가 되네요~*^^*

파란놀 2013-12-31 09:40   좋아요 0 | URL
오늘이나 내일은 대나무를 아이들과 베어서
그것으로도 함께 놀라고 해야겠다고 느껴요.
흠~~
 


 겨울 도서관 (도서관일기 2013.12.3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우체국으로 편지를 부치러 가야 한다. 도서관에 살짝 들렀다 갈 생각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도 가고 우체국에도 가고 싶지만, 자전거수레 바퀴 한쪽 튜브가 다 닳은 듯하다. 그래서 튜브를 갈아야 하는데, 며칠 앞서 읍내에 다녀오며 자전거집에 들르면서 미처 새 튜브를 장만하지 못했다. 왜 깜빡 잊었을까. 새 튜브를 장만해서 갈 때까지는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할 수 없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함께 도서관에 가고 자전거도 타고 싶다 말하지만, 함께 못 가는 까닭을 들려준다. 몹시 서운해 한다. 서운해 하면서도 “아버지, 칸츄 사 주셔요.” 하면서 과자 한 가지 사 오라고 덧붙인다.


  두 아이 모두 마을 어귀까지 따라나온다. 큰아이는 무척 잘 달리지만, 키도 작고 다리도 아직 짧은 작은아이는 뒤에 한참 처진다. 큰아이더러, “벼리야, 동생 저 뒤에 있어. 동생 잘 챙겨 줘야지.” “응, 알았어. 잘 다녀오셔요!”


  혼자 자전거를 몰고 도서관으로 온다. 도서관에 옮겨 놓을 책은 바구니에 담았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는 않고 빨래터로 내려가서 물놀이를 하려는 듯하다. 어디에서든 잘 노는 아이들이 고맙다. 사랑스럽다. 이렇게 어릴 적에 씩씩하고 다부지게 놀아야, 나중에 커서 글책을 스스로 읽을 무렵에 훨씬 깊고 넓게 헤아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놀지 못한 채 글책만 손에 쥐면 지식으로만 머리에 가두리라 느낀다. 어느 책이든 지식이 아닌 삶이기 마련이다. 아쉽다면, 요즈음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은 삶을 이야기하기보다 지식을 다룬다. 위인전과 평전조차 어떤 훌륭한 사람들 삶을 다루지 않고, 이들이 했던 일을 줄줄 늘어놓기에 바쁘다. 삶을 보여주지 않고서 위인전이나 평전이 될 수 있을까. 훈장이나 상장을 밝히는 일은 하나도 재미없다.


  인문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곧잘 받는다. 지식인들은 인문책 살리자는 바람을 일으키고, 인문책을 북돋우려는 지원정책을 여러모로 끌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 지식인이 말하는 인문책은 거의 다 지식책이다. 삶책이 아니다. 여느 사람은 읽기 어려운 지식책이요, 시골에서 살아가는 흙지기라든지 도시에서 공장 노동자로 지내는 사람이 섣불리 다가서기 어려운 지식책이다. 지식책은 지식책이라 해야 할 텐데 왜 인문책이라는 껍데기를 씌울까. 게다가 수많은 인문책이든 지식책이든 모두 도시에서 살며 도시에서 일거리 붙잡는 틀에 머문다. 시골은 ‘여행하는’ 곳으로 여길 뿐인데, 그나마 지식인이나 인문학자는 이 나라 시골을 여행하지도 않는다. 하나같이 먼 외국으로 나갈 뿐이다. 사진작가도 먼 외국에서 사진을 찍을 뿐, 가까운 시골이나 골목동네 이웃들을 내 살붙이나 동무로 만나면서 사진을 찍지 않는다.


  겨울이 무르익은 십이월 삼일일이다. 햇볕이 잘 드는 한낮에는 문을 모두 닫기만 해도 도서관이 포근하다. 난로도 없고 난방시설도 없지만, 책이 있다. 마음을 덥힐 수 있는 책이 있다. 이 책들을 가만가만 아로새기면서 따사로운 사랑을 보듬을 책벗이 있겠지. 까치떼 날갯짓을 바라보면서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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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31 0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정말 맞는 말씀이세요.^^
'이렇게 어릴적 씩씩하고 다부지게 놀아야, 나중에 커서 글책을 스스로 읽을 무렵에
훨씬 깊고 넓게 헤아릴 수 있으리라 느낀다.'
어느 책이든 참말 자기의 삶대로 읽을 수 있으니까요~

파란놀 2013-12-31 09:40   좋아요 0 | URL
오늘 하루도 즐겁게 책빛 누리시고
12월 마지막날 삶빛도 곱게 즐기셔요~
 


  바다에 둘러싸인 일본이기 때문인지 바다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퍽 많다. 이 가운데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1969년에 첫판이 나온 뒤 오늘까지도 무척 사랑받는 손꼽히는 그림책이다. 한국에서는 이 그림책을 2009년에 비로소 정식계약을 맺어 번역을 했다. 자그마치 마흔 해나 뒤진 셈이라 할 텐데, 뒤졌다기보다는 이만큼 바다를 깊고 넓게 헤아리는 눈썰미와 마음그릇이 없었다 할 만하다. 다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바다는 ‘자연스러운 바다’보다는 ‘사람이 개발을 해서 사람살이를 살찌우는 자원이 많은 바다’라는 눈길로 바라보는 바다이다. 1969년이라는 해를 떠올린다면, 지구사람이 지구를 벗어나 달에도 가려 하고 지구 바깥에서 지구를 바라보려고도 하던 때이다. 그러니 깊디깊은 바닷속까지 파고들면서 ‘개발’을 하거나 ‘과학문명’을 키우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겠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그림책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을 따사롭거나 보드랍게 마주하지는 못한다. 처음부터 이런 대목은 헤아리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내 집과 우리 마을부터 차츰 깊고 멀리 바라보는 눈썰미가 싱그럽다. 먼먼 우주를 그리듯, 깊고 깊은 바다를 그린다. 넓디넓은 우주를 헤아리듯, 깊으면서 깊은 바다를 헤아린다. 4346.12.31.불.ㅎㄲㅅㄱ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바다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코 사토시 지음, 고향옥 옮김, 김웅서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가코 사토시 지음, 고연정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지구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가코 사토시 지음, 이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6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3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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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85] 바람주머니

 


  어릴 적에는 으레 ‘주부’를 갖고 놀았습니다. 조금 더 자라서는 ‘주브’를 갖고 놀았는데, 깍쟁이 같은 동무들은 혀를 굴리며 ‘튜브’라고 말했어요. 어느덧 어른이 되어 혼자 자전거를 따로 장만해서 타다가, 바퀴 안쪽에 바람이 빠져서 갈아야 하면, 드라이버를 써서 겉바퀴를 벗기고 안쪽에 있는 ‘주부’ 또는 ‘주브’ 또는 ‘튜브’를 꺼내어 구멍을 때웁니다. 구멍때우기를 처음 익힐 적에는 자전거집까지 힘겹게 짊어지고 갔어요. 바람이 빠진 자전거를 굴리면 안쪽에 있는 ‘주부’ 또는 ‘주브’ 또는 ‘튜브’가 찢어지거나 갈린다고 했거든요. 자전거집 할배나 아저씨는 언제나 ‘주부’ 또는 ‘주브’라 말했습니다. 어른으로 살다가 어느새 아이를 둘 낳습니다. 두 아이와 살며 살림돈을 버는 어떤 일을 한동안 맡습니다. 서울시 공공기관 공문서 손질하는 일인데, 어느 기관 공문서를 살피다가 ‘구명 부환’이라는 낱말을 보고는 한참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한국말사전을 뒤지니, “= 부낭(浮囊)”이라 나오고, ‘부낭’은 헤엄을 칠 때 몸이 잘 뜨게 하려고 고무로 만들어 바람을 넣는 것이라 합니다. 그래요. ‘바람주머니’가 ‘부낭’이요 ‘부환’이고, 요것이 바로 헤엄칠 적에 쓰는 ‘튜브’입니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도록 바퀴 안쪽에 바람을 가득 채우는 주머니도 ‘튜브’였지요. 영어사전을 보아도 ‘튜브’는 바람을 넣는 주머니를 가리킨다고 나오는데, 아직 어느 누구도, ‘주부’나 ‘주브’나 ‘튜브’나 ‘부환’이나 ‘부낭’을 보고 ‘바람주머니’라는 이름을 붙여 주지는 않습니다. 4346.12.3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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