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따뜻한 기운이 몸으로 들어온다.

 

풀내음이
빗내음이
햇살내음이
골고루 섞이고 어우러진.

 

밥 한 그릇
밥상에 올린다.

 

곁님과 두 아이하고
수저를 든다.

 

겨울이 지나간다.

 


4347.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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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1.11. 큰아이―책에서 옮겨적기

 


  날마다 글을 조금씩 익히는 큰아이는 만화책을 펼치면서 이래저래 궁금한 말이 많다. 그림으로 얼핏 알기는 하겠으나 말로는 알 수 없어서 자꾸 묻는다. 묻고 물으며 다시 묻는 동안 아이는 저한테 익숙한 글을 머릿속으로 외운다. 퍽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알려주기를 하다가, 이제부터는 그만두자고 생각한다. “벼리야, 이제부터는 네가 궁금한 말은 공책에 옮겨적어. 그러고 읽어 달라 하면 그때에는 읽어 줄게.” 큰아이가 열 칸짜리 깍두기공책을 펼친다. 창호종이문으로 스며드는 빛살에 기대어 한 글자 두 글자 또박또박 옮겨적는다. 공책을 들고 온다. 한 줄씩 읽어 준다. 또 적고 또 온다. 또 읽어 준다. 벼리야, 네가 스스로 공책에 글을 적어 보고 읽어 달라 해야, 그런 뒤 너도 스스로 읽어야 비로소 글을 익힐 수 있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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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1-18 09:16   좋아요 0 | URL
또박또박 예쁘게 쓰네요.
우리집 아이는 초등1학년인데요, 한참 글배우기를 할 때 공룡책만 들고 다녔답니다.
여자아이인데도 공룡을 좋아해서 공룡이름을 기억하려니 글을 읽어야했고, 그렇게 글을 읽으니 자기가 그린 공룡그림에 글자를 쓰더라구요.
글쓰기도 재미나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파란놀 2014-01-18 09:50   좋아요 0 | URL
여자와 남자라고 해서
딱히 무엇을 더 좋아해야 하거나 좋게 느끼는 틀은 없지 싶어요.
거의 다 부모가 아이한테 어떻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다르지 싶어요.
아이들한테는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어서
무엇이든 다 좋아할 수 있는데,
둘레 어른들이 여자는 이것 남자는 요것
틀을 섣불리 나누거든요.

글을 배우는 길은 참 여러 가지로 많고,
그 길을 즐겁게 누리면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구나 싶어요~~~
 

[시골살이 일기 39] 나무가 베푸는 숨빛
― 나무가 해맑기에 시골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따분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아름드리 나뭇줄기를 안으면서 춥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느낌이었는지 예전에는 찬찬히 헤아리지 못했어요.


  고즈넉한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가끔 대문 앞으로 짐차나 오토바이 지나갈 때가 있지만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갑니다.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자동차도 아주 드뭅니다. 자동차 소리가 아예 없지 않으나 거의 없어요.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아무 자동차도 지나가지 않아요. 오직 바람소리가 감돕니다.


  한낮에도 자동차 소리 없이 멧새가 우리 집 둘레에서 지절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시골살이란 바람살이일까? 시골노래란 바람노래일까? 시골빛이란 바람빛일까? 그리고, 시골살이란 풀살이일까? 시골노래란 풀노래일까? 시골빛이란 풀빛일까?


  나무가 있기에 숨을 쉽니다. 풀이 있기에 밥을 먹습니다. 풀밥을 즐겨먹든 고기밥을 즐겨먹든 풀과 나무가 있어서 밥 한 그릇 누립니다. 풀을 그대로 먹으면 풀이 있어야 하고, 고기를 먹자면 고기를 살찌우는 풀이 있어야 합니다. 풀밥이든 고기밥이든 모든 사람은 언제나 풀숨을 받아들이는 셈이에요.


  나무가 있어 집을 짓습니다. 나무가 있어 불을 피웁니다. 나무가 있어 종이와 연필을 얻습니다. 나무가 있어 호밋자루와 삽자루로 삼습니다. 나무가 있어 지게를 만들고 배를 뭇습니다. 석탄이 없고 석유가 없더라도 나무와 풀은 있어야 해요. 석탄과 석유 또한 나무와 풀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기에 생겨날 수 있어요.


  도시에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이란, 제도와 시설과 돈이 아닙니다. 시골을 이루는 풀과 나무로 이루어지는 들과 숲이 바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입니다. 시골들이 푸르고, 시골나무가 아름다울 적에 시골살이가 빛나고 도시살이가 알찹니다.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하루 내내 재미나게 놉니다. 나뭇줄기를 쓰다듬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맑게 웃습니다. 나무 곁에서 숨을 쉬고, 나무 둘레에서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나무 곁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놉니다. 어른은 나무 둘레에서 밝은 얼굴로 일손을 놀립니다. 시골에는 나무가 있어 푸릅니다. 시골은 나무가 우거져서 포근합니다. 도시에도 나무가 있으면 푸릅니다. 도시에서도 나무가 우거지면 사람들 마음에 따스한 사랑이 새록새록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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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99] 이야기

 


  뗏목을 엮어 냇물을 건너고
  헤엄을 쳐서 냇물을 가로지르며
  물을 길러 냇가로 가는 이야기.

 


  냇물을 건너려고 뗏목을 엮는 삶이 이야기입니다. 헤엄을 배워 냇물을 가로지르면서 노는 하루가 이야기입니다. 동이를 이고 냇가로 가서 물을 긷는 나날이 이야기입니다. 물소리를 듣고, 물빛을 누리며, 물숨을 마시면서 이야기입니다. 비가 내려 냇물이 불고, 가물어 냇물이 줄어듭니다. 냇가에는 새들이 내려앉고, 냇물에는 물고기와 가재와 다슬기가 삽니다. 다 함께 어우러지는 냇가에 풀이 자라고 나무가 뿌리를 내립니다. 냇물 하나를 둘러싸고 들과 숲이 이루어집니다. 들과 숲 곁에 조그마한 보금자리 생기면서 마을이 태어납니다. 조그마한 물줄기 하나에서 이야기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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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났다고 할 텐데, 어머니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어머니한테 씨앗을 주는 아버지는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그러니까, 모든 목숨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내 목숨을 돌아본다면 나 스스로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면서 웃음꽃일 테고, 내 숨결을 깨닫는다면 나는 언제나 노래하고 춤추는 삶을 누릴 테지.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면, 스스로 얼마나 아름다운 목숨인 줄 모르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이 노래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얼마나 사랑스러운 숨결인 줄 안 깨닫기 때문이리라. 4347.1.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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