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4.1.13. 큰아이―장갑 끼고 쓰기

 


  겹으로 있는 손가락장갑에서 손가락은 빼고 겉을 싸는 장갑만 낀 채 글놀이를 한다. 아이는 손이 시려서 장갑을 끼지 않는다. 겨우내 손이 차갑기는 하지만, 손에 이 장갑을 끼니 뭔가 예뻐 보인다 여겨 이렇게 장갑을 낀다. 그런데, 아이가 이런 장갑을 끼며 놀기를 재미있어 한다면, 작은아이한테도 이 장갑을 끼울 만하겠다고 느낀다. 어쨌든, 장갑을 끼건 안 끼건 차근차근 또박또박 글씨를 잘 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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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저릴 때까지 글쓰기

 


  글을 쓰며 살아온 지 스무 해가 넘었다. 그동안 나 스스로 글을 어떻게 썼는지 곰곰이 돌아본다. 여느 때 같았으면 이런 생각을 못했을 텐데, 두 아이를 시골집에 두고 서울로 바깥일을 보러 다녀오는 길이라서 찬찬히 돌아본다. 시외버스와 기차에서 덜덜 떨리느라 속을 달래려고 한손으로 배를 살살 어루만지면서 눈을 살며시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래, 나는 언제나 팔이 저릴 때까지 글을 썼구나.’


  고등학교를 마친 뒤부터 꽤 미친 듯이 글을 썼다고 떠오른다. 누구한테 읽히려는 글이라기보다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글이었다. 신문비평을 하든 신문만화비평을 하든, 언제나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글이었다. 스무 살이 채 안 된 그무렵 신문을 읽으면서 ‘신문기자라는 이들이 어쩜 이렇게 글을 엉터리로 쓸까?’ 하고도 생각했다. 도서관과 책방에서 만나는 온갖 책을 읽으며, 아름답구나 싶은 분들 책에서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고, 안 아름답구나 싶은 분들 책에서는 ‘어쩌면 이렇게 바보스러운 이야기를 번듯번듯 책으로 꾸밀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스스로 글을 써 보자고 생각했다.


  막상 글을 쓰고 보니, 글쓰기를 멈추지 못한다. 쓸거리가 없어 글을 못 쓴 적은 하루조차 없다. 언제나 쓸거리가 쏟아지고, 쏟아지는 쓸거리를 하나하나 갈무리하다 보면 해가 뜨는지 지는지 잊곤 한다. 팔이 저리다못해 손가락이 굳어서 자판질이 미끄러지고 등허리가 쑤실 때까지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컴퓨터가 없어 우체국 단말기나 도서관 컴퓨터를 빌려서 쓸 적에는 문을 닫을 때까지 쉬잖고 자판질을 했다.


  속을 달래며 생각에 잠기던 기찻간에서 수첩을 펼친다. 그동안 쓴 글을 새롭게 갈무리하고 앞으로 새삼스레 쓸 글을 차근차근 적어 본다. “우리 말 살려쓰기”라는 이름을 붙여, 앞으로 스물다섯 권쯤으로 선보이자고 생각한다. 한 권도 두 권도 다섯 권도 아닌 스물다섯 권 차례가 줄줄이 쏟아진다. 다섯 해쯤 들이면 이렇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까. 그러고 나서 “우리 말 바로쓰기 사전”을 여러 권 엮을 수 있을까. 아무튼 신나게 쓰자. 오늘도 팔이 저릴 때까지 쓰자. 팔이 아프도록 아이들하고 놀고, 팔이 저릴 때까지 글을 쓰자.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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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19 01:08   좋아요 0 | URL
스물다섯 권이라 하시니 어느 정도로 글을 써야 하는지 저로선
가늠하기 어렵군요.
차근차근 꾸준히 즐겁게 작업하시기 바랍니다.^^

파란놀 2014-01-19 01:19   좋아요 0 | URL
스물다섯 권 가운데 다섯 권쯤은
새로운 글을 써야 하고,
스무 권쯤은 그동안 다 써 놓은 글을
새롭게 손질해서 책 원고로 꾸리면 돼요.

한 권에 원고지 1200~1500장쯤으로 맞춘다면
얼추 원고지 3만 장에 이르는 책을 만드는 셈이 될까 싶네요 ^^;
 

글쓰기는 사랑

 


  우리는 누구나 사랑을 쓴다. 고운 사랑이든 미운 사랑이든 수수한 사랑이든 빛나는 사랑이든 투박한 사랑이든 아픈 사랑이든 슬픈 사랑이든 즐거운 사랑이든 멋진 사랑이든, 참말 누구나 사랑을 쓴다. 글은 모두 사랑이다. 사랑이 아니고서는 글이 태어나지 않는다. 가벼운 사랑이든 무거운 사랑이든 꿍꿍이 그득한 사랑이든 웃음이 넘치는 사랑이든, 참으로 누구나 사랑을 쓰기 마련이다.

 

  사랑이 아니라면 글이 되지 않는다. 사랑이 없이 쓴다면 글이라 할 수 없다. 이를테면 공문서나 보고서나 논문은 글이라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공문서나 보고서나 논문을 쓸 적에도 사랑을 담는다면 글이 되지만, 사랑은 뺀 채, 사랑은 덜어낸 채, 사랑은 멀리한 채, 사실관계와 정보와 지식만 집어넣어서 쓰면 글하고는 동떨어진다.


  사실관계 밝히기나 정보 담기나 지식 집어넣기는 글쓰기가 아니다. 제품사용 설명서는 글이 아니다. 방송편성표는 글이 아니다. 법조문이나 판결문이나 진찰기록표는 글이 아니다. 글이 되려면 사랑을 넣어야 한다. 글일 때에는 사랑이 몽실몽실 피어나면서 서로를 따스하게 감싼다. 오늘날 수많은 한글 교본 또한 글이 아니다. 겉보기로는 글인 척하지만, 알맹이는 글이 아니다. 껍데기로는 글 흉내를 내지만 어느 하나 글이 안 된다.


  ‘출입업금’이나 ‘출입금지’ 붉은 글씨를 누가 ‘글’이라 말하는가. 정치꾼들이 입에 발리게 읊는 축사나 개회사나 선언서를 누가 ‘글’이라 말할 수 있는가. 기자회견을 한다면서 읊는 보도자료 또한 글이 아니다. 무늬는 글처럼 꾸몄지만, 아무런 사랑이 없는데다가 어떠한 꿈이 깃들지 않으니 글이 되지 못한다.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사랑을 쓸 때에 비로소 글이다. 시집을 내놓았대서 글을 썼다고 할 수 없다. 무늬는 문학이더라도, 알맹이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어야 글이 된다. 문학상을 받는 소설일지라도 사랑이 빠진 채 쓴 작품이라면 ‘작품’일 뿐 ‘글’이 아니다. 글쓰기는 언제나 사랑쓰기이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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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입으로 들려주는 말을 귀를 기울여 들으면, 어느 말이든 노래요 시라고 깨달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 노래와 시를 안 깨닫는 어른이 많다. 아이들 노래와 시를 깨닫더라도 아끼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어른이 많다. 그저 받아적으면 된다. 아이들한테만 받아쓰기를 시키지 말고, 아이들이 조잘조잘 즐기는 노래를 틈틈이 넌지시 받아적으면 된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스무 살이나 서른 살쯤 되었을 때, 이 엄청난 노래를 깨끗한 공책에 정갈하게 옮겨적어서 선물로 물려주면,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도 맑으면서 밝은 눈빛으로 사랑스레 살아가는 기운을 씩씩하게 누리리라. 4347.1.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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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아이들의 언어 세계와 동화, 동시에 대하여
코르네이 추콥스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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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은 언제 태어날까.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는 어떠한 빛깔일까. 일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는 일을 시로든 소설로든 쓴다. 놀이하는 사람은 스스로 하는 놀이를 시와 소설로 쓴다. 살림하는 사람은 살림하는 이야기를 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야기를 쓴다. 논쟁하거나 말다툼하는 사람은 논쟁하거나 말다툼하는 이야기를 쓴다.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아이를 돌보는 나날을 쓴다. 곧,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자리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빛깔을 이야기 한 자락으로 풀어낸다. 시인 최종천 님은 시인이면서, 또 이녁 스스로 맡은 일자리에서 시를 한 소끔 내놓는구나. 4347.1.18.흙.ㅅ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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