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04] 몸


걸어가며 숲을 바라보니
자전거에서도 버스에서도
내 눈길은 숲으로 간다.


내 몸에 맞는 옷이란, 내 삶에 맞는 길이 되리라 느껴요. 남들이 예쁘게 쳐다보라며 입는 옷이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려고 입는 옷일 테니까요. 내 삶은 내가 사랑하고 아껴야 아름답겠지요. 남들이 아껴 주는 내 삶이 아니라, 스스로 아끼는 삶일 테니까요. 시골에서 살며 아이들과 늘 숲과 들과 흙과 나무를 마주하니, 어디로 가더라도 내 눈길과 아이들 눈길은 숲과 들과 흙과 나무 앞에서 반짝반짝 빛납니다. 순천 버스역에 내려 순천 기차역으로 걸어가면서, 자동차 싱싱 시끄러운 찻길 한쪽에 고개 살그마니 내민 냉이꽃을 보면서 두 아이하고 함박웃음 지었습니다.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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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충청도 음성으로 간다.

 

어제 늦게까지 안 자던 아이들이

이럭저럭 아침에 일어났다.

 

이제 군내버스 타고 읍내와 순천을 거쳐

기차를 타고 가야지.

 

이번에는 아이들 옷은 한 벌만 챙긴다.

그래도, 갖고 가는 선물을 꾸리니

가방이 터질 듯하다.

 

잘 가자.

노래하면서 가자.

웃으면서 가자.

즐겁게 가자.

 

그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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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4-01-29 11:11   좋아요 0 | URL
벌써 고향으로 출발하셨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아이들과 님 그리고 옆지기님 모두모두 안아픈 일년이 되시고 올해도 님의 좋은 말씀 많이 기대할게요,,,

파란놀 2014-01-30 01:49   좋아요 0 | URL
씩씩하게 튼튼하게 살아가는 한 해 되도록
울보 님도 다른 이웃 님도 모두
꿈과 사랑 가득하기를 빌어요.
기쁜 설날 누리셔요~~~ 고맙습니다 ^^

oren 2014-01-29 11:40   좋아요 0 | URL
설 쇠러, 세배 드리러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사시는 곳으로 가시는군요.
먼 길 잘 다녀오시고, 즐거운 설 보내시길 바랄께요~

파란놀 2014-01-30 01:48   좋아요 0 | URL
oren 님 또한
아름답고 즐겁게 맞이하는 설날
함박웃음으로 누리셔요~~~
아아, 고맙습니다 ^^

2014-01-29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30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말 191] 뻐꾸기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마실을 나가는 길입니다. 마을 어귀를 벗어날 즈음,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아버지, 뻐꾸기 눌러 봐요, 뻐꾸기.” 하고 말합니다. “응?” 하고 살짝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하 하고 깨달으면서, 자전거 손잡이에 붙인 ‘뿡뿡’ 소리나는 나팔을 누릅니다. 딸랑딸랑 울리면 ‘딸랑이’인데, 우리 자전거에 붙인 조그마한 나팔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이는 뻐꾸기 소리로 느껴 ‘뻐꾸기’라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뿡뿡 뿡뿡 소리를 내면서 새롭게 생각해 봅니다. 일곱 살 어린이 귀에는 이 소리가 ‘뻐어꾹 뻐어꾹’처럼 들렸을까요. 곰곰이 귀를 기울이니, 이렇게 들을 수 있습니다. ‘빵빵’으로 들었으면 아이는 ‘빵빵이’라고 말했을는지 모르고, ‘뾰롱뾰롱’으로 들었으면 아이는 ‘뾰롱이’라고 말했을는지 몰라요. 듣는 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대로 새 이름이 태어납니다. 천천히 천천히 나팔을 누르면서 뻐어꾹 뻐어꾹 소리를 내어 봅니다.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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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이 즐거워

 


  큰아이는 무엇이든 일손을 거들고 싶다. 큰아이로서는 놀이일 수 있지만 큰아이한테는 새롭게 땀을 흘리면서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요 며칠 부엌에서 “나도 칼로 썰 수 있는데. 저번에 달걀 썰었어. 얼굴도 안 다치고 손도 안 다쳤어.” 하고 말하면서, 저도 무를 썰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칼질을 하는데 왜 얼굴이 다칠까 궁금했지만, 그냥 아이 입에서 터져나온 말이겠지.


  짐을 들어서 나를 적에 큰아이는 저도 한몫 거들고 싶다. 두 손으로 영차영차 힘을 모아 나르고 싶다. 꽤 무거워도 씩씩하게 나른다. 오랫동안 먼길을 나르지 못하지만 다문 몇 걸음이라도 나르는 매무새가 고마우면서 반갑다. 이렇게 천천히 온몸과 손아귀에 힘을 붙이면서 자라겠지. 이렇게 몸을 쓰고 움직이면서 튼튼하게 크겠지.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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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3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서야 <설희> 셋째 권 느낌글을 쓴다. 앞으로 여섯 권이 남았다. 다른 여섯 권 느낌글을 쓰는 동안 10권이 나오려나. 10권이 나오면 10권 느낌글부터 쓸까. 아니면, 다음에는 9권 느낌글부터 쓸까. 흠...

 

..

 

만화책 즐겨읽기 310

 


사랑이 있는 자리에
― 설희 3
 강경옥 글·그림
 팝툰 펴냄, 2009.4.23.

 


  가장 큰 힘은 사랑입니다. 사랑 앞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 앞에서는 어떤 것도 힘을 내지 못합니다.


  적잖은 사람들은 사랑을 힘이나 돈이나 이름으로 누를 수 있는 듯 여깁니다. 그뿐 아니라 참말 힘이나 돈이나 이름으로 사랑을 누르곤 합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힘도 돈도 이름도 사랑을 누를 수 없는 줄 알아차립니다. 누군가는 서른 해나 쉰 해쯤 뒤에 깨닫고, 누군가는 죽을 때까지 못 깨달으며, 누군가는 이내 깨닫습니다.


- ‘세이도 설희 만나기 전에 이미 포기했고, 각자의 인생이 다를 뿐인 거야. 응.’ (26쪽)
- “뭐 이해는 하지만, 본인이 이 일을 좋아하면 그런 것쯤 문제도 아니잖아.” (33쪽)
- “넌 뭐 되고 싶은 거 없어? 꿈이라든지 어떤 일을 하고 싶다든지. 돈 많은 건 알겠는데, 그럴 돈이 있으면 무슨 공부나 뭐든 다 할 수 있잖아.” “꿈? 뭐, 꿈은 하나 있지만, 말할 만한 건 아냐.” (40쪽)

 


  가장 큰 힘은 사랑인데, 가장 작은 힘도 사랑입니다. 사랑으로는 어느 것도 못 이룰 듯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사랑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여기기도 합니다. 사랑만으로는 전쟁을 못 막고 독재정권을 쫓아낼 수 없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먹고살 수 없는 까닭은 사랑 때문이 아닙니다. 스스로 먹고살 수 없다고 생각하니 먹고살지 못해요. 스스로 전쟁을 못 막는다고 여기니 그예 전쟁을 못 막습니다. 스스로 독재정권을 쫓아낼 마음이 없기에 독재정권을 못 쫓아냅니다. 힘이 있기에 전쟁을 몰아내지 않습니다. 힘이 있어서 독재정권을 몰아내지 않습니다. 힘이 아닌 사람들 마음으로 전쟁을 몰아냅니다. 힘이 아닌 사람들 넋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냅니다.


  우리가 먹는 밥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헤아려 봐요. 농약을 치고 비료를 주면 쌀이 잘 되거나 배추와 무가 잘 될까요. 볍씨 한 톨에 사랑을 담고, 배추씨와 무씨 한 톨에 사랑을 실을 때에, 쌀과 배추와 무가 잘 될까요.


  우리가 돌보는 꽃나무를 헤아려 봐요. 쳐다보지 않고 아끼지 않으면 잘 자랄까요. 늘 바라보면서 어루만지고 아낄 적에 잘 자랄까요.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폐인처럼 살아가는 것도 선택이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선택이지. 적당히 살아가는 것도 선택. 올바르다든가 올바르지 않다든가 그런 거 알아도 자신은 어쩔 수 없어. 폐인처럼 살다 뒈져도 자기 안에 바꿀 힘이 없으면 끝인 거야. 그저 자기 방식대로 주어진 결과대로 끝을 맺겠지.” (43쪽)
- ‘보면 볼수록 큰 집. 만약 이 큰 집에 내가 없다면 설희 혼자 산다는 걸까? 뭔가 되게 비현실적인 느낌. 하긴, 20년이나 외딴 섬에서 홀로 자랐다는 것도 좀 이상하지.’ (57쪽)

 


  제아무리 전쟁을 벌여도, 먹지 않으면 전쟁을 못 합니다. 제아무리 무시무시한 전쟁터라 하더라도 잠을 안 자면 싸우지 못 합니다. 제아무리 대단한 싸움꾼이라 하더라도 옷을 입고 집에서 지내며 살림을 꾸려야 합니다. 나무와 풀이 베푸는 푸른 숨결을 마셔야 대통령이고 군인이고 할 수 있습니다. 빗물과 냇물을 마셔야 소설가이고 운전기사이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도시사람이 99요 시골사람은 1밖에 안 되는데, 도시사람이 99.9가 되고 시골사람이 0.1이 되더라도 흙을 일구는 시골사람이 없으면 모조리 굶어죽을 뿐 아니라, 푸른 숨결과 맑은 물을 누리지 못합니다. 더욱이, 시골 논밭과 숲과 들을 푸르고 아름다우며 맑고 싱그럽게 돌보는 따사로운 손길이 없으면 아무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농약이나 농기계가 흙을 일구어 주지 않습니다. 따순 손길이 흙을 일굽니다. 비료가 흙을 살리지 않습니다. 나뭇잎과 풀잎과 벌레와 새와 비와 바람과 햇볕이 흙을 살립니다.


  사랑이 있는 자리에 삶이 있습니다. 사랑이 피어나는 자리에 삶이 있습니다. 사랑을 노래하는 자리에 삶이 있습니다.


  강경옥 님 만화책 《설희》(팝툰,2009) 셋째 권을 읽으며 곰곰이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어떤 힘으로 살아가는지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어떤 사랑을 마음으로 품으며 살아가는지 생각합니다. 돈이 많으면 삶이 즐거울까요. 돈이 없으면 삶이 힘들까요. 이름이 있으면 삶이 대단할까요. 이름이 없으면 삶이 따분할까요.


- ‘나 지금 불행한가? 자신의 처지에 조금의 자긍심도 못 느낄 만큼 불행하다고 느끼는 걸까.’ (59쪽)
- “가격표는 보지 마. 그게 약속이야. 원하는 것만 골라 봐.” (94쪽)
- ‘하지만 가격표를 보지 말라는 제의는, 그거 끌리네. 단지 원하는 것만을 본다는 거.’ (96쪽)

 


  마음에 드는 옷은 비깐 값을 치렀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에 드는 님은 얼굴이 이쁘장하거나 몸매가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마음에 드는 집은 부동산 값어치가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백 살을 살기에 더 즐거울는지 궁금합니다. 아흔아홉 살을 살거나 여든아홉 살을 살면 덜 즐거울는지 궁금합니다. ㄱ대학교를 나왔거나 ㄴ대학교를 다니니 보람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ㄷ고등학교만 마쳤거나 ㄹ중학교만 마쳤으면 보람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일곱 살 어린이는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할까요. 다섯 살 어린이는 한글을 떼어야 할까요. 열네 살 푸름이는 영어를 뛰어나게 해야 할까요. 스물다섯 살 젊은이는 큰회사 사무직으로 뽑혀야 할까요.


- “그런 선물을 받는다면 사랑을 해 보고 싶어.” (106쪽)
- “하지만 뭔가를 원하는 욕구가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최대의 증거가 아닐까. 그것 때문에 힘내서 살 수도 있잖아.” “그 욕구 때문에 힘들거든요, 님하.” “그렇겠지. 그럼 모든 게 이루어져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되고 싶어?” (194∼195쪽)

 


  지팡이는 가게에서 살 수 있고, 숲에서 나무 한 그루를 베어 천천히 깎아 만들 수 있습니다. 푸성귀는 가게에서 살 수 있고, 텃밭에서 거둘 수 있으며, 아파트에서 살더라도 작은 꽃그릇에서 키울 수 있습니다. 가게에서 라면을 사다 먹을 수 있고, 밀가루를 사서 반죽하여 손수 끓일 수 있으며, 밭에 밀씨를 심고 거두고 절구질까지 해서 밀가루를 얻은 뒤, 이렇게 얻은 밀가루를 반죽해서 천천히 끓일 수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들마다 다 다른 삶입니다. 다 다른 삶에는 다 다른 사랑이 피어납니다. 꼭 이렇게 해야 아름답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 길로 가야 참사랑이 되지 않습니다. 착하고 너그러우며 따사롭고 맑을 때에 즐거운 사랑이 됩니다. 만화책 《설희》 셋째 권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사랑뿐 아니라 스스로 나를 아끼는 사랑은 무엇인지 넌지시 들려줍니다.


  사랑이 있는 자리는 저 먼 곳이 아닙니다. 사랑이 있는 자리는 바로 내가 선 이곳입니다. 사랑이 있는 자리를 다른 데에서 찾으려 하면 찾지 못합니다. 사랑이 있는 자리는 바로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느끼고 깨달으며 아낄 때에 곱게 빛납니다. 4347.1.2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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