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아이 116. 2014.3.7. 어머니와 누워서



  네 살 산들보라가 어머니와 나란히 눕는다. 어머니가 그림책을 펼쳐 들고 그림에 나오는 이야기를 하나하나 알려준다. 산들보라는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짚거나 입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헤아린다. 어머니 목소리를 먹고, 어머니 살내음을 먹으며, 어머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먹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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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글 읽기

2014.3.7. 큰아이―책상맡에 앉아



  일산 이모네 집에서 글씨를 쓴다. 노트북을 켜서 만화영화를 보여주기 앞서 사름벼리한테 오늘 몫 글씨놀이를 하지 않으면 너도 동생도 볼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글씨놀이를 한다. 5분은커녕 3분조차 걸리지 않는다. 여느 때에도 이렇게 쉽고 빠르면서 즐겁게 글씨놀이를 하면 네 손아귀에 힘이 제대로 붙으면서 네 글씨도 한결 예쁜 빛이 감돈단다. 스스로 빛이 되고 스스로 넋이 되지. 스스로 꿈을 빚고 스스로 이야기를 엮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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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가 살아온 나날



  서울마실을 한다. 2호선 합정역에서 내려 걷는다. 망원역으로 가는 길이다. 전철역으로는 하나이지만, 인천부터 달린 전철을 새로 갈아타서 기다리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걸을 때에 더 나으리라 여긴다. 갈아타느라 땅밑길을 더 걷고 싶지 않으며, 아이들하고 바깥바람을 쐬며 햇살과 하늘을 마주하고 싶다.


  큰길가를 걷다가 자동차 소리가 너무 시끄럽기에 큰길 안쪽 골목을 걷는다. 시골 아닌 서울인만큼 골목을 걷더라도 큰길 자동차 소리가 어렴풋하게 들린다. 인천만 해도 골목으로 접어들면 큰길 자동차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서울은 참 자동차가 많다고 새삼스레 느낀다.


  골목에도 자동차가 끝없이 오간다. 좁은 골목마다 두 줄로 자동차가 선다. 사람이 걸어서 지나다니기 고단하다. 자동차를 모는 이들은 좁은 골목을 지나가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골목이 좁은 까닭은 자동차를 두 줄로 세운 탓인 줄 얼마나 느낄까. 골목이 좁은 까닭은 바로 이녁 스스로 골목에 자동차를 들이밀고 지나가기 때문인 줄 얼마나 알까.


  작은아이 손을 잡고 걷다가 문득 무언가를 본다. 이 골목에 나무가 있나 없나 살피며 걷다가, 골목집 담벼락에 붙은 나무기둥 하나를 알아차린다. 아, 너 나무전봇대로구나. 그렇지만 몸통이 잘린 나무전봇대로구나. 게다가 담벼락과 하나가 되면서 예전에 네가 나무전봇대였는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수조차 없구나. 어쩌면 너는 담벼락과 하나가 되었기에 이 모습을 아직 그대로 남길 수 있겠구나. 담벼락과 하나가 되지 못했으면 밑동부터 잘리며 오롯이 사라져야 했겠지.


  서울 시내에는 나무전봇대가 얼마쯤 남았을까. 서울 시내 나무전봇대를 알뜰히 돌보거나 건사하는 손길이나 눈길은 있을까. 나무전봇대 자국으로 남은 이런 예쁜 나무기둥은 얼마나 있는가. 나무기둥으로 남은 나무전봇대가 사람들 삶자국을 보여준다고 깨닫거나 헤아릴 사람은 얼마나 될까.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골목길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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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두 아이



  인천 큰아버지 집에 가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두 아이가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제법 커서 혼자 창틀에 기대어 잔다. 작은아이는 아직 작아 아버지 무릎에 드러누워 잔다. 한 시간 반 즈음 시외버스에서 두 아이를 재운다. 시외버스를 다섯 시간 가까이 탄 아이들은 세 시간 반을 놀고 한 시간 반을 잔다. 큰아이 일곱 살 작은아이 네 살이 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하며 퍽 수월하다. 아이들이 한 살을 더 먹으면 두 아이 마실이 더 수월할 테고, 곧 두 살을 더 먹으면 두 아이 마실은 훨씬 수월하겠지.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큰다. 스스로 씩씩하며 스스로 즐겁다. 스스로 웃고 스스로 노래한다.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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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최열, 김익중, 이원영, 한홍구, 우석균, 강양구, 소복이) 철수와영희 펴냄, 2014.3.11.



  어린이가 자라 푸름이가 된다. 푸름이가 자라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어린이와 푸름이는 아이를 낳는다. 새로 태어난 아이는 어린이로 자라고 푸름이로 자라며, 새삼스레 다시 어른이 된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어른이 만든 삶터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어린이와 푸름이는 곧 어른이 되어 삶터를 새롭게 가꾼다. 그러니, 어른은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앞으로 이 삶터를 어떻게 다시 만들고 새롭게 가꾸어야 아름다울는지 가르치거나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는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어린이와 푸름이가 자원과 에너지와 전기와 문명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를 찬찬히 들려준다. ‘반핵’이나 ‘찬핵’이 아닌 ‘탈핵’, 곧 핵발전과 핵무기 모두 털어내면서 새 빛을 찾자고 이야기한다. 4347.3.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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