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10. 저 먼 모퉁이에서



  저 먼 모퉁이에서 버스가 들어선다. 군내버스는 여러 마을을 구비구비 돌며 우리 마을까지 달려온다. 고개를 넘고 들길을 거쳐 바닷가를 누비면서 한 사람 두 사람 내려 주고 태워 준다. 자동차 몹시 뜸한 시골길을 차근차근 달리면서 살그마니 바람을 일으킨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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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한테도 넋이 있고 나무한테도 마음이 있다. 벌레한테도 생각이 있고 풀한테도 사랑이 있다. 꽃넋을 읽는 사람은 읽고, 나무마음을 읽는 사람은 읽는다. 벌레가 들려주는 노래를 읽는 사람은 읽고, 풀이 베푸는 숨결을 읽는 사람은 읽는다. 만화책 《귀수의 정원》은 풀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뜰에서 오랜 나날 살아오면서 사람들과 살가운 사랑을 속삭이던 꽃넋과 나무넋을 보여준다. 꽃넋에 이끌리고 나무넋에 사로잡히면서 함께 살아가는 빛을 꿈꾸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움을 생각하기에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고, 즐거움을 생각하기에 즐거운 노래를 부른다. 무엇을 하면서 누구와 어깨동무할 때에 삶이 빛날까. 우리 삶은 어디에서 어떻게 누리면서 곱게 피어날까.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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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수의 정원 1
사노 미오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14년 04월 18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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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33. 2014.4.12. 할머니 품에 안겨



  할머니가 무릎에 앉혀 준다. 아이는 할머니하고 한 쪽씩 나누어 그림책을 읽는다. 아이는 할머니한테 책을 읽어 주고, 할머니는 아이한테 책을 읽어 준다. 두 사람은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두 사람은 즐겁게 책을 마주하면서 사랑을 살그마니 속삭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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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참새



  우리 집 처마 밑 제비집에 깃들어서 지내는 참새가 두 마리 있다. 이 아이들은 아침에 잠에서 깨면 후박나무로 포르르 날아가서 한참 노래하곤 한다. 마을에서 먹이를 찾기도 하고, 후박나무나 초피나무에 앉아서 먹이를 살피기도 한다. 마당에 서거나 평상에 앉으면, 참새는 후박나무 사이에 깃들어 한참 째째째 노래꽃을 피운다. 흔히들 참새는 ‘짹짹’이라고 말하지만, 참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한 시간 남짓 듣다 보면, 또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내내 참새 노랫소리를 듣다 보면, 참새는 어느 한 번도 ‘짹짹’ 하고 울지 않는 줄 알 수 있다.


  참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와 노랫가락은 무척 많다. 누가 이렇게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가 하고 귀를 기울이면서 살며시 다가가서 올려다보면 참새이곤 하다. 이 고운 노랫소리가 참새 노랫소리였네 하고 놀라서 새삼스레 올려다보거나 바라보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니, 참새는 예부터 우리 여느 살림집 처마 안쪽에 깃들어 살았다. 제비는 처마 밑에 집을 지어 살았고, 참새는 처마 안쪽 짚과 흙이 어우러진 데에서 포근하게 깃들어 살았다. 시골집이 죄 슬레트지붕으로 바뀌면서 참새는 갈 곳을 잃었고, 갈 곳을 잃었어도 시골마을을 떠나지 않으면서 시골빛을 듬뿍 머금으며 노래한다.


  참새는 벌레를 얼마나 많이 잡을까. 참새는 날벌레나 풀벌레를 얼마나 많이 쪼아서 먹을까. 참새가 먹는 곡식은 얼마 안 되리라 느낀다.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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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꽃이 곧 터진다



  후박꽃은 다른 나무꽃하고 견주면 아주 더디 핀다. 후박꽃망울은 겨울부터 고개를 내밀지만, 동백꽃망울이 따순 볕에 십이월이나 일월에도 터지는 모습과 달리, 후박꽃망울은 삼월까지 꽁꽁 숨다가 사월 문턱에 들어서면 꽃망울이 커지고, 사월 첫째 주에 살그마니 벌어질 듯하며, 사월 둘째 주에 쏙쏙 꽃대를 내밀고, 사월 셋째 주에 아주 천천히 꽃망울이 터진다. 게다가 꽃망울도 한꺼번에 안 터진다. 하나 터지고 둘 터지고, 여러 날이 걸린다.


  다른 나무꽃은 하루나 이틀쯤 찾아오지 않으면 그사이에 온통 꽃봉우리가 터져서 꽃잔치를 이루는데, 후박꽃은 여러 날 돌아보더라도 움직임이 아주 더디다. 겨우내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터지는 꽃이기 때문일까. 드센 바닷바람을 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기 때문일까. 후박꽃을 제대로 보자면 달포 즈음 지켜보아야 한다. 단단한 꽃망울이 차츰 커지는 모습부터 꽃망울이 살그마니 터지면서 비늘잎에 떨어지는 모습을 거쳐 꽃대가 오르고 꽃망울이 터지면서 새 잎이 함께 돋는 모습까지 새로우며 새삼스러운 빛을 선보인다.


  이제 후박꽃이 터지기까지 이틀쯤 남은 듯하다. 후박나무를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지켜보며 두 팔 벌려 말을 건다. “예쁘구나, 아름답구나, 멋지구나, 사랑스럽구나.” 4347.4.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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