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12. 시골버스



  시골버스는 시골길을 달린다. 시골에는 숲과 들과 마을이 있다. 골짝물과 시냇물이 흐르고, 마을 어귀에 샘터가 있다. 숲과 들과 마을에 새가 날고 벌나비가 춤춘다. 시골버스는 시골스러운 삶자락에서 시골내음을 맞아들이면서 달린다. 시골버스에 타는 사람은 시골빛 묻어나는 차림새이고, 시골버스가 지나가는 길은 네 철 푸르게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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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 한 쪽



  아이들이 능금을 먹다가 한 쪽을 남긴다. 아버지 먹으라고 한 쪽을 남겼단다. 다만, 저희들은 여러 쪽을 먹고서 한 쪽을 남긴다. 뭐, 다 좋다. 내 몫이 있는 줄 생각조차 안 했고, 아이들이 잘 먹기를 바랄 뿐인데, 아이들이 서로 더 먹겠다 하지 않고 한 쪽을 그대로 둔다. 건드리지 않고 쳐다보지 않는다. 어디 한번 보자는 마음으로 두 시간쯤 그대로 두는데 참말 이 아이들이 이 능금 한 쪽을 더 먹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얼마나 깊고 살가운 마음씀인가. 아이들이 남긴 능금 한 쪽을 고맙고 달게 잘 먹었다. 4347.4.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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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39. 2014.4.18. 민들레씨 불기



  씨앗을 동그랗게 매단 민들레 꽃대를 여럿 꺾어 한손에 쥐고는 바람을 입에 가득 모아서 후 하고 분다. 또 바람을 모아 후 하고 분다. 불고 불고 또 분다. 민들레씨는 아이가 부는 바람을 타고 훨훨 난다. 바람을 불어도 안 떨어지는 씨앗은 손가락으로 뽁뽁 뽑아서 손바닥에 얹어서 날린다. 이듬해에는 이곳에 민들레꽃이 더욱 많이 피어나겠구나. 네 사랑을 받고서.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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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34. 2014.4.15. 책을 읽는 목소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듣고 큰아이가 책읽기를 물려받는다. 큰아이가 책을 읽는 목소리를 들으며 작은아이가 책읽기를 물려받는다. 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면서 온갖 책을 만날 테지. 두 아이가 앞으로 만날 책들은 앞으로 두 아이가 새롭게 만날 아이들한테 차곡차곡 곱다라니 이어가리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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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73) 존재 173 : 투룸 같은 존재


시부야의 고급 아파트를 동경하지만, 살고 싶진 않다. 말하자면 내게 슈이치는 익숙한 투룸 같은 존재이다

《히구라시 키노코/최미정 옮김-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3) 153쪽


 투룸 같은 존재이다

→ 투룸 같은 사람이다

→ 투룸 같은 단짝이다

→ 투룸 같은 곁님이다

 …



  슈이치라는 사람을 ‘투룸’이라고 하는 방 두 칸짜리 살림집과 견주어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는 “투룸 같은 사람이다”라고 적어야 올바릅니다. 어떤 사람을 살림집 모습과 빗대니까요. 이때에 이 사람이 나하고 살가운 사이라 한다면 ‘단짝’이나 ‘곁님’이나 ‘옆지기’나 ‘한식구’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4347.4.20.해.ㅎㄲㅅㄱ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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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 있는 고급 아파트를 꿈꾸지만, 살고 싶진 않다. 말하자면 내게 슈이치는 익숙한 투룸 같은 사람이다


‘동경(憧憬)하지만’은 ‘바라지만’이나 ‘꿈꾸지만’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투룸(two room)’ 같은 영어는 ‘두칸집’으로 손질할 만하지만, 이 낱말을 고치기는 어렵지 싶어요. 그대로 두어야지 싶은데, 고쳐쓰고 싶은 분들은 고쳐쓰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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