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령 지음 / 이안북스(IANNBOOKS)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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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171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진

― 짓

 오진령 사진

 이안북스 펴냄, 2014.4.1.



  비가 오고 집안에 지네가 볼볼 기어다닙니다. 벌써 지네가 깨어나 볼볼 기어다니는 철이 되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달에도 한 마리를 보았어요. 집에서 기어다니는 지네를 얼른 잡아서 풀밭에 휙 던진 적이 있어요. 오늘 본 지네도 잡아서 바깥 풀밭에 휙 던질까 하다가 방바닥에 불을 넣기로 합니다. 낮부터 비가 죽죽 내려서 집안이 축축하니 지네가 들어오나 싶습니다.


  비가 오면서 바람이 세게 붑니다.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듣고, 바람 따라 나무가 휘청휘청 흔들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고 나면 오월에 핀 꽃은 잎이 많이 떨어져요. 비를 맞고 잎이 떨어지기도 하고, 또 비바람 따라 들딸기알이 툭툭 떨어지기도 합니다.


  빗줄기가 제법 굵습니다. 비가 내리는 시골길을 우산을 받고 거닙니다. 곳곳에서 흙물이 흐릅니다. 가는 비가 내리든 굵은 비가 내리든, 요즈음은 어느 시골에서나 흙물이 흐릅니다. 비가 여러 날 내리고 난 뒤 마을 논밭을 보면, 어느 밭자락은 흙이 많이 쓸려서 갈라지기까지 합니다. 해마다 적잖은 시골집에서 흙을 사다가 논밭에 붓습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 봄을 맞이해서 씨앗을 뿌릴 즈음, 참말 여느 시골 논밭은 흙이 메말라요. 비료와 농약으로 고단하게 한 해를 보냈으니 흙이 메마르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모든 곳에서 흙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풀이 자라지 않는 땅에서만 흙물이 흐릅니다. 이를테면, 고추와 마늘만 심고는 다른 풀은 한 포기도 못 자라도록 다 뽑거나 약을 쳐서 죽이는 논밭에서는 어김없이 흙물이 흐릅니다. 논둑에 아무 풀이 없도록 다 깎거나 태우거나 농약을 뿌려 없앤 곳에서도 반드시 흙물이 흘러 논둑이 무너집니다. 이와 달리, 여느 풀이 옹기종기 자라는 곳에서는 흙물이 덜 흐르거나 안 흐릅니다. 참말, 풀이 수북하게 자란 곳에서는 빗물이 고이기는 하더라도 흙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풀이 흙을 단단하게 붙잡으니 흙이 쓸리지 않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오진령 님 사진책 《짓》(이안북스,2014)을 가만히 읽습니다. 어느덧 한 달 째 책상맡에 놓고 틈틈이 들여다보는 사진책 《짓》을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오진령 님은 사진책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웃는다. 살며 웃고, 사랑하며 웃고, 감사하며 웃고, 행복하며 웃고, 기쁨에 웃고, 슬픔에 웃으며, 울다가 웃고, 헤어질 때 웃고, 머쓱해서 웃고, 주고받으며 웃고, 절망에 웃고, 실패하여 웃고.” 하고 이야기합니다. 즐거울 때에 웃고, 슬플 때에 웃습니다. 즐겁게 울다가 때때로 웃고, 슬프게 울다가 다시금 웃어요.


  사진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에 담은 모습은 웃음일까요 눈물일까요. 사진을 찍는 사람은 웃을까요 울까요. 사진을 읽는 사람은 웃는가요 우는가요.




  우리는 저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빛을 사진으로 찍어서 이웃한테 보여주는가요. 우리는 스스로 어떤 보금자리를 가꾸면서 어떤 노래를 사진으로 담아서 이웃과 어깨동무를 하려는 생각인가요.


  오진령 님은 “절규하며 웃고, 진심을 담아 웃고, 진실을 감추며 웃으며, 웃기 위해 웃고, 그렇게 너와 내가 만나 웃는다.” 하고 덧붙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렇습니다. 밥을 차리면서 웃습니다. 빨래를 하면서 웃습니다.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웃습니다. 아이를 안으면서 웃습니다. 어머니 품에 안겨서 웃습니다. 책을 읽다가 웃습니다.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웃습니다.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웃어요. 버스를 탈 적에 웃고, 기차에서 내리면서 웃습니다.


  가만히 보면 삶은 웃음입니다. 맛난 밥을 먹으면서 웃습니다. 참 맛없는 밥을 먹다가 너털웃음을 짓습니다. 잘 끓인 미역국을 먹으면서 웃습니다. 엉성하게 끓여 엉성한 미역국을 먹다가 하하 웃습니다.


  맛있게 지은 밥이라면 다음에도 맛있게 지어서 먹으면 즐거워요. 맛없게 지은 밥이라면 다음에는 맛있게 지어서 먹자고 생각하며 즐겁습니다. 넘어지지 않고 잘 달리면 안 넘어졌으니 즐겁습니다. 자꾸 넘어지다가 무릎이 깨지면 아파서 쩔뚝거리면서도 다음에는 안 넘어지고 잘 뛰놀자고 하면서 즐겁습니다.






  사진책 《짓》은 우리 삶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만히 비추는 빛일까 헤아려 봅니다. 사진책 《짓》을 빚은 오진령 님은 이녁 이웃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에 이와 같은 빛을 이루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진령 님은 “얼굴, 그 헐벗은 곳에서, 마치 인생을 대변하듯, 주름진 굴곡들 바람을 맞아 흔들리고 날리면서, 견디고, 차갑고 강한 바람, 뜨거운 태양 아래 눈물, 콧물, 그리고, 땀, 반복하여 호흡한다.” 하고 이야기합니다. 아하, 그렇지요. 서로서로 얼굴을 마주하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숨을 쉬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며 콧물을 흘리듯이 사진을 찍습니다. 햇볕이 뜨겁다고 느끼는 여름에 사진을 찍습니다. 햇볕이 따스하다고 느끼는 겨울에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은 언제나 찍습니다. 사진은 어디에서나 찍습니다. 사진을 못 찍을 날은 없습니다. 사진을 못 찍을 곳은 없습니다. 스스로 이야기를 빚으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스스로 웃고 울며 노래하기에 사진을 찍어요.


  오진령 님이 사진에 담아서 보여주는 웃음이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이 웃는다.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웃음, 현재의 웃음이 아닌 웃음, 이 세상을 향하고 있지 않은 그런 웃음, 생의 터널 밖을 향한 소멸의 순간에 웃음, 시간이 멈추어 버린 호흡하지 않는 웃음을 본다.”와 같은 이야기처럼, 웃음은 어제와 오늘을 이어 모레와 글피로 나아갑니다. 삶은 어제와 오늘을 지나 모레와 글피로 뻗습니다.






  빗소리가 굵습니다. 굵은 빗소리에 개구리 노랫소리가 잠깁니다. 어쩌면, 개구리는 이 굵은 빗줄기에 가만히 쉴는지 몰라요. 개구리도 빗소리를 듣느라 노래를 안 부를는지 몰라요. 어서 비가 그쳐서 저희 노래를 들과 숲에 가득 퍼뜨리고 싶을는지 모릅니다.


  옛날이라면, 이 비를 맞고 떨어진 꽃잎은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옛날이라면, 이 비가 내리는 오월에 헌 잎을 떨구는 동백나무나 후박나무 잎사귀는 흙으로 돌아갔어요. 그러나 오늘날은 이 비를 맞고 떨어지는 꽃잎이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꽃잎도 나뭇잎도 시멘트 바닥이나 아스팔트 바닥에서 구릅니다. 갈 곳이 없어 헤맵니다. 따로 청소 일꾼이 있어야 잎사귀를 쓸어서 쓰레기봉투에 담습니다. 잎이 흙이 아닌 쓰레기봉투로 들어가면서 나무 둘레가 허전해요. 흙에 제 빛을 잃습니다.


  그러면, 제 빛을 잃는 흙을 알아보는 오늘날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제 빛이 사라진 흙과 풀과 나무를 알아차리는 오늘날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제 빛을 잃는 흙을 이야기하는 교과서나 책이나 매체는 얼마나 있을까요. 제 빛이 사라지는 흙과 풀과 나무를 되살리려고 애쓰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오진령 님은 “그들이 누구이고 왜 웃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웃음은 웃음으로, 영원한 순간이 되도록.” 하고 이야기합니다. 웃음은 웃음으로 사진을 찍을 뿐이라 합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웃음은 웃음으로 찍고, 웃음은 웃음으로 나눕니다. 노래는 노래로 찍으며, 노래는 노래로 나누어요.


  사랑은 사랑으로 받습니다. 눈물은 눈물로 받습니다. 바람이 맑게 불면 내 몸과 마음도 맑습니다. 바람이 차디차게 불면 내 몸과 마음도 차디찹니다.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진이 되는 길이라면, 노래하고 사랑하는 삶이 되는 길이리라 느껴요. 웃고 꿈꾸는 사진이 되는 길이라면, 웃고 꿈꾸는 삶이 되는 길이리라 느껴요. 바라보는 대로 삶을 짓고, 바라보는 대로 짓는 삶이 고스란히 사진으로 태어납니다. 마주하는 대로 삶을 이루고, 마주하는 대로 이루는 삶이 차곡차곡 사진으로 거듭납니다. 삶짓이 그대로 사진짓입니다. 사랑짓이 그대로 사진짓입니다. 말짓과 몸짓과 꿈짓이 그대로 사진짓입니다. 하늘을 우러르듯이, 숨을 쉬듯이, 물을 마시고 밥을 먹듯이, 사진은 우리 삶을 살뜰히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4347.5.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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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9) 눈물밥


분노와 절망이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 혀끝을 돌려 맛을 기억했다

《함순례-혹시나》(삶창,2013) 50쪽


  사람들은 흔히 “눈물 젖은 빵”을 이야기합니다. 다만, 이런 말은 ‘빵’이라는 먹을거리가 이 나라에 들어온 뒤에 나타납니다. 빵이 이 나라에 없었을 적에는 이런 말을 아무도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빵이 없었으니 빵을 말할 수 없어요.


  지난날에는 어떤 말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눈물 젖은 밥”을 이야기했으리라 생각해요. 밥 한 그릇을 앞에 놓고는 눈물을 삼키면서 밥을 먹습니다. 밥 한 그릇을 두 손에 쥐고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이리하여 ‘눈물밥’이에요.


  한국말사전에 ‘눈물밥’이라는 낱말은 안 나옵니다. ‘눈물빵’이라는 낱말도 안 나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낱말을 앞으로 한국말사전에 실을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눈물밥 . 눈물빵

 웃음밥 . 웃음빵


  더 생각해 보면, 웃으면서 먹는 밥인 ‘웃음밥’을 이야기할 수 있어요. 슬픔과 아픔을 삼키면서 먹는 밥이 눈물밥이라면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면서 먹는 밥은 웃음밥입니다. 그리고, 삶을 노래하면서 먹는 밥은 ‘노래밥’이라 할 수 있고, 사랑을 빛내면서 먹는 밥은 ‘사랑밥’이라 할 수 있어요. 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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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 나고 아파서 바닥을 칠 때도 배가 고팠다 / 눈물밥을 삼킬 때조차 / 혀끝을 돌려 맛을 떠올렸다


“분노(憤怒)와 절망(絶望)이”는 그대로 둘 수 있어요. 이 낱말을 쉽게 풀어 본다면 “성이 나고 아파서”처럼 쓸 수 있습니다. ‘기억(記憶)했다’는 ‘떠올렸다’나 ‘되새겼다’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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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935) 소모적 1 : 소모적인 논쟁


어떻게 보면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근저에는 미학적 입장의 대립, 나아가 미학적 입장의 저변에 깔려 있는 정치적 입장의 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이현식-곤혹한 비평》(작가들,2007) 93쪽


 소모적인 논쟁

→ 부질없는 말다툼

→ 쓸데없는 말싸움

→ 힘만 빼는 말다툼

→ 보람없는 말싸움

 …



  ‘소모적(消耗的)’은 “소모되는 성질이 많은”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는 “소모적 전투”와 “여야의 소모적인 대치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한자말 ‘소모(消耗)’는 “써서 없앰”을 뜻한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에는 “연료 소모가 많다”와 “시간 소모가 많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낱말뜻을 찬찬히 살피면,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은 “연료를 많이 써서 없앤다”나 “연료를 많이 쓴다”로 손질할 만합니다. “시간을 많이 써서 없앤다”나 “시간을 많이 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이 같은 한자말은 굳이 안 써도 돼요.


 소모적 전투

→ 힘만 빼는 싸움

→ 부질없는 싸움

 소모적인 대치 정국

→ 서로 힘만 빼는 정치판

→ 서로 쓸데없이 힘빼는 정치판

 …


  한자말 ‘消耗’에 ‘-적’을 붙인 ‘소모적’ 또한, ‘써서 없애기만 하고 효과나 보람이 없다’는 뜻이 되겠지요. 이때에는 ‘부질없는’이나 ‘쓸모없는’이나 ‘쓸데없는’이나 ‘덧없는’ 같은 낱말을 넣으면 뜻이나 느낌이 한결 살아나지 싶습니다. ‘-적’을 붙인 한자말뿐 아니라 ‘-적’을 안 붙인 한자말도 한국말사전에서 깨끗이 털어내 주면 좋겠습니다. 4340.8.2.나무/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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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부질없는 말다툼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미학을 보는 눈이 맞서는데, 나아가 미학을 보는 눈에 따라 정치를 보는 눈이 맞선다


‘근저(根底)’는 ‘바탕’이나 ‘밑바탕’으로 고쳐쓰면 됩니다. ‘저변(底邊)’도 ‘바탕’이나 ‘밑바탕’으로 고쳐씁니다. ‘논쟁(論爭)’은 ‘말다툼’이나 ‘말나눔’으로 다듬고, “미학적(美學的) 입장(入場)의 대립(對立)”은 “미학을 보는 눈이 맞서고”로 다듬으며, “정치적(政治的) 입장의 대립이 존재(存在)하고 있다”는 “정치를 보는 눈이 맞선다”로 다듬습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408) 소모적 3 : 소모적인 삶


어떤 단원들은 그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소모적인 삶을 살다 오기도 한다

《강제욱,이명재,이화진,박임자-젊음, 나눔, 길 위의 시간》(포토넷,2008) 138쪽


 소모적인 삶을 살다

→ 헤프게 살다

→ 함부로 살다

→ 어영부영 살다

→ 아무렇게나 살다

  …



  삶을 마구 써서 버리는 사람은, ‘헤프게’ 사는 사람입니다. 헤프게 사는 사람이 ‘함부로’ 살거나 ‘어영부영’ 사는 사람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무렇게나’ 사는 셈이고, ‘제멋대로’ 사는 셈입니다. ‘탱자탱자’ 노닥거리는 삶이라고 할까요. 4342.3.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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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그 넘치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헤프게 살다 오기도 한다


“삶을 살다 오기도”는 틀린 말투는 아니나, “살다 오기도”라고만 적으면 한결 낫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삶을 보내다”나 “삶을 흘려 보내다”로 손질해도 됩니다. ‘단원(團員)’은 ‘사람’으로 다듬어 줍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81) 소모적 4 : 소모적인 싸움


선뜻 박수를 못 치겠더군요. 소모적인 싸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손석춘·지승호-이대로 가면 또 진다》(철수와영희,2014) 36쪽


 소모적인 싸움이 될

→ 힘만 빼는 싸움이 될

→ 부질없는 싸움이 될

→ 쓸데없는 싸움이 될

→ 시간만 흘리는 싸움이 될

 …



  한국말사전에는 ‘힘빼기’나 ‘힘빼다’ 같은 낱말은 안 나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런 낱말을 곧잘 써요. 부질없이 힘을 빼는 일을 가리키면서 씁니다. 이 보기글이라면 “힘빼기 싸움”이나 “힘빼는 싸움”처럼 쓸 만해요. 한자말에 ‘-적’을 붙이는 낱말은 이제 그만 쓰고, 말빛을 살리고 말넋을 살찌울 수 있는 한국말을 잘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4347.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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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손뼉을 못 치겠더군요. 힘만 빼는 싸움이 될 듯했거든요


“박수(拍手)를 못 치겠더군요”는 겹말입니다. “손뼉을 못 치겠더군요”로 손봅니다. “될 것 같았거든요”는 “될 듯했거든요”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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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진책도서관 2014.4.2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은 책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래 읽어야 할까. 아이들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열 살 어린이와 열다섯 살 푸름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스물다섯 살 젊은이는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고, 마흔다섯 살 어른은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쉰다섯 살이나 예순다섯 살에 책읽기를 멈추면, 생각이 멈추거나 사랑도 멈출까. 일흔다섯 살이 되었기에 이제 굳이 책을 더 읽을 까닭이 없다고 여기면, 그만 생각이 뒷걸음질을 하거나 사랑은 사그라들고 말까.


  도서관마다 책을 새로 갖춘다. 도서관마다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갖춘다. 묵은 책을 새로 갖추거나 오래된 책을 차근차근 살피며 갖추려는 도서관을 한국에서 찾아보기란 아주 어렵다. 그러면,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 셈일까. 새로 나오는 책만 읽으면 되는 셈인가. 새로 나오는 책만 책이요, 그러니까 2014년에 나온 책이 있으면 2020년이 되면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책이라 할 만한가. 2020년에 나오는 책은 또 2025년에는 안 읽어도 되는 책으로 삼아도 될까.


  도서관에서 추천도서목록을 만들든, 비평가나 전문가나 교사가 권장도서목록을 엮든, 모두 새로 나온 책을 넣는다. 묵은 책이나 오래된 책은 좀처럼 안 다룬다. 마땅한 노릇일는지 모르나, 헌책방을 샅샅이 살피면서 다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권장하는 일은 없다. 새책방에서 새로 장만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은 없다. 그리고, 헌책방에서 다리품을 팔아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나쁠 책이 없다. 우리는 새책이나 헌책이 아닌 책을 말할 노릇이고, 새책도 헌책도 아닌 책을 읽을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책을 얼마나 많이 또는 얼마나 적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테두리가 아니라, 삶을 어떻게 가꾸거나 즐거거나 빛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손에 쥐느냐를 돌아보아야지 싶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할까. 사람들이 저마다 이녁 삶을 스스로 빛내거나 밝히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길에는 어떤 책을 곁에 두어야 아름다울까.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도서관은 어떤 책을 건사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터 구실을 할 때에 사랑스러울까.


  딸기꽃은 하얗고, 하얀 꽃에 내려앉는 나비도 하얗다. 아이와 함께 서재도서관에서 한참 논다. 등꽃을 바라보고, 새빨간 새봄 단풍나무를 마주한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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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몸짓이 곱다. 누구나 곱다. 사랑하는 손짓이 밝다. 누구나 밝다. 생각하는 눈짓이 싱그럽다. 누구나 싱그럽다. 웃음짓과 눈물짓은 누구나 아름답다. 손짓뿐 아니라 발짓을 써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고는 차근차근 하루를 짓는다. 너와 내가 한 자리에서 서로를 아끼기에 일굴 수 있는 삶이고, 너와 내가 이 지구별에서 이웃이 되기에 누릴 수 있는 사랑이다. 좋아하면서 쓰는 글이다. 좋아하니 찍는 사진이다. 좋아서 그리는 그림이다. 즐겁게 움직인다. 기쁘게 숨을 쉰다. 맛나게 밥을 먹는다. 삶짓을 《짓》에서 읽는다. 4347.5.1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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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령 지음 / 이안북스(IANNBOOKS)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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