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떠올라서
천천히 그리는 이야기

눈을 뜨면
머릿속에 스며들어
하나둘 새기는 숨결

나무가 웃고
풀이 춤추고
꽃이 노래하는
숲에서
빛으로 집을 지어
오늘을 산다.


4347.6.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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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큰아버지를 만납니다. 나한테는 언니이고 아이들한테는 큰아버지입니다. 아이들은 큰아버지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큰아버지와 있을 적에 딴 놀이만 실컷 했고, 큰아버지와 헤어질 무렵 뒤늦게 무엇인가 깨닫습니다. 울먹울먹합니다. 얘들아, 그러니까 큰아버지 계실 적에 함께 놀며 웃었어야지. 아직 아이들은 뒷북스럽습니다. 뒷북아이입니다. 어른인 나는 다른 데에서 가끔 뒷북어른이 되곤 해요. 뒷북말을 하고 뒷북짓을 합니다. 뒷북노래를 부르거나 뒷북꿈을 꾸기도 해요. 어느 날 아침에 생각합니다. 자, 이제부터 뒷북질은 그치고 앞북질을 하자. 앞북걸음으로 살자 하고요.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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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 아웃케이스 없음
대니 드 비토 감독, 마라 윌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마틸다
1996


  마음에 생각을 씨앗으로 심는 아이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마음에 생각이라는 씨앗을 심지 않도록 길들거나 주눅들거나 다친 아이는 무엇이든 하지 못한다.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어떻게 사는가. 아이와 함께 있는 어버이는 무엇을 하려는가. 어떤 빛이 흐르는 삶인가. 어떤 넋으로 나아가는 삶인가.

  홀가분한 노래를 품으니 홀가분히 노래한다. 고운 숨소리로 그림을 그리려 하니, 연필을 쥐면 언제나 그림이 된다. 마틸다는 하늘이 되고, 제비가 되고 싶다. 어떤 어버이가 저를 낳았든 함께 하늘을 날며 제비처럼 노래하고 싶다. 끝내 마틸다네 어버이는 마틸다하고 헤어지는 길을 간다. 그러나 마음으로 알 테고 빌 테며 그릴 테지. 누구나 언제나 모두 빛으로 거듭나기를.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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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시내버스


  일산에서 시내버스를 탄다. 우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하듯이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 오른다. 작은아이를 안고 카드를 대기 무섭게 부르릉 시동을 걸어 떠난다. 문득 흔들릴 뻔했으나 잘 버틴다.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손잡이를 잡는다. 시골버스를 떠올린다. 시골에서는 할매나 할배가 자리에 앉지 않으면 떠나지 않는다. 도시에서는 너무 바쁘고 길이 막히기 때문일까. 아기 안고 버스 타는 어머니들을 살펴보는데, 모두 잔뜩 굳은 얼굴로 달리기하듯이 안쪽으로 서둘러 들어간다. 그렇구나. 도시에서는 버스 타기가 그렇구나. 4347.6.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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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 나무를 본다. 가지를 조금만 친 나무를 본다. 가지를 많이 친 나무를 본다. 나무가 뭉텅뭉텅 잘린 모습을 본다. 나무가 아예 없는 빈터를 본다. 나무가 들어설 틈이 없이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척척 들어선 곳을 본다.

 

  내 마음은 어느 곳에서 아늑한가. 내 마음은 어느 곳에서 사랑스러운가. 그리고, 다시 생각한다. 숲에 깃들 때에 늘 아름다운 마음이 되는가. 숲이 아닌 곳에 깃들면서도 늘 아름다운 마음이 될 수 있는가.

 

  가지를 덜 치거나 안 친 나무가 스무 해쯤 자란 곳을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바라본다. 마음속으로 푸르게 스며드는 바람을 느낀다. 이 바람은 무엇인가. 이 숨결은 무엇인가. 우리가 무엇을 바라는가. 우리가 무엇을 맞아들이면서 빙그레 웃는가. 나무 한 그루 있는 도시와 나무 한 그루 없는 시골은 저마다 어떤 빛이 될까. 4347.6.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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