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37] 아무는 생채기



  어떤 꽃이 피려고

  겨우내 찬바람 먹으면서

  작고 단단히 망울을 맺을까.



  생채기란 아물라고 있구나 싶어요. 아물려고 생기는 생채기이고, 아물면서 새롭게 빛나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든, 누가 나를 괴롭히거나 따돌리면서 마음이 다치든, 새롭게 피어나는 꽃송이가 되려는 생채기이지 싶어요. 봄꽃도 여름꽃도 가을꽃도 모두 겨우내 찬바람을 먹고 자란 숨결이에요. 살구도 복숭아도 감도 대추도 겨우내 찬바람을 듬뿍 머금고는 맺는 예쁜 열매예요.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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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


  글을 써서 나누는 이웃이 있기에 꾸준히 글을 쓰는지 모른다. 내가 쓴 글을 읽을 이웃은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다만, 어디엔가 언젠가 있는 줄 안다. 이웃한테 푸른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글을 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내 이웃이 나한테 불어넣으려 하는 푸른 숨결을 느끼려고 글을 읽는다. 내 이웃이 쓴 글은 언제 썼거나 어디에서 썼는지 모를 노릇이다. 다만, 내 이웃도 나와 같은 글동무를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즐겁게 글을 썼으리라 느낀다. 지구별 맞은편에 있든, 백 해나 삼백 해쯤 앞서 살았든, 이웃은 서로를 헤아리면서 마음속에 씨앗을 심고, 이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오래오래 잇는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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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바하크 아마드 푸 외 출연 / JC인더스트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me?, 1987



  아이들은 이웃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얼굴 생김새나 돈이나 학력 따위를 따지거나 살피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나이를 가르거나 옷차림을 따지거나 집크기를 헤아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른한테 길든 아이라면 나이로 금을 긋는다든지 아파트나 자가용 따위를 들먹인다. 어른한테 길든 아이라면 영어로 노래를 하거나 영어로 무엇인가 가리키려는 바보짓을 일삼는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간다면, 이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어버이답게, 다시 말하자면 어른답게 살아간다.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가지 못하면, 이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는 어버이답거나 어른답게 살아가지 못한다.


  아이들은 서로 무엇을 알아야 할까. 아이들은 어느 때에 서로 즐겁게 노는가. 아이들은 날마다 무엇을 보면서 느낄 때에 아름다운가. 아이들은 서로서로 어깨동무를 어떻게 하면서 사랑스러운가.


  내 이웃이 살아가는 집을 생각한다. 내 이웃과 이 나라 아이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생각한다. 내 이웃과 풀과 나무와 꽃과 벌레와 새와 물고기와 짐승이 골고루 어우러지는 지구별을 생각한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우리는 어떤 꿈을 피우려 하며, 어떤 사랑을 속삭이려 하는가.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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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07 09:44   좋아요 0 | URL
이 영화도 오래전에 참 아름다이 보았던 생각이 납니다..^^

파란놀 2014-06-07 15:57   좋아요 0 | URL
아이들과 꽤 자주 보았다가
요즈음에는 새로 보지 못했는데
오래도록 가슴에 남은 작품이라
머잖아 또 새롭게 다시 보리라 생각해요.

참 아름답지요.
 

시골집에서 노는 아이들은



  열흘에 걸친 바깥마실을 마치고 시골집으로 돌아온다. 시골집에서 아이들은 거리낄 일이 없다. 피아노를 치든 바이올린을 켜든, 또는 온 기운을 쏟아 노래를 부르든, 아랑곳할 일이 없다.


  아이들이 꺼내는 소리는 모두 노래가 된다. 개구리와 풀벌레와 새가 들려주는 노래하고 섞인다. 바람이 나뭇잎과 풀잎을 살랑이며 들려주는 노래하고 어우러진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고루고루 퍼진다.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이곳저곳으로 흩어지다가 다시 아이 몸으로 스며든다.


  시골집에서 노는 아이들은 언제나 노래와 하나가 되는 삶이다. 지난날에는 시골과 도시가 따로 있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어디에서라도 즐겁게 노래와 하나가 되는 삶을 늘 누렸다. 그러나, 이제 시골과 도시를 금을 긋듯이 가르는 사회가 되었고, 시골에서도 읍내와 면소재지와 두멧시골을 금으로 가르기에, 아이들은 어디에서라도 느긋하지 못하다. 시골 아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나 읍내에서는 자동차 때문에 고단하다. 도시 아이 가운데에는 자동차 등쌀에 시달리지 않고 놀 수 있는 아이가 있기도 하다.


  도시에 있느냐 시골에 있느냐 하는 대목은 대수롭지 않다. 어떤 삶을 누리고, 어떤 빛을 먹으며, 어떤 꿈을 꿀 수 있느냐를 보아야 한다. 우리 보금자리, 우리 시골집에서 노는, 우리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즐겁게 노래하는 빛을 누리기를 빈다.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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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을 바라보면서



  2011년에 고흥에 보금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우리 식구는 2012년에 쇠비름을 엄청나게 만났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쇠비름이 돋았다. 그런데 2013년부터 쇠비름이 자취를 감춘다. 아니, 얘들이 어디로 갔담?

  누군가는 쇠비름을 끔찍한 ‘잡풀’로 여긴다. 모조리 뽑아서 없애야 할 풀로 여긴다. 우리 네 식구가 충청도 음성에 살 적에도 밭뙈기에 돋는 쇠비름은 빨리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쇠비름 때문에 다른 풀(우리가 심어서 거두려는 남새)은 제대로 못 자란다고들 했다.


  2012년부터 쇠비름을 먹는다. 하도 곳곳에 돋는 쇠비름이기에, ‘쇠비름’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 채 쇠비름을 먹는다. 먹어 보니 쓴맛도 시큼한 맛도 없다. 꽤 좋다. 아이들한테도 내민다. 아이들도 잘 받아먹는다. 한참 쇠비름을 먹고 나서 사진으로 찍어 이름을 여쭈니, ‘쇠비름’이라고 했다. 그리고, 쇠비름은 우리가 즐겁게 먹는 수많은 나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아직까지 쇠비름을 ‘잡풀’이니 모조리 없애려는 분이 많다. 쇠비름은 아주 맛난 나물인 줄 깨달아 즐겁게 먹는 분이 많다. 그리고, 쇠비름이라는 풀은 아예 모른 채, 생각조차 안 하며 살아가는 분이 많다. 어느 쪽 사람이 가장 많을까?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때에 즐거울까? 4347.6.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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