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사진책》을 읽는다. 스스로 ‘재미있다’고 밝히기에 얼마나 재미있는가 싶어 찬찬히 읽어 본다. 이 책에 깃든 이야기를 재미있다고 여긴다면 재미있으리라. 이 책에 깃든 이야기는 재미와는 그리 가깝지 않다고 느낀다면 재미없으리라. 다만 한 가지를 이야기해 본다면, 사진은 재미로 찍지는 않는다. 삶은 재미로 누리지 않는다. 사랑은 재미로 하지 않는다. 밥은 재미로 짓지 않는다. 숨은 재미로 쉬지 않는다. 물은 재미로 마시지 않는다. 나무는 재미로 자라지 않는다. 꽃은 재미로 피지 않는다. 언제나 모두 똑같다. 사진은 재미로 찍거나 읽을 수 없다. 그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재미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아직 사진책을 사진책답게 알뜰히 엮기 힘들다 할 만하기에 여러 가지를 뒤죽박죽 섞었구나 싶다. 제대로 사진을 이야기할 만한 책으로 묶자면, 《재밌는 사진책》에 흐르는 온갖 이야기를 차분히 갈무리해야지 싶다. ‘이 사진 한 장’을 뽑는 이야기 따로, ‘사진 즐김이’를 다루는 이야기 따로, ‘사진책 비평’을 따로, ‘스스로 즐기면서 누리는 사진’ 이야기 따로, 모두 따로 다루면서 깊고 넓게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책이 태어났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재밌는 사진책》에 실린 온갖 이야기는 살짝 맛보기를 한다 싶으면 끝이 난다. 그러니까 맛보기로 끝난다. ‘재미를 건드리’고 끝난다고 할까. 그러니, “재밌는 사진책”이라는 이름이 붙는구나 싶은데, 오래도록 읽히면서 이야기씨앗으로 이 땅에 드리울 수 있는 사진과 책을 선보인다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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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재밌는 사진책
이상엽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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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한국어 더빙 수록
벤자망 르네 외 감독, 장광 외 목소리 / 올라잇픽쳐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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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네스트와 셀레스틴

Ernest & Celestine, 2012



  1928년에 태어나 2000년에 숨을 거둔 가브리엘 벵상 님이 빚은 그림은 여러모로 아름답다. 까만 빛깔로 그린 그림은 까만 빛깔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무지개빛으로 그린 그림은 무지개빛이 온누리를 촉촉히 감싸면서 아름답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창가에 앉아서 창밖으로 사람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웃에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숨결을 마주하면서 이녁 그림에 새로운 빛을 불어넣었다고 한다. 이러한 빛은 만화영화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에도 살그마니 녹아든다. 가브리엘 벵상 님은 쥐와 곰 두 마리를 사이에 놓고 둘이 빚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노래와 웃음을 꾸준히 그림책으로 선보였는데, 이 그림빛이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림책을 영화로 빚는다니 얼마나 멋진가. 그림책을 영화라는 새 옷을 입혀 선보인다니 얼마나 재미있는가.


  쥐는 쥐대로 삶을 사랑하고 싶다. 곰은 곰대로 삶을 꿈꾸고 싶다. 사랑하고 싶은 삶과 꿈꾸고 싶은 삶을 찾던 둘은 저마다 다른 삶터에서 고단하게 지내야 했는데, 홀가분하게 고향을 떠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이야기가 샘솟는다.


  곰은 곰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쥐는 쥐일 뿐 아무것이 아니다. 그리고 곰과 쥐는 몸피도 먹성도 말씨도 모두 다르지만, 둘은 똑같이 밝은 넋이 가슴속에 있다. 겉으로 살피는 몸피나 먹성이나 말씨가 아닌, 속눈으로 들여다보는 넋이라 한다면, 우리는 모두 벗이 된다. 우리는 모두 벗이 되어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사랑하면서 나를 참다이 깨닫는 길을 걸을 수 있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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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팔랑 나비 되어


  영등포에서 다섯 시간 달린 기차가 순천에 닿는다. 이제 아이들과 나는 한시름 놓는다. 얘들아 버스역까지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면서 걸어가자. 십 분 즈음 걸을 무렵 큰아이가 기운을 차리는지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야야 소리를 지르며 팔랑팔랑 난다. 큰아이가 좋아하는 나비가 된다. 동생도 누나 따라 나비춤을 춘다. 깔깔 웃음소리가 순천 시내에 퍼진다.

  버스역에 닿아 표를 끊는다. 버스에 오른다. 두 아이가 땀을 들이며 쉰다. 기운이 빠지면 글에서도 기운이 빠진다. 스스로 나비가 되어 팔랑팔랑 춤추면 나비 눈빛과 춤사위를 담아 글빛을 밝힌다. 고운 숨결이 푸르게 흐른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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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두 권


  기차에서 책을 읽는다. 두 아이는 서로 얼크러져 논다. 노래도 부르고 복닥거린다. 나는 가만히 이야기로 스며든다. 책 하나에는 어떤 숨결이 깃들었을까. 문득문득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 눈짓과 몸짓과 말짓은 늘 책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뛰노는 책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사람은 하루 사이에도 책을 수십 권 읽는다. 아니 백과사전을 읽는다고 할 만하다.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해도 배고프지 않을 뿐더러 심심하지 않다. 아이와 지내느라 종이책을 쥐기 빠듯하지만, 종이책에 담지 못할 만큼 넓고 깊은 책을 읽으니 이 즐거움을 늘 곱씹으며 생각에 젖곤 한다.

  산문책 하나 마치고 시집 하나 마친다. 아이들 책을 잇달아 읽는다. 언제나 빛이요 노래인 고운 책을 마음에 갈무리한다. 곧 순천에 닿겠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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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 캑캑


  작은아이가 쉬 마렵다 한다. 그래 쉬 해야지. 두 아이를 이끌고 기차 뒷간으로 간다. 그런데 어느 분이 뒷간에서 나오면서 냄새를 확 피운다. 아, 담배를 피웠네. 담배가 좋거나 나쁘거나 느끼지 않는다. 좁고 막힌 데에 한 가지 냄새가 연기와 가득하면 살짝 숨이 막힌다. 담배를 꼭 태울 만큼 힘드시니 태웠을 텐데, 다른 이웃을 살필 틈이 없었겠지.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쉬를 눈다. 됐다.ㅇ그러면 됐다. 4347.6.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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