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5] 골짝마실



  아이들과 책방에 갈 적에는 책방마실입니다. 아이들과 읍내에 갈 적에는 읍내마실입니다. 아이들과 바다로 갈 적에는 바다마실이고, 아이들과 일산에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뵈러 갈 적에는 일산마실이에요. 음성에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러 갈 적에는 음성마실입니다. 아이들하고 골짝마실을 합니다. 골짜기에 가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골짝마실을 합니다. 이웃집에 찾아간다면 이웃마실이 되고, 우체국까지 소포를 부치러 가면 우체국마실입니다. 우리 식구는 늘 마실을 하면서 지냅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어 꿈나라로 갈 적에는, 꿈마실이 됩니다.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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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6] 나를 보다



  늘 이곳에 서서 바라봅니다

  타오르는 빛과

  포근한 숨결을



  나를 바로세우면 나를 곧게 바라볼 수 있기에 나를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를 바로세우지 못하면 나를 곧게 못 바라보니 나를 아름답게 사랑하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나를 바로세워서 나를 곧게 바라볼 수 있으면, 이동안 나를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으면, 내 둘레로 고운 빛이 환하게 퍼져요. 그리고, 내 둘레에 있는 이웃들이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합니다.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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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1] 새끼 고양이 나들이

― 마을고양이가 새끼를 낳는 집



  나즈막하고 여린 고양이 소리를 곧잘 들었지만, 이 소리가 새끼 고양이 소리인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엊그제 낮에 풀숲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는 비로소 알았어요.


  며칠 앞서 밤에는 마당에 내려서서 달과 별을 보는데, 어미 고양이가 나를 보고 캬악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이 녀석이 네 집 아닌 우리 집에서 웬 캬악 소리인가 하면서 똑같이 캬악 하면서 마주 소리를 냈지요. 그때까지 몰랐지만, 새끼 고양이하고 밤마실을 나왔기에 새끼를 지키려는 마음에 캬악 했구나 싶었습니다.


  아침과 낮에 새끼 고양이를 살몃살몃 만납니다. 우리 집 헛간에서 태어난 작고 가녀린 아이들은 햇볕을 쬐려 어미와 함께 나들이를 나오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면 헛간에서 조용히 있고, 우리 집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면 한참 뒤에 천천히 마당으로 나옵니다.


  빨래를 널다가 새끼 고양이를 만납니다. 빨래를 널며 조용조용 움직이니까, 풀숲에 있던 새끼 고양이는 나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진기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마루문 여닫는 소리에 놀라서 숨어요. 하기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굳이 사진에 찍히고 싶겠습니까.


  여러 날 풀숲 너머로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우리 집 헛간이나 뒤꼍 풀숲에서 먹고자는 마을고양이는 우리 식구가 옆을 지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 식구를 두려워 하지 않고, 우리 식구도 마을고양이를 해코지할 일이 없습니다. 서로 알맞게 떨어진 채 한마을에서 살고, 또 한집에서 지냅니다. 새끼 고양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도 우리 마을과 우리 집에서 지낼까요? 아니면 다른 마을이나 다른 집을 찾아서 떠날까요?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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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2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함께살기님 집 헛간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군요!!^^
그러지 않아도 저도 오늘,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를 읽으며
내내 즐거웠는데요~
아이고~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파란놀 2014-06-29 18:59   좋아요 0 | URL
아, '고양이하라'라, 재미있는 말이네요~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잘 건사해서
사진으로 찍기 퍽 어려웠지만,
마당 한쪽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두 시간쯤 기다린 끝에
두 장 찍을 수 있었어요 ^^

이 아이들이 크면 한결 쉽게 사진으로 담겠지만,
아무래도 새끼일 적에도 몇 장 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이 아이들은 우리 집 헛간에서 자꾸자꾸
새끼를 낳으리라 봅니다~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4) -의 : 어른들의 모습

여러분은 위에 나열된 어른들의 모습에 몇 가지나 해당하나요 … 통쾌했던 이유는 그의 작품이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어리석으며 이기적인지를 통렬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루리-아빠와 함께 그림책 여행》(북극곰,2014) 340쪽

 어른들의 모습
→ 어른들 모습
→ 어른들이 보여주는 모습
→ 어른들한테서 드러나는 모습
 …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어떤 말을 쓰면서 살아가는지 돌아봅니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보고 배우면서 물려받을 만한 말을 쓰는지, 그냥저냥 익숙한 대로 아무 말이나 쓰는지 곱씹어 봅니다.

  숲을 바라보면서 누구나 이렇게 말합니다. “저 숲을 봐.” 하고요. 때로는 “저 숲 모습을 봐.”라든지 “저 숲의 모습을 봐.”처럼 말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 모습을 봐.”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어른은 어느 때에 ‘-의’를 붙여서 말하지만, 어떤 어른은 어느 때이든 ‘-의’를 안 붙여서 말합니다. 보기글과 엮어서 찬찬히 살펴봅니다.

 저 숲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숲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o)
 저 숲의 모습을 봐 - 앞서 적은 어른들의 모습 가운데 몇 가지나 (x)

  숲을 보면서 묻기에 굳이 ‘숲’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됩니다. 보기글에서도 앞서 여러 가지 어른들이 어떤 모습인가를 밝혔으니 ‘어른’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됩니다. 그러면 ‘-의’는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두 가지 보기글에서는 ‘숲’과 ‘어른’이라는 낱말만 넣을 수 있습니다. 숲을 가리키고 어른을 가리킬 적에 ‘어떤 모습’인가를 묻는 만큼, 굳이 ‘모습’이라는 낱말을 안 넣어도 돼요. 이때에도 ‘-의’는 끼어들 자리가 없습니다.

  보기글에서 ‘어른’과 ‘모습’을 함께 쓰고 싶다면 “어른 모습”이나 “어른들 모습”으로 적으면 됩니다. 이를테면, “저기 네 동생 모습을 봐(저기 네 동생을 봐/저기 좀 봐/저기 저 모습을 봐)”처럼 적으면 돼요.

  자꾸 ‘-의’를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의’를 넣고 맙니다. 이러한 토씨를 쓸 일이 없다고 느끼면 어느 자리에든 쓸 일이 없습니다. 어른들 스스로 아이들 앞에서 아름답게 말하고 사랑스럽게 이야기꽃을 피우겠다고 생각을 하면, 한국말은 언제나 새로우면서 환하게 거듭날 수 있습니다. 4347.6.29.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여러분은 앞서 적은 어른들 모습에 몇 가지나 드나요 … 시원했던 까닭은 그가 쓴 작품이 어린이 눈으로 어른들이 얼마나 거짓스럽고 어리석으며 저만 생각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위에 나열(羅列)된”은 “앞서 적은”으로 고칩니다. 글에서는 위나 아래가 없습니다. ‘앞’으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해당(該當)하나요’는 ‘드나요’나 ‘들어맞나요’로 다듬고, “통쾌(痛快)했던 이유(理由)”는 “시원했던 까닭”으로 다듬습니다. “그의 작품”은 “그가 쓴 작품”이나 “그가 선보인 작품”으로 손보고, “어린이의 눈으로”는 “어린이 눈으로”로 손봅니다. ‘위선적(僞善的)이고’는 ‘거짓스럽고’나 ‘겉으로만 착한 척하고’로 손질하고, ‘이기적(利己的)인지’는 ‘저만 아는지’나 ‘저만 생각하는지’로 손질하며, ‘통렬(痛烈)하게’는 ‘날카롭게’나 ‘매섭게’로 손질해 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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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입는 옷에서 풍기는 세제 냄새



  이웃한테서 옷을 물려입을 적에는 늘 세제 냄새를 맡는다. 세제 냄새를 빼려면 며칠쯤 옷가지를 해바라기 시킨다. 그러고 나서 물에 담가 하루를 불리고서 이튿날 복복 비벼서 손빨래를 한다. 잘 빨고 헹구어 물기를 짠 옷가지를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이렇게 하면 세제 냄새가 많이 가신다. 그렇지만 다 가시지는 않는다. 두 번 세 번 네 번쯤 빨래를 하고 해바라기를 시키면, 어느새 세제 냄새는 거의 사라진다.


  그런데, 이웃한테서 물려입는 옷에서 나는 냄새는 세제 냄새뿐이 아니다. 그러면 무슨 냄새일까? 수돗물 냄새이다. 세제와 수돗물이 섞인 냄새가 코를 찌른다.


  곰곰이 돌아본다. 내가 제금을 나기 앞서, 우리 어버이와 살아가는 동안 우리 집에서도 빨래기계와 세제를 썼다. 우리 어머니(아이들 할머니)는 오늘날에도 세제를 쓰신다.


  빨래를 마친 옷에서 보송보송한 햇볕내음과 바람내음이 묻어나자면, 화학세제가 아닌 비누를 써야 한다. 그리고, 졸졸 흐르는 맑은 물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햇볕을 쬐어야 하고, 풀내음과 흙내음을 먹어야 한다. 이때에 빨래가 가장 싱그러우면서 맑은 빛을 띤다.


  요즈음은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산다. 도시에서도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에 산다. 도시에서 빨래를 할 적에 수돗물 아니고는 쓸 물이 없다. 게다가 햇볕에 빨래를 말리기란 얼마나 힘든가. 도시에서 지내는 이웃은 세제와 수돗물을 쓸밖에 없고, 옷가지를 햇볕에 말리는 일은 꿈조차 꾸기 어렵다. 도시에서 빨래를 널어서 말리더라도, 둘레에 흙이나 풀이나 나무가 얼마나 있는가. 나뭇가지에 줄을 잇고 바지랑대를 받쳐서 바람에 한들한들 옷가지를 말릴 만한 보금자리는 도시에 몇 군데쯤 있을까.


  선물받은 ‘아이들이 물려받아 입을 옷’ 가운데 양말을 스무 켤레 즈음 빨아서 마당에 너는 동안 곰곰이 생각한다. 옷을 옷답게 건사할 만한 터전에서 살아야 몸을 몸답게 건사할 수 있을 테고, 마음을 한결 맑으면서 밝게 돌볼 만하겠지. 옷과 밥과 집은 동떨어지지 않는다. 늘 함께 흐른다. 지구별 모든 이웃이 맑은 물과 볕과 바람과 풀과 숲을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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