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다리에 힘이 붙으며



  네 살 산들보라는 하루가 다르게 다리에 힘이 새로 붙고 키가 자란다. 일곱 살 사름벼리도 하루가 다르게 다리가 길어진다고 느낀다. 아직 누나 따라쟁이인 산들보라인데, 제 다리에 힘살이 새롭게 붙는 줄 잘 느끼는 터라, 요사이는 혼자 저 멀리 앞서가는 일이 잦다. 아무 말을 않고 혼자 꽤 멀리까지 걸어가거나 촐랑촐랑 달려갔다가 돌아오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붙으니 갈 데가 많다. 다리에 힘이 붙으니 어디로든 가고 싶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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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5. 돌아가는 이모와 2014.7.24.



  아침에 찾아와서 낮에 돌아가는 이모와 아쉬운 아이들은 마을 어귀 버스터에서 한참 손을 잡고 걷는다. 이리 걷다가 저리 걷다가 오락가락한다. 구름이 모두 걷히려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나기도 하는 날씨도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멧자락에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구름이 걷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보아도 예쁜 시골이요, 구름이 가득 끼어 멧자락에 내려앉아 다리를 쉬는 하늘을 보아도 예쁜 시골이다. 굳이 도시를 헤아릴 까닭은 없지만,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에 구름이 내려앉아 쉬는 일이 없다. 오직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세 사람이 오락가락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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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사슴벌레가 사나



  밥상을 차리려고 마당에 돋은 싱그러운 풀을 뜯는다.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조금씩 뜯는다. 한참 풀을 뜯다가 마당에 떨어진 조각을 본다. 조각이라기보다 ‘사슴벌레 뿔’이 아닌가 하고 느낀다. 네가 여기에 왜 있지? 다른 몸통은 없이 왜 이렇게 뿔조각만 있지? 설마 우리 집 나무에 사슴벌레가 사나? 아니면 우리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수많은 멧새가 다른 나무에서 사슴벌레를 잡아서 우리 집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서 먹다가 뿔조각을 톡 떨어뜨렸을까. 우리 집에서 사는 마을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슴벌레를 잡아먹고는 뿔조각을 남겼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사슴벌레가 이 둘레 어디에선가 누군가한테 잡아먹힌 뒤 뿔조각만 달랑 남겼지 싶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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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마중하기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을 마중한다. 아이들과 서재도서관에서 아침에 놀다가 마을 어귀로 간다. 읍내에서 군내버스가 들어오는 때에 맞추어 간다. 빗방울이 조금 듣는다. 두 아이더러 손과 낯을 샘터에 가서 씻으라 얘기한다. 다른 날보다 5분쯤 늦게 버스가 들어온다. 아이들은 군내버스에서 내리는 손님이 누구인지 아직 알아보지 못한다. 이렇게 마을 어귀에서 마중을 나온 일이 드물기 때문일까. 앞으로 여러 손님을 마중하고 보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차츰 알아보거나 알아챌 수 있겠지.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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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 새로 엮기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며 빨랫줄을 잡아당기곤 했다. 평상에 올라서면 빨랫줄에 손이 닿기도 했고, 평상에 올라서지 않더라도 폴짝폴짝 뛰면 손에 닿곤 해서, 자꾸 줄을 잡아당겼다. 하도 잡아당기고 놀아 여러 차례 끊어졌는데, 잇고 다시 잇다가 열흘쯤 그대로 두는데, 빨래를 널 적마다 성가시다. 빨랫줄을 다시 잇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느껴 새로 잇는다. 예전처럼 외가닥으로 이을까 하다가 처마 밑에 못이 박힌 자리가 있는지 헤아려 본다. 곳곳에 있다. 아마 예전에 빨랫줄을 잇던 자리이지 싶다. 집 왼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 한 곳에서 줄을 새로 잇는다. 광에서 잇는 줄이랑, 집 오른쪽 처마 밑에 있는 못자리에서 잇는 줄하고 함께 잇는다. 세가닥 빨랫줄이 된다. 어른이 위로 팔을 뻗어야 닿을 만한 높이가 되고, 평상에서 퍽 떨어진 자리에 드리운다. 아이들도 이제 빨랫줄은 잊고 다른 놀이를 할까. 세가닥 빨랫줄로 하니, 옷가지나 얇은 이불을 더 널 수 있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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