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며칠 미루기



  거센 비바람이 며칠 몰아친다. 집 안팎으로 축축한 기운이 감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갓난쟁이였다면, 이런 날씨에도 바지런히 기저귀를 빨았으리라. 그러나, 큰아이가 일곱 살이요 작은아이가 네 살이니, 이제는 이런 날씨에 살며시 빨래를 미룬다. 거센 비바람이 잦아들어 해가 빠꼼 고개를 내밀 때에 빨래를 하기로 한다.

  아이들 옷가지를 며칠 묵히거나 쌓아서 빨래를 한 적이 아직 없다. 참말 아직 한 차례도 없다. 언제나 그날그날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빨았다. 큰아이 일곱 살과 작은아이 네 살인 오늘 비로소 ‘빨래 며칠 미루기’를 해 본다. 홀가분하면서 재미있고, 어딘가 멋쩍으면서 웃음이 난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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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잡지 《포토닷》 아홉째 호가 나왔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간다. 사진잡지는 사진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사진잡지가 있으면 사진을 읽거나 찍는 눈빛을 가다듬는 길에 얼마나 도움을 받을 만할까 헤아려 본다. 사진잡지를 찬찬히 살피면서 사진길을 걷는 젊은 사람과 늙은 사람은 몇쯤 될까 생각해 본다. 이제 막 사진길로 접어든 사람하고 오랜 나날 사진길을 걸어온 사람은 저마다 사진잡지를 어떻게 바라볼는지 궁금하다. 저마다 즐겁게 사진을 배울까. 학교를 마쳤으니 더 배울 것이 없을까. 사진기를 손에 쥔 긴 발자취를 내세우면서 더는 배울 것이 없다고 여길까. 사진을 찍어 밥벌이를 하는 사람도,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으나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도, 사진잡지 하나에 깃든 숨결을 맛있게 받아먹을 수 있기를 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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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닷 Photo닷 2014.8- Vol.9
포토닷(월간지) 편집부 엮음 / 포토닷(월간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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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눈빛 29. 바로 오늘 이곳



  오늘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나중에 찍지 않습니다. 미리 찍지 않습니다. 내가 찍는 사진은 언제나 오늘 이곳에서 찍습니다. 나중에 찍을 수 있다고 여겨 미룰 수 있지 않습니다. 내가 찍고 싶은 사진을 미리 찍어 놓을 수 없습니다.


  아침에 뜨는 해를 바라보면서 ‘해야 좀 기다려, 내가 나중에 올 테니, 그때까지 이 모습대로 있어야 해!’ 하고 바랄 수 없습니다. 아침에 뜨는 해가 아름답구나 싶으면, 바로 오늘 이곳에서 아침에 뜨는 아름다운 빛을 사진으로 담을 노릇입니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온몸으로 아침빛을 느끼면서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사진기를 손에 쥐어 찰칵 하고 누를 노릇이지요.


  사진을 찍는 얼거리는 세 가지입니다. ‘바로’와 ‘오늘’과 ‘이곳’입니다. 다만, ‘바로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은 ‘스냅사진’이 아닙니다. 그저 ‘바로 오늘 이곳’에서 찍는 사진일 뿐입니다. 어떤 사진을 찍든 우리들은 이 세 가지 얼거리로 찍습니다. 바로바로 찍고, 오늘 찍으며, 이곳에서 찍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은 늘 이 세 가지 얼거리로 움직입니다. 언제나 흐르는 오늘이요, 언제나 맞닥뜨리는 바로이며, 언제나 맞이하는 이곳입니다. 흐르는 우리 삶을 돌아보면, 늘 ‘바로 오늘 이곳’인데, ‘바로 오늘 이곳’은 늘 오늘(현재)이면서 어제(과거)가 되고 다시금 모레(미래)가 됩니다. 우리가 보내는 하루는 늘 세 가지 때가 함께 어우러지는 흐름입니다.


  사진찍기에서 바로와 오늘과 이곳이라는 세 가지 얼거리를 살피기에, 사진읽기에서도 바로와 오늘과 이곳이라는 세 가지 얼거리를 살핍니다. 사진을 읽는 우리 스스로 ‘바로 오늘 이곳’에서 내 나름대로 바라보면서 느낍니다. 다른 사람 눈길로 읽는 사진이 아닙니다. 바로 내 눈길로 읽는 사진입니다. 어제라면 어떻고 모레라면 어떻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늘 오늘 이곳에서 내 가슴에 다가오는 빛을 느끼면서 읽습니다. 이리하여, 오늘 이곳에서는 이렇게 느끼고, 며칠이 지난 뒤에는 그때대로 다르게 느끼며, 몇 해가 지난 뒤에는 그때대로 다르게 느껴요.


  다시 말하자면,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사람을 찍더라도, 오늘 찍을 때하고 며칠 뒤에 찍을 때하고 몇 해 뒤에 찍을 때에는 늘 다릅니다. 그때그때 삶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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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4-08-0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근처입니까? 골짜기 물이 시원해보입니다.고흥 하면 바다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사진을 통해서 산과 골짜기도 아름다운 곳임을 알 수 있겠지요.

파란놀 2014-08-03 12:52   좋아요 0 | URL
집에서 걸어가면 30분, 자전거로 달리면 10분이면 닿는 곳에 있어서
비가 안 오는 여름에는 거의 날마다 가는 곳이에요.

그나마 이곳은 아주 조용하고 고즈넉한 곳이었는데
'4대강사업 지류사업'으로 바닥을 다 뒤엎고
시멘트로 발랐답니다. 우리 식구가 놀러가는 골짜기는
시멘트로 안 덮은 깊은 곳이에요.

요새는 고흥 같은 두멧시골도
골짜기에 시멘트를 덮는다고 관청에서 '토목공사'를 벌이느라
참... 볼꼴사납답니다... ㅠ.ㅜ

이래서, 지난해와 올해에는
아직 개똥벌레를 못 봤어요...

노이에자이트 2014-08-03 22: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요즘엔 사람들 출입 편하게 하려고 자연을 너무 파헤져서 문제입니다.

개똥벌레가 안 오는군요.얘들이 공해에 민감하죠.

파란놀 2014-08-04 07:37   좋아요 0 | URL
개똥벌레는 다슬기를 먹는데,
다슬기도 개똥벌레도
'흙땅'에 알을 낳고 살아요.

그리고 농약이 있으면 다 죽고
시멘트를 퍼붓거나
골짜기 모양을 바꾸면
또 죽고... 그러지요...
 

종이접기놀이 2 - 책을 보며 따라하기



  종이접기는 누가 옆에서 알려주면 한결 빨리 익힐 수 있다. 그렇지만, 누가 옆에서 알려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머리를 짜내면 더디지만 제대로 익힐 수 있다. 종이를 접어서 어떤 모양을 만든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생각을 밝혔다. 생각으로 접는 종이요, 생각으로 만드는 모양이다. 큰아이도 되도록 혼자서 끝까지 가고 싶으나, 생각이 막히는 곳에서 책을 가져와서 묻는다. 큰아이와 함께 책을 들여다보면서, 아직 아이가 못하는 대목은 넌지시 알려준 뒤 처음으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스스로 다시 해야 익힐 수 있으니까. 차근차근 하나씩 손에 익힌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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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8-03 07:37   좋아요 0 | URL
책을 보면서 방법을 생각하고, 그대로 접어보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어른들도요^^

파란놀 2014-08-03 08:18   좋아요 0 | URL
종이접기책을 보면...
건너뛰는구나 싶은 대목이 많아요.

처음부터 기본을 차근차근 익히면
건너뛰어도 알아볼 테지만,
아이들은
휙휙 넘기면서
마음에 드는 것만 하려고 하니
벽에 부딪히기도 하더라구요.

참으로 재미난 놀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종이인형놀이 5 - 가위로 싹둑싹둑



  일곱 살 어린이는 가위질을 잘 한다. 하고 또 하며 다시 하니, 나날이 가위질이 는다. 하얀 손잡이 있는 가위를 석석 놀려 종이인형을 척척 만든다. 종이인형 하나로 하루가 즐거울 뿐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새롭게 놀이를 빚어낸다. 이곳에서 이 놀이를 마치면 저곳에서 저 놀이를 하고, 저곳에서 저 놀이를 마치면, 다시 이곳으로 와서 이 놀이를 하는 동안 하루 해가 꼴깍 넘어간다. 4347.8.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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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08-03 07:37   좋아요 0 | URL
우리집 아이는 9살인데요. 요즘 한창 요 재미에 빠져살아요.
예전에 내가 어렸을 때 종이인형 정말 많이 만들어서 놀았는데....

파란놀 2014-08-03 08:16   좋아요 0 | URL
스스로 만드는 재미와
스스로 장난감을 이룬 즐거움이
골고루 섞이면서
한결 신나지 싶어요.

어버이가 함께 만들어도
참으로 재미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