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언제나처럼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아직 잠을 깨지 않을 무렵 글을 쓰고는, 아이들이 일어난 뒤 천천히 밥을 짓고 국을 끓이며 풀을 뜯는다. 밥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부른다. 아이들은 저희끼리 개구지게 논다. 밥을 먹고 밥상을 치우며 설거지를 한다. 노는 아이들이 밥그릇을 그대로 두면 밥상을 한참 뒤에나 치울 수 있다. 여름 막바지 햇볕이 후끈후끈 달아오른다. 늦여름이어도 아침마다 햇볕이 뜨겁다. 그래도 늦여름이기에 해가 기울 무렵부터는 산들산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언제나처럼 맞이하는 아침이요 언제나처럼 차려서 먹는 밥이다. 그렇지만, 어느 하루도 똑같은 밥이나 이야기는 없다. 늘 다르게 맞이하는 하루요 삶이다. 아이들은 날마다 자라고, 어버이도 날마다 자란다. 아이와 어버이는 서로서로 마주보고 사랑하면서 날마다 자란다. 날마다 자라지 않는다면 삶에 노래가 흐르지 못한다. 매미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늦여름을 돌아본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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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봄에 얼결에 알라딘서재에 첫 글을 올린 뒤

2008년을 지나 2009년 즈음부터 바지런히 글을 올렸지 싶다.


2014년 여름에 알라딘서재 '서재지수 1000245점'이 된다.

처음 글 몇 가지를 올릴 적에는

'서재지수 1만 점'이 까마득하구나 싶었고,

1만 점을 지날 적에는 '10만 점'이 까마득하구나 싶었는데,

10만 점을 지나면서 '100만 점'은 아득하구나 싶더니,

이제 100만 점을 지나며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하나에서 열이고, 열에서 온이니, 온에서 즈믄을 생각하면 될까.

알라딘저새 1000만 점은 언제쯤 닿을 수 있을까

가만히 내다본다.


못 이룰 만하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어제까지!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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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8] 두 그릇 (2인분)



  읍내마실을 하면서 밥집에 들릅니다. 아이 둘을 데리고 밥을 시킬 적에는 ‘세 그릇’을 시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아이마다 ‘한 그릇’씩 따로 시키지 않습니다. 작은아이가 제법 자라면 ‘네 그릇’을 시킬 테지만, 그때까지는 앞으로 여러 해 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밥집에 따라 어떤 찌개나 밥은 ‘두 그릇’ 넘게 시켜야 합니다. 식구가 여럿이니 ‘두 그릇’ 넘게 시키는 밥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세 그릇’을 다 다른 밥으로 시키기도 합니다. 집에서는 집밥을 즐겁게 먹습니다. 바깥으로 나들이를 나오면 바깥밥을 고맙게 먹습니다. 저마다 제 밥그릇을 하나씩 밥상맡에 놓으면서 수저를 뜹니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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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57] 우수



  1980년대 첫무렵 즈음으로 떠오릅니다. 그무렵 어머니와 저잣거리로 나들이를 다닐 적에 저잣거리 길바닥에서 장사를 하는 할매는 으레 ‘우수’를 말씀했습니다. 더 얹어 주시면서 “이것 우수요.” 하셨어요. 우리 어머니도 “우수 없나요?” 하고 여쭈곤 했습니다. 요즈음은 어디에서도 ‘우수’라는 말을 듣지 못합니다. 아직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지내는 분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좀처럼 들을 수 없습니다. 다만, 곧잘 ‘덤’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곳에서는 영어 ‘인센티브(incentive)’를 듣고, 한자말 ‘성과급(成果給)’을 듣습니다. 나라에서는 ‘인센티브 제도’라든지 ‘성과 제도’를 말합니다. 공공기관이든 회사이든 한국말 ‘우수’나 ‘덤’을 말하는 이는 없습니다. ‘선물’을 말하는 이도 없습니다. 대학교에서는 영어로 강의를 하고, 영어를 모르고서는 회사에 들어갈 수 없으니, 나날이 영어 잘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슬기롭게 잘 하는 사람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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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떻게 찾을까? - 도서관에 가자 2
아카기 간코 글, 스가와라 게이코 그림, 고향옥 옮김 / 달리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20



책, 도서관, 책방

― 책은 어떻게 찾을까?

 아카기 간코 글

 스가와라 게이코 그림

 고향옥 옮김

 달리 펴냄, 2008.12.24.



  오늘날은 도서관에서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책방에서도 책을 수월하게 찾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이나 책방까지 가지 않고도 집에서 책을 거뜬히 찾을 수 있습니다. 목록을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면 언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책 하나 찾는 일이란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이나 책방에서는 목록으로 띄운 책이 아니면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안 갖춘 책은 찾아볼 수 없어요.


  사람들이 만드는 모든 책이 도서관이나 책방에 가지 않습니다. 아니, 우리가 만드는 모든 책이 ‘도서관’과 ‘새책방’에 가지는 않습니다. 중앙정부에서 만들었으나 도서관에 안 들어가는 책이 있고, 도매상을 거쳐 팔려고 하지 않으면 못 들어가는 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도서관에서는 만화책을 다루지 않습니다. 그림책도 다루지 않습니다. 요즈음은 어린이책 도서관이 제법 많이 생겼는데, 인표어린이도서관이 나타나기 앞서까지 어린이책을 도서관에서 만나기란 아주 어려웠습니다. 도서관에서는 동화책조차 제대로 안 갖추었으니까요. 이는 오늘날에도 엇비슷해요. 동화책이나 그림책은 ‘아이만 보는 책’이라 여기면서 여느 도서관에서는 이 책들을 안 갖추려 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면, 여느 어른이 어린이도서관에 가야 할까요? 무엇보다 왜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모든 사람이 두루 즐기’도록 하는 책으로 느끼지 못할까요? 왜 만화책은 도서관에 안 갖추려 할까요?



.. 이 방법은, 0에서 9까지 열 개의 수를 가지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나누는 방법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이 열 개 가운데 어딘가에 꼭 들어가야 합니다 ..  (16쪽)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분류법’으로 책을 바라봅니다. 도서관에서는 ‘사서 눈길과 손길’로 책을 다룹니다. 분류법에 들어가기 어려운 책은 도서관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처음부터 분류법에 끼지 못하는 책이 있습니다. 사서가 받아들이지 않는 책이 있습니다.


  사서 몇 사람이 수십만이나 수백만에 이르는 책을 늘 그대로 건사하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을 바라는 사람은 다 달라, 어떤 이는 책을 함부로 다룰 텐데, 도서관 바깥으로 책을 빌려가는 사람이 어떻게 다룰는지 지켜볼 수도 없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책마다 딱지나 스티커를 붙입니다. 어느 책은 겉장(표지) 하나에 온갖 품과 땀을 담아서 아름답게 여미었으나, 딱지와 도장과 바코드를 겉장 한복판에 떡하니 붙이면서 겉장 모양새를 송두리째 가리기도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애써 곱게 겉종이를 만들어 끼웠는데, 도서관에서는 겉종이를 뜯어서 버리곤 합니다.


  이웃나라 도서관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는 주한미군 도서관에서 책을 다루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주한미군 도서관에서는 책마다 얇고 속이 잘 비치는 비닐을 씌웁니다. 도서관 딱지나 바코드를 붙일 적에는, 책겉에 도서관에서 따로 씌운 비닐에 붙입니다. ‘책에 대고 바로 붙이’지 않습니다. 주한미군 도서관도 한국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책 안쪽과 책등에 도장을 신나게 찍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책 겉장을 다치게 하지 않아요. 주한미군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책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잘 알아볼 수 있습니다.



.. 상상해 보세요. 의과대학 도서관과 건축대학 도서관이 책을 똑같이 분류할 수 있을까요? KDC 하나하나의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외워 봐야 아무 소용없습니다. 다른 도서관에서는 분류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  (30쪽)





  아카기 간코 님이 글을 쓰고 스가와라 게이코 님이 그림을 그린 《책은 어떻게 찾을까?》(달리,2008)라는 그림책을 읽습니다. ‘도서관에 가자’라는 이름으로 세 권짜리 엮은 이야기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본에서 어린이한테 도서관 나들이를 즐겁게 북돋우도록 빚은 그림책입니다. 첫째 권은 《도서관은 어떤 곳일까?》이고, 셋째 권은 《주제를 어떻게 정할까?》입니다. 둘째 권은 《책은 어떻게 찾을까?》입니다. 어린이가 도서관에 나들이를 할 적에 궁금해 할 세 가지를 잘 간추려서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멋진 얼거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책 《책은 어떻게 찾을까?》는 ‘도서관을 말하는 책’인데, 이 그림책은 한국 십진분류법 가운데 어디에 들어갈까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이 책이 없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이 책이 있는데 “026(문헌정보학-일반 도서관)”에 있다고 합니다. 새책방에서는 이 책을 “국내도서-어린이-초등1∼2학년-그림책”에 넣습니다.


  따지고 보면, 아이들한테 이 책을 ‘문헌정보학’이라느니 ‘일반 도서관’이라느니 하고 갈라서 알려준다 한들 찾아보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저 ‘그림책’으로 넣을 때가 ‘초등1∼2학년’으로 나눌 때가 어울릴 테지요.


  그런데 왜 ‘초등1∼2학년’으로 나눌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모든 어린이가 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일까요. ‘중등∼고등’이 아닌 ‘청소년’으로 나누어야 할 노릇이고, ‘어린이’도 나이에 맞게 나누어야 할 노릇일 텐데요.


  그나저나, 《책은 어떻게 찾을까?》는 판이 끊어졌습니다. 도서관이나 헌책방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일찌감치 장만한 도서관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을 테지만, 앞으로 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실적’이 적거나 없다면서 치우려 한다면, 도서관에서도 만날 수 없는 책이 되고 맙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우리는 도서관에 책을 찾으러 가지만, 도서관에서 ‘장만해서 건사했다가 빌려 읽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 몇 해 묵히다가 버리’면, 도서관에 가도 ‘책을 찾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빌려서 읽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 하더라도 책을 알뜰히 건사하면서 지킬 수 있는 도서관이 될 수 있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많이 낡거나 닳은 책을 새로운 책으로 바꾸는 도서관이 될 수 있기를 빕니다. 책이 있는 곳간이 되고, 책으로 삶을 밝히는 길을 여는 도서관이 되기를 빕니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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