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안 보여주는 영화 보기



  곰곰이 헤아려 본다.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과 베트남, 또는 한국과 러시아, 또는 한국과 네덜란드, 이렇게 오가지 못하거나 오가지 않던 때에는 서로 어떤 마음이 되어 사귈 수 있었을까.


  한국에 있는 극장에 걸리지 않았고, 한국에 디브이디도 나오지 않은 영화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고맙게 얻어서 보다가 곰곰이 생각한다. 엉터리 그림을 그려서 파는 어른이 있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우는 아이가 있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삶이란 무엇일까. 돈이란 무엇이고 사랑이란 무엇일까. 삶을 이루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에 있는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가 벌써 천만 사람이 넘게 보았다고 왁자지껄한 듯하다. 참말 왁자지껄한 듯하다. 아마 한국사람은 으레 그 영화 이야기를 앞으로도 하리라. 한국에 있는 극장에 걸린 적이 없고, 디브이디도 없는 영화를 어느 누가 찾아서 볼까.


  영화를 본다. 책을 읽는다. 아이 눈망울을 바라본다. 아이가 자면서 내는 가느다란 숨소리를 듣는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하루를 누리면서 살아가는가. 우리는 저마다 누구하고 이웃이 되어 무엇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가. 나한테 찾아오는 일은 나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가.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름벼리는 커다란 종이비행기



  커다란 종이로 비행기를 접는다. 멀리 높이 휭휭 날리고 싶어 커다란 종이로 비행기를 접는다. 비행기를 더 높이 멀리 날리려고 발돋움을 한다. 온몸에 있는 힘을 모아서 휙 던진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겨울에 멧자락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확 트이리라. 여름에 멧골에 깃들어 숲을 바라보면 가슴이 맑게 열리리라. 봄에 멧꼭대기에 올라 구름을 바라보면 가슴이 시원하게 거듭나리라. 가을에 멧골에 들어가 가랑잎을 바라보면 가슴에 곱게 물들리라. 아름다운 빛을 바라보기에 아름답게 시를 쓴다. 사랑스러운 꿈을 바라보기에 사랑스럽게 시를 읽는다. 배창환 님이 이녁 삶을 깊이 돌아보면서 한 줄 두 줄 아로새긴 시를 읽는다. 4347.8.16.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겨울 가야산
배창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11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2014년 08월 16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화력발전소 취재 손님 (사진책도서관 2014.8.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서울에서 동화를 쓰는 분이 손님으로 도서관에 찾아온다. 고흥군 도양읍 장수마을에서 나고 자라서 녹동고등학교까지 다닌 뒤 서울로 가셨다는데, 서울에서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동화를 쓰신다고 한다. 지난 2013년에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동화로 뽑히셨다고 한다. 이즈음에 ‘시골살이’ 이야기와 ‘지자체에서 시골에 화력발전소 지으려고 하던 일’을 묶어서 동화로 쓰신다고 한다. 고흥에서 그때 일을 몸소 치른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신단다.


  고흥군수와 군청 공무원이 화력발전소를 끌어들여서 포스코 돈을 타려고 하던 지난날을 돌이키면서, 그무렵에 쓰던 작은 알림천과 알림종이를 보여주고는, 포스코나 군청에서 몰래 만들어서 면사무소와 읍내 버스역에 수천 장씩 뿌린 ‘화력발전소 유치 추진위원회 선전물’을 하나 드린다. 포스코나 군청에서는 그때 주민들 눈과 귀를 속이려는 짓을 많이 했다. 우주기지에 핵발전소에 화력발전소에 …… 눈먼 막개발로 눈먼 돈을 얻어들이려 했다.


  고흥에서 화력발전소 계획을 쫓아낼 수 있던 힘 가운데 하나는, 그즈음 경상도 밀양에서 아주 크게 불거진 ‘송전탑’이기도 하다. 처음에 화력발전소 이야기가 나왔을 적에는 나로도 작은 마을 한쪽 이야기로만 여기다가, 밀양 송전탑 이야기가 온 나라에 퍼지자, ‘고흥반도 맨 오른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부터 고흥반도 바깥으로 전기를 빼려면 송전탑을 곳곳에 박아야 할 텐데 어디에 박느냐’ 하고 그림을 그리니, 그때부터 주민들이 꽤 술렁거렸다.


  고흥에서 도서관을 꾸리면서 곰곰이 지켜보면, 고흥 바깥에서 고흥을 바라볼 적에 너나없이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들과 숲’을 말하지만, 고흥 안쪽에서는 온갖 쓰레기와 농약과 비닐과 비료로 더럽힌다. 군수도 군청도 고흥이 얼마나 깨끗하며 아름다운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공무원뿐 아니라 여느 교사조차 고흥을 깨끗하며 아름답게 보살피는 길을 헤아리지 못하기 일쑤이다. 고흥에서 지내는 여느 사람들도 이 시골마을이 아름다우면서 깨끗하게 돌보면서 누리는 길을 살피지 못하곤 한다.


  물이 맑게 흐르지 못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바람이 맑게 불지 않으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풀과 나무가 푸르게 우거지지 못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까. 아주 뻔한 노릇이지만, 이렇게 뻔한 대목을 살피거나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은 어디에 얼마나 있을까.


  송전탑이나 발전소나 해군기지는 아주 자그마한 조각이다. 아주 자그마한 조각도 아름답게 돌볼 수 있어야 할 터이며, 삶을 이루는 오롯한 몸통이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인문책도 동화책도 모두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삶을 읽어야지. 삶을 읽어야 인문책도 동화책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


  지난주까지 용을 쓰면서 책꽂이 자리를 거의 다 바꾸었는데, 새로 바꾼 책꽂이에도 곰팡이는 똑같이 올라온다. 쇠걸상을 받치고 바닥하고 꽤 높이 띄웠는데에도 곰팡이는 똑같이 올라오네. 어쩌나. 참말 어쩌나.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19) 쾌속


거센 파도를 / 부드럽게 달래어 품어 안는 / 해안선 굴곡을 따라 쾌속선을 띄웠다

《배창환-겨울 가야산》(실천문학사,2006) 102쪽


 쾌속선을 띄웠다

→ 빠른배를 띄웠다

→ 번개 같은 배를 띄웠다

→ 번개배를 띄웠다

 …



  인천과 서울을 빠르게 오가는 전철이 있습니다. 춘천과 서울을 빠르게 달리는 전철이 있습니다. 이 전철을 두고 ‘빠른 전철’이라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철도청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으레 ‘급행(急行) 전철’이라고 말합니다.


  서울과 부산을 빠르게 오가는 기차가 있습니다. 이 기차는 서울과 광주를 빠르게 달리기도 합니다. 철도청과 공공기관에서는 으레 ‘KTX’라는 영어를 쓰고, 이를 가끔 ‘고속(高速) 철도’라 일컫곤 합니다.


  빨리 가려고 지름길을 가곤 합니다. 질러서 가는 길이기에 ‘지름길’입니다. 지름길이 아니지만 빨리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빠른길’입니다. 다만, 한국말사전에는 ‘빠른길’이나 ‘느린길’은 안 나옵니다.


 빠른길 . 느린길

 빠른전철 . 빠른버스 . 빠른기차 . 빠른배


  빨리 가니까 “빨리 간다”고 말합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고속도로(高速道路)’라는 말을 굳이 안 써도 됩니다. 빨리 달리는 길이니 ‘빠른길’입니다. 길이 굽으면 ‘굽은길’입니다. 길이 멀면 ‘먼길’입니다. 이런 낱말도 한국말사전에는 없습니다만, 우리가 이런 말을 무척 널리 쓰는 만큼, 머잖아 올림말로 삼을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쾌속 질주

→ 무척 빨리 달림

→ 빨리 내달림

 쾌속 냉각

→ 아주 빨리 얼림

→ 재빨리 얼림

 차는 큰길로 나오자 쾌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차는 큰길로 나오자 빠르게 달렸다

→ 차는 큰길로 나오자 재빠르게 달렸다


  ‘쾌속선’ 같은 한자말을 쓰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한자말로만 이름을 지어 버릇하면, 우리 생각이 죽습니다. 빨리 달리는 배는 ‘빠른배’로 이름을 지을 수 있습니다. ‘번개배’로 이름을 지어도 됩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영어로 새로운 낱말을 짓고 그 나라 사람들 생각을 살찌웁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로 새로운 낱말을 지으면서 이 나라 사람들 생각을 살찌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16.흙.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거센 물결을 / 부드럽게 달래어 품어 안는 / 바닷가 굽이를 따라 빠른배를 띄웠다


‘파도(波濤)’는 ‘물결’로 다듬습니다. “해안선(海岸線) 굴곡(屈曲)”은 그대로 둘 만하지만 “바닷가 굽이”로 손볼 수 있습니다.



 쾌속선(快速船) : 속도가 매우 빠른 배

 쾌속(快速) : 속도가 매우 빠름

   - 쾌속 질주 / 쾌속 냉각 / 차는 큰길로 나오자 쾌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