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넘어가는 길 (2025.9.26.)
― 부산 〈책방 감〉
새벽비가 오시고 가볍게 가십니다. 시골집을 나서며 슈룹은 안 챙깁니다. 하늘과 구름을 살피면서 물으니 “네 마음에 따라서 홀가분히 다니렴. 오늘은 이쯤 뿌리고서 해가 날 테니.” 하고 알려줍니다. 어디에서나 언제나 하루비를 하루볕과 하루별과 하루바람과 나란히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흥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노란비(가을비)’하고 ‘파란비(늘 내리는 비)’ 이야기를 ‘발바닥노래(단편동화)’로 써 봅니다.
빗줄기가 씻는 하늘빛을 헤아리면서 〈책방 감〉으로 찾아갑니다. 책시렁을 살피고, 쪼그려앉아서 책을 읽다가 곱씹습니다. 밤이란, 별이 온누리를 적시기에 밝은 때이고, 별빛을 받아들여서 꿈을 그릴 적에는 고요한 어둠에 깊이 잠겨서 새길을 널리 품게 마련입니다. 모든 눈물은 밤빛을 머금고 풀기에 시나브로 동이 트면서 새벽이 찾아오고 아침이 밝아요. 밤을 풀어내는 하루를 새로 맞이하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빛을 스스로 일으킬 테고요.
문득 ‘콩’과 ‘공’을 돌아봅니다. 다르지만 같은 말인 ‘콩·공’입니다. 무엇을 먼저 보고서 이름을 붙였을는지 모르나, 옛사람은 말을 즐겁게 엮었습니다. 아무튼 콩하고 공은 같아서 콩은 공마냥 가볍게 뛰어오를 수 있어요.
아예 모르면 헛짚습니다. 모르면서 함부로 하기에 으레 망가뜨립니다. 조금 맛보아서 “내가 좀 아는데?” 하고 여기면 그만 혼멋(독불장군)으로 치달리면서 와르르 무너뜨릴 뿐 아니라, 온통 들쑤셔요. “안 익은 열매”는 처음부터 안 먹을 테지만, “설익은 열매”는 눈속임이라서 배앓이를 일으키니, 살짝 맛보기를 하고서 글을 쓰는 길이란 무척 아찔한 노릇이지 싶습니다.
지나간 숱한 생채기와 멍울도 씻고 묻거나 물을 노릇이요, 오늘날 여러 눈물과 핏자국도 씻고 묻거나 물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새날로 넘어가니까요. 헤어지는 눈물이란, 의젓하게 앞을 보며 나아가라는 빗물이요 이슬이지 싶습니다. 잃어버린 듯해도 몸과 마음에는 고스란히 흐릅니다. 잃거나 잊지 않습니다. 잃은 시늉이나 잊은 척할 뿐입니다. 누구나 바로 오늘 이곳을 빚고 지으면 넉넉해요.
온들과 온하늘과 온집이 나란히 노랗게 빛나려는 가을을 헤아리면서 책꾸러미를 그득 품습니다. 저녁에 펼 이야기꽃을 헤아립니다. 오늘 새삼스레 만난 책을 나란히 펼쳐놓고서 두런두런 저녁빛을 나누려고 합니다. 언제나 기쁘면서 새롭게 이 하루를 누리면 되어요. 온갖 책을 되읽고 새로읽고 처음읽습니다. ‘되읽다’뿐 아니라 ‘새로읽다’도 ‘처음읽다’도 ‘바로읽다’도 반짝반짝 책길입니다.
ㅍㄹㄴ
《가르침과 배움》(조지 스타이너/고정아 옮김, 서커스, 2021.10.5.)
#GeorgeSteiner #LessonsOftheMasters
《쓰잘데기 있는 사전》(양민호·최민경, 호밀밭, 2025.7.14.첫/2025.7.21.2벌)
《선동은 쉽고 민주주의는 어렵다》(패트리샤 로버츠 밀러/김선 옮김, 힐데와소피, 2023.3.27.)
#Demagoguery and Democracy #PatriciaRobertsMiller
《닥터 홀의 조선 회상》(셔우드 홀/김동열 옮김, 동아일보사, 1984.8.15.첫/1984.12.24.4벌)
#WithStethoscopeinAsiaKOREA #SherwoodHall (1893∼1991)
《딸에 대하여》(김혜진, 민음사, 2017.9.15.첫/2018.5.23.12벌)
《태도에 관하여》(임경선, 한겨레출판, 2015.3.30.첫/2017.12.15.27벌)
《맨발의 기억력》(윤현주, 산지니, 2017.7.28.)
《어느 꼬마의 마루밑 이야기》(토마스 리베라/황병하 옮김, 장원, 1991.11.30.)
#TomasRivera #Y No Se La Trago La Tierra (1977년)
《어떤 민주주의인가》(최장집·박찬표·박상훈, 후마니타스, 2007.10.29.첫/2014.7.14.2판2벌)
《나는 시민인가》(송호근, 문학동네, 2015.1.23.)
《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전국역사교사모임, 푸른나무, 1992.8.25.첫/1996.3.28.8벌)
- 문우당서점
《네덜란드 행복육아》(황유선, 스노우폭스북스, 2016.11.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