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에 기와집이 많다고들 한다. 그런데 기와집은 온 나라 곳곳에 참 많이 남아 있다. 다들 서울만 바라보니까 서울에만 기와집이 있는 줄 생각한다. 그래, 서울은 온 나라 사람들한테서 세금을 걷어들여 살림을 북돋았으니 기와집이 더 많다 하겠지. 그러면, 서울땅 기와집 마을은 얼마나 예쁘거나 아리따우려나. 

- 2010.9.18. 인천 동구 송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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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두르는 마음


 아이가 낮잠을 잔다. 만화책을 보는 아빠 팔을 베고 한참 놀다가, 아빠 팔을 베고 엄마 뜨개질 바늘을 셋 쥐고 놀다가 어느새 스르로 잠이 든다. 낮잠을 안 자면 자전거 수레에 태워 살짝 마을 한 바퀴 돌까 했는데, 용케 고이 잠들어 준다. 한동안 그대로 있다가 팔을 빼어 아이 자리에 눕힌다. 아이가 살짝 응응거린다. 조금 기다린 뒤 기저귀를 채우려 하는데 퍼뜩 깬다.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조용히 기다리니 엄마 품에서 다시 새근새근 잠이 든다. 아이가 잠이 든 이때에 무언가 좀 해 보려 하는데 잘 안 된다. 아이가 잠이 들었으니 이 틈을 살리자고 하는 생각에 매여 외려 아무것도 못한다. 그저 아이도 엄마도 모두 잠든 깜깜한 새벽나절에 일찌감치 일어나 글을 쓴다고 바스락거리며 일감을 붙잡아야 하는가 보다.

 히유 하고 한숨을 내쉰다. 도시에서 시골로 들어온 까닭은 더 느긋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즐거이 장만한 책들을 더 느긋하게 나누면서, 이 고마운 책들 이야기를 한결 신나게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잠들었다 하더라도 이 느긋한 때에 더 알차게 책이야기를 쓸 수는 없겠지. 이런 때에는 아빠도 아이 곁에 누워서 모자란 잠을 자든지,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책을 읽는다든지, 때로는 자전거를 타고 읍내에 가서 능금 몇 알이나 포도 몇 송이를 사 올 때가 나을까 싶다.

 아이랑 아이 엄마랑 곱게 잠든 낮나절, 겨울을 코앞에 둔 산골마을 해는 일찍 떨어진다. 이제 빨래를 집으로 들여야겠고, 저녁에 무엇을 끓여 먹을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야겠다. 찬바람을 쐬며 머리를 식히자. (4343.1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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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래하는 마음


 이 옷을 누가 입는가 헤아리며 손빨래를 한다. 이 옷을 입는 사람이 사는 터전은 어떠해야 좋을까 곱씹으며 비빔질을 한다. 빨래할 때뿐 아니라 밥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밥을 누가 먹는가 생각한다. 이 밥을 먹는 사람은 어떻게 기운을 얻으며 살아가면 좋은가 돌아본다. 내가 쓰는 글은 누가 읽으라고 쓰는 글인가를 되뇌어 본다. 내 어줍잖은 글 하나를 읽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 무슨 일을 어떤 생각으로 펼쳐 나가면 좋은가를 가만히 톺아본다. 빨래하는 마음은 밥하는 마음이고, 밥하는 마음은 걸레질하는 마음이며, 걸레질하는 마음은 아이를 안고 동네마실을 하는 마음이요, 아기수레 아닌 어버이 품으로 아이를 보듬는 마음은 좋은 책 하나 찾아서 읽으려는 마음이다. 좋은 책 하나 찾아서 읽으려는 마음은 애써 글 한 줄 쓰려는 마음이고, 애써 글 한 줄 쓰려는 마음은 호미질 하는 마음이다. 호미질 하는 마음은 바느질 하는 마음이고, 바느질 하는 마음은 설거지를 하고 내 어버이 등과 허리를 부드러이 주무르는 마음이다. (4343.5.1.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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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재우는 마음


 더 놀고 싶어 하며 졸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아이를 재우기란 몹시 힘들다. 불을 다 끄고 아이한테 기저귀를 채우고 이불을 덮은 다음 토닥거리더라도 아이는 잠들지 않기 일쑤이다. 온 하루 아이하고 부대끼며 지친 아빠가 먼저 곯아떨어질 때가 있고, 아이는 어두운 방에서 홀로 깨어 옹알거리며 놀다가 잠투정을 하곤 한다. 그래도 어찌어찌 아이가 가까스로 잠들고, 간밤에 오줌 기저귀를 한 번 갈고 다시 토닥이며 재울 때 아이 잠든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고되고 지치고 벅찬 아이키우기란 더없이 힘든 보람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힘드니까 보람이 있다 할 수는 없고,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동안 시나브로 보람이 샘솟는다. 아이하고 부대낀 하루하루란 날마다 책 몇 권어치 이야기 넘치는 삶결이다. (4343.5.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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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안는 마음


 스물한 달째 살아가는 아이를 가슴으로 안으며 다닐 때에는 팔이 떨어질 듯하다. 더욱이 애 아빠가 하는 일이란 책방마실이나 골목마실인 터라, 바깥에 한 번 나오면 예닐곱 시간은 우습게 돌아다닌다. 아이는 너덧 시간을 아주 신나게 놀더라도 지쳐 걸음이 더디거나 졸음에 겨워 하기 마련이다. 이때에는 애 아빠가 아이를 안고 다녀야 하고, 아이를 품에 안으며 재워야 한다. 아이 옷가지며 책이며 잔뜩 든 무거운 가방을 등에 메고 사진기를 목에 건 채 아이를 안고 걷자면 다리통이 퉁퉁 붓고 발바닥이 후끈거리며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내가 더위를 타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날이 쌀쌀하다며 나보고 왜 긴옷을 안 입느냐고 물을 때면 그저 빙긋 웃는다. 아이를 키워 본 분들조차 아이를 안고 다니면 얼마나 힘들고 더운 줄을 잊었을까. 아이를 수레에 태워 밀고 다니면 나처럼 땀 뻘뻘 흘리며 온몸이 뻑적지근할 일은 없겠지. 하루하루 아이 몸무게가 차츰차츰 늘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팔이 빠지고 고되리라 본다. 오늘은 아침 아홉 시부터 저녁 일곱 시가 넘을 때까지 아이하고 돌아다니며 똥 싼 바지를 빨고 아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품에 안아 낮잠을 재우고 아이 손에 붙잡혀 여기저기 다니고 계단 오르내리기 도와주고 하면서 더할 나위 없이 힘에 부친다고 느낀다. 함께 골목마실을 하던 분들이 아이를 한동안 안아 주었기에 지쳐 쓰러지지는 않았는데, 배고프고 졸린 아이를 혼자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한숨이 절로 터져나왔다. 그래도 콩물 두 잔을 마시고 밥 조금 먹은 아이가 속이 든든해졌는지 투정을 부리지 않고 얌전히 아빠하고 있어 주어 고맙게 달래면서 토닥토닥 재웠다. 팔이 저린 채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이를 수레에 싣고 걷는 다른 애 엄마나 애 아빠를 보며 오늘 하루만큼은 슬며시 부러웠는데, 부러우면서도 저이들은 팔 빠지고 팔 저리고 온몸 쑤신 어버이로 지내는 괴로운 기쁨을 모르겠구나 싶어, 나는 앞으로도 아이수레는 쓰고 싶지 않다. 힘에 겨우니까 이렇게 힘에 겨운 대로 살고 싶다고 할까. 힘에 겨우니까 힘에 겨운 짐을 내려놓는다기보다 힘에 겨운 짐을 더 단단히 붙잡으며 내 삶을 다스리고 싶다고 할까. (4343.5.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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