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씨 꽂는 피아노


 봄이 한창 무르익을 때에 꽃이 피는 단풍나무는 한 달 즈음 꽃을 잇다가 한 달 즈음 씨앗을 매답니다. 아이하고 멧길을 오르내리면 아이는 어김없이 단풍꽃이나 단풍씨를 하나씩 꺾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저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단풍꽃이나 단풍씨를 올려놓습니다. 아이는 피아노 건반 사이에 단풍씨와 단풍잎을 꽂고는 살며시 다른 건반을 똥똥 튀깁니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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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삶과 사랑


 아이가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라는 몸이 되어 제 목숨을 누릴 때에는 꼭 세 가지를 돌아보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첫째는, 아이 스스로 제 목숨이 얼마나 고마운가를 느껴 저와 동무와 살붙이와 이웃이 다 달리 아름다운 사람인 줄을 알도록 하는 일입니다. 둘째는, 아이가 살아가는 나날을 어떻게 하면 아이 손으로 착하게 꾸릴 수 있는가를 깨닫도록 돕는 일입니다. 셋째는, 아이가 아이 삶과 어버이 삶과 이웃 삶과 동무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살펴서, 이 사랑스러운 삶을 참다이 껴안을 수 있도록 어깨동무하는 일입니다. (4344.6.1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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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깃든 땀과 값과 꿈


 좋은 삶을 좋은 넋으로 일구면서 좋은 글을 쓰려고 좋은 땀을 흘려 좋은 책 하나 태어납니다. 좋은 책 하나 태어났을 때에는 좋은 일을 해서 번 좋은 돈으로 좋은 마실을 즐기면서 좋은 책방에서 좋은 손길을 내밀어 좋은 웃음을 주고받으면서 장만합니다. 좋은 마음이 되어 좋은 발걸음으로 좋은 골목을 천천히 거닐거나 좋은 자전거를 산들한들 달리며 좋은 보금자리로 돌아옵니다. 좋은 살림집에서 좋은 아이를 어루만지면서 좋은 푸성귀와 곡식으로 마련한 좋은 밥을 차려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좋은 하루를 보냅니다. 좋은 잠자리를 펼쳐 좋은 자장노래를 부르면서 좋은 꿈을 맞아들이도록 하고, 살짝 좋은 틈을 내어 좋은 책에 서린 좋은 얼을 되새깁니다. 좋은 책을 좋은 매무새로 읽으면서 내 좋은 삶을 한결 좋은 길로 거듭나도록 보살피는 좋은 기운을 얻습니다. 좋은 땀이 깃든 좋은 책을 읽으면서 내 좋은 삶을 날마다 새롭게 북돋웁니다. 좋은 책은 나 스스로 좋아하는 어여쁜 일터에서 땀흘려 얻은 삯을 그러모아 장만합니다. 좋은 꿈은 좋은 책을 하나둘 꾸준하게 맞아들이면서 좋은 흙을 밟고 좋은 바람을 쐬며 좋은 햇살을 누리는 기쁨을 밑밥 삼아 키웁니다. 나날이 책을 사귀고 책을 만나며 책을 사랑하며 지내는 동안, 책삶은 사랑삶으로 뿌리내립니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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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과 책읽기


 누가 어느 책을 깎아내린대서 내가 어느 책을 읽을 때에 좋은 알맹이나 줄거리나 빛줄기가 스러지거나 옅어지지 않는다. 누가 어느 책을 추켜세운대서 내가 어느 책을 읽을 때에 얄궂은 속살이나 겉치레나 허울이나 껍데기가 사라지거나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읽는 책이요, 책은 책 그대로 책이다.

 누가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한대서 내가 깎이거나 낮추어지지 않는다. 누가 나를 추켜세운대서 내가 올라가거나 높아지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나일 뿐, 둘레 사람들 어떠한 말에든 아랑곳할 까닭이 없다. 나로서는 내 삶을 사랑하면서 늘 착하며 참다이 걸어갈 한길을 돌아볼 노릇이다.

 겉이 아닌 속을 읽을 책이고, 겉치레가 아닌 속치레를 할 삶이며, 입에 발린 사랑이 아니라 따스히 껴안는 사랑을 나눌 일이라고 느낀다. 부질없는 말을 일삼을 때에는 부질없는 삶에 스스로 얽히고 만다. 맑은 말로 맑은 넋을 키우며 맑은 삶을 일구면 된다. 밝은 글이 깃든 밝은 책을 알아보며 밝은 꿈을 가꾸면 된다. (4344.6.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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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2
콘노 키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시를 쓰는 만화
 [만화책 즐겨읽기 44] 콘노 키타,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2)》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로서 만화책을 장만하곤 합니다. 아이가 나중에 함께 읽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아버지나 어버이라는 자리에 앞서, 오늘 나 스스로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즐길 만화책을 장만하곤 합니다.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어도 기쁠 테지만, 어버이 스스로 오늘 재미나게 즐기지 못한다면, 어버이부터 오늘 아름다이 껴안지 못한다면, 어버이로서 바로 오늘 예쁘게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만화책은 그닥 장만할 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동화책이든 그림책이든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한테 도움이 되라며 장만하는 책은 없습니다. 아이한테 도움이 되기 앞서 어른한테 도움이 될 책이어야 합니다. 아니, 어른한테 도움이 되기에 아이한테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책을 장만하며 읽을 수 없는 어린이책을 아이한테 읽히자면, 어른 스스로 어른이책을 좋아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어른 스스로 좋아하거나 즐기지 못하는 책을 아이한테 좋아하거나 즐기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맛나게 먹지 않는 밥을 아이보고 맛나게 먹으라 할 수 없습니다. 아이한테 네 몸에 좋으라고 먹이는 밥이라고 말하려면, 어른도 똑같이 먹으면 됩니다. 어른이 똑같이 먹으면 아이는 두말 않고 냠냠짭짭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함께 즐기는 밥이면서 책이요 만화입니다. 나란히 좋아하는 삶이면서 꿈이요 책입니다.


- “사호, 미안한데 들어와서 부엌에 좀 갖다 놔 줄래?” “그럼, 실례합니다.” (5쪽)
- “됐어, 괜찮아. 어린애가 치는 피아노 소린 싫지 않아. 소리가 튀거나 삐끗하는 게 듣기만 해도 미소가 나오는 게 마음이 즐거워지지 않아?” … “시오리도 저렇게 장난으로 칠 때가 있구나. 시오리는 착한 아이야. 길에서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하고, 늘 진지한 표정으로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똑바로 걸어가곤 한단다.”  (27, 29쪽)



 좋다고 할 만한 책이라면 하루아침에 장만하지 못합니다. 오랜 나날에 걸쳐 차근차근 장만할 수 있습니다. 추천도서목록이나 권장도서목록에 오른 수백 수천 권을 한꺼번에 장만할 수 없어요. 아니, 돈이 있다면 한몫에 살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장만’하지는 못합니다. 벽 한쪽을 좋거나 훌륭하다는 책으로 채우는 일은, 책읽기가 아니니까요.

 책읽기를 하려고 책을 장만하는 일이란, 내 마음을 살찌울 좋은 책을 하나하나 만나면서 새롭게 마음눈을 뻗치고 마음길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하루에 그림책 백 권을 읽는다 해서 아이가 책읽기를 좋아한다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이 마음밭에 고운 열매를 맺도록 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 많은 책을 더 자주 읽혀야 하지 않아요. 날마다 알맞게 꾸준하게 즐기면서 아이 스스로 아이 삶을 사랑하면서 아끼도록 이끌 때에 참다이 책읽기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버이 또한 곁에서 어버이 삶을 북돋우면서 보살피는 어여쁜 책을 갖추어야겠지요. 책읽기란 삶읽기인 줄 가만히 헤아리면서 종이로 이루어진 책을 비롯해 사람으로 이루어진 책에다가 자연으로 이루어진 책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아이를 낳아 같이 살아가려는 어른이라면 더더욱 종이책과 사람책과 자연책을 알뜰히 엮을 줄 알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 “엄마가 이런 과자는 몸에 안 좋다고 먹지 말랬어.” “몸에 안 좋은 건 왜 이렇게 맛있을까 하고 우리 엄마도 자주 말해.” (52쪽)
- “쿠마 잘못이 아니야. 고양이의 본능이 그런걸. 어쩔 수 없어.” “본능이면 아기 새를 죽여도 돼?” “고양이는 육식이란 말이야. 사야도 닭고기 먹잖아. (아차.) 아, 사야, 지금 말은, 어.” “안 먹어. 사야 이제 고기 안 먹어.” (62∼63쪽)


 만화책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2권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2권에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는 머잖아 새롭게 나오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1권에서는 착한 사람들 사랑씨가 어떻게 맺어 시나브로 퍼지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착한 사람들 나눔씨가 어떻게 뿌리내려 열매를 맺는가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얼핏 잘못 생각하기로는 착한 사람들 이야기라면 슬픈 이야기는 없으리라 여길 테지만, 착한 사람들 이야기이건 못된 사람들 이야기이건 눈물과 웃음이 뒤엉킵니다. 눈물이 있기에 웃음이 있고, 웃음이 있는 만큼 눈물이 있어요.

 기쁘게 살아가며 눈물이 나고, 슬프게 살아가다가 웃음이 납니다. 왜냐하면 나 스스로 내 삶에 어떤 아쉬움을 맺지 않을 때에는 홀가분하기 때문입니다.


- “행복을 가져다줄 말을 찾아봐.” (105쪽)
- “음, 난 알 것 같아. 어른이 되면 타인의 마음이 없는 말이나 행동에는 내성이 생기지만, 그 반면 생각지도 못한 따뜻하고 다정한 말에는 약해지거든. 이상하지? 다정한 말에 눈물이 나다니.” (115쪽)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이란 아이를 먹여살리는 나날입니다. 아이를 먹여살리는 나날이란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아이한테 읽히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란 어른이 함께 읽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입니다. 어른이 먼저 읽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은 나중에 아이가 천천히 읽기 마련입니다.

 시를 쓰듯 그림 하나와 글 하나가 곱게 얽힌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2권을 곰곰이 되읽으면서 생각합니다. 가만 보자, 만화라면 만화에 실리는 글월이란 한 줄 두 줄 시와 같지 않던가. 사람들이 서로 복닥거리며 주고받는 말마디란 한 줄 두 줄 똑 떼어놓고 헤아리면 시와 같다 할 만하지 않나. 이 만화책 하나만 시와 같다고 할 뿐 아니라, 내 마음속으로 살며시 스며드는 착한 만화책이라면 어느 만화책을 손에 쥐든 시를 읽는 느낌이 되지 않으려나.

 좋은 책이란 좋은 시라 할 테지요. 좋은 시란 글월 하나로 좋은 책을 이루는 셈이겠지요. 좋은 책이란 한 줄로 갈무리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겠지요. 좋은 시란 한 줄을 읽으며 몇 날 몇 달 몇 해를 기쁘게 살아낼 기운을 북돋우겠지요.


- “창피하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소중한 거야, 하루카. 그렇게 연약하게 흔들거리는 마음이 좋은 시로 이어질 거야.” “흔들거리는 마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엄마도 내가 한 말이지만 잘 모르겠다.” (125쪽)
- “엄마가 그 책을 갖고 계셨거든요. 나중에 빌려 드릴까요?” “정말? 고마워! 아, 근데 어머님의 소중한 책인데.” “많이 읽어 줘야 책도 기뻐할 거라고 도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는걸요.” (148쪽)



 빈틈이 없는 어머니가 아닌 빈틈이 있는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스레 돌봅니다. 돈이 넉넉한 아버지가 아닌 돈이 모자란 아버지가 아이를 따숩게 얼싸안습니다. 똑똑한 어머니가 아닌 똑똑하지 않은 어머니가 아이를 믿음직하게 보살핍니다. 힘이 센 아버지가 아닌 힘이 여린 아버지가 아이를 튼튼하게 키웁니다.

 어느 하나 모자라거나 아쉬울 구석이 없다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참으로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게 자라지는 않습니다. 돈이 많대서 모자람 없는 살림집이 아닙니다. 이름이 높대서 아쉬움 없을 살림집이 아닙니다. 가방끈이 길어야 훌륭한 어버이가 되지 않습니다. 착하고 참다우며 곱게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른이 되고 어버이가 될 때에 비로소 사랑이 자라고 믿음이 싹틉니다.

 밥알 하나에는 사랑이 깃듭니다. 배앓이하는 아이 배를 살살 쓰다듬는 손길 한 번에는 믿음이 서립니다. 텃밭 감자밭에 감자잎이 우거지고, 이 우거진 감자잎 사이로 멧다람쥐 한 마리 뽀로롱 숨습니다. 뭐, 멧다람쥐한테 먹이 될 만한 무언가 있을까 모르겠지만, 좋은 그늘자리나 숨을 터는 되겠지요. (4344.6.18.흙.ㅎㄲㅅㄱ)


―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2 (콘노 키타 글·그림,김승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11.2.15./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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