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깬 아침 낮 저녁에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라,

모두 잠든 깊은 밤에

혼자 일어나서

글꾸러미 하나 묶는다.

 

동시집 원고를 80꼭지 추슬러

출판사로 보낸다.

즐겁게 받아

예쁜 책으로 태어나

이 나라 아이들한테

좋은 삶밥 되기를 비는 마음이다.

 

이제 한 가지 큰일 마무리지었으니,

다음 일 두 가지를 하면 된다.

하나는 오늘 할 수 있을 듯하고,

하나는 이틀쯤 뒤에 해낼 수 있을까.

 

아무쪼록 모든 일 잘 매듭짓고

옆지기 일산마실 즐거이 하도록

이번 한 주 도와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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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30 15:25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의 예쁜 동시집을
저도 읽고 싶어요. *^^*

파란놀 2013-05-01 06:05   좋아요 0 | URL
네, 사람들이 예쁜 마음 나누어 받고,
한편으로는
저도 씩씩하게 좋은 돈 벌고 싶습니다 ^__^
 

인동꽃 한 송이

 


  인동꽃이 무리지어 피어날 적에도 곧잘 알아챌 만하지만, 인동꽃이 꼭 한 송이 피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릴 적에도 이내 알아챌 만하다. 봄이 한껏 무르익으면 어느새 인동꽃 해사한 빛깔 드러난다. 눈부신 봄꽃 피고 지는 동안 인동꽃한테 눈길을 두는 사람 퍽 드물지만, 이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어느 봄꽃도 서로 다투듯 피어나지 않는다. 봄날 봄꽃은 봄꽃잔치라 할 만큼 저마다 다른 빛 저마다 다른 때에 조용히 피운다. 누렇게 바랜 들판에 푸르게 환한 물결 출렁이기 앞서 모두들 즐겁게 기지개 켜고 일어나도록 부르는 꽃내음이고 꽃빛이라고 할까.


  인동꽃 한 송이 죽죽 뻗으며 시골집 대문 곁에서 해바라기를 한다. 처음에는 한 송이, 머잖아 여러 송이, 어느덧 한 타래 되어, 마을마다 예쁜 집 예쁜 꽃바람 불러일으킨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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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배꽃 책읽기

 


  배꽃은 하얀데 배알은 왜 누르스름할까 하고 생각하다가는, 누르스름한 배알 덥석 베어물면, 속살 하얗게 빛나며 달달하다. 그래, 껍데기 아닌 속알맹이 이토록 하얗게 빛나기에 배꽃이 하얗게 빛나는구나. 배꽃이란 얼마나 맑은 하양인가. 배꽃은 얼마나 그윽한 내음 퍼뜨리는 고운 하양인가. 배꽃을 본 사람은 흰빛을 배꽃빛이라 말할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대학교 이름이 ‘배꽃대학교’ 되고, 마을 이름이 ‘배꽃마을’ 되며, 회사나 기관이나 출판사 같은 데에서 ‘배꽃’을 이녁 이름으로 삼으면, 이 나라 마음결과 생각밭 환하게 거듭나리라 느낀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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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쓰는 사람은 글 한 줄에 온넋을 싣는다. 밥을 짓는 사람은 밥 한 그릇에 온넋을 담는다. 밭을 일구는 사람은 호미질 한 차례에 온넋을 들인다.


  책 한 권 엮는 사람들 넋을 책 한 권 장만해서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헤아릴까. 한 줄 두 줄 온넋 실은 글꾸러미 모여 책 한 권 이루어지고, 이 책 한 권 알뜰히 엮어 책방이나 도서관에 놓는다.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아이들과 뛰논다. 그러고는 다시 새힘 얻어 온넋을 새롭게 글에 담는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삶을 누리는 이야기를 한 땀 두 땀 싣는다. 글을 읽는 사람은 홀가분하게 이웃들 사랑 어린 꿈을 냠냠짭짭 받아먹듯이 읽는다. 4346.4.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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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5] 한솥지기

 


  어릴 적에 어른들은 ‘식구(食口)’라는 한자말을 써야 옳고, ‘가족(家族)’이라는 한자말 쓰면 옳지 않다 이야기했습니다. ‘식구’는 한겨레가 예뿌터 쓰던 낱말이요, ‘가족’은 일제강점기에 함부로 들어온 얄궂은 낱말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적잖은 학자들도 이 같은 대목을 밝힙니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학자나 전문가나 작가를 비롯해 참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대목을 살피지 않습니다. 상업광고 물결이 크기도 했겠지만, 오늘날 사람들 입과 손과 눈에 익은 ‘가족’이라는 낱말을 ‘식구’로 바로잡기는 힘드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참말 한겨레는 먼먼 옛날부터 ‘식구’라는 한자말로 우리 살붙이를 가리켰을까 궁금해요. 한자가 없던 옛날에도 한겨레 스스로 ‘식구’ 같은 낱말을 썼을까 아리송해요. 시골 할매는 곧잘 “우리 사람”이라고 말씀하곤 합니다. “우리 집”이라는 말마디는 으레 내 살붙이를 가리킵니다. 국어사전에는 안 나오는 “한지붕”이라는 낱말은, “한 지붕” 아닌 “한지붕”이라 느낄 만큼 “한식구”를 일컫는 자리에 씁니다. 옆지기랑 아이들하고 밥을 나란히 먹다가 어느 날 ‘한솥밥’이라는 낱말 생각합니다. 시인 백석 님이 쓴 글 〈개구리네 한솥밥〉을 떠올립니다. 한솥으로 지어서 먹는 밥이니 한솥밥이요, “한지붕 사람들”이 먹는 밥이며, “우리 집 사람들”이 먹는 밥입니다. 한솥밥 사람이란 ‘한솥지기’입니다. 허물없는 이웃이라면 ‘한솥벗’이나 ‘한솥동무’ 됩니다. ‘한솥사랑’ 나누는 사이는 서로 즐겁고, ‘한솥꿈’ 꾸는 사이는 함께 아름답습니다. 4346.4.3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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