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는 글


 책을 말하는 글이 되자면 책에 얽힌 정보가 아닌 책이 우리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아야 합니다. 사람을 말하는 글이 되자면 사람에 얽힌 정보가 아닌 어느 한 사람이 당신 삶에서 어떠한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당신 나날을 일구고 있는가를 들려주는 이야기를 실어야 합니다. 줄거리를 말한다거나 글쓴이가 무슨 일을 한다고 말한다거나 해서 책을 말하는 글이 되지 못합니다. 어느 한 사람 나이를 밝힌다거나 옷차림이나 몸매나 얼굴 모습을 밝힌다고 해서 어느 한 사람을 말하는 글이 될 수 없습니다.

 겉을 훑거나 스치는 우리 누리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책을 말하는 글을 만나기 몹시 어렵습니다. 사랑과 맏음으로 사귀려 하지 않는 이 나라 사람이기 때문인지 몰라도, 사람을 말하는 글을 마주하기 매우 힘듭니다.

 나 스스로 아름다우면서 좋은 열매를 얻어 싱그럽고 튼튼한 기운으로 살아가고자 하면서 책을 읽는 흐름이 옅다고 느낍니다. 나부터 참되면서 착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가운데 따순 사랑과 너른 믿음을 나누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물줄기는 자꾸 끊기고 있다고 느낍니다.

 책을 말하는 글이란 그예 자취를 감추고, 사람을 말하는 글이란 가없이 사라지기만 합니다. (4343.7.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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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기와 글쓰기


 책을 읽는 일과 책을 쓰는 일은 다르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었어도 책을 쓸 수는 없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으로서 책을 쓰고 싶다면 터무니없는 꿈을 키우는 노릇인데, 그래도 한 가지 길은 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을 한 권도 빠짐없이 내 손으로 옮겨서 적바림해 볼 수 있으면 책 하나 쓸 수 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을 셈틀 자판조차 아닌 연필을 쥔 손으로 종이에 옮겨적을 만큼 품과 땀과 마음을 쏟을 수 있으면, 이이는 책만 읽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책을 써낼 수 있다. (4343.7.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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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안 쓰기


 반쯤 왼쪽이라고 밝히는 ㄱ님은 한겨레신문에 곧잘 글을 쓴다. 그러나 나는 한겨레신문에 글을 쓸 마음이 없다. 예전에 두 해 반에 걸쳐 우리 말 이야기를 한겨레신문에 쓴 적이 있지만, 한겨레신문사에서 나를 취재한다고 할지라도 취재를 받아들이고픈 마음이 없다. 취재를 하고 싶으면 그저 내 책을 읽고 느낌글이나 써 주면 좋겠다. 이는 경향신문이라고 다르지 않다.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말은 내 책에 다 적혀 있으니, 기자들 스스로 읽기 나름이다. 잘 읽어낼 수 있으면 나를 만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취재글을 쓸 수 있다. 잘 읽어내지 못한다면 나를 만나더라도 아무 울림과 떨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이든 동아일보이든 중앙일보이든 취재를 받을 마음이 없고, 이런 곳에 글을 쓸 마음 또한 없다. 그러나 애써 취재를 안 받는다거나 글을 안 쓰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이런 일을 할 만큼 나한테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이야기요, 이런 일까지 하면서 내 고맙고 알뜰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흘려버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러니까, 한겨레신문이든 조선일보이든 어느 신문에고 글을 쓸 수 있고 취재를 받을 수 있으나, 굳이 이런 일은 안 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마음과 매한가지로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안 쓸 생각이다. 그러나 기사는 띄운다. 기사를 띄울 뿐이지만, 굳이 ‘오마이뉴스이기에 여기에 올리는 글’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날마다 내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틀로 기사로 붙일 뿐, 오마이뉴스를 빛내거나 도와준다든지, 또는 오마이뉴스를 빌어 내 생각을 밝히거나 알리려는 마음은 없다. 나는 바른 길을 가는 사람을 좋아할 뿐, 바른 길을 가지 않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 나는 아름다운 뜻을 지키며 훌륭한 삶을 일구는 사람을 사귀고 싶을 뿐, 아름답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은 삶을 아무렇게나 꾸리는 사람하고 만날 만큼 널널하지 않다. 그러니까, 나는 나 스스로 바른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고, 나 스스로 휼륭하다고 느끼거나 믿을 만한 일거리를 찾아 즐겁게 살아가고 싶다.

 글다운 글을 쓸 마음이어야 글쟁이이다. 사진다운 사진을 찍을 마음이어야 사진쟁이이다. 아이를 참다이 사랑하고자 마음쓰며 살아야 어버이이다. 몸소 올바르며 맑고 착하게 살아야 스승이다. 내가 차츰차츰 좋은 사람으로 거듭난다면 내 둘레에서 내가 마주할 사람들 누구나 시나브로 좋은 사람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 (4343.7.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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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사진찍기
김윤기 지음 / 들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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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는 가장 즐거운 멋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6] 김윤기, 《내 멋대로 사진찍기》


 우리 집에 디지털사진기가 두 대가 되었습니다. 형한테서 얻은 돈을 보태어 가까스로 한 대를 장만하여 쓰고 있었는데, 이 디지털사진기는 고작 한 해 반을 썼을 뿐이지만 부속품이 낡고 닳아 사진기값 1/5에 이르는 돈을 치르며 고치고 한 대를 새로 장만합니다. 사진기 수리점에서는 ‘사막에 다녀오셨어요?’ 하고 묻더군요. 오로지 인천골목길하고 헌책방하고 아이 세 가지만을 사진으로 담았으니 참 어이없는 물음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퍽 어릴 무렵부터 아빠 사진기를 갖고 놀았습니다. 백일이 지난 뒤부터가 아닌가 싶은데, 아빠가 늘 사진찍기를 하고 있으니, 사진기가 바닥에 놓여 있으면 엉금엉금 기어와서 사진기를 만지작거렸고, 단추를 하나하나 눌러 보면서 ‘설명서 한 번 안 보고’ 사진기 다루는 솜씨를 웬만큼 익혔습니다. 이제 고작 스물석 달짜리 아이인데, 혼자서 제법 씩씩하게 사진기를 들고는 사진을 찍습니다. 찍힌 사진을 들여다본다든지, 사진을 주루룩 넘긴다든지, 옆사람한테 사진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일을 꽤 잘합니다.

 디지털사진기 한 대만 있고, 필름사진기조차 망가져서 못 쓰고 있는 동안에는 아이가 사진기를 갖고 노는 모습을 따로 사진으로 담지 못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이가 사진기를 갖고 노는 모습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습니다. 여느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사진을 찍을 줄 안다고 하면 못미더워 합니다. 저러다 비싼 사진기 떨어뜨려 깨뜨리지 않느냐며 걱정합니다. 아이는 백일 무렵부터 이제까지 아빠 사진기를 한 번도 바닥에 떨어뜨린 적이 없으며, 늘 살몃살몃 다루어 줍니다. 어린 나날부터 어버이 곁에서 사진기를 갖고 놀았으니 스물석 달을 살았으면서 채 돌이 되기 앞서부터 사진을 찍을밖에 없습니다. 어버이가 농사꾼이면 어린 나날부터 호미질 가래질 쟁기질을 옆에서 지켜보며 농사일을 익힐밖에 없고, 어버이가 살림꾼이면 어린 나날부터 밥하기 빨래하기 씻고 닦기 같은 일을 늘 바라보며 익힐밖에 없습니다. 저마다 삶으로 헤아리고 삶으로 배우며 삶으로 스며듭니다.

 태국에서 짐차를 모는 일을 하는 김윤기라는 분은 사진찍기를 무척 즐긴다고 합니다. 어디를 다니든 사진기를 챙긴다고 하는군요. 당신은 스스로 ‘프로’ 아닌 ‘아마추어’라 얘기하고, 프로이든 아마추어이든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면 사진쟁이라고 밝힙니다. 당신은 《내 멋대로 사진찍기》라는 책까지 하나 써 냈습니다. 사진을 말하는 책을 내놓는 사람들은 으레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인데,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지 않으면서 사진책을 낸 김윤기 님은 머리말에서 “사진에 대한 책들은 대부분 프로가 아마추어를 가르치는 그런 식이었다 … 사람이 다르면 사진도 다르고, 그 방법도 다를 수밖엔 없다. 길을 가르쳐 준다기보다는 어디든지 가고 싶은 대로 자유로이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7∼8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김윤기 님 말마따나 사람이 다르면 삶이 다르고, 삶이 다르기에 사진이 다릅니다. 사진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더 낫거나 모자란 사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마다 제 삶을 사랑하는 만큼 제 사진을 사랑하기 마련이요, 저마다 제 삶을 좋아하는 만큼 제 사진을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일이나 놀이를 이야기한다면 누구나 손쉽고 따스하며 넉넉한 말씨로 들려줍니다. 사랑하거나 좋아하는 일이나 놀이를 다룰 때에는 언제나 살가우며 가슴이 뭉클하고 신나는 보람 하나를 베풀어 줍니다.

 좋은 사진이란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나누며 좋은 삶을 꾸릴 때에 태어납니다. 누가 좋다고 말하기 앞서 나 스스로 나부터 좋다고 느끼는 사진입니다. 누가 엉성하다고 따지기 앞서 내가 먼저 온몸으로 엉성하다고 느끼며 뉘우치는 사진입니다.

 사진을 찍는 멋이란 내 나름대로 내가 사랑하는 삶을 일구는 멋입니다. 사진을 바라보는 맛이란 내 깜냥껏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사귀며 어깨동무하는 맛입니다. 사진찍기는 온통 땀내 나는 삶이요, 사진읽기는 속속들이 살가우며 따스한 삶입니다.

 “완성에 이르지 못한 예술 사진처럼 쓸데없는 사진이 또 있을까? 무엇을 전하려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고, 막연한 느낌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그러나 주로 실패하는, 그런 사진을 찍는 데 필름을 마구 쓰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일까(34쪽)?”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윤기 님은 필름사진을 찍으면서 필름을 알뜰히 아낀다고 밝힙니다. 식구들하고 먹고사는 가운데 사진찍기에 더 많은 돈을 쓸 수 없기도 하지만, 스스로 더 좋아할 만하거나 더욱 사랑할 만한 사진이 나오기까지 더 생각하고 살피며 부대낀 다음 사진기 단추를 누르고 싶답니다. 사진기 단추를 더 많이 눌러 본다고 해서 당신 마음에 더 들거나 당신이나 둘레 사람이 흐뭇하게 여길 만한 사진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밝힙니다. “필름을 아껴 쓰는 것,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아마추어의 사진이란 절제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58쪽).” 하고 덧붙이는데, 곰곰이 따지면, 프로 사진쟁이이든 아마추어 사진쟁이이든 ‘나 스스로 무엇을 사랑하며 무엇을 어떤 매무새로 어떻게 담으려는가’에 마음을 쏟을 노릇입니다. 사진찍기를 즐길 수 있느냐 없느냐를 크게 헤아려야지, 어떻게 찍든 잘 나오는 사진 하나 얻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한테는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부질없거든요. 우리한테는 예쁘게 찍은 사진 한 장이란 덧없거든요. 우리한테는 그럴싸하게 찍은 사진 한 장이란 쓸모없거든요.

 잘 찍은 사진 한 장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예쁘게 찍은 사진 한 장을 저잣거리에 내놓고 팔 생각입니까. 그럴싸하게 찍은 사진을 대문에 걸어 놓고 뽐내려 합니까.

 “보이는 그대로의 세상이 더 아름답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사진을 찍으려 애쓴다(83쪽).”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땅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느끼며 받아들이고자 살아갑니다. 이렇게 우리 두 발을 내디딘 이 땅에서 우리 아름다운 삶을 즐기고자 사진을 찍고 일거리를 찾고 놀이감을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하고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아름다운 삶에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진에는 아름다움을 나누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김윤기 님 책 《내 멋대로 사진찍기》는 김윤기 님이 살아가는 멋이랑 다른 이름난 사진쟁이가 살아가는 멋이랑 똑같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비슷하거나 닮은 구석 하나조차 없는데, 누가 누구한테서 사진을 배우거나 누가 누구 사진 틀거리를 배우거나 할 수 없음을 넌지시 들려줍니다. 사진강좌이든 사진학교이든 모조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이론이든 사진실기이든 하나같이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기를 들었으면 내 삶을 꾸밈없이 들여다보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르면 됩니다. 붓을 들었으면 내 삶을 고즈넉히 살피면서 그림 하나 그리면 됩니다. 연필을 들었으면 내 삶을 맑고 밝게 껴안으면서 글 하나 적바림하면 됩니다. 춤과 노래와 몸짓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삶에 어떤 멋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멋이 어디에서 비롯하는가를 느끼며 비로소 문화이든 예술이든 삶 하나로 모두어지며 태어납니다. 사진은 누구나 ‘내 멋대로’ 찍고 ‘내 삶대로’ 좋아하며 즐기는 가운데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습니다. (4343.7.11.해.ㅎㄲㅅㄱ)


― 내 멋대로 사진찍기 (김윤기 글·사진,들녘 펴냄,2004.2.23./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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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 캐기


 집 앞에 있는 텃밭을 일구려고 돌을 고르는데 삽으로 땅을 파면 팔수록 비닐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온다. 줄줄이사탕처럼 비닐쓰레기가 잇달아 나온다. 꽤 예전에 이 땅에서 밭농사를 하던 분이 비닐농사를 하면서 파묻었다고 하는데, 열 몇 해가 지난 예전 비닐쓰레기들은 썩을 생각을 하지 않고 꽤 질기기까지 하다. 이러니, 이런 비닐쓰레기를 시골사람은 불에 태워서 없애려고 할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데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집에서 나오는 비닐은 어떠한가. 도시사람들 살림집 비닐봉지이며 비닐로 된 껍데기이며 모두 어디로 갈까. 도시에서는 쓰레기를 나누어서 버리고 주마다 일꾼들이 나누어서 가져간다고 하지만, 이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고 있을까.

 우리 집 식구들은 만화책을 몹시 좋아하지만, 만화책을 싸고 있는 비닐은 끔찍하게 여긴다. 만화책을 구경하는 젊은이와 푸름이와 어린이 모두 책을 마구 다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닐을 덮어씌운다는데, 이렇게 덮어씌운 비닐은 모두 쓰레기가 되어 버린다. 아이들 손길을 타서 책이 다칠 걱정을 하기 앞서, 아이들이 책을 곱고 올바르며 얌전하게 만지고 살필 수 있도록 가르치며 이끌 노릇이 아닌가.

 책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은 책 하나를 만들 때마다 ‘쓰레기 비닐 껍데기’를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음을 생각하고는 있을까. 글책이든 그림책이든 만화책이든 사진책이든 비닐은 제발 안 씌우면 좋겠다. 비닐 씌울 돈으로 ‘구경책’ 하나를 책방에 선물로 줘서, 이 구경책은 마음껏 보는 가운데 돈을 치르고 살 책은 깨끗하게 집어들어 장만하도록 이끌어 주면 더없이 좋겠다. (4343.7.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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