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글쓰기 3


 살림을 하는 사람이 글을 얼마나 쓰고 책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까.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살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아이를 무릎에 앉히어 그림책을 읽히면서 ‘밥벌이를 하는 글’을 쓰거나 ‘내 마음밥 채운다는 책’을 읽을 수 있나? 다만, 골목마실이나 헌책방마실을 할 적에는 아이를 안고 한손으로 덜덜 떨며 사진을 찍곤 했다. 숨을 이십 초쯤 멈추고 손이 떨리지 않게끔 다스리면서 살며시 단추를 누른다. 사진 한 장 찍고 나면 히유 한숨이 쏟아지면서, 아이가 포근히 안겨 있는가 살핀다. 시골집에서는 아이랑 놀다가 지쳐 떨어져 방바닥에 드러누운 채 아이가 춤추거나 노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이마저도 삼십 분이 넘어가면 그냥 곯아떨어진다. 아이는 아이대로 더 신나게 뛰어논다. 이제 아이를 재우고픈 마음에 등불 하나 없이 깜깜한 시골길을 손 잡고 거닐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 머잖아 동생이 태어날 텐데 언니 된 아이가 밥 잘 먹고 잠 잘 자며 마음껏 뛰어놀면 참으로 좋겠다고. 이렇게 등불 하나 없이 깜깜한 때를 ‘밤’이라 하는데, 이러한 밤에는 다들 코 자니 아이도 코 자야 한다고. 아이가 다리 아프다며 안아 달라 할 때쯤 그만 걷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닿으니 아이는 다시금 뛰어논다. 어른은 아이를 이기지 못한다. (4343.11.6.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른아침부터 놀던 아이는 늦은저녁이 되도록 잠 없이 논다. 마지막은 춤노래로 마무리를 할 듯하면서 더 논다. 

- 2010.1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골목집 안쪽에 세워 놓은, 그러니까 한 층으로 된 골목집 옥상 자리에 박아 놓은 빨래줄에 빨래집게 잔뜩 집혀 있다. 뒤쪽 빨래줄에는 시래기가 나란히. 

- 2010.10.27. 인천 중구 신흥동2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전읽기


 새로 나오는 책을 읽고 싶다면 예전에 나온 책을 먼저 읽으면 됩니다. ‘오래도록 읽을 만한 책(고전)’을 읽으며 무언가 느껴 온누리 바라보는 눈길을 다스리면 넉넉합니다. 내가 받아들여 내 삶을 북돋울 인문책을 옮게 가누고 살피는 몸짓이란, 새로 나오는 ‘참 좋다’고 하는 인문책을 아무리 읽은들 찬찬히 익히거나 배우거나 삭일 수 없습니다. 인문책이란 삶을 담은 책, 한 마디로 하자면 ‘삶책’이거든요. 슬기롭게 살아가자면 슬기로움이 내 삶으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슬기로움이 내 삶으로 스며들자면 수많은 지식을 갖추려고 하는 매무새로는 모자랍니다. 수많은 지식은 머리에 갇혀 옴쭉달싹 못하는 짐덩이입니다. 슬기로움이란 언제나 때와 곳에 맞추어 옳고 바르며 착하고 참다이 움직이도록 이끄는 기운입니다. 슬기로웁게 살아가자면 내 손에 꾸덕살이 박혀야 하고, 내 발바닥에 못이 박혀야 합니다. 내 머리카락은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되면서, 내 살갗은 햇볕에 그을려야 하지요. 이리하여 고전읽기란 삶읽기입니다. 다만, 예전에 나온 책이라 해서 모두 고전이 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예전에 나온 책이라 한들 모두 읽을 만한 책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싶으며, 책을 가까이하는 가운데 슬기로운 넋을 일구고 싶다면, 헌책방을 즐겨찾아야 합니다. 헌책방 책시렁에서 열 해 스무 해 서른 해 마흔 해 쉰 해가 지나도록 빛줄기가 곱다시 흘러나오며 내 눈길과 눈빛과 눈매와 눈결을 어루만지는 알맹이가 담긴 책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나온 책이란 ‘헌책방에서 오래도록 살아남는 책’을 일컫습니다. 도서관에서 먼지만 먹으며 잠자는 책이 ‘예전에 나온 책’이 아닙니다. 예나 이제나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같은 이름표’를 얻지 못하면서, 몇몇 사람 손만 겨우 거치며 몇몇 사람한테 가까스로 알음알이를 하더라도, 책사랑으로 나아가려는 한 사람을 기다리는 고운 책이 ‘예전에 나온’ 책, 바야흐로 고전입니다. 고전을 읽으며 삶을 읽어내어 아로새길 수 있을 때에 하루하루 차근차근 슬기로움을 온몸과 온마음에 적셔 놓습니다. 새로운 슬기나 새로운 지식이나 새로운 책이란 한 가지조차 없습니다. (4343.11.6.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을 깨는 마음


 낮잠 없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놀고 나서, 밤새 손을 잡자며 아버지를 깨우고 어머니를 깨우며 뒤척이다가는 이듬날 새벽같이 일어나는 아이를 어떻게 돌보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무지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고단한 아침나절, 아이가 함께 안 놀아 준다며 훌쩍훌쩍대는 낑낑 소리를 듣다가 게슴츠레하며 무거운 눈을 억지로 뜨고 일어서다. 능금 한 알을 씻어 칼로 껍질을 깎는데 자꾸 칼이 빗나간다. 무딘 칼이라 손을 안 베었지 잘 드는 칼이었다면 손을 몇 번 베었겠다. 아이 아빠는 능금을 껍질째 먹는데 아이한테 먹이자면 아직 껍질을 벗겨야 하니, 칼질 못하는 이 사람이 능금 깎기에 조금은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빠가 부시시 일어나니 아이는 홀짝임을 그친다. 금세 방실방실 웃는다. 그렇지만 아이 아빠는 시무룩한 얼굴로 아이한테 이래라 저래라 한다. 아이는 그래도 좋댄다. 아빠 등에 기대어 뭔가를 아빠 목 둘레에 얹어 놓더니 엄마 웃옷을 입겠다면서 칭얼대고, 입혀 놓았더니 조금 뒤에 단추를 끌러 달라 하고, 얼마 뒤에 다시 입겠다고 비비댄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일이라 하는데, 아이가 십 분쯤만 놀아도 온 집안은 어질러진다. 십 분 늘어놓은 갖가지 물건을 이십 분 동안 치워야 한다.

 갓난쟁이일 때에는 갓난쟁이일 때대로 아이하고 복닥이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조금 크며 첫 돌을 지나고 두 돌을 지나니 이때에는 이때대로 부대끼며 잠을 들기 힘들다. 한 해가 저물며 네 살이 될 아이는 새해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제 아버지랑 어머니 잠을 앗아 먹으려나. 어쩔 수 없이 아이는 제 어버이 살과 마음과 몸을 나누어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나 또한 내 어버이 살과 마음과 몸을 신나게 얻어 먹으며 자라 왔고, 아직까지 내 어버이한테서 살과 마음과 몸을 얻어 먹는다고 느낀다. 아마 우리 딸아이 또한 열 살이 되고 스무 살이 되며 서른 살이 된달지라도, 오늘 하루와 매한가지로 내 살과 마음과 몸을 살뜰히 앗아 먹을 테지.

 그러면 아이한테 더욱 기쁘게 내 살을 나누어 주어야 하려나. 아이한테 내 마음과 몸을 더 거리끼지 말며 신나게 도려내어 주어야 하려나. 그야말로 말괄돼지답게 춤추고 노래하며 놀다가 잠든 얼굴을 보면 ‘이 돼지 녀석!’ 하면서도 살며시 볼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어루만질밖에 없다. 잠을 깨야지. 잠이 오면 눈을 비비고, 비척비척 비틀비틀 해롱해롱이라면 한 번 더 기운을 내야지. 아빠가 홀로 책상맡에 앉아 글을 쓰니까 아이가 고맙게 혼자 노래하며 놀다가 책꽂이에서 그림책 몇 꺼내어 아빠 곁으로 와서 얌전히 앉아 책을 펼쳐 읽어 준다. (4343.11.6.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