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리’만 쓰는 교육을 받는다면, 이 아이들은 앞으로 ‘머리’만 쓰는 일을 해야 할까 궁금하곤 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머리’도 쓰고 ‘몸’도 쓰며 ‘마음’도 쓰는 교육을 골고루 아름답게 배울 노릇 아닌가 생각한다. 만화책 《은수저》에 나오는 머스마는 입시지옥 무게에 짓눌리다가 축산고등학교로 내뺐다 할는지 모르지만, 아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머리’만 쓰는 삶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쓰는 삶으로 나아가고 싶구나 하고 느꼈으리라 본다. 머리와 몸만 쓴대서 끝나지 않는다. 머리와 몸을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는 대단히 큰 일이다. 마음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착하고 참답게 쓰는 길을 어버이와 어른한테서 배워야 아이들이 오롯이 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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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저 Silver Spoon 6
아라카와 히로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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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날마다 재미있고, 하루하루 새롭게 먹는 밥은 즐겁게 몸을 살찌운다. 배고파서 먹고, 배불러서 그만 먹고, 다시 배고파서 먹고, 또 배불러서 그만 먹는다. 배고프니 일을 쉰다. 배고프니 밥을 차린다. 배부르니 느긋하게 쉰다. 배부르니 신나게 일하거나 놀이한다. 배고프니 다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다. 배부르니 다 같이 모여서 일하거나 놀이한다. 날마다 이루어지는 조그마한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엮으면 재미난 그림책 하나 뚝딱 하고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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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요
야규 겐이치로 글 그림,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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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못 개는 빨래

 


  어릴 적에 어머니 곁에서 빨래를 으레 개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빨래를 갤 적에 고맙다는 말씀을 늘 하셨다. 어느 때에는 당신이 나중에 개면 되니 그대로 두라 하셨지만, 어머니 집일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 도무지 언제 저 빨래를 갤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아마 식구들 모두 잠들고 나서 깊은 밤에서야 갠다는 뜻이었으리라.


  빨래를 다 마친 옷가지 개는 일은 하나도 안 힘들다. 10분쯤 말미를 내면 정갈하고 예쁘게 갤 만하다. 그런데, 집안일 가운데 10분 말미를 따로 못 빼기 일쑤이다. 이럭저럭 집안일 다 했구나 싶으며 등허리를 펼라치면 이때서야 ‘미처 못 갠 빨래’가 보인다. 빨래는 손으로 비비고 헹구어 다 한 다음 마당에 해바라기 시켜 보송보송 잘 말려 놓고는, 정작 곱게 개어 제자리에 두어야 할 몫은 뒤로 미룬다.


  집에서 한손 거드는 몫이란 아주 크다. 설거지를 조금이나마 거든다든지, 밥상에 수저를 놓는다든지, 다 먹은 빈 그릇 치운다든지 하는 한손조차 큰 손이 된다. 밥상 밑을 걸레로 한 번 훔쳐 준다든지, 마루와 방바닥을 슬쩍 비질을 하거나 걸레질 하는 손길도 대단히 반가운 일손이다.


  내 어머니는 내가 가시내로 태어나기를 바라셨을까. 나는 가시내로 태어났으면 집일을 어떻게 건사하며 살았을까. 4346.7.2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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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7 07:43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들이 먹고 난 밥그릇을 싱크대에 갖다놓으면
그 마음이 너무 예뻐 "고맙다~!" 얘기합니다.
오늘은 마음을 곱게 개듯...빨래를 개야겠어요..^^

파란놀 2013-07-27 11:06   좋아요 0 | URL
빨래는 마음을 곱게 빨고
갤 적에는 마음을 곱게 개는데
늘 뒤엣일을 미루니... @.@
 

책아이 33. 2013.7.24.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놀려 하는 큰아이가 코피를 터뜨린다. 네 몸이 힘들어서 그렇단다. 그러니 다시 잠자리에 들거나 좀 드러누워서 쉬렴. 큰아이는 아버지더러 “코 막아 주셔요.” 하더니 머리를 들고 손을 쭉 뻗으며 만화책을 본다. 이렇게 책을 보자니 아무래도 팔이 아프겠지. 이제 드러눕는다. 그러나 자거나 쉬려는 뜻이 아니다. 만화책을 쉽게 보고 싶을 뿐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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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7 07:45   좋아요 0 | URL
벼리는 정말 자나깨나 책을 참 좋아하는군요~
보라는 자나깨나 손에 장난감을~ㅎㅎㅎ

파란놀 2013-07-27 11:07   좋아요 0 | URL
밖에서 더 잘 놀도록 해야겠는데
저도 몸을 더 홀가분하게 못 써서요... 에구..
 

이슬빛 책읽기

 


  풀잎마다 이슬빛이 다르다. 이슬마다 모양과 무늬가 다르다. 이슬은 하늘이 들풀한테 베푸는 아침선물일까.


  이슬을 보려면 흙이 있어야 한다. 흙이 있다면 풀이 돋는다. 이슬이 돋는 풀이 자라는 흙이 있다면, 이 흙터가 조금 넉넉하다 할 적에는 아이들 놀이터가 되고, 어른들은 이곳에 무언가 심으려고 하리라. 아이들로서는 조그맣더라도 놀이터를 얻고픈 마음이고, 어른들로서는 조그맣더라도 텃밭을 삼고픈 마음이다. 그러나, 텃밭 얻으려는 어른보다는 자동차 댈 빈터 얻으려는 어른이 더 많으리라 본다.


  바짓가랑이가 이슬에 젖도록 바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뜻을 이룬다는 말을 어릴 적부터 들었다. 그런데 요즘 도시사람 가운데 바짓가랑이에 이슬 묻히는 사람 있을까. 이슬 묻을 만한 흙터가 없다시피 한데다가, 으레 자가용이나 버스나 전철로 움직여 버릇하니, 바짓가랑이에 이슬은커녕 흙알갱이 하나 묻을 겨를이 없다.


  개미들 볼볼 기는 모습 하염없이 바라보며 놀 수 있듯, 아침해가 뜨며 천천히 사라지는 이슬 오래오래 들여다보며 놀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맺히는 이슬을 바라보며 어릴 적부터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풀은 이렇게 잎사귀에 이슬이 맺히니 조금이나마 아침에 목을 축이며 뜨거운 햇볕 견딜 수 있을까 하고. 4346.7.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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