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아이들 발끝

 


  아이들과 살아오며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적에 으레 ‘아이들 발가락’이나 ‘아이들 발’이나 ‘아이들 발끝’을 가만히 들여다보곤 한다. 사진기를 손에 안 쥘 적에는 밥을 차려서 아이들 부르며 밥상맡에 앉힐 적에 ‘밥상맡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먹는 아이들 뒷모습’이 꼭 눈에 들어온다. 아이들더러 무릎 꿇고 앉아서 먹으라 시킨 적 없으나, 아이들은 밥상맡에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이렇게 앉을 적에 허리가 곧게 펴면서 아이들 앉은키하고 밥상 높이가 맞기도 할 테지.


  발가락을 보고 발을 보며 발끝을 보는 동안, 아이들이 어른과 견주어 몸피가 얼마나 작은가를 또렷하게 느낀다. 튼튼하게 자라는 모습은 어느 몸 어느 모습을 보더라도 느끼지만, 저 작은 발로 씩씩하게 뛰놀며 씩씩하게 크는구나 하고 새롭게 깨닫곤 한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를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며 사진으로 찍는다. 내가 우리 아이들 발끝에 눈길이 꽂힌다면, 나로서는 우리 아이들 발끝을 바라볼 적마다 우리 시골살이 이야기를 들려줄 실마리를 얻는다는 뜻이라고 본다. 아이들 발끝만 사진으로 담다가, 때때로 내 발끝을 아이들 발끝 사이에 살짝 섞으면, 참말 내 발끝은 우락부락 거칠고 되게 크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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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옷 입고 바람 가르는 어린이

 


  새옷을 얻은 사름벼리가 신나게 달린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 몸이 얼마나 자라는가를 잘 느끼는 듯하다. 하루 동안 실컷 뛰놀지 못한 날이면, 잠자리에 들기 앞서 땀을 쭉 뺄 만큼 혼자서 달리고 뛴다. 버스정류장 앞까지 가는 길에도 혼자 먼저 저 앞으로 달렸다가 돌아오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한다. 바람을 가르고, 바람을 듬뿍 쐰다. 바람을 마시고, 바람처럼 배롱나무 곁을 스치고 달린다.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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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놀이 1

 


  큰아이가 먼저 마당 평상에서 뒹굴며 논다. 이윽고 작은아이가 누나 곁으로 따라간다. 큰아이는 평상에서 자는 척 드러눕는다. 작은아이도 평상에서 자는 척 놀이를 따라한다. 우리 집 나무그늘 평상에서 드러누우며 가만히 있으니 어떠니? 어떤 소리가 들리고, 어떤 바람이 흐르니?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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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네모빵

 


  읍내 빵집에서 어제 사온 네모빵에 곰팡이가 피었다. 읍내 그 빵집에서 장만하는 네모빵에 가끔 곰팡이가 피곤 한다. 처음 살 적부터 곰팡이가 있던 셈이다. 안 팔렸기 때문이겠지. 안 팔린 채 여러 날 있었기 때문일 테지. 내가 먹은 네모빵 한 조각에만 곰팡이가 있을까. 다른 조각을 살핀다. 다른 조각에는 없다. 그래, 잘 되었다. 다른 식구는 모르는 채 곰팡이 안 핀 조각을 먹으면 되지. 읍내 빵집 일꾼은 그곳 네모빵이 잘 안 팔린 채 그대로 두면 며칠 안 지나 곰팡이가 피는 줄 알까. 알면서 그대로 두실까. 4346.9.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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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5 12:47   좋아요 0 | URL
이궁...빵에 곰팡이가 피었다니요...ㅠㅠ
앞으론 잘 살펴보시고 사셔야겠네요..
빵집 주인께도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저도 빵 좋아하는데...흑흑..

파란놀 2013-09-26 05:14   좋아요 0 | URL
네모빵(식방) 속에 피니까
열고서 살펴볼 수 없어요 ^^;;;

예전에는 롤케익 안에도 피곤 하더라고요... @.@

카스피 2013-09-25 23:10   좋아요 0 | URL
흠 곰팡이기 피는것은 방부제가 안들어 갔단 뜻이겠죠.요즘은 돈만 벌겠다고 사람몸에 안좋은 것을 너무 많이 사용하니....
그나저나 빵집쥔장한테 곰팡이 핀 사실을 확실히 알려주는것이 낫겠지요

파란놀 2013-09-26 05:13   좋아요 0 | URL
그 빵집 맞은편에 파리바게트 고흥 지점이 확장이전을 하면서
곰팡이가 피더라고요...

카스피 2013-09-26 19:32   좋아요 0 | URL
이런 그 시골까지 파리바게트가 들어서는군요ㅡ,ㅜ

파란놀 2013-09-26 21:46   좋아요 0 | URL
뭐, 베스킨라빈스도 있는걸요.
다만, 롯데리아는 고흥에 없답니다~
 

책이 살아온 나날

 


  한 사람이 책을 씁니다. 한 사람은 처음부터 책 한 권을 쓰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쓰는 한 사람이 되기까지 짧지 않은 나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일을 치릅니다. 한 사람은 제법 기나긴 나날 숱한 고비와 갈림길에 서고, 웃음과 눈물을 피워내면서 사랑과 꿈을 키웁니다. 글 한 줄을 쓰기까지 열 해가 걸리고, 책 한 권을 쓰기까지 서른 해가 걸리며, 이야기 한 자락 마무리짓는 데에 쉰 해가 걸립니다.


  한 사람이 쓴 책 한 권을 읽는 사람은 책값을 치르려고 일을 해서 돈을 법니다. 즐겁게 일해서 즐겁게 번 돈을 들고 책방마실 즐겁게 합니다. 책방지기는 즐거움 감도는 돈을 받아 즐거운 빛 깃든 책을 즐겁게 웃는 책손한테 살가이 건넵니다.


  한 사람이 책을 읽습니다. 한 사람은 처음부터 책 한 권 읽어내지 못합니다. 책 한 권을 읽는 한 사람이 되기까지 짧지 않은 나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일을 겪습니다. 한 사람은 무척 기나긴 나날 갖은 고비와 갈림길에 서고, 웃음과 눈물을 길어올리면서 사랑과 꿈을 보살핍니다. 글 한 줄을 읽기까지 열 해가 걸리며, 책 한 권을 읽기까지 서른 해가 걸리고, 이야기 한 자락 가슴으로 삭히는 데에 쉰 해가 걸립니다.


  책 한 권 태어나고서 서른 해를 살아갑니다. 이 책 한 권을 서른 해 앞서 장만하여 읽은 누군가는 어느덧 흙으로 돌아갔을 수 있습니다. 이 책 한 권 서른 해 앞서 장만하여 읽은 누군가는 허옇게 센 머리에 주름진 살결로 늙은 할매나 할배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더라도, 책을 쓴 사람 넋은 책마다 고이 숨쉽니다. 사람은 죽어 흙으로 묻히더라도, 책을 읽은 사람 손길은 책마다 살포시 흐릅니다. 책은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를 더 살아갑니다. 책은 앞으로 오백 해나 천 해를 더 살아낼 수 있습니다. 4346.9.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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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책이 살아온 나날은
사람이 살아온 나날이군요.
오늘도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란놀 2013-09-26 05:12   좋아요 0 | URL
언제나 아름다운 나날
즐겁게 누리셔요.

그 날이 모여 예쁜 삶이 되는구나 하고
늘 새롭게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