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6] 지하철 승차

 


  오랜만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문에 붙은 알림글을 하나 봅니다. 왼쪽에는 “무리하게 승차하지 않기”라 적고, 오른쪽에는 “먼저 내리고 나중에 타기”라 적어요. 지하철에서 지킬 예절이라 하는데, 이 예절을 지키는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여요. 그런데, “차를 탄다”를 뜻하는 ‘승차(乘車)’는 왜 써야 할까요. 이 알림글 붙인 이 스스로 ‘내리다’와 ‘타다’를 안다면, “무리하게 타지 말기”라 적어야 올바를 텐데요. 그리고, “억지로 타지 말기”로 한 번 더 손질하면 아름다울 테고요. 지하철에서 즐겁게 무언가 지키자고 하는 이야기라면, “지하철 10대 에티켓”보다는 “지하철 예쁘게 타기”나 “지하철 즐겁게 타기”로 이름부터 잘 다스릴 수 있기를 빌어요. 4346.1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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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이 똑같은 '곁'과 '옆'이지만,

쓰는 자리는 사뭇 다르다 할 만합니다.

두 낱말 뜻을 잘 살피면

우리 스스로 아름다이 살리면서 살찌울

말길을 깨달을 만합니다.

 

..

 

곁·옆
→ ‘곁’과 ‘옆’은 같은 뜻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과 “곁에 있는 사람”은 느낌이 달라요. ‘옆’은 그저 자리가 어디인가만 말하고, ‘곁’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거나 누군가를 보살피거나 아끼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옆’은 자리만 가리키기에 “옆으로 눕다”나 “옆을 보다”처럼 쓰지만, “곁으로 눕다”나 “곁을 보다”처럼 쓸 수는 없어요. 두 낱말을 바탕으로 ‘곁지기’와 ‘옆지기’처럼 쓸 수 있는데, 이때에 ‘곁지기’는 ‘옆지기’보다 한결 살가이 아끼거나 보살피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만해요.



1. 오른쪽 자리나 왼쪽 자리나 둘레 가까운 자리
 - 곁에서 도와주는 동무들
 - 내가 아플 적마다 어머니는 늘 곁에서 알뜰히 보살펴 주셨어
2.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
 - 곁을 많이 두어 외롭지 않아
 - 곁이 없으니 몸이 아플 적에 더 힘들다



: 오른쪽 자리나 왼쪽 자리나 둘레 가까운 자리
 - 옆을 잘 보렴
 - 옆에 앉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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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이 더 시끄럽다.
아니, 선생님이 시끄러우니
어린이집 아이들이 시끄럽다.
왜 이 어른들은 스스로 ‘선생님’ 될까.
왜 이 어른들은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 부르지 못하며 ‘얘들아’ 하고
뭉뚱그리기만 할까.

 

순천서 부전으로 가는 기차에
노래가 흐르지는 않는다.
이리 떠들고 저리 소리지르는
어수선하게 귀 따가운
접시 깨지는 소리만 있다.

 

그런데,
어쩌면,
수십 수백 수천 숨결
한꺼번에 몰고 다니려면
이름 부를 틈이 없고,
다 다른 옷 입힐 수 없어,
한몫에 몰아 우르르
상자에 담아 똑같이 키우는
병아리로 만들어야겠지.

 


4346.10.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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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3-12-09 06:47   좋아요 0 | URL
아!

파란놀 2013-12-09 09:29   좋아요 0 | URL
기차를 타고 먼길을 다닐 때면,
또 어디에서나 병아리옷 입힌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 볼 때면,
왜 이렇게 시끄럽고 어수선한가 하고 갸우뚱했는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통 속에 가두어야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희망찬샘 2013-12-13 07:02   좋아요 0 | URL
저의 이 짧은 감탄사의 의미를 아주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또 뜯는 겨울부추

 


  봄과 여름에 정구지(부추) 신나게 뜯어서 먹었는데, 꽃대 오르고 씨앗 터지고 난 뒤에도 가을부추 새삼스레 먹었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들어도 정구지는 푸르게 푸르게 또 푸르고 푸르게 새 잎사귀 뻗는다. 얼마나 고마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얼마나 즐거운가, 노래노래 부르면서 한 잎 두 잎 톡톡 끊는다. 손톱으로 살며시 눌러 끊을 때에 들리는 통통 소리는 싱그럽다. 까마중을 훑느라 손톱 언저리 까맣게 물들고, 겨울정구지 끊으면서 두 손에 풀내음 그득 묻는다. 먹을 적에도 즐겁지만, 풀을 뜯고 작은 열매 훑을 적에도 즐겁다. 뜯거나 훑기 앞서 가만히 바라볼 적에도 즐겁다. 눈과 손과 입과 몸으로 즐거우니, 마음으로도 즐겁다. 겨울정구지란 따순 시골에서 살아가는 이한테 하늘이 내려주고 땅이 베푸는 예쁜 선물이다. 벌써 냉이가 오르는 곳이 있다는데, 냉이도 눈 크게 뜨고 찾아봐야겠다.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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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2-08 09:27   좋아요 0 | URL
오늘은 정구지 총총 썰어서 고명 얹힌
맛있는 국시를 해 먹고 싶네요~~

파란놀 2013-12-08 11:14   좋아요 0 | URL
아하, 국수에다가 정구지를 썰어서 넣어도 되는군요.
정구지를 끊을 적마다
다른 어디에 넣어 먹기는 아쉽다 여겨
늘 날푸성귀로만 먹었어요~
 

사진과 함께 - 무엇을 즐기는 삶일까

 


  아침을 차려 아이들 불러 함께 먹고 먹이다가, 큰아이가 오이놀이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얘야, 밥 먹다가 무얼 하니, 하고 물으니, “나 수박 먹어.” 하면서 오이로 수박 먹듯이 논다. 이 아이가 배 안 고파서 이러나 하고 살짝 생각하다가, 그래 언제나 놀이로 무엇이든 바꾸는 마음일 테지, 하고 깨닫는다. 처음에는 오이 속만 파먹다가, 나중에는 오이 겉만 갉아먹는다. 오이 겉만 갉아먹은 뒤에는 “아버지, 돌이야 돌.” 그러더니 “어, 돌이면서 단추인가.” 한다. 작은아이도 누나처럼 겉만 갉아먹어 ‘동그란 돌’을 만들어 달란다. 작은아이 입을 벌려 조금씩 갉작갉작 먹도록 해서 만들어 준다. “자, 봐, 너도 스스로 할 수 있겠지?”


  밥상머리에서 밥만 먹지 않아도 되리라. 참말, 이 아이들처럼, 밥상머리에서 한창 밥을 먹다가 놀 수 있다. 밥을 먹다가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밥을 먹다가 잠을 잘 수도 있겠지. 밥을 먹다가 마당으로 뛰쳐나가 땀 흠뻑 쏟으며 놀 수 있다.


  즐기려는 삶이다. 아름답게 즐기고, 신나게 즐기며, 사랑스레 즐기려는 삶이다. 억지로 붙잡거나 붙들 삶이 아니다. 꼭 이것을 해야 하거나 반드시 저것을 해야 하지 않다. 활짝 웃고 맑게 노래할 수 있는 삶으로 나아갈 때에 즐겁다. 즐겁게 누리는 삶일 때에 아름답게 일구는 하루가 될 수 있다.

 

  밥상맡 오이놀이 큰아이 모습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다. 그래, 밥 바지런히 먹으라 다그치거나 나무랄 일이란 없지. 네가 이렇게 놀면, 이 싱그러운 놀이빛을 사진으로 담으면 되겠네. 천천히 먹으면 되지. 쉬었다가 나중에 먹어도 되지. 놀다가 찬찬히 먹으면 되지. 이 겨울에 밥도 국도 다 식는다 하더라도, 국은 다시 끓여서 따뜻하게 먹으면 되지. 즐겁게 먹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살아야, 비로소 즐겁게 노래하는 사진을 찍지. 4346.1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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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의서재 2013-12-0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 끝에 하얀 솜털이 보여요. 애들은 뭘해도 예쁘네요.

파란놀 2013-12-09 04:32   좋아요 0 | URL
언제나 예쁘게 놀 줄 알고,
늘 무럭무럭 잘 자라는 아이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