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순이 16. 엉금엉금 올라타기 (2014.3.26.)

 


  여러 해에 걸쳐 오랫동안 아주 많이 타던 자전거가 있다. 세모꼴로 접어서 세울 수 있고, 부피를 적게 차지하기도 하니 버스에도 들고 타는 자전거이다. 서울 남산도 이 자전거로 올랐고, 서울부터 부산까지 이 자전거로 달린 적이 있기도 하다.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날 달리다가 벨트가 끊어진 적이 있고,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짐받이에까지 책을 제법 묵직하게 묶어서 다니기도 했다. 그동안 오래 많이 탔기에 손잡이 뼈대 이음새가 낡고 닳아서 부러지면서 더는 탈 수 없다. 도서관 한쪽에 접어서 고이 모신다. 네 살 작은아이가 이 자전거에 타겠다며 엉금엉금 올라타려 한다. 달리지는 못해도 엉금엉금 올라타기만 해도 즐거울 수 있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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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동백꽃

 


  우리 집 마당에 동백나무 한 그루 있고, 우리 서재도서관 마당에 동백나무 여러 그루 있다. 모두 ‘우리 집 동백꽃’을 베푼다. 늘 들여다보고 언제나 바라보면서 즐거운 빛을 얻는다. 살살 쓰다듬으면서 즐겁다.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기쁘다. 꽃빛이란 이렇구나. 눈으로 보면서 배가 부르다. 꽃내음이란 이렇구나. 눈을 살며시 감고 밝은 기운을 받아들인다. 꽃과 같은 넋으로 살아가면 꽃사람이 될까. 꽃아이. 꽃어른. 꽃마음으로 꽃사랑을 나눌 적에 지구별이 아름답겠지.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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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아이 126. 2014.3.16. 마음이 닿는 책을

 


  마음이 닿는 책을 읽는다. 마음이 닿지 않는 책은 코앞에 내밀어도 반갑지 않다. 마음이 닿는 책을 손에 쥔다. 마음이 닿지 않는 책은 누가 거저로 선물해도 달갑지 않다. 마음이 닿는 책을 마음으로 담는다. 마음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운다. 마음을 가꾸고 마음을 다스린다. 풀잎을 쓰다듬듯이 책을 쓰다듬는다. 나무를 포옥 안듯이 책을 가슴에 안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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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동백꽃 (사진책도서관 2014.3.1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소식지 〈삶말〉을 한 장짜리 사진엽서로 만들어 본다. 얼마나 볼 만한지는 알 노릇이 없다. 아무튼 만들고 볼 노릇이다. 이번에는 이렇게 만들고 다음에는 조금 더 작게 만들 수 있다. 16절지 크기로 만드니 글자를 제법 크게 넣을 만하다. 32절지 크기로 만들면 앙증맞고 예쁠 테지만 글자를 깨알같이 넣어야 한다.


  따스하게 봄바람이 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도서관을 치운다. 비질을 하고 이럭저럭 손질한다. 사진 여러 점 곳곳에 붙인다. 창문을 모두 열고 바람갈이를 하다가, 셋째 칸 교실 창밖으로 동백나무를 본다. 활짝 봉오리를 벌린 동백꽃을 본다. 그동안 이 꽃을 못 알아보았을까? 동백나무가 곳곳에 있는 줄 알기는 했는데 이렇게 남다른 빛깔과 무늬로 꽃이 피는 줄 못 알아챘을까?


  창문을 타고 바깥으로 나간다. 동백나무 둘레로 퍼진 등나무 줄기를 걷는다. 등나무 줄기가 얽히는데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구나. 올해에는 잘 보듬어 줄게. 너도 기운을 내어 등나무 줄기더러 함부로 뻗지 말라고 얘기하렴. 네 고운 빛과 내음을 우리 도서관에 그득 나누어 주렴.


  만화책을 보는 큰아이를 부른다. 걸상을 밀며 노는 작은아이를 부른다. “자, 보렴.” “음, 저기 꽃이 있네. 아, 예쁘다.” 보아 주는 사람이 없어도 꽃은 스스로 곱게 핀다. 보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꽃은 한결 맑게 노래하면서 웃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도 수레에 타겠다고 앉는다. 둘이 앉으면 비좁을 테지만 둘이 앉으면 더 재미있겠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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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47] 대숲 곁으로
― 보고 듣고 마시고

 


  대숲 곁을 걷습니다. 큰아이가 먼저 저 앞으로 달려갑니다. 작은아이가 누나를 좇아 콩콩콩 달려갑니다. 큰아이는 언제나 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작은아이는 누나가 가르는 바람을 맡으며 뒤따릅니다.


  큰아이는 대숲을 스치고 먼저 사라집니다. 작은아이는 대숲 곁에서 살짝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누나한테 갑니다. 두 아이는 대숲 곁을 지나면서 대숲인 줄 알아차릴 수 있으나, 대숲인 줄 모르고 그냥 달릴 수 있습니다. 알아차려도 즐겁고 몰라도 즐겁습니다. 봄바람이 일렁이면서 댓잎을 건드리는 소리는 노래가 되어 아이들 마음으로 깃듭니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난 대숲 곁을 천천히 걷습니다. 아이들은 이 길을 ‘하얀 길’이라고 가리킵니다. 아스팔트로 덮인 길은 ‘까만 길’이라 말합니다. 그러면, 흙으로 된 길은 ‘누런 길’쯤 될 테고, 풀밭을 이룬 길은 ‘푸른 길’인 셈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거의 다 까만 길을 밟거나 하얀 길을 디딥니다. 누런 길이나 푸른 길을 밟거나 디디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까만 길이나 하얀 길은 사람길 아닌 찻길입니다. 누런 길이나 푸른 길은 풀길이요 숲길이며 들길입니다. 길이면서 들이고, 길이라기보다 숲입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에서는 봄내음이 피어납니다. 까만 길과 하얀 길에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에서는 봄노래가 흐릅니다. 까만 길과 하얀 길에서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까만 길과 하얀 길을 넓힙니다. 누런 길과 푸른 길을 갈아엎습니다.


  보고 듣고 마시는 대로 삶이 됩니다. 아이들이 대숲 곁을 달리면서 대숲바람을 마십니다. 나도 아이들 곁에서 대숲바람을 먹습니다. 4347.3.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동백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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