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28] 눈밭

 시골집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시골아이인 우리 사랑스러운 딸아이 손을 맞잡으며 서울 마실을 나오는 길입니다. 시골버스가 천천히 달리는 시골길까지 눈이 쌓이지는 않으나, 온 시골 멧자락에는 눈이 하얗게 덮입니다. 그리 높지는 않으나 끝없이 이어진 봉우리마다 눈구름이 걸쳤고, 눈구름 걸친 둘레는 마치 딴 나라인 듯한 모습, 아니 그예 눈나라로구나 싶은 모습입니다. 스위스 눈나라도 이런 모습일 테고 일본 맨 위쪽 섬나라 또한 이런 모습이겠지요.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나 금강산이나 백두산도 매한가지일 모습이 아니랴 생각합니다. 아주 높거나 깊은 멧자락만 눈나라는 아닙니다. 조그마한 멧기슭과 야트막한 멧부리야말로 아기자기하면서 어여쁜 멧길 멧숲 멧터일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아이도 아빠도 시골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눈밭을 바라봅니다. 문득, 서울 마실을 하지 말고 잿고개 이 예쁜 터에서 내려 도로 집으로 눈길을 밟으며 눈밭을 누리며 눈꿈을 꾸면서 천천히 한 발 두 발 씩씩하게 거닐며 온몸이 꽁꽁 얼어붙더라도 호호 입김을 불며 돌아가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닿으니 눈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4343.1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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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0-12-09 19:52   좋아요 0 | URL
눈밭만 없다 뿐입니까..
풍경 살벌하죠, 공기도 나쁘죠..-_-

저는 볕도 안들고 공기도 안좋은 동네 살다가
외곽지로 나와서 공기도 전보다 좋고 안방에 볕이 잘드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요.
집은 전보다 더 늙은 집이지만 주변환경 덕에 전보다 기분 좋게 지내요.

파란놀 2010-12-10 12:22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삶터 좋은 이야기로 좋은 책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책으로 보는 눈 145 : 환경책 읽기

 지난 2007년 봄, 인천 배다리에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내 마음을, “나중에 내가 읽은 책들로 아기자기하게 펼쳐 보이는 작은 도서관을 열고 싶다”는 꿈으로 이었습니다. 나라나 지자체 도움 없이 오로지 내 손으로 앙증맞을 책쉼터 하나 일구고 싶었습니다.

 이제 이 도서관은 도시를 떠나 시골 멧기슭 한켠으로 옮겼습니다. 집식구 몸을 생각하고 내 몸을 한결 사랑하며 아끼고픈 마음에, 시골자락 품에 안깁니다. 시골‘구석’에 도서관을 열면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거나 누가 찾아오겠느냐 하지만, 참말 책을 좋아한다는 사람이라면, 시끌벅적 어수선한 도시에서가 아닌 시골자락에서 조용히 책을 즐기러 마실을 오리라 생각합니다. 인천에 사진책 도서관을 열 때에도 적잖은 분들은 “어차피 열려면 서울에 열어야 사람들이 더 쉽게 자주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말씀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달리 생각합니다. 왜 자꾸 서울로만, 다시 서울로만, 또 서울로만 가야 하나 아리송해요. 인천에도 좋은 사진책 도서관 하나 누군가 열고, 부산이랑 제주랑 목포랑 춘천이랑 진천이랑 문경이랑 옥천이랑 …… 우리네 터전 골골샅샅 조그맣고 아기자기한 책쉼터 하나씩 있으면 더 아름다우며 재미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진책으로 도서관을 열었으니, 누군가는 만화책으로, 그림책으로, 인문책으로, 철학책으로, 역사책으로, 문학책으로, 어린이책으로, 수필책으로, 잡지책으로, 청소년책으로, 과학책으로 …… 온갖 갈래 살가운 도서관을 열면 더 기쁘리라 생각해요. 자동차 아닌 시골버스나 자전거를 타고 슬금슬금 찾아가서 책을 즐기다가는 “어어, 이 책들도 좋은데, 이 둘레 멧길과 숲과 논밭 또한 참으로 좋은걸.” 하고 느낀다면 책을 내려놓고 사뿐사뿐 숲마실이나 시골마실을 맛봅니다.

 책이란 삶이고, 삶을 담은 이야기가 책이며, 책이란 다시금 사람이요, 사람이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책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책이란 사랑이며, 사랑 나누는 사람들 삶을 책으로 여미어 놓습니다.

 온누리에는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제가 꾸민 도서관에도 숱한 책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살아가며 읽을 책을 그러모으는 도서관인데, 이 도서관에 깃든 책을 모든 사람이 모조리 읽을 수 없을 뿐더러, 어느 한 사람이든 이 책을 제 것으로 삼지 못합니다. 책이란, 이 책을 써낸 사람 슬기와 얼과 마음을 담으면서 누구나 이 슬기와 얼과 마음을 받아먹도록 하니까 섣불리 한 사람이 혼자 차지할 수 없는 가운데, 고맙게 받아먹은 슬기와 얼과 마음에 새삼스레 내 슬기와 얼과 마음을 담아 뒷사람한테 이어줍니다. 돌고 돌며, 잇고 잇는 책이에요.

 이들 책이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살찌우며 사람을 살피는 이야기꾸러미입니다. 모든 책은 새로운 책이면서 헌책이고, 어느 책이든 내 삶을 담는 책, 곧 환경책입니다. 자연사랑 환경사랑을 외쳐야 환경책이 아닙니다. 《수달 타카의 일생》도 빛나는 환경책이고 《아톰의 철학》도 예쁜 환경책이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멋스런 환경책이에요. 남녘나라에서는 참 안 읽히는 환경책인데, 우리 스스로 우리 누리를 바르며 착하고 참다이 바라볼 때 고이 읽히리라 생각하며 기다립니다. (4343.1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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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가을날 골목집 꽃그릇에는 마지막 푸성귀가 자란다.

 - 2010.11.26. 인천 동구 송림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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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앞서까지 모자라면 안 쓰겠다고 우기던 아이가 웬일로 이 모자를 쓴다. 이 모자를 두 번째 선물받는데 처음에는 아주 끔찍히 싫어하더니, 이번에는 안 벗는다며 떼를 쓴다. 그래 보았자 한 시간 갔나... 한 시간이 지나니 또 다시 안 쓴다. -_-;;;

 - 201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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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글 읽기


 나는 ‘서평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느낌글’만 쓴다. 책을 읽은 뒤에 글을 쓴다면 ‘책느낌글’을 쓴다.

 내가 읽은 책 하나를 놓고 느낌글을 쓰기 앞서, 또는 쓰고 난 다음 다른 사람들이 썼을는지 모를 느낌글을 찾아보곤 한다. 그러나 거의 언제나 ‘느낌글’을 만나지 못하기 일쑤이다. 거의 언제나 내가 마주하는 글이란 ‘서평글’투성이일 뿐이다.

 사람들은 서평글을 신나게 쓴다. 느낌글을 쓰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아예 없지는 않으리라 본다만, 참말, 책을 읽은 느낌 그대로 조곤조곤 적바림하는 사람은 왜 이렇게 안 보일까. 책을 읽었으니 ‘책 읽은 느낌 담은 글’을 쓰면 되지 않나. 왜 자꾸 ‘서평글’에 옭매여 버리는가.

 누가 책을 선물해 주었든, 무슨무슨 행사가 있어 책을 거저로 받든, 책을 읽었으면 내 느낌을 적으면 된다. 구태여 줄줄줄 칭찬만 늘어놓는다든지, 책을 제대로 못 읽은 티를 내면서 어줍잖게 겉훑기 얘기를 늘어놓을 까닭이 없다. 이럴 바에는 아예 글을 안 써야 낫다. 품과 겨를이 아깝다. 더욱이, 느낌글을 써내지 못한다면, 이렇게 읽은 책은 그 사람한테 도움이 안 된다. 나 스스로 읽어서 내 삶을 일구도록 이끄는 좋은 책이라 한다면 느낌글을 쓰도록 절로 이끌기 마련이다. 좋은 책 하나를 읽은 사람은 쓰지 말라 해도 느낌글을 쓸밖에 없다.

 느낌글이란 눈으로 읽을 수 있도록 적바림한 글인 가운데, 몸으로 느끼거나 헤아릴 만한 몸짓이곤 하다. 글을 모르거나 글쓰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좋은 책을 읽고 난 다음에 삶이 바뀐다. 스스로 삶을 바꾸며 거듭난다.

 참말이지, 서평글은 척 보아도 알아챈다. 서평글을 쓰는 사람은 제아무리 좋은 책을 읽었다 하더라도 삶을 바꾸지 못하고, 삶을 바꾸어야 하는 줄 깨닫지 못하며, 삶을 바꿀 생각을 처음부터 안 품는다.

 책은 지식이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지식을 쌓지 못한다. 더 많은 책을 읽는다고 더 똑똑해지거나 더 훌륭해지지 않는다. 리영희 님 책을 읽었다 해서 우리 삶터를 굽어살피거나 꿰뚫는 눈이 한결 깊어지지 않는다. 리영희 님이 읽어낸 ‘우리 삶터 속내’를 조금은 엿볼 뿐이다.

 책은 삶이다. 내가 꾸리는 삶이 내가 읽는 책이다. 내가 꾸리는 삶만큼 나 스스로 책을 알아보고 집어들며 읽는다. 내가 꾸리는 삶을 나 스스로 어떻게 다스리거나 추스르느냐에 따라, 내가 읽고자 하는 책을 고르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서평글 아닌 느낌글을 쓸 수 있다면, 이 나라 이 터전이 이 모양 이 꼴은 아닐 테지만, 이 나라 이 터전이 이 모양 이 꼴인 채 그예 흐르기만 한다면, 사람들은 느낌글 아닌 서평글만 잔뜩 쏟아내는 틀에서 허우적거린다는 소리라고 여긴다. (4343.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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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평글과 느낌글
    from 훌륭한 소년이 될 거에요? 2010-12-08 12:56 
    어렸을 때 독후감이나 일기를 써서 가끔 상을 받았다. 방학 숙제로 써야하는 독후감을 여러 편 써서 친구들 숙제를 대신 해 준 적도 있었다. 댓가를..
 
 
hnine 2010-12-08 12:34   좋아요 0 | URL
책을 중간에 읽다 말지 않고 어쨌든 끝까지 다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든 그 느낌이 남기 마련이겠지요. 그 느낌을 여기 서재라는 공간에 남겨 놓습니다. '마이 리뷰' 라는 카테고리가 있어서 거기에 올립니다. '서평'이라고 생각하며 쓰고 올린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평'을 할 자격도 안되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저는 다른 분의 서재에서 보는 많은 리뷰들도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며 읽고 있거든요. 제가 가는 서재들이 비슷한 경향을 띠어서 그런지는 몰라도요.

파란놀 2010-12-08 12:26   좋아요 0 | URL
님과 같은 느낌과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너무 많은 글들이... 서평글 형식으로 아무렇게나 대롱대롱 매달린 채, 정작 책 하나가 태어나기까지 어떠한 보람과 웃음과 눈물이 서렸는가를 보지 못하도록 물을 흐리는구나 싶어요.

좋은 독자 한 사람이라면 좋은 책 하나는 기쁘다는 말처럼, 어쩌면, 좋은 느낌글 하나 바라기란 더없이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제가 지나치게 바라는지 모르지요... ㅠㅜ

ㅇi 2010-12-08 10:54   좋아요 0 | URL
옳으신 말씀입니다... 느낌을 표현해내기 힘드니 자꾸 어줍잖은 흉내만 내려는지도 모르겠네요. 부끄럽게 읽고 갑니다. 올려주신 글에는 늘 그 느낌이라는게 있어서 차분해지는 것 같네요.

파란놀 2010-12-08 12:26   좋아요 0 | URL
그냥,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눌 수 있으면 좋은 삶이랍니다...

파란놀 2010-12-08 15:18   좋아요 0 | URL
[훌륭한 소년이 될 거에요?] 님...
다음 편지를 거의 안 쓰느라 먼댓글로 답글을 못 남기고 ^^;;;;

책을 지식으로 여기든, 삶을 바꾸려 하면서 읽지 못하든, 책을 그저 읽기만 하면 그예 책에 파묻혀 버리고 말아, 정작 '내가 책을 왜 읽었더라?' 하는 마음을 잊는답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삶을 바꾸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 내 삶을 잃고 말아요.

책을 읽은 다음 쓰는 느낌글에서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냥 좋으니 쓰는 글이어야 하고, 속에서 샘솟으며 터져나오는 글이 아닐 때에는, 이런 글을 쓰는 내 삶이 하나도 아름다워지지 못한답니다...

(나중에라도 이 댓글도 함께 읽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