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아옌데 새책이라니. 이 놀라운 책이 있구나. 그러나, 언제나처럼 번역은 믿을 수 없어. 책을 아직 사지도 않았으면서 번역은 안 믿으며 내 마음으로 그곳 그때 그 사람 말씨와 넋을 돌아보며 읽으려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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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이 기적이다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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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똥빨래

 


 새벽 세 시 이십 분. 둘째 갓난쟁이가 똥을 푸지게 눈다. 밤 새벽 내내 칭얼거리며 옳게 잠을 못 드는 아이가 똥을 오지게 눈다. 밤 열두 시 조금 넘어 일어나 엊저녁 밀린 오줌기저귀 빨래 석 장이랑 똥기저귀 빨래 석 장을 해치운 아버지는 새벽 세 시에 똥기저귀 한 벌(기저귀 하나, 기저귀싸개 하나, 바지 하나)을 다시금 해치운다. 새해 첫날 엊저녁 일찌감치 몸이 힘들어 자리에 누운 보람인가. 일찍 잠자리에 들어 밤 열두 시에 깨어났기에 이렇게 밀린 빨래를 하고 밤에 똥을 실컷 눈 아이 뒤치닥거리를 할 수 있는가.

 

 둘째 밤똥빨래는 오랜만이라고 느낀다. 둘째며 첫째며, 여기에 옆지기에다가 나까지, 네 식구가 몸이 영 시원찮다. 나는 시원찮은 몸으로 집일 이것저것 돌본다. 이것저것 돌보다 보면 이내 지쳐, 밥을 먹고 나서 곧바로 드러눕고야 만다. 드러누워 한 시간쯤 허리를 펴면 다시금 이것저것 일손을 붙잡는다. 그런데, 몸이 힘들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꾸 골을 부린다. 아이한테 골을 낸다. 내 몸이 아이들 칭얼거림이나 투정을 받아주기 어렵다 할 만큼 참으로 삐걱거리기 때문일까. 삐걱거리는 몸뚱이로도 얼마든지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아니, 삐걱거리는 몸뚱이인 만큼 한결 따사로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둘째가 왕창 눈 똥에는 땅콩 반 알이 섞인다. 너 언제 땅콩을 주워먹었니. 용하게 이 녀석이 똥과 함께 나와 주었구나. 이제 속이 조금 시원하니. 네 똥기저귀를 빨며, 네 아버지가 이틀째 똥을 못 눈 채 보냈다고 느낀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에 네 손발톱을 깎으면서 아버지 손발톱은 아직 몇 주째 못 깎는구나. (4345.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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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인사 글쓰기

 


 이웃과 동무가 손전화 쪽글로 새해인사를 띄운다. 나는 어느 누구한테도 먼저 새해인사를 띄우지 못했다. 아니, 새해라고 느낄 겨를이 없이 새해를 맞이했다. 내 어버이한테도 옆지기 어버이한테도 전화를 걸지 못했다. 이곳저곳 인사할 어른이 있으나 아무한테도 인사를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마을 어른한테조차 인사를 다니지 못하고, 오늘은 아침과 낮에 서너 시간 즈음 자리에 드러누워 보냈다.

 

 날마다 어김없이 맞이하는 삶이라고 여기기에 딱히 새해 첫날이든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더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으며 살았다. 그러고 보면, 나는 퍽 어린 나날부터 나 태어난 날이든 무슨무슨 날이든 그닥 기리거나 헤아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내 어버이 두 분부터 무슨무슨 날이라 해서 옳게 기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명절이나 제사가 닥치면 여러 날 설밥이며 한가위밥이며 제사밥이며 장만하느라 허리가 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심부름을 했기 때문일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 하나를 오래도록 놓거나 놓친 채 한 해 두 해 보내며 서른여덟을 맞이했는지 모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한테 살아가는 즐거움이나 보람을 옳게 물려주지 못하는지 모른다. 아버지 몸이 고단하다는 빌미를 들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넓거나 깊게 이웃과 동무를 사귀면서 인사하는 매무새를 들이도록 이끌지 못한다 할 수 있다.

 

 새해인사를 하자면 몸부터 튼튼하고 씩씩해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하자면 하루하루 새롭게 되새기며 고마이 여길 줄 알아야 하는구나. 새해인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날마다 기쁜 빛과 사랑을 한가득 누리는 사람이구나. (4345.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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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1-05 03:2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바람입니다.
된장님 글 보다보면, 너무 짜안할 때가 많단 말이예요.
제발 건강하시고,,, 손빨래도 좋지만, 너무 고되어 보이신단 말이예요.
그러니 털털이 세탁기라도 좀 장만하셔요.
문풍지랑 창호지 붙이다 몸살나시고, 지난번에는 집보러 다니시고 몸살나시고. ㅠㅠ

저두 걱정하는데, 옆지기님과 어린 딸은 얼마나 앞으로 걱정하시겠어요!
새해에는 된장님 가족 모두 슈퍼맨처럼 튼튼하시기 바랍니다. ^^

파란놀 2012-01-05 08:22   좋아요 0 | URL
튼튼하고 씩씩하며 즐거이 잘 살아야지요.
ㅜ.ㅡ

고맙습니다~~
 
너에게 닿기를 3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앞으로 빛날 나날
 [만화책 즐겨읽기 93]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3)》

 


 아이들은 앞으로 빛날 목숨이겠지요. 나 또한 어린 나날을 보낼 때에 내 어버이가 나를 바라보며 앞으로 빛날 목숨으로 여겨 곱게 보살피셨기에 두 아이를 함께 낳아 살아갈 수 있겠지요.

 

 아이들은 틀림없이 앞으로 빛날 목숨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앞으로뿐 아니라 바로 오늘도 빛나는 목숨입니다. 오늘은 오늘대로 빛나면서 앞으로 새롭게 빛날 목숨이에요.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른은 한창 빛나는 목숨입니다. 그리고, 한 살 열 살 나이를 먹어 늙은 몸이 될 때에는, 이처럼 늙은 몸뚱이가 되면서 빛나는 목숨이에요. 어느 누구도 섣불리 겪거나 누릴 수 없는 늙은 빛줄기를 뽐내는 목숨이 돼요.


- “난 형제가 없는데, 부럽다.” “넌, 그 말이 걸려?” ‘웃음소리. 복닥복닥한 방.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 내가, 같이 있어도 되는 거지?’ (14∼15쪽)
- “모, 모두 같이 웃고 떠들고 엄청 재밌거든. 너도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자전거 타고 날아갈게. 기다려!” (19쪽)


 아이들한테 어린 나날은 한 번뿐입니다. 푸름이한테 푸른 나날은 한 번뿐입니다. 젊은이한테 젊은 나날이란 한 번뿐입니다. 여기에, 나이든 사람들 서른 마흔 쉰 예순 일흔이라는 나이 또한 한 번뿐이에요.

 

 열다섯 살 아름다운 나이가 되듯 스물다섯과 마흔다섯과 일흔다섯은 참으로 아름다운 오직 한 번 있는 나이입니다. 언제나 한 번 누릴 수 있는 나이요, 한 번 보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날이에요.


- ‘내가 모르는 카제하야다. 어떤 중학생이었을까? 연습 많이 하는 연습벌레였을까?’ “한번 보고 싶다.” “아, 이제 곧 체육대회잖아! 아마 카제하야 소프트볼 경깅 나갈걸?” “아 맞다.” ‘그렇구나. 난, 앞으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야! 이제부턴. 모두와 사진을 찍어서 남기기도 하고 수많은 일을 함께할 수 있어!’ (21∼22쪽)
- “오늘 정말 재밌었어.” “그래, 재밌었어.” “앞으로도 이런 날은 아주아주 많을 거야!” “응!” ‘친구들과 함께한 토요일 밤은 내 자신이 거기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러면서도 편안하고 모두가 함께 웃는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37∼38쪽)


 나는 언제부터 내 나이를 느꼈는지 잘 모릅니다. 아주 어린 나날부터 내 나이를 생각하며 살았는지, 나이를 제법 먹은 뒤 내 나이를 곱씹었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내가 떠올리기로는, 퍽 어리던 국민학생 때에도 ‘내 올해는 오직 한 번’이라고 여겼어요. 아쉬울 일을 남기지 말자고 여겼어요. 마음껏 놀고 신나게 뛰며 즐거이 어울렸어요.

 

 누가 가르쳐 주었을까요. 어디에서 읽었을까요. 집에서 보던 텔레비전으로 듣고 알았을까요.

 

 아마 나는 무척 신나게 뛰노는 한편 홀로 고요히 생각에 잠기던 때도 꽤 있었으리라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건 학교로 가는 길이건 으레 혼자서 걸었어요. 우리 동네에는 우리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참 많았으나 다들 두 정류장 길을 버스 타며 다녔어요. 나는 두 정류장 길을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덥건 춥건 그냥 걸었어요. 날씨를 느끼고 철을 받아들이면서 걸었어요.

 

 안개 낀 날은 안개가 끼어 좋습니다. 바람이 몰아치는 날은 바람이 몰아쳐서 좋아요. 햇볕 쨍쨍 쬐는 날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니 좋아요.

 

 거의 아무도 걷지 않는 길을 혼자 걸으며 내 하루를 돌아봅니다. 거의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길을 홀로 거닐며 내 오늘을 되새깁니다. 집이나 학교나 동네에서는 개구쟁이 노릇이지만, 이렇게 하루에 두 차례 혼자 보내는 겨를을 누리면서 내 나이 내 삶 내 길 내 앞날 내 꿈 내 사랑을 돌아볼 수 있었구나 싶어요.


- ‘긴장했다! 방금 진짜로 긴장했었어! 그나저나 요즘 계속 긴장하고 있는 것 같아.’ (111쪽)
- ‘쿠루미가 너무 예뻐서 부러웠고, 그래서 나도 예뻐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120쪽)


 나는 중학생이던 나날 세 해를 거의 떠올리지 못합니다. 나는 중학생이던 나날을 내 머리와 마음에서 지우기로 생각하며 세 해를 보냈습니다. 너무 끔찍하고 모질며 슬픈 나이가 중학생이라고 느껴, 이러한 곳에서 세 해를 썩힌다는 일이 괴롭고 아팠습니다. 열넷 열다섯 열여섯이라는 나이라지만, 나한테 열넷도 열다섯도 열여섯도 거의 어떠한 일도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드문드문 떠올리는 일은 있으나, 나한테 중학생은 ‘예비 입시 고등학생’으로 이름표가 붙는 나이였어요. 내 둘레 어디에서도 예쁜 열네 살이라든지 어여쁜 열다섯 살이라든지 아름다운 열여섯 살이라고 이야기해 주지 않았어요.

 

 상업잡지라 하지만, 《하이틴》이라든지 《주니어》라든지 하는 잡지에서 열넷∼열여섯을 살짝살짝 곱다시 보여주곤 했어요. 김수정 님이 빚은 만화 《홍실이》나 《자투리반의 덧니들》이나 《소금자 블루스》나 《오달자의 봄》에서 겨우겨우 빛나는 푸른 이야기를 살필 수 있었어요.

 

 우리 집 두 아이가 열네 살이 되면, 열다섯 살을 보내면, 열여섯 살을 맞이하면, 이때에도 우리 아이들은 아무런 빛도 꿈도 사랑도 이야기도 실타래도 이루지 못하면서 제 푸른 나날을 잊으려 해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 또래 동무들은 중학교라는 데에서 무슨 빛을 볼 수 있고 무슨 빛을 누릴 수 있으며 무슨 빛을 펼칠 수 있나요.


- ‘그렇구나. 카제하야도 긴장을 하는구나. 카제하야도 똑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나 봐.’ (162∼163쪽)
- ‘카제하야한테 특별한 사람이 생긴다고? 그걸 내가 돕는 거야?’ “윽, 미안해. 아무래도 난 안 될 것 같아! 나한텐 도저히 무리야!” (176∼180쪽)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3권을 읽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아니 바로 오늘까지도 빛날 일이 없던 아이들이라 하지만, 이제부터 예쁘게 빛나면 되는 나날이라는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래요. 중학교를 다니며 빛을 보지 못했다면, 중학교를 마치면서 빛을 보면 돼요. 고등학교를 마치는 때까지 또 빛을 못 보고 만다면,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빛을 보면 돼요. 대학교에 간다든지 회사살이를 해야 한다든지, 또 뭐를 해야 한다면서 빛을 보기 힘들다면, 이러저러한 굴레와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나서 빛을 보면 되겠지요.

 

 앞으로 빛날 삶이니까요. 가만히 보면, 이제까지 곱게 빛나는 삶이었으나 둘레에서 어느 누구도 이 빛을 느끼거나 깨닫거나 아끼지 못했을 뿐이니까요. 맑게 빛나는 푸른 꿈이지만, 이토록 빛나는 푸른 꿈을 둘레에서 감추거나 숨기거나 가린 나머지, 나 스스로 못 느끼거나 못 깨달았을 뿐이니까요.

 

 아이들은 누구나 예쁘기 때문에, 아이들이 빚는 사랑은 예쁩니다. 어른이 된 사람도 누구나 예쁘니, 어른이 된 사람들이 이루려는 사랑 또한 예쁩니다. 예쁘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요. 예쁘지 않은 꽃이나 예쁘지 않은 나무나 예쁘지 않은 풀이나 예쁘지 않은 햇살이 있던가요. (4345.1.2.달.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3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1.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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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이 쓰는 글

 


 혼자 살아가는 때에는 혼자서 생각하고 밥먹으며 쓰는 글입니다. 둘이 살아가는 때에는 둘이서 생각하고 빨래하며 쓰는 글입니다. 셋이 살아가는 때에는 셋이서 생각하고 마실하며 쓰는 글입니다. 넷이 살아가는 때에는 넷이서 생각하고 복닥이며 쓰는 글입니다.

 

 네 사람은 서로 한식구이지만 서로 다른 목숨입니다. 네 사람은 함께 한 집에서 지내지만 서로 다른 몸과 마음으로 움직이며 집일을 건사합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빛깔로 무지개를 그립니다. 네 사람은 네 가지 꽃을 피우고 네 가지 열매를 맺습니다.

 

 넷이 쓰는 글은 넷이 일구는 삶입니다. 넷이 읽는 글은 넷이 사랑하는 삶입니다. 넷은 서로서로 안고 부빕니다. 넷은 서로한테 안기고 새근새근 잠듭니다. 넷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로 손을 내밀며 서로 눈을 맞춥니다. 좋은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을 빛냅니다. 좋지 못한 날을 맞이하면 좋은 생각으로 잘 타이릅니다.

 

 두 살, 다섯 살, 서른세 살, 서른여덟 살, 이렇게 네 사람은 새해 첫날을 엽니다. 아침 일찍 똥을 두 차례 푸지게 눈 두 살 아기는 서른여덟 살 아버지가 씻기고 빨래를 해서 마당에 넙니다. 다섯 살 아이랑 서른여덟 살 아버지는 감 여덟 알을 썰어서 먹습니다. 두 살 아이는 서른세 살 어머니 품에서 젖을 물며 잠듭니다. (4345.1.1.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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