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재우는 예쁜 손

 


  첫째 아이가 둘째 아이를 재우곤 한다. 다만, 아직 재우는 시눙일 뿐이나, 제 어머니아 아버지가 둘째를 재우는 모습을 꼭 따라한다. 아버지로서 둘째를 예쁘게 자장노래 부르며 재우면, 첫째 아이도 제 동생이 꾸벅꾸벅 졸다가 픽 하고 잠들 때에 예쁘게 자장노래 부르며 한손으로 가슴을 토닥여 준다.


  삶이란 무엇이겠는가. 가르침이란 무엇이겠는가. 사랑이란 무엇이겠는가. 하루하루 고마운 나날 즐거이 누리면 모두 삶이요 가르침이고 사랑일 테지. 첫째 아이야, 네가 네 동생한테 하듯 네 어버이는 너를 그렇게 재우고 노래 부르며 오래오래 사랑을 나누어 주었단다. (4345.6.3.해.ㅎㄲㅅㄱ)

 

(이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는 없어요 ^^;;;;

 

 자전거를 몰며, 한손으로 손잡이를 붙들고

 한손으로 사진기를 쥔 채 뒷거울을 찍거든요.

 자동차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함부로 하면 안 돼요.

 

 그리고, 사진기는 늘 목걸이로 건 채 자전거를 몰아야 하고,

 앞뒤로 자동차 없는 줄 살핀 다음

 비로소 재빨리 사진으로 옮겨야 합니다.

 ...

 누군가 이런 사진 찍고 싶다면... 한번 즐겁게 찍어 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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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2.6.1.
 : 짧게 달려도 좋은 나들이

 


- 자전거마실은 짧게 달려도 언제나 좋다. 돌이켜보면, 걷기마실 또한 짧게 걸어도 좋다. 두 다리로 들판을 느끼고, 자전거로 논밭을 느낀다. 두 다리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자전거로 흙을 헤아린다.

 

- 살짝 면내마실을 하는 김에, 우리 도서관에 살짝 들른다. 도서관 책 갈무리를 하려고 들르지 않는다. 도서관으로 쓰는 옛 초등학교 나무숲 한쪽에 조그맣게 딸밭이 있기 때문이다. 딸밭에서 들딸을 딴다. 한 주먹 따서 첫째 아이 손바닥에 안긴다. 첫째 아이더러 동생이랑 나누어 먹으라 이야기한다. 거의 첫째 아이가 먹었을 테지만, 동생도 조금 나누어 먹었겠지.

 

- 마을마다 논을 갈고 삶느라 바쁘다. 일손이 빠른 집은 벌써 모내기까지 끝냈다. 아직 논을 갈지 않은 데도 꽤 있다. 요사이는 논일을 몽땅 기계로 하니까 차례를 기다리며 느즈막하게 갈아엎은 다음 삶고 모내기를 하는 집이 있을 테지. 논을 삶는 곁에 하얀 새들이 잔뜩 내려앉아 지켜본다. 기계가 논을 가로지를 때마다 개구리가 죽지 않으려고 뛰쳐나올 때에 잡아먹으려고 지켜보리라. 어느 개구리는 기계 쇳날에 그대로 찔려 죽을 테고, 문득 두려움을 느낀 개구리는 뛰쳐나가다가 새한테 잡아먹힐 테지. 개구리는 꽤 많이 죽을 텐데, 꽤 많이 죽더라도 저녁이 되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온 마을을 우렁차게 울린다.

 

- 둘째는 자전거로 면에 닿기 앞서 잠든다. 함께 앉은 누나가 동생을 닥독이며 자장자장 노래를 불러 준다.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재우지요?” “아버지, 내가 동생 잘 자라고 노래 불러 주었어요.” 뒤에서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야, 잘 자다가 네 큰소리에 동생이 깰랴.

 

- 면 소재지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화중학교 다니는 가시내 하나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본다.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구나. 그런데 치마가 너무 밭네. 좀 나풀나풀 치마를 입어야 페달을 밟을 때에 수월할 텐데. 어쨌든, 홀로 자전거 타고 씩씩하게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예쁘다. 다만, 이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쳐 주는 어른은 둘레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가 손잡이 잡고 달리는 품새가 너무 아슬아슬하다. 자꾸 옆으로 덜덜 떨린다. 아직 자전거 탄 지 얼마 안 되었을까. 안장 높이가 아이한테 좀 낮구나 싶기도 한데,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오가는 아이가 몸에 잘 맞추어 자전거를 타도록 이끌 수 있기를 빈다. 학교에서 한 달에 한 차례쯤이라도 자전거 수업을 열면 참 좋을 텐데.

 

-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앞에서 둘째가 깬다. 깬 둘째를 본 마을 할머니가 고놈 예쁘다고 인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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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꽃 2012-06-03 15:46   좋아요 0 | URL
산들보라 잠든 모습이 너무너무 귀여워요~~

파란놀 2012-06-03 15:48   좋아요 0 | URL
잘 때도 놀 때도
참 귀엽습니다~

밥도 예쁘게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빕니다~~~

책읽는나무 2012-06-05 07:27   좋아요 0 | URL
동네 아주머니도 빠꼼 쳐다보시네요.^^
아이들이 동네 스타겠어요? 그죠?
한 번씩 아이들을 저렇게 좀 풀어놓고 키워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네요.

전 솔직히 성격이 까탈스러워 그런지 아이들 흙에서 뒹구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아직 그렇게 키워보질 못했던 것같아요.
놀이터에서 흙놀이하는 정도랄까요?
암튼..한 번씩 님께 많이 배웁니다.^^

파란놀 2012-06-05 07:29   좋아요 0 | URL
아.. 마을 할머니예요.
마을에는 모두 할머니와 할아버지랍니다.

가장 젊은 분이 예순아홉!

마을 분들이 마을에 아이들 있어 참 좋아해요.

아이들이 어릴 적에 올여름에 시골에 가서
가만히 풀어놓아 보셔요.
처음에는 얌전히 있더라도
이내 '아이답게 마구 헤집으며 흙을 밟고 놀'리라 느껴요!
 


 푸른개구리 (도서관일기 2012.6.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교실 넉 칸 가운데 마지막 칸을 치우면서 책꽂이 자리를 잡기로 한다. 어쨌든 바닥을 쓸고 책꽂이를 놓는다. 마지막 칸에 남은 걸상은 한쪽 벽에 높이 쌓는다. 내 것으로 사들인 옛 학교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옛 학교가 문을 닫으며 남긴 물건을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 해서 한쪽 벽에 쌓는다.


  먼지를 잔뜩 마시며 일한다. 오늘은 아이들 안 데리고 와서 혼자 일하는데, 외려 잘 한 노릇이라고 느낀다. 아이들까지 이 먼지를 마시도록 하고 싶지는 않다. 며칠쯤 혼자 먼지를 실컷 마시며 치우고 나면, 이제 아이들이 와서 뒹굴거나 기어다녀도 이럭저럭 괜찮을 만큼 될 테지.


  면내 철물점에서 나뭇가지 자르는 가위랑 낫을 장만했다. 학교 나무를 우리가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지만, 등나무 가지와 덩쿨이 너무 뒤죽박죽 뻗기에, 때때로 이 가지를 치고 잘라야겠다고 생각한다.


  교실 넉 칸 가운데 마지막 칸을 조금씩 치우기로 하니, 이제 어느 만큼 꼴을 잡는다 하겠지. 올여름이 다 갈 무렵이면 사람들을 부를 만큼 갈무리 마칠 수 있을까. 오늘은 책꽂이며 이것저것 사진으로 찍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세 시간 즈음 쉴새없이 일하다가 땀에 젖은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무렵, 빗물 새는 벽 한쪽에 조그마한 푸른개구리 앉아서 쉬는 모습을 본다. 그래, 네 모습은 사진으로 찍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살갗으로 느끼는 이야기만 스스로 알아챌 수 있다. 몸으로 부대끼고 마음을 기울여 사랑할 때에만 책 한 줄 내 삶으로 스며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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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으로 보는 눈 183 : 책에 담는 이야기

 

 

  스웨덴 할머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남긴 보배와 같은 이야기책 가운데 《그리운 순난앵》(열린어린이,2010)이 있습니다. 순난앵 이야기가 애틋해 여러 차례 읽었고, 따로 그림책으로 나온 판은 아이한테 곧잘 읽어 주었습니다. 순난앵마을 작은 아이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그마한 아이가 “오빠, 내 발이 그러는데, 보드라운 모래랑 푹신푹신한 잔디가 너무 좋대(26쪽).” 하고 읊는 대목이 있습니다. 나는 이 글월에 밑줄을 천천히 긋고는 오래도록 곱씹습니다. 나도 맨발로 보드라운 흙을 밟고 보드라운 가랑잎을 밟을 때에 참말 좋습니다. 내 발가락과 발바닥이 좋아하는 소리를 듣습니다.


  일본사람 콘노 키타 님이 그리는 만화책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대원씨아이,2012) 셋째 권을 읽다가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깜짝 놀랄 만큼 많은 걸 깨닫게 돼요. 난 사소한 일에도 짜증내고 화내고 언성을 높이는 아직 부족하고 못난 엄마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중력을 거스르고 위로 위로 뻗어 나가고 싶어요(58쪽).” 하고 흐르는 대목을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만화책이라 차마 밑줄을 긋지는 못합니다. 그저 곰곰이 되씹습니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날마다 깜짝 놀랍니다. 맑은 넋을 헤아리고 고운 꿈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거꾸로 아이들이 어버이인 나를 바라볼 때에 어떤 넋과 꿈을 돌아볼 만한가 하고 되뇝니다. 나 스스로 고운 넋과 맑은 꿈으로 살아가면서 아이들 또한 즐겁게 좋은 이야기 물려받을 수 있어야 기쁜 하루가 되리라 느낍니다.


  책에 담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내가 아이들하고 누리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아로새기는 내 좋은 이웃들 삶을 생각합니다. 내가 아이들하고 늘 어울리며 새롭게 되새기는 삶을 생각합니다.


  어떤 책을 읽을 때에 기쁠까요. 어떤 삶을 일굴 때에 기쁠까요. 어떤 책을 장만해서 읽고 책꽂이에 곱게 꽂으면 즐거울까요. 어떤 삶을 누리면서 아이들과 이야기꽃 피울 때에 즐거울까요.


  모든 길은 내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부터 ‘책에 길이 있다’고 말했겠지요. 내 마음속에 길이 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아하, 오늘 내 삶이 바로 내가 찾던 길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그래, 오늘 내가 즐겁게 누리는 삶이 내가 찾던 길이네’ 하고 알아챕니다.


  마음으로 읽을 때에 비로소 책입니다. 마음으로 읽을 때에 비로소 삶입니다. 사랑도 믿음도 꿈도 이야기도 모두 마음으로 읽습니다. 책이든 신문이든 지식을 얻자며 읽을 수 없습니다. 붙잡는다 싶으면 가루처럼 바스라지는 지식은 붙잡을 수 없거니와, 어떠한 책도 지식을 담지 못합니다. 지식으로 보이는 헛것을 담으려 할 뿐입니다. 어떠한 책도 사랑을 담습니다. 오래도록 따숩게 돌아보면서 껴안을 사랑을 담습니다. 글을 쓰는 이부터 스스로 즐겁고, 글을 읽는 이까지 모두 즐거울, 가장 빛나는 사랑을 담는 책입니다. 애써 책을 읽으면서 내 씩씩하고 어엿한 길을 찾고 싶은 사람이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내 하루를 씩씩하고 어엿하게 돌보면서 아끼고픈 사랑을 빛내는 사람입니다.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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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순난앵 열린어린이 창작동화 13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홍재웅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열린어린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들 사랑하는 이야기를
 [어린이책 읽는 삶 2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리운 순난앵》(열린어린이,2010)

 


- 책이름 : 그리운 순난앵
- 글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그림 : 일론 비틀란드
- 옮긴이 : 홍재웅
- 펴낸곳 : 열린어린이 (2010.3.30.)
- 책값 : 9500원

 


  새벽 여섯 시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어 부시럭거리다가 일어나 슬금슬금 돌아다닙니다. 좀 늦잠을 자면 안 되겠니 싶지만, 이때에 잠에서 깨어 부시럭거리다 일어나겠다 하는데 어찌할 길 없습니다. 어제 일찍 잠들었나 돌아보지만, 썩 일찍 잠들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이들입니다.


  어버이인 내가 늦게 자면서 일찍 일어난다면, 아이들 또한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삶에 맞추어 하루하루 맞이하리라 느낍니다. 어버이인 나부터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난다면, 아이들 또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 버릇할는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시골 아이는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납니다. 시골은 밤이 일찍 찾아들고 새벽 또한 일찍 찾아듭니다. 먼동이 트는 새벽 네 시 무렵이면 시골 어른들 누구나 잠을 털고 일어납니다. 어둠이 깔리는 저녁 여덟 시쯤 지나면 시골 어른들 누구나 잠자리에 듭니다. 어른도 아이도 자연이 베푸는 선물을 마음껏 받아들이고, 아이도 어른도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가만히 귀기울여 듣습니다.


.. 순난앵 마을에 살던 마티아스와 안나는 뮈라 마을의 한 농가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아주 영리해 보인다거나 착해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성실하게 일할 것 같은 작은 손을 가지고 있어서 데려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아이들이 힘겨워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겨 데려온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마티아스와 안나를 데려온 농부는 아이들에게 오로지 일을 시킬 생각뿐이었습니다 … 그들(마티아스와 안나)도 짐작했던 것처럼 가난뱅이 잿빛티를 벗어 버리는 일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눈이 숲길을 덮어 버려도, 추위에 발톱이 갈라져서 아파도, 샌드위치와 팬케이크로 도시락을 싸 올 수 없을 만큼 가난해도, 어린 남매는 거르지 않고 매일매일 성실하게 학교에 나갔습니다 ..  (7, 16쪽)


  어제 하루, 자전거수레에 두 아이 태우고 먼 나들이를 해 보았습니다. 으레 면내까지만 천천히 논둑길을 돌고 돌아 나들이를 했는데, 다음에 옆지기랑 넷이 자전거를 타면 어디로 돌 때에 좋을까 하고 헤아리다가 그만 한 시간 남짓 고흥 시골마을 멧길과 바닷길까지 돌았습니다.


  우리 시골마을에도 자동차 드나들 일이 뜸하지만, 이웃 시골마을에도 자동차 드나들 일이 뜸합니다. 자전거수레에 두 아이를 태우고 달리자니, 이곳도 호젓하고 저곳도 한갓져요. 면 소재지 둘레만 자동차 여러 대 지나갈 뿐입니다.


  자동차도 사람도 없는 조용한 멧길을 자전거로 오르다가 살짝 멈춥니다. 숨을 돌리고 싶다기보다, 찻길로 길게 뻗는 칡덩굴 때문입니다. 새로 뻗는 칡덩굴을 끊거나 잡아뽑으면 집에서 만나게 풀물을 짜서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오르막을 오릅니다. 오르막을 지난 다음에는 싱 하고 내리막을 달립니다. 바다가 펼쳐지면 내리막이더라도 자전거를 멈춥니다. 넓은 바다를 바라봅니다. 넓은 바다 품이 있어, 사람도 다른 목숨도 좋은 숨결 누릴 수 있구나 싶습니다.


.. “오빠, 내 발이 그러는데, 보드라운 모래랑 푹신푹신한 잔디가 너무 좋대.” … “아니야, 같이 가면 좋아하실 거야. 어머니는 모든 아이들을 좋아하시거든.” … 비록 말린의 집이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은 아름다웠고 재미있는 것이 많았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봄이 오면 창밖에 서 있는 사과나무가 꽃을 피우는 모습을, 그리고 은방울꽃들이 가득 피어난 숲을 말입니다 … 말린은 밤도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뭇잎과 꽃, 잔디와 나무는 살아숨쉬는 봄의 영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손톱만큼 작은 식물과 지푸라기도 영혼과 생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26∼27, 39, 57쪽)


  나는 좋은 목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좋은 목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칡덩굴도, 봄풀도 여름풀도, 들새도 멧새도, 개구리도 왜가리도, 모두 좋은 목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밤에 두 아이 토닥이며 재우는 동안 생각해 봅니다. 왜가리가 개구리를 잡아 넙죽 먹을 때에는 날것 그대로 삼킬 텐데, 그 작은 목구멍으로 토실토실 개구리가 꾸물꾸물거리며 들어가다가 천천히 삭겠지요. 개구리는 왜가리가 되고, 왜가리는 개구리가 됩니다.


  시골 흙일꾼이 거둔 벼를 깎은 쌀알을 먹습니다. 쌀알은 내 몸으로 들어와 내가 되고, 나는 쌀알을 먹으며 쌀알이 됩니다.


  비트잎을 먹으며 비트잎이 됩니다. 가지를 먹으며 가지가 됩니다. 달걀을 먹으며 달걀이 되고, 과자를 먹으며 과자가 됩니다. 먹는 그대로 내 몸으로 이루어지고, 내 넋이 이루어지며, 내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 “문이 왜 닫히지 않은 걸까?” 안나가 물었습니다. “이 문은 한 번 닫히면 다시는 열리지 않는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 마티아스가 말했습니다. “응, 이제 기억나. 다시는, 영원히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안나가 말했습니다. 마티아스와 안나는 서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어린 남매는 서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은 문을 아주 조용히, 닫았습니다 … 말린은 자신의 손을 조용히 나무줄기 위에 얹었습니다. 바로 그때, 생명도 없이 혼자서 연주하는 것이 라임오렌지나무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린은 죽어 있는 나무에게 자신의 영혼을 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그렇지만 라임오렌지나무 안에 내가 살아 있을 거야 ..  (34, 58쪽)


  아이들 사랑하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어느 어버이라 하더라도 아이들만 사랑하지 못합니다. 어버이인 내 삶을 사랑할 때에 아이들 삶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만 좋다 싶은 밥을 먹이지 못합니다. 어버이 스스로 좋은 밥을 먹을 때에 아이들 또한 좋은 밥을 먹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좋은 옷을 입어야 아이들 또한 좋은 옷을 입어요.


  좋은 밥이란 비싼 밥이 아닙니다. 좋은 옷이란 비싼 옷이 아닙니다. 좋은 사랑을 들여 차린 밥이 좋은 밥입니다. 좋은 꿈을 실어 좋은 손길로 보듬는 옷가지가 좋은 옷입니다.


  곧,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보금자리를 이루어야 합니다. 사람이 이룰 보금자리는 ‘회사와 가깝다’거나 ‘나중에 부동산이 될 만하다’거나 ‘편의시설이 가까이 있다’는 대목을 살피며 얻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삶을 누릴 만한 좋은 보금자리를 얻어야 합니다. 내 주머니에 있는 돈에 따라 마련하는 보금자리가 아니라, 내 사랑을 살찌우거나 북돋우거나 보살필 수 있는 보금자리로 마련해야 합니다.


  즐겁게 누릴 삶이지, 돈을 벌 삶은 아니에요. 기쁘게 어깨동무할 이웃이지, 어떤 권력 관계나 잇속으로 사귀는 옆사람이 아니에요.


.. 말린이 부엌에서 부인이 건넨 미음을 먹고 있을 때, 방문이 반쯤 열려 있던 침실에서 어떤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말소리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듣고 있노라니 온몸이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어린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소리였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말소리는 방문을 지나 말린의 귀에 와 닿았습니다 … 그는 손이 뒤로 묶였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했습니다. 그의 눈빛은 오히려 평온해 보였고, 그의 얼굴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  (45, 127쪽)


  아이 둘을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오르막을 올라가기란 참 벅찹니다. 끙끙대는 아버지는 수레에 탄 아이들한테 말합니다. 오르막 올라가기 힘드니까 뒤에서 잘 올라가라 북돋워 주렴. 아버지 말을 들은 첫째 아이는 수레에 앉은 채 신나게 노래합니다. 노래하고 또 노래합니다. 나는 아이들 노래를 받아먹으며 기운을 냅니다. 시골마을 푸른 숲과 파란 바다를 누리면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누렇게 잘 익은 밀밭 앞 전깃줄에 쉰 마리 즈음 줄지어 앉은 참새를 바라봅니다. 밀밭 건너편에 잘 익은 멧딸을 바라봅니다. 멧딸 몇 알 따서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나는 작은 알 하나만 먹습니다.


  논 옆을 달리면서 논마다 우렁차게 노래하는 개구리들 이야기를 듣습니다. 개구리들은 무논에서 서로서로 어떻게 얼크러질까요. 무논에서 살아가는 개구리는 얼마나 많을까요.


  우리 집에도 우리 마을에도, 또 이웃 마을에도 이웃이웃 마을에도 제비들이 날아다닙니다. 우리 자전거 앞으로도 날고, 옆으로도 날며, 위로도 납니다. 내가 이름을 알아보는 멧새가 우리 곁을 스칩니다. 내가 이름을 못 알아보는 들새가 우리 둘레에서 지저귑니다. 나는 모든 소리들을 좋게 여기며 맞아들입니다. 바람과 햇살과 흙과 풀과 나무와 벌레와 새가 나란히 들려주는 노래를 곱게 받아들입니다.


.. 그렇지만 남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평생 동안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없습니다 … 공작의 검은 영혼 속에서 피어난 두려움이 어두운 대지에 뿌린 씨처럼 순식간에 그의 마음을 뒤덮어 버렸습니다. 그저 가난한 악사 하나가 이곳에 왔을 뿐인데 말입니다 … 하지만 망누스 왕은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둠 속에서 왕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는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친구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왕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그 친구의 팔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97, 101, 119쪽)


  사람은 밥만 먹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사람은 햇볕도 먹고, 바람도 먹습니다. 사람은 물만 마시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물이 흐르는 길도 함께 먹습니다. 물에 서린 기운도 나란히 먹습니다.


  마늘을 먹을 때에는 마늘이 뿌리내린 흙이랑 마늘이 받아들인 햇살이랑 마늘이 늘 쐬던 바람을 함께 먹는 셈입니다. 벼 한 톨 또한 벼 한 톨을 사랑한 흙이랑 햇살이랑 바람이랑 빗물이랑 골고루 먹는 셈이에요.


  목숨이란 아름답습니다. 나는 내 삶대로 아름답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삶대로 아름답습니다. 참 예쁘구나 하고 방긋 웃으며 바라본 멧딸이니까, 아이들은 빨간 멧딸을 예쁘게 따서 예쁘게 먹고 예쁜 시골 아이로 자랍니다. 나는 예쁜 아이들 예쁜 웃음짓을 바라보며 늘 같이 지내니까, 나도 예쁜 시골 어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흔들릴 때에 내가 손을 내밀어 붙잡습니다. 내가 흔들릴 때에 아이들이 손을 내밀어 붙잡습니다. 서로 믿고 서로 아낍니다. 서로 좋아하고 서로 사랑합니다. 서로 한식구 되기에 저녁에 잠자리에 들 무렵 목청을 가다듬어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 가난한 소작농 오두막집에 다시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은 모두 닐스의 침대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닐스가 세상과 이별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족들은 모두 기쁨에 겨워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블라인드를 위로 잡아당겨 침실로 따스한 아침 햇살이 들어오게 했습니다. 동생들은 숲에서 딴 산딸기를 닐스에게 주었습니다. 아직 설익어서 산딸기가 줄기에 조그맣게 달려 있었지만, 올해 나온 첫 산딸기였기에 동생들은 기쁜 마음으로 닐스에게 선물했습니다. 동생들은 닐스가 깨어나서 산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기뻤습니다 ..  (135쪽)


  우리 집 처마 밑 둥지에서 드디어 새끼 제비가 고개를 내밉니다. 새끼 제비 울음소리를 때때로 듣습니다. 이제 이 새끼 제비는 날갯짓을 익히겠지요. 제 어미 제비한테서 좋은 날갯짓을 물려받겠지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 이야기책 《그리운 순난앵》(열린어린이,2010)을 읽습니다. 린드그렌 님이 당신한테 사랑스러운 아이들한테 들려주려고 남긴 이야기책입니다. 당신한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보살피는 여느 어버이한테 함께 들려주려고 남긴 이야기책입니다.


  아이들은 《그리운 순난앵》을 읽으며 따순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아이들 어버이 또한 《그리운 순난앵》을 읽으며 따순 사랑을 나누어 먹습니다. 서로서로 새로운 사랑을 빚습니다. 다 같이 맑은 사랑을 키웁니다. 기쁨을 찾는 넋이 서립니다. 즐거움을 꿈꾸는 얼이 담깁니다. 예쁜 웃음과 아픈 눈물이 어우러지며 삶을 이룹니다. 스웨덴 할머니 순난앵마을은 아름답고, 우리 집 두 아이 동백마을도 아름답습니다.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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