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에 '우리 말 이야기'를 같이 띄운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이 글은 걸치지 않았더군요. 그러께에 썼던 글입니다. 제 서재에 꾸준히 찾아오시는 분이야, 제가 글 끝에 붙이는 'ㅎㄲㅅㄱ'가 무슨 뜻인 줄 다 아실 테지만, 어쩌다 한 번 들르거나, 이제 처음으로 들르는 분들은 뭔 소리인가 여길 테니 이렇게 글을 붙입니다. [사진책 도서관 편지] 게시판 글을 읽으면, '함께살기(ㅎㄲㅅㄱ)'라는 이름을 볼 수 있으니, 제가 이런 글을 띄우지 않아도 다 알 만합니다.

 

...

 

[함께 살아가는 말 1] 함께살기

 

  1994년부터 ‘함께살기’라는 이름을 씁니다. 줄여서 ‘ㅎㄲㅅㄱ’처럼 적곤 합니다. 어제 은행에 가서 통장갈이를 했더니 은행 일꾼은 ‘ㅎㄲㅅㄱ’가 아닌 ‘해서’로 읽더군요. 어떻게 이리 읽을 수 있나 싶은 한편, 사람들이 당신 이름을 적바림하는 자리에 으레 알파벳을 쓸 뿐 한글로 쓰는 일이 드무니 어쩔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한글 닿소리로 내 이름을 적바림하는 사람은 아직 몇몇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용케 한글 닿소리 이름을 적바림하고 한글로 내놓는 글이름 하나 마련했습니다. 어릴 적 이웃집에 사는 형이 저한테 옷 하나 선물해 주었는데, 당신이 다니던 서울산업대학교에서 후배들이 만들어 준 옷 앞자락에 “함께 사는 길”이라는 글월이 적혔어요. 이 글월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 글월을 줄여 ‘함께살기’란 이름을 내 깜냥껏 지었고, 어느덧 스무 해 가까이 이 이름을 즐겨씁니다. 제가 “함께 사는 길”을 슬기로우며 알차게 이루어 내기에 이 이름을 쓰지는 않습니다. 이모저모 부딪히고 배우면서 차근차근 이루고픈 꿈이기 때문에 이 이름을 좋아하고 아낍니다. (2010.5.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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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6-05 01:55   좋아요 0 | URL
ㅎㄲㅅㄱ라 마치 히브리어를 보는 듯한 느낌이네요.히브리어는 자음만의 글이라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고대 성경같은 경우 해석에 상당한 논란이 있다고 하네요^^

파란놀 2012-06-05 08:29   좋아요 0 | URL
저는 한글만 알고 히브리 글자를 몰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12-06-05 07:2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부끄럽지만 저도 이제 알았네요.^^
매번 보면서 무슨뜻이었을까? 궁금했었습니다.
여쭤보리라 생각했다가 또 까먹고,
지난번 아이들의 이름도 물어보고 까먹다 한참만에 사전을 찾았어요.ㅋ

파란놀 2012-06-05 08:29   좋아요 0 | URL
이런 거를 늦게 알아챘다고 부끄러울 일이 없어요.
그저 그런 이름일 뿐이에요.
 


 콩순이 책읽기

 


  이웃 할머니한테서 푸른콩을 얻었다. 오직 우리 집 아이들이 예쁘기 때문에 얻은 콩이다. 그런데 나는 살짝 달리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와 옆지기는 우리 마을 어르신들한테는 ‘막내아들’이나 ‘막내딸’ 뻘이기에, 당신 아들딸을 아끼는 마음으로 우리 식구를 아껴 주시기도 한다고 느낀다.


  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주말을 맞이하면 곧잘 ‘자가용’을 보곤 한다. 우리 식구 살아가는 동백마을에는 자가용 있는 집이 한 군데도 없다. 이장님만 짐차 하나를 몰고, 다른 분들은 경운기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아무 기계가 없다. 자가용을 모는 이는 마을 어르신들 아들이거나 딸이다. 곧, 마을 어르신들 아들딸이 어르신들을 뵈러 주말 맞아 찾아올 때에 자가용이 곳곳에 서곤 한다.


  처음 우리 동백마을에 들어올 때에는 둘레 분들이 ‘여기 참 살기 좋은 곳이에요’ 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잘 헤아리지 못했다. 들과 멧자락이 좋고 포근하기 때문인가, 하고만 여겼는데, 지내고 보니, 마을 어르신들 아들딸이 퍽 자주 찾아온다. 아마, 시골마을치고 ‘도시로 떠난 아들딸’이 우리 마을처럼 자주 찾아오는 데는 썩 드물지 않을까 싶다. 어버이날이 낀 저번 달에는 한창 마늘밭 일로 바쁠 때였는데, 온 마을에 ‘차 댈 데가 모자랄 만큼’ 자가용이 득실득실했고, 마늘밭에도 젊은 사람과 어린 아이 얼굴이 자주 보였다.


  이웃 할머니한테서 푸른콩을 얻어 콩보따리를 들고 온 첫째 아이는 저 스스로 콩을 다 까겠다고 한다. 그래서 안 도와주기로 하고 빈 그릇 하나를 내민다. 네가 다 까서 담아 주렴. 첫째 아이는 한참 콩을 깐다. 많이 더디다. 곁에서 꼬투리 몇 내가 까서 담는다. “벼리야, 콩을 깔 때에는 꼬투리를 이렇게 잡고 뒤집으면 금세 잘 깔 수 있어.” 콩까기를 몇 차례 보여주고 방으로 들어간다. 아이는 마당에서 콩을 깐다. “다 깠어요.” 하고 부르며 아이가 들어온다. 그릇을 들여다보는데 얼마 안 된다. “다 깠어?” “네, 다 깠어요.” 마당을 내다 본다. 콩꼬투리가 많이 남았다. 1/20도 안 깐 듯하다. 아마 이만큼 까며 퍽 힘들었는지 모른다. 잘 했다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콩순이가 깐 푸른콩으로 아침에 밥을 지어 다 함께 먹었다.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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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7) 예년의 1 : 예년의 일처럼

 

그러고 보니 더욱더 우리 사협이 예년의 일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작품에 대한 평가 자세는 문제가 있는 것이 될 수밖에
《고영일-대한민국의 사진을 말하다》(한울,2011) 27쪽

 

  “되풀이하고 있는”은 “되풀이하는”으로 다듬으면 되고, “작품에 대(對)한 평가(評價) 자세(姿勢)는”은 “작품을 평가하는 자세”나 “작품을 바라보는 매무새”나 “작품을 읽는 눈”이나 “작품을 살피는 잣대”나 “작품을 가르는 틀”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문제(問題)가 있는 것이 될 수밖에”는 “문제가 될 수밖에”나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나 “말썽거리가 있다고 할 수밖에”나 “잘잘못이 있다고 할 수밖에”로 손질해 봅니다.


  ‘예년(例年)’ 뜻을 살펴보면, “(1) 보통의 해 (2) 일기 예보에서, 지난 30년간의 기후의 평균적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곰곰이 살피니, “보통의 해”를 뜻한다는 자리에도 곧잘 쓰는구나 싶으면서, 날씨를 알리는 자리에서 참 자주 쓰는구나 싶어요. 쓸 만하니까 쓸는지 모르지만, 알맞게 쓸 만한 낱말을 옳게 살피지 못하며 그냥 쓰는구나 싶어요.

 

 예년의 일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 늘 있는 일처럼 되풀이하는
→ 해마다 늘 되풀이하는
→ 늘 되풀이하는
→ 언제나 되풀이하는
→ 자꾸 되풀이하는
→ 버릇처럼 되풀이하는
 …

 

  잘 생각하면 잘 쓸 낱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잘 헤아리면 글 하나 잘 쓸 수 있습니다. 글을 잘 쓰거나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예쁘거나 멋지다 싶은 낱말을 골라서 쓰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환하게 드러내는 낱말을 슬기롭게 느낍니다. 내 사랑을 따스히 나눌 말투를 살뜰히 헤아립니다.


  해마다 어떤 일을 되풀이한다면 ‘언제나’ 되풀이하는 셈이면서 ‘자꾸’ 되풀이하는 셈입니다. 어떤 ‘버릇’이 된 셈이요, ‘삶’으로 뿌리내렸다 할 만합니다.


  좋게 바라본다면 “즐겁게 되풀이하는” 모습입니다. 안 좋게 바라본다면 “얄궂게 되풀이하는” 모습이에요.


  이 자리에서는 “얄궂게 되풀이하는” 모습입니다. “슬프게 되풀이하는” 모습입니다. “안타깝게 되풀이하는” 모습입니다.

 

 으레 되풀이하는
 한결같이 되풀이하는
 …

 

  한국땅에서 한국말을 쓰는 이들이 즐겁게 말을 아낄 수 있기를 빕니다. 예쁘게 말을 돌보고, 착하게 말을 보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알차게 말열매 맺고, 씩씩하게 말나무 가꾸며, 싱그러이 말잎 우거지도록 애쓸 수 있기를 비손합니다.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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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더욱더 우리 사협이 해마다 안타깝게 되풀이하는 작품 평가 매무새는 말썽이 있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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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8) 겸양의 1 : 겸양의 말뜻

 

겸양의 말뜻과 달리 목소리는 ‘어서 오라’는 듯 밝고 상쾌하다
《이승환·최수연-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이가서,2009) 237쪽

  “밝고 상쾌(爽快)하다”는 “밝고 시원하다”나 “밝고 산뜻하다”나 “밝고 상큼하다”로 다듬으면 한결 좋습니다.


  한자말 ‘겸양(謙讓)’은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바쁠 때일수록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같은 보기글이 실리기도 합니다.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국어사저을 뒤적여 ‘양보(讓步)’를 찾아보니,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을 뜻한다 합니다. ‘양보’ 뜻풀이가 ‘사양’이라 하니, 다시 ‘사양(辭讓)’을 찾아보는데, 이 한자말은 “겸손하여 받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함”을 뜻한다고 나오네요. 이제는 ‘사양’ 뜻풀이가 ‘겸손’입니다. 다시금 ‘겸손(謙遜/謙巽)’을 찾아봅니다. 이 한자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음”을 뜻한다고 해요.


  돌고 도는 한자말 풀이를 헤아립니다. ‘겸양’은 “나 스스로를 낮추어 남한테 베풀거나 부드러운 모습”을 일컫는다 할 만합니다. 문득, 이 말뜻을 잘 나타내는 한겨레 낱말 하나 떠오릅니다. ‘다소곳하다’.

 

 겸양의 말뜻과 달리
→ 다소곳한 말뜻과 달리
→ 상냥한 말뜻과 달리
→ 얌전한 말뜻과 달리
→ 점잖은 말뜻과 달리
→ 차분한 말뜻과 달리
→ 참한 말뜻과 달리
 …

 

  국어사전에서 ‘다소곳하다’를 찾아봅니다. 뜻풀이가 셋 달립니다. “(1) 고개를 조금 숙이고 온순한 태도로 말이 없다 (2) 온순한 마음으로 따르는 태도가 있다 (3) 한적하고도 얌전하다”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나저나, 한국사람 가운데 한국말 ‘다소곳하다’ 뜻풀이를 똑똑히 살피려고 국어사전을 살피는 분이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으레 알겠거니 여기지는 않을까요. 뜻이나 느낌이나 쓰임새를 제대로 모르면서 엉뚱한 자리에 쓰거나 잘못 쓰거나 아예 안 쓰지는 않을까요.


  내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어른들은 ‘다소곳하다’ 같은 낱말을 퍽 즐겨쓰셨습니다. 이 낱말은 언제나 좋은 뜻으로 좋은 자리에 쓰셨어요. 어른한테든 아이한테든 누군가 다소곳하다 할 때에는 참하거나 믿음직하다는 뜻이곤 했습니다. 나는 누군가한테서 ‘다소곳하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 싶었으나, 이 소리는 아직 못 들었습니다. 참말, 누군가 다소곳하다 하자면, 더없이 착하면서 맑고 어여쁜 넋이요 몸가짐이어야 하거든요.

 

 바쁠 때일수록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너그러이 마음을 써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따스하게 마음을 써야 한다
→ 바쁠 때일수록 곱고 따스히 마음써야 한다
 …

 

  좋은 말을 나누며 좋은 생각을 꽃피웁니다. 좋은 글을 쓰며 좋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좋은 말을 들려주며 좋은 꿈을 키웁니다. 좋은 글을 빚으며 좋은 사랑을 심습니다.


  우리가 쓸 말은 굳이 ‘바르게’ 쓰거나 ‘옳게’ 바로잡지 않아도 됩니다.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참답고, 가장 다소곳하며, 가장 빛나고, 가장 사랑스러우며, 가장 어여쁜, 가장 좋은 말이 되도록 다스릴 수 있으면 됩니다. 가장 참답게 쓰는 말이라면 바르기 마련이에요. 가장 사랑스럽게 쓰는 글이라면 옳기 마련일 테지요. 가장 좋은 넋으로 빚는 글일 때에는 가장 아름다이 빛날 테고, 가장 어여쁜 꿈으로 일구는 글일 적에는 가장 따사로이 거듭나겠지요. (4345.6.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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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한 말뜻과 달리 목소리는 ‘어서 오라’는 듯 밝고 상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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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에서 교사로 일한 삶을 산문으로 풀어낸 책이 나왔다고 한다. 놀랍고 반갑다. 서울에서 살던 이가 고흥에 뿌리를 내리는구나. 예쁘게 잘 살아가시기를 빈다. 좋은 보금자리에서는 좋은 이야기가 새록새록 피어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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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자, 시골 선생님 되다- 조경선 교육산문집
조경선 지음 / 살림터 / 2012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6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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