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물꽃 먹기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잔뜩 뜯어다 주신 돈나물은 노란 꽃송이가 함초롬히 달렸다. 이렇게 꽃송이 달린 녀석을 먹어도 좋을까 하고 살짝 생각하다가는, 올봄에 자운영꽃을 자운영잎과 함께 맛나게 먹던 일을 떠올린다. 광대나물도 광대나물잎이나 광대나물줄기만 먹지 않고 광대나물꽃까지 나란히 먹었다. 그러니까, 돈나물잎 또한 돈나물꽃이랑 함께 먹으면 될 테지.


  여러 푸성귀를 잘게 썬다. 넓은 통에 담아 버무린다. 작은 접시에 담는다. 아이도 먹고 어른도 먹는다. 풀을 먹고 꽃을 먹는다. 풀을 먹는 내 몸은 풀빛이 되고, 꽃을 먹는 내 마음은 꽃노래가 된다. (4345.6.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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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놀이 어린이들

 


  어머니는 바닥 깔개를 뜨개한다. 벌써 몇 날째인지 모른다. 이레는 훌쩍 지난 듯하다. 바닥 깔개인 만큼 오래 걸리고 커다랗다. 품을 아주 많이 들여야 한다. 그러고 보면, 양탄자를 짜는 사람들은 양탄자 하나 짜느라 한두 해씩 걸리기도 한다잖은가. 바닥 깔개를 뜨개질로 뜰 때에는 참말 숱한 땀과 품과 사랑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될 노릇이라고 느낀다. 두고두고 물려줄 만하고, 오래오래 아로새길 만하기에 이렇게 품을 들여 사랑짓기를 할 수 있으리라 느낀다.


  아직 마무리되려면 멀었지만, 얼마나 넓게 떴는가 살핀다며 방바닥에 죽 펼치는데, 두 아이는 새 놀잇감이 생겨 좋다며 방방 뛴다. 엎어지고 구르며 개구지다. 그래, 너희들 마음껏 놀 자리를 뜨는 셈이니까. 너희들 신나게 얼크러지도록 놀 자리를 짓는 일이니까. (4345.6.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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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6-07 12:42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은 거의 예술가적 경지네요 세상에 감탄만 나옵니다

파란놀 2012-06-07 12:45   좋아요 0 | URL
아, 그냥... 즐겁게 오래오래 하면 다 돼요 @.@
그동안... 모든 집일은 제가 다 해야지요 @.@

하늘바람 2012-06-07 16:10   좋아요 0 | URL
아니에요 제가 뜨개질 해 봐서 아는데요
저 작품은 정말 장인의 솜씨랍니다
가르치시는 선생님도 매우 힘들어하시는 수준이에요
솜씨 좋은 옆지기님도 부럽고 집안 일 다 해주신다는 된장님도 부럽네요 ㅠㅠ

파란놀 2012-06-07 21:25   좋아요 0 | URL
옆지기 하는 말씀,

"누구나 하면 다 장인이 돼요."
"뜨개 하던 예전 사람들이 책도 도안도 잘 만들어 놓았기에, 그대로 꾸준히 하면 모두 잘 할 수 있어요."

(__);;;;


책읽는나무 2012-06-08 15:16   좋아요 0 | URL
누구나요??ㅠ
절대 아닙니다.
특히나 도안책만 보고 만드셨다는 것은 분명 눈썰미나 손재주가 있으신거에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손뜨개 잘 안되던데요.ㅠ
대바느질로 길게 목도리만 뜰줄 알아요.ㅋ
뜨개질책이나 퀼트같은 책들은 그냥 눈으로 보는걸로 만족만 합니다.
일단 옆지기님의 솜씨에 추천을^^
(저걸 다 뜨려면 허리랑 목이랑 어깨도 아프고,눈도 빠질 것같이 아프실텐데..ㅠ)
 
 전출처 : 마녀고양이님의 "떠나며"

좋은 마음이라면 어디에서나 좋은 사랑으로 이어진다고 느껴요.

마음이 가장 너그러우면서 좋은 결을 건사할 수 있는 자리에서

날마다 즐겁게 이야기를 빚으시기를 빌어요.

 

 ..

 

 덧붙이면, 저는 stella09 님 글에 여러모로 댓글을 붙였지만,

stella09 님 모든 생각이 '나하고 같기' 때문에 댓글을 붙이지 않았어요.

stella09 님이 글을 쓰는 '생각'을 아끼고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댓글을 붙이면서 글을 썼어요.

 

서로를 아끼고 싶은 마음이고, 다 함께 사랑하고픈 마음이에요.

그래서 저는,

어느 누구라도 '글을 쓰는 사람 스스로 이녁을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 한다면

좋아하지 않고 반기지 않아요.

 

그 사람 '생각과 길이 나하고 같아야'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 사람 '스스로 이녁 생각과 길과 삶을 좋아하고 사랑할' 때에

나 또한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어요.

 

 ..

 

언제나 아침에는 들새와 멧새가 노래를 불러 주어 즐겁게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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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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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다
[시를 노래하는 시 19] 이해인, 《작은 기쁨》

 


- 책이름 : 작은 기쁨
- 글 : 이해인
- 펴낸곳 : 열림원 (2008.3.17.)
- 책값 : 7500원

 


  깊은 밤, 옆자리에 누운 아이가 칭얼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손을 뻗어 아이 가슴께를 토닥이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이마를 쓰다듬습니다. 이윽고, 쉬가 마렵다며 끙끙거리는 소리를 듣습니다. 으레 잠자리에서 부시시 일어나 아이랑 함께 섬돌로 내려서서 밤하늘 별이나 달이나 구름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습니다. 아이가 쉬를 다 누면 아이 손을 잡거나 아이를 품에 안고 방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잘 토닥이고 나도 이내 잠이 드는데, 잠이 들기 앞서 살짝 생각합니다. 볼일 보는 뒷간이 집 바깥에 있으면 여러모로 좋다고. 이렇게 마당에 내려서며 밤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니까요.


.. 시는 나를 데리고 / 나는 시를 데리고 / 마침내는 하늘로 갈 것인가 ..  (시를 쓰고 나서)


  소리를 듣습니다. 내 마음을 움직이고 내 손가락을 움직여 글을 쓰며 내는 소리를 듣습니다. 옆지기가 바늘을 놀려 뜨개질하는 아주 작으며 부드러운 소리를 듣습니다. 두 아이가 저마다 뒹굴거나 뛰노는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 시골집을 둘러싸고 숱한 목숨붙이가 얼크러지며 내는 소리를 듣습니다.


  풀잎은 바람과 햇살에 따라 소리를 냅니다. 풀잎은 빗물과 눈송이에 따라 소리를 냅니다. 꽃잎은 나비와 벌에 맞추어 소리를 냅니다. 열매는 얼른 따먹으라며 소리를 내어 부릅니다.


  소리는 귀로 듣습니다. 그런데, 참말 귀로 듣는 소리인지 아닌지 궁금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어느 소리는 내 귓결로 스쳐 지나가니까요. 어느 소리는 번쩍 하고 눈이 뜨이도록 하니까요.


.. 시는 / 내 마음을 조금 더 / 착하게 해 주었다 ..  (시는)


  소리를 듣듯 빛을 바라봅니다. 내 마음을 건드리는 빛을 바라봅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바라봅니다. 내 사진기로 스미는 빛을 바라봅니다. 살붙이들 눈망울에 어리는 빛을 바라봅니다. 솔솔 익는 내음 풍기는 밥냄비에서 피어나는 빛을 바라봅니다.


  소리도 빛도 늘 내 둘레에 있습니다. 꿈도 사랑도 언제나 내 둘레에 있겠지요. 이야기도 한결같이 내 둘레에 있을 테며, 내 하루를 이루는 온갖 숨결 또한 노상 내 둘레에 있을 테고요.


  소리를 느끼듯 빛을 느낍니다. 빛을 느끼듯 꿈을 느낍니다. 꿈을 느끼듯 사랑을 느낍니다.


  가는 말이 고울 때에 오는 말이 곱다 했지, 오는 말이 고울 때에 가는 말이 곱다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마음으로 소리를 들을 매무새일 때에 내 몸에서 좋은 소리가 퍼지고, 내 몸에서 좋은 소리가 퍼질 때에 나 또한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좋은 소리를 듣는다는 말은, 내가 무언가를 했으니 고맙게 돌아온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 스스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때에, 내 귀가 열려 좋은 소리를 알아챈다는 뜻이에요. 곧, 나 스스로 좋은 소리를 내지 않을 때에는, 내 귀가 닫혔겠지요. 내 귀가 닫혔을 때에는 내 둘레에서 제아무리 좋은 소리가 가득하다 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해요. 나한테 오는 말이 아무리 좋거나 곱다 하더라도 나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면 하나도 못 들어요. 그러니까, 오는 말이 곱다 하더라도 가는 말이 곱다고 말하지 못해요.


.. 아침에 눈을 뜨면 / 작은 기쁨을 부르고 / 밤에 눈을 감으며 / 작은 기쁨을 부르고 ..  (작은 기쁨)


  사랑으로 온마음 채우는 이는 사랑을 즐거이 나눌 뿐 아니라 사랑을 즐거이 받습니다. 꿈으로 온마음 보듬는 이는 꿈을 즐거이 펼칠 뿐 아니라 꿈을 즐거이 선물받습니다.


  나 스스로 생각할 대목은 사랑이요 꿈입니다. 나 스스로 내 몸과 마음을 그득그득 채우며 돌볼 이야기는 사랑이며 꿈입니다. 다른 무엇으로 내 삶을 채울 수 있을까요. 다른 어느 것이 내 삶에 스며들 만할까요.


  기쁘게 살아가야 기뻐요. 착하게 살아가야 착해요. 아름답게 살아가야 아름답습니다. 해맑게 살아가야 해맑게 웃어요. 마음은 몸이고, 몸은 마음입니다. 마음을 일구고 몸을 일굽니다. 몸을 아끼며 마음을 아낍니다.


.. 초등학교 시절 / 시골집에 놀러 갔을 때 / 두 살 아래의 / 사촌 남동생이 / 나에게 처음으로 / “누나!” 하고 불렀을 때 / 하늘과 햇빛이 눈부셨다 ..  (누나)


  저녁나절, 고단한 몸을 누이며 시를 씁니다. 손에는 볼펜 한 자루 쥘 힘이 없으니, 마음속으로 시를 씁니다. 마음속으로 쓴 시는 지워지거나 잊히지 않으리라 느끼며 시를 씁니다. 마음속으로 쓴 시는 언젠가 환하게 떠올라 종이에 또박또박 옮겨적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나 돌아보며 시를 씁니다. 새 하루를 어떻게 맞이할까 기다리며 시를 씁니다. 하루를 고맙게 마무리짓기에 시를 씁니다. 하루를 새로 열 수 있으니 시를 써요.


.. 소중히 안아야만 / 선물로 살아오는 시간 ..  (오늘도 시간은)


  문득 돌아보면, 열두 해에 걸쳐 의무교육 제도권학교를 다니며 시를 읽거나 쓰도록 배운 일이 없다고 느낍니다. 좋은 스승을 못 만났기에 시를 읽거나 쓰도록 배우지 못했달 수 있지만, 내 마음에서 샘솟듯 바라는 꿈이나 사랑이 애틋하지 않았으니, 나로서는 애써 시를 쓸 수 없었다 할 만하구나 싶어요. 이모저모 생각해 보면, 좋은 스승이 있어서 좋은 시를 쓰지는 않거든요. 좋은 스승이 가르치거나 일깨워야 좋다고 느낄 만한 시를 쓰지는 않거든요.


  좋은 시를 쓰는 씨앗은 늘 내 마음속에 있어요. 좋은 시를 맺는 씨앗은 언제나 내 가슴속에 조그맣게 사랑스레 숨을 쉬어요.


  나 스스로 깨우는 씨앗입니다. 내 손으로 심는 씨앗입니다. 나는 내 사랑씨앗에 물을 주고 바람을 쏘이며 햇살을 비춥니다. 나는 내 사랑씨앗이 시 한 자락으로 태어나도록 북돋우고 보살피며 아낍니다.


.. 가만히 서서 / 책들의 제목만 / 먼저 읽어도 / 행복합니다 ..  (책방에서)


  사랑은 남한테서 받지 않습니다. 사랑은 내가 일으킵니다. 사랑은 남이 베풀지 않습니다. 사랑은 내가 나눕니다. 내 작은 두 손이 사랑을 여는 길입니다. 내 작은 두 눈이 사랑을 이루는 열쇠입니다.


  마음으로 소리를 듣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사랑스레 열면서 소리를 듣습니다. 내 곁 아름답다 느끼는 온갖 목숨들이 따사롭게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생각으로 소리를 빚습니다. 스스로 생각을 너그러이 가다듬어 소리를 빚습니다. 내 곁 아름답다 느끼는 온갖 목숨들과 널리 나눌 소리를 빚습니다.


  소리를 들으며 소리를 빚습니다.


.. 누가 종이에 / ‘엄마’라고 쓴 / 낙서만 보아도 / 그냥 좋다 / 내 엄마가 생각난다 ..  (엄마)


  이해인 님 시집 《작은 기쁨》을 읽습니다. 내 국민학생 적이었나 중학생 적이었나, 이해인 님 시집이 퍽 옛날부터 두고두고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으며 읽혔다고 느낍니다. 내 어릴 적에는 이해인 님 싯말이 어떻게 널리 알려지거나 사랑받거나 읽힐 만했는지 느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나 스스로 느낄 마음이 없었으니 못 느꼈겠지요.


  아이들 재우고 먹이고 놀고 입히고 얼크러지는 자리에서 살아가며 고요히 생각합니다. 누구나 시를 참 쉽게 쓰고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삶을 아끼고 사랑하며 하루하루 누린다면, 시란 참 쉽게 쓰고 쉽게 읽으며 좋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해인 님은 시를 참 쉽게 씁니다. 스스로 시를 쉽게 쓰시니까 이해인 님을 둘러싼 옆지기나 곁지기가 시를 쓸 때에도 쉽게 읽겠지요.


  받아들이는 삶 그대로 시 한 자락이 됩니다. 맞아들이는 삶 그대로 사랑을 부르는 노래가 됩니다. 하늘이 내려주는 사랑이나 노래도 있겠지요. 그러나, 하늘이 사랑이나 노래를 내려준들 내 가슴을 열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사랑이라고도 노래라고도 깨닫지 못해요. 곧, 내 가슴을 열어 나 스스로 온통 사랑마음과 사랑몸으로 살아낼 때에 비로소 ‘하늘이 사랑과 노래를 내려 주는구나’ 하고 느낄 텐데, 이렇게 사랑과 노래를 느낀다면, 하늘이 사랑을 내려 주니 느낀다기보다, 나 스스로 나한테 사랑과 노래를 베풀기에 느끼는 셈이지 싶어요.


.. 행복한 모습 / 환한 웃음으로 보여주셔요 ..  (어떤 주문)


  엄마를 좋아해서 ‘엄마’ 두 글자 적힌 쪽종이를 보고도 가슴이 설레며 좋다 하는 이해인 님입니다. 누가 베풀어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좋아하셔요. 누가 알려줘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느껴 좋아하셔요.


  스스로 좋아하기에 소리를 들으며 시를 씁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삶을 보살필 수 있고 시를 사랑할 만합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꿈을 빚고 꿈을 싯말 하나에 살포시 담습니다.


.. 내가 / 하늘 위에 쓴 이름들은 / 바다가 읽고 / 바다 위에 쓴 이름들은 / 하늘이 읽고 ..  (사랑의 이름)


  좋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좋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도 앞으로 다가올 숱한 모레와 글피처럼 좋은 아침을 맞이합니다. 더도 덜도 아닌, 나 스스로 좋다고 느끼며 헤아리기에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시를 읽으며 좋은 마음이 됩니다. 좋은 마음으로 시를 읽으니 내 사랑씨앗은 좋은 꽃을 피우고 좋은 열매를 맺으며, 내 손으로 새삼스레 좋은 시 하나를 쓸 수 있겠다고 느낍니다. 오늘도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은 새끼들 밥 먹이는 노랫소리로 하루를 엽니다. 나도 우리 집 살붙이들 밥 먹이는 웃음소리로 하루를 열자고 생각합니다. (4345.6.7.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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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6-07 07:36   좋아요 0 | URL
이 글을 쓸 적에는 몰랐는데, 알라딘서재 대문화면에 6월 7일 오늘이 이해인 님이 태어난 날이라고 나오는군요. 책날개에는 이해인 님 '태어난 해와 날'이 따로 안 적혔는데, 이렇게 애써 밝히지 않는다면, 알라딘서재 대문화면 같은 데에서도 딱히 안 밝혀도 좋은 일이 아닌가 싶어... 군말을 붙입니다.

(어쩌면, 저부터 이런 군말을 붙이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새삼스레 알고 마는 분도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최진실 사진과 석류꽃 몽우리 (도서관일기 2012.6.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멧딸을 따며 놀다가 둘째 아이가 스르르 잠든다. 둘째 아이가 잠든 김에 수레를 끌고 도서관까지 가기로 한다. 둘째 아이는 수레에 앉은 채 깊이 잠들었고, 아주 살짝 도서관 넷째 칸 갈무리를 해 본다. 몇 해째 상자에만 박힌 채 햇볕을 쬐지 못하던 여러 가지를 들춘다. 내가 고등학생 적 모은 최진실 님 사진 여러 장 나온다. 고등학교를 마친 뒤 들어간 대학교에서 오려모은 박재동 님 그림판도 몇 장 보인다. 다섯 학기를 다닌 대학교 학보가 여러 장 나오고, 이무렵 내 밥벌이를 하며 지낸 신문사지국에서 돌리며 드문드문 모은 신문이 나온다. 1995년에 1995년치 신문을 모으며 ‘이 신문이 언제쯤 낡은 신문이 될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금세 낡은 신문이 되겠지.’ 하고 여겼는데, 몇 해 흐르면 벌써 스무 해나 묵은 신문이 된다. 헌책방에서 그러모은 1970년대 〈이대학보〉가 보이고, 1970년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꽤 재미나구나 싶다. 아무튼, 1992년부터 1999년까지 그야말로 바지런히 오려모으거나 통으로 갈무리하던 신문꾸러미를 그냥저냥 꽂기도 하고 반듯이 눕히기도 한다.


  수레에서 자는 둘째한테 자꾸 모기가 달라붙는다. 도서관 갈무리는 그만하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첫째 아이는 마을 이웃집 석류나무 밑으로 들어간다. 떨어진 석류꽃을 줍겠단다. 몽우리에서 봉오리로 맺지 못하고 만 누런 석류꽃을 본다. 아이는 석류나무 옆 감나무에서 흙땅으로 떨어진 감꽃을 두 손 가득 주워서 보여준다.


  도서관에는 무엇이 있으면 좋을까. 도서관이니까 책이 있어야 할 테고, 이런저런 낡은 신문이 있어도 좋겠지. 그런데, 이런 책 저런 신문 못지않게, 나무가 있고 풀이 자라며 꽃이 피어야 도서관다우리라 느낀다. 아무래도 가장 좋다 싶은 도서관은 숲이 아닐까. 가장 사랑스럽다 싶은 도서관은 어린이가 아닐까.

 

 

 

 

 

 

 

 

 

 

 

(석류꽃 몽우리 사진은 다른 글에서 띄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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