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코짱
노다 미치코 지음, 오타 도모 그림, 김경인 옮김 / 양철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점글책 없는 도서관, 장님 없는 학교
 [푸른책과 함께 살기 96] 노다 미치코, 《덴코짱》(양철북,2011)

 


- 책이름 : 덴코짱
- 글 : 노다 미치코
- 그림 : 오타 도모
- 옮긴이 : 김경인
- 펴낸곳 : 양철북 (2011.10.24.)
- 책값 : 8000원

 


  한국에서 살아가는 나는 도서관을 딱히 싫어하지 않지만 그리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딱히 도서관에 찾아갈 겨를이 없기도 하고, 도서관을 찾아갈 때에 내가 즐길 만한 책이 얼마나 될까 잘 모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도서관은 새벽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열지 않습니다. 도서관에 있던 책들이 적잖이 버려지며 헌책방 책시렁에 꽂히곤 합니다.


  한국땅 도서관은 처음 건물 하나 지을 때에는 무척 번듯하게 짓곤 합니다. 그렇지만, 나날이 새로 나오는 책을 꾸준히 받아들이다 보면 처음 지은 건물로는 모자라니 책 둘 자리를 꾸준히 새로 지어야 하지만, 막상 새 건물 지으며 책시렁 넓히는 도서관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땅 도서관은 묵은 책을 버리고 갓 나온 책을 들이며 좁다란 자리를 버티기만 할 뿐이라고 느껴요.


  한국에 있는 도서관이 도서관답지 못하다고 느끼기에, 나는 내 나름대로 서재도서관을 꾸밉니다. 내가 내 돈을 들여 장만해서 읽은 책을 건사하는 내 서재를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서재도서관입니다. 여느 도서관에서 버리는 책을 헌책방에서 찾아내어 건사하기도 하고, 여느 도서관에서는 갖출 생각이 없으나, 나로서는 좋아하고 바라는 책들을 즐거이 장만해서 건사하기도 합니다. 한국땅 도서관에서는 서른 해나 쉰 해쯤 묵은 책을 찾을 길이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내 서재도서관에서는 쉰 해이건 일흔 해이건 내가 갖추기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언제라도 손으로 만지면서 펼칠 수 있도록 꾸밉니다.

 


.. “제대로 본 거야? 어떤 애였는데?” “완전히 천사 같았다니까!” … 교실로 들어선 설사는, 그러니까 하라이 타로 선생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뒤에 서 있는 여자애를 교실로 불러들였다. “들어와. 여기가 4학년 1반 교실이다.” 눈을 감은 아이가 교실로 들어왔다 ..  (13∼14쪽)


  나는 손말을 할 줄 모르고, 점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 그러나, 중학생이던 때에 처음으로 지역 도서관에 찾아가 본 뒤 궁금하게 여겼어요. 나처럼 입으로 말을 하고 눈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펼칠 책 말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야 할 사람이 펼칠 점글책은 어디를 가야 볼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요즈음은 이럭저럭 나아져서 점자도서관이 따로 있다고 하고, 여느 도서관 한켠에 점글책을 두기도 한다지만, 눈으로 읽는 사람이 볼 책조차 넉넉히 건사할 자리가 모자라다는 한국땅 도서관 모습을 헤아린다면, 점글책을 얼마나 갖출는지 아리송해요.


  눈으로 읽는 책은 낱권책 한 권이어도, 점글책은 두툼한 열 권이 되기 일쑤예요. 게다가 점글책은 책시렁에 빡빡하게 꽂으면 안 됩니다. 눕혀도 안 됩니다. 한국땅 도서관마다 ‘새로 나오는 책 사들이는 돈’이 적다고 목소리 높은데, 점글책 만들거나 마련하는 돈은 얼마나 들일는지 또한 알쏭달쏭해요. 아니, 여느 출판사에서 점글책을 내놓아 주기는 할까요. 여느 출판사에서 점자도서관 일꾼이나 자원봉사자가 점글책을 만들기 수월하도록 한글파일을 선선히 나누어 주기는 할까요. 점글책과 함께,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즐기도록 말책(녹음책)을 알뜰히 갖추는 도서관은 얼마나 있을까요.


  점글책은 한국땅 도서관에 몇 가지쯤 있을까요. 점글로 된 도감이나 사전은 몇 가지쯤 있을까요. 점글로 된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이나 일어사전은 제대로 있을까요.


  말책은 한국땅 도서관에 몇 가지쯤 있을까요. 한글을 모르는 사람도 말책을 듣겠지만, 눈이 어두워진 사람도 글책 읽기 어려우니 말책을 들으면 좋을 텐데, 말책을 알뜰살뜰 갖추는 도서관이 제대로 있기나 할까요.

 


.. “카렌은 지난달에 미국에서 귀국했다. 다섯 살 때까지는 일본에서 살았어. 일본어도 잘하고 영어도 잘해. 점자도 막힘없이 술술 읽을 줄 알지. 못하는 게 없는 친구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는다.” … 귀여운 얼굴은 마치 즐거운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웃고 있는데? 방금 전에 작은 새가 지저귀는 것처럼 맑디맑은 목소리가 우리 머리 바로 위에서 노래했는데? ..  (17∼18쪽)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눈으로 읽지 못할 때에는 손말이나 점글을 씁니다. 한국땅에는 입으로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눈으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퍽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사람 스스로 제도권학교에서든, 구청이나 군청 같은 곳 문화강의 같은 데에서든 손말과 점글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어쩌면, 어떠한 구청과 군청에서도 구민이나 군민한테 손말과 점글을 안 가르칠는지 모릅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기까지 ‘도서관에 점글책 없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막상 ‘왜 손말이나 점글을 제2외국어로 안 가르치는가’ 하는 대목을 궁금해 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고등학교에서 손말이나 점글 가운데 하나쯤 가르쳤다면, 대학시험에서도 손말이나 점글을 푸는 문제가 나온다면, 온통 대학입시지옥으로 흐르는 한국 삶자락이 조금이나마 달라지지 않겠느냐 싶기도 합니다.


  다만, 손말이나 점글은 시험문제가 되어야 하지는 않아요. 삶이 되어야 올발라요. 삶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가 되어서야 제2외국어로 가르칠 노릇이 아니라, 어린이집부터 가르칠 노릇이라고 느껴요. 다섯 살 아이들한테부터 어린이집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손말은 어린이집부터 가르치고, 점글은 초등학교부터 가르쳐야지 싶어요.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쓰도록 가르치면서, 한국땅 살가운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삶을 사랑하게끔 손말과 점글을 늘 가슴으로 맞아들이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 덴코짱은 점심시간 동안 계속 두꺼운 책만 읽고 있다. 아마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위한 책인 것 같다. 새하얗고 깨알 같은 점들이 두꺼운 종이 위에 가득 튀어나와 있다. 텐코짱은 고개를 약간 쳐들고 자랑스러운 듯 엄청 빠르게 두 검지로 점들을 짚어 나간다. 가끔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눈물을 닦을 때도 있다 … 그나저나 점자책을 읽을 때 덴코짱의 그 기쁨에 찬 얼굴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보물산에 있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  (35, 38쪽)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나는 국민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열두 해를 다니면서, 같은 반에서든 한 학교에서든 언제나 비장애인 동무들만 만났습니다. 장애인 동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섯 학기를 다니고 그만둔 대학교에서도 장애인 동무는 하나도 못 보았어요. 언제나 비장애인 동무만 마주했어요.


  더 생각하면, 내가 다닌 학교들 가운데 바퀴걸상을 타고 다닐 만한 건물이던 곳은 없습니다. 목발을 짚고 다닐 만한 건물도 없습니다.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알아볼 만한 건물도 없습니다. 비장애인 학교와 장애인학교가 뚜렷하게 갈려, 서로 만나거나 사귀거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깨동무를 할 만한 겨를도 자리도 없어요. 장애인학교와 어깨동무를 맺는 비장애인학교조차 구경하기 힘들어요.


  다시금 생각을 기울입니다. 신문이고 잡지이고 책이고 인터넷이고, 온통 비장애인이 쓰도록 만듭니다. 장애인이 읽을 신문이나 잡지나 책은 얼마나 될까요. 장애인이 쓰기 좋도록 꾸민 인터넷은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나, 신문이나 잡지나 책이 ‘점글로도 찍어 준다’ 하더라도 장애인 권리와 삶을 헤아린다 할 수 없어요. 점글로 찍기는 찍더라도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 담는 이야기’가 장애인으로 지내는 사람들 꿈과 사랑을 따사로이 어루만지지 않는다면 덧없어요.


  그렇잖아요. 비장애인이 읽는 신문이나 잡지나 책인데, 이런 신문이나 잡지나 책에 ‘도시사람 아닌 시골사람’ 이야기가 얼마나 실리나요. 도시사람 아닌 시골사람이 읽을 만한 이야기를 얼마나 다루나요. 도시 노동자 말고 시골 흙일꾼이 즐거이 읽으며 새길 만한 이야기는 얼마나 짚는가요.

 


.. “미후네, 넌 손가락으로 글자 읽을 수 있어?” ..  (39쪽)


  아이들과 살아가는 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군내버스를 탈 때면 그리 바쁘지 않습니다. 군내버스 모는 일꾼은 우리 식구가 모두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시골버스는 자리가 넉넉해, 장날이 아니라면 으레 빈자리 많습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올 때 보면, 우리 식구가 탈 때뿐 아니라, 이웃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탈 때에도 버스 일꾼은 오래도록 버스를 멈추어 기다립니다. 버스에 타려고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오시든 헐레벌떡 달려오시든 가만히 기다립니다. 어느 할머니가 헐레벌떡 달려오실라치면, ‘어차피 기다리는데 뭘 그리 서두르시느냐’고 얘기하곤 합니다.

  아이들과 어쩌다 도시로 마실을 나가면, 버스를 타든 전철을 타든 무척 애먹습니다. 도시에서는 우리 식구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도시는 어디나 다 바쁩니다. 차를 바삐 몰고 거칠게 몹니다.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느 버스 일꾼이든 택시 일꾼이든 모두 어슷비슷합니다. 어쩔 수 없겠지만, 도시에서 ‘돈을 벌거나 사회활동 한다는 사람은 으레 비장애인 어른’이거든요.


  시골마을은 일흔이나 여든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시골버스 일꾼은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어버이가 버스에 타든,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버스에 타든, 아주 익숙하게 누구라도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 시동을 다시 겁니다.

 


.. “히로시? 다테노 히로시 말이지? 가까이 오면 고양이 냄새가 나니까 금방 알 수 있어.” 히로시 집에서는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우고 있다. “나는?”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었다. 오줌 냄새라고는 제발 하지 말아 줘∼. “책 냄새가 나. 그리고 아기 냄새도.” 지난해에 우리 집에 여동생이 태어났거든! … “곧 여름이 오려나 봐!” 덴코짱이 이렇게 말했다. “바람한테서 여름 냄새가 나?” “그럼! 바람도 나무도 흙도. 그리고 파도 소리에서도 나는걸.” ..  (46, 81쪽)


  장애인이라는 이름표가 붙는 아이들과 비장애인이라서 이름표가 안 붙는 아이들은 한 학교 한 교실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아이들한테는 숫자로 매기는 시험성적이 대수롭지 않거든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삶을 배우고 사랑을 물려받아야 하거든요. 아이들을 시험점수 기계로 만들자면, 아직까지 안 바뀌는 제도권학교 틀을 그대로 이어야겠지요. 아이들을 대학벌레로 만들거나 대기업벌레로 만들자면, 오직 비장애인 아이들만 한데 몰아놓고 자율학습과 보충수업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때려잡으며 시험공부만 달달 시켜야겠지요.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넋을 맑으며 슬기롭게 키우도록 북돋우는 배움터라 한다면, 아주 마땅하고 홀가분하게 모든 아이들이 두루 다닐 수 있어야 해요. 어느 아이라 하더라도 배움삯 때문에 골치를 앓으면 안 돼요. 모든 학교는 나라돈으로 대야 해요.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모두 나라돈으로 대야 해요. 장학금은 따로 없어도 돼요. 나라에서는 군대를 없애야 하고, 부질없는 토목건설을 그쳐야 해요. 나라돈은 써야 할 곳에 아름답게 써야 해요. 아이와 어른 모두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길을 걷도록 도와야 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놓은 울타리를 걷어야 해요.


  시골 군내버스 일꾼들이 늘 할머니 할아버지 태우며 마주하면서 ‘오래 기다리고 되도록 거칠게 안 몰기’를 몸으로 익힐 수 있듯,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학교와 일터와 삶터 어느 곳에서나 서로 살가이 만나고 얼크러질 수 있어야 비로소 이 나라 한국은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

 


.. 촛불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덴코짱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늘 어두운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 “눈이 보이는 사람은 어둠이 무섭겠지. 근데 내 앞에 있는 건……, 뭐랄까? 어둡지도 밝지도 않아. 그냥 내가 있는 세계일 뿐이야. 그리고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리지.” ..  (109∼110쪽)


  노다 미치코 님이 쓴 푸른문학 《덴코짱》(양철북,2011)을 읽습니다. 어린이문학이라 해도 되고 푸른문학이라 해도 됩니다. 그냥 문학이라 해도 좋습니다. 그냥 이야기책이라 해도 좋아요. 아무튼 《덴코짱》은 일본사람 노다 미치코 님이 지난 2009년에 쓴 이야기요, 2009년은 ‘알파벳 점글’을 슬기롭게 빚은 루이 브라유 님이 태어난 지 이백 돌이 되는 해였다고 해요.


.. “내 별명은 덴코짱이라고 해. 점자로 된 책만 읽는다고 친구들이 지어 준 거야.” ..  (22쪽)


  한국땅에서도 ‘점글아이’가 차츰차츰 늘어날 수 있기를 빌어요. 한국땅에서도 ‘손말아이’가 하나둘 늘어날 수 있기를 꿈꾸어요. 아이들부터 점글아이와 손말아이로 거듭나고, 어른들 또한 아이들 사랑을 받으며 점글어른과 손말어른으로 새로 태어날 수 있으면 기쁘겠어요. 따로 점자도서관을 많이 세워도 아름답지만, 이 나라 모든 여느 도서관마다 점글책을 ‘여느 글책’하고 똑같이 알차게 갖출 수 있으면 아주 어여쁘리라 생각해요. (4345.6.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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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터 출판사에서 나온 '고흥 교사일기'를 장만해서 읽다가, 요즈막에 나온 책들을 죽 살피다가, 비고츠키 책을 두 권이나 내놓은 줄 깨닫다. 비고츠키 책이라니, 이런 놀라운 책을 애써 내놓은 모습이 반갑고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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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기호
레프 세묘노비치 비고츠키 & 알렉산더 로마노비치 루리야 지음, 비고츠키 연구회 옮김 / 살림터 / 2012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2년 06월 09일에 저장
품절
생각과 말- 비고츠키, 심리학적 탐구
비고츠키 지음, 배희철.김용호 옮김 / 살림터 / 2011년 1월
33,000원 → 29,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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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싶어, 〈미래소년 코난〉 원작소설

 


  오래도록 살까 말까 망설이던 〈미래소년 코난〉 디브이디 일곱 장을 장만했다. 오늘 드디어 첫째 아이하고 이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보기 앞서 디브이디에 적힌 풀이글을 읽는데,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쓴 글을 바탕으로 빚은 만화영화가 아닌 줄 처음으로 깨닫는다. 원작은 ‘알렉산더 힐 케이(Alexander Hill Key)’라는 미국사람이 쓴 《The Incredible Tide》라 하고, 1970년에 나온 청소년 장편 과학소설이라 하는데, 일본에는 “殘された人びと”라는 이름으로 옮겨졌다 한다. “남겨진 사람들”이나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는 이름이라는데, 아직 한국에는 안 옮겨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모르리라. 한국에도 어느 날 어떤 이름으로 조용히 옮겨졌다가 조용히 사라졌을는지. 그나저나, 이 원작소설을 한국에서 장만할 수 있을까 알아보니, 한국에 있는 책방에서는 장만할 길이 없는 듯하고, 아마존이라 하는 데에 알아보니, 자그마치 144달러. 게다가 일본 번역책 또한 장만할 길이 까마득한 듯싶다. 참말, 〈미래소년 코난〉 원작소설은 읽을 길이 없을까. 참말, 〈미래소년 코난〉 원작소설은 앞으로 한국말로 옮겨질 일이 없을까.


  보고 싶다. 이 원작소설을 보고 싶고, 우리 아이들이 이 원작소설을 한국말로 읽을 수 있는 날을 맞이하기를 빈다. 뜻있는 출판사에서 이 청소년문학을 한국말로 옮겨 펴내 주기를 빈다. (4345.6.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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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내린밤 2014-12-03 16:50   좋아요 0 | URL
<미래소년 코난> 원작소설(영어판)은 웹에서 PDF 파일로 구할 수 있습니다.
아래 주소입니다.
http://hinomaru.megane.it/cartoni/Conan/Tide.pdf
또는 http://www.highharbor.net/en/divers.html

함께살기님 말씀처럼 어디선가 우리말로 번역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빨강 글쓰기

 


  날마다 아이들한테 불러 주며 재우는 노래 가운데 이원수 님 동시에 가락을 입힌 〈햇볕〉이 있다. 나는 이 동시 이야기가 좋기에 가락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한다. 아이한테 〈햇볕〉을 불러 주면서 싯말을 살짝 고치곤 한다. 이를테면,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초록이 되고.”에서 ‘초록’을 ‘풀빛’으로 고친다.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되어요.”는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눠요.”로 고친다. 이리하여, 나는 아이한테 “햇볕은 고와요. 하얀 햇볕은, 나뭇잎에 들어가서 풀빛이 되고, 봉오리에 들어가서, 꽃빛이 되고, 열매 속에 들어가서, 빨강이 돼요. 햇볕은 따스해요. 맑은 햇볕은, 온누리를 골고루 안아 줍니다. 우리들 가슴도, 햇볕을 안고서, 따스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눠요.” 하고 노래를 부른다. 처음에는 싯말 그대로 노래를 불렀는데, 몇 군데 낱말과 말씨가 자꾸 입에 걸려 두어 달에 걸쳐 하나하나 손질하며 이렇게 부른다. 이원수 님은 아이들한테 따스한 푸름과 하양과 빨강을 사랑스레 나누어 주고 싶어 동시를 지었고, 나는 이 마음이 아주 기쁘고 좋아 내 고운 꿈을 살포시 실어 우리 아이한테 새롭게 가다듬은 싯말을 읊는다.


  처음에는 햇볕을 노래하고 봄을 얘기하며 따스한 사랑을 들려주어 좋다고만 여겼다. 이 노래를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석 달이고 넉 달이고 자꾸자꾸 부르면서, 해가 바뀌고 철이 바뀌어 어느새 봄을 맞이하고 여름으로 흐르다 보니, 조금씩 다른 생각이 몽실몽실 든다. 햇볕 또는 햇빛은 우리 가슴으로 네 가지 빛깔로 찾아오는구나 하고. 먼저 하얀 빛깔로 찾아든다. 추위를 견디는 하얀 빛깔이다. 다음은 밥을 북돋우는 푸른 빛깔로 찾아든다. 쌀이 되는 벼도 푸른 모요, 김치를 담그든 날것으로 나물을 먹든, 모든 풀은 푸른 빛깔이다. 이윽고 봄빛이 무르익으며 꽃이 흐드러질 때에 마음이 따사롭게 부풀어오른다. 이제 꽃 빛깔이다. 꽃이 하나둘 지면서 어여쁜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듯하지만, 꽃이 지고 흙으로 돌아가면서 시나브로 열매를 맺는다. 바로 빨간 빛깔이다.


  딸기꽃은 하얗다. 딸기알은 빨갛다. 하얗게 환하던 꽃이 빨갛게 달콤한 열매가 되어 내 몸으로 스며든다. 밥은 푸르고, 꿈은 하야며, 믿음은 꽃을 닮고, 사랑은 빨갛다. (4345.6.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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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을 먹는 책읽기

 


  마을 비탈밭이 있는 뒷산으로 네 식구 함께 오른다. 비탈밭은 어디에서 끝나고 뒷산은 어떻게 이어질까 생각하며 이리저리 다니다가 딸밭을 한 번 보고는, 곧잘 이곳으로 찾아가 딸먹기를 한다. 다른 데에서는 딸을 따면서 모기에 물리지만, 이곳에서는 모기에 물리지 않는다. 다른 데에서는 딸을 따며 딸만 딸 뿐이지만, 이곳에서는 딸을 따고는 땅바닥에 풀썩 앉아 마을을 널찍하게 바라보며 쉴 수 있다.


  새빨갛게 익은 딸을 따서 병에 담는다. 첫째 아이랑 옆지기가 병 하나씩 들고 둘째 아이한테 틈틈이 먹이면서 맛나게 딸을 먹는다. 딸을 먹는 입은 빨간 물이 든다. 손도 빨간 물이 들고, 딸내음 밴다.


  들딸이든 멧딸이든 어느 누가 풀약을 치거나 비료를 주지 않는다. 오직 햇살이 딸밭을 돌본다. 오로지 빗물이 딸밭에 물을 준다. 그예 바람과 흙이 딸밭을 살찌운다.


  딸을 먹으며 햇살을 함께 먹는다. 딸을 먹으며 바람을 함께 마신다. 딸을 먹으며 내 몸으로 흙기운이 스며든다. 읍내 저잣거리에 나가 보면, ‘딸기’는 벌써 예전에 들어가고 안 보인다. 요즈음은 참외랑 수박이랑 곳곳에 널린다. 그런데, 오이도 참외도 박도 수박도 이제서야 꽃이 필 때인데, 어떻게 벌써 나올 수 있을까. 모든 저잣거리 모든 가게에 나온 참외나 수박이란 온통 비닐집에서 풀약과 비료로 키웠을 테지. 오월 끝무렵이나 유월 첫머리에 참외나 수박을 사다 먹는 사람은 햇살이나 바람을 먹지 못한다. 오직 풀약과 비료를 먹을 뿐이다. 지난 사월과 오월 첫머리에 가게에서 딸기를 사다 먹은 사람 또한 풀약과 비료를 먹었을 뿐, 막상 햇살과 바람은 못 먹었으리라 느낀다. 딸밭은 오월 한복판부터 유월 한복판까지 흐드러진다. 딸은 이무렵 새빨갛게 익으며 우리 몸과 마음을 새빨간 꽃빛과 햇빛으로 물들인다. (4345.6.9.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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