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6.15.
 : 빗물 젖은 푸른 길을

 


- 빗방울이 살짝 들던 날 자전거를 몬다. 두 아이를 모두 자전거수레에 태운다. 길바닥은 촉촉히 젖었으나 자전거를 달릴 만하다고 느낀다. 하늘을 온통 하얗게 채운 구름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하얗고 들판과 멧자락은 푸르다.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달린다. 바람을 맞는다. 면소재지에 닿아 중국집에 들른다. 이웃한 가게 아이가 첫째 아이한테 아는 척을 한다. 알고 보니, 우리 시골집 옆에 붙은 마늘밭에 식구들과 마늘 캐러 오던 여섯 살 언니였다. 둘은 같이 손을 잡고 놀다가는 수레에 앉은 둘째 아이를 바라보며 예쁘다 예쁘다 하고 말한다.

 

- 면소재지로 들어설 때, 또 면소재에서 나올 때, 도화중학교 옆길 멧자락에 가득한 밤나무마다 밤꽃이 한창 흐드러진다. 밤꽃이 흐드러지니 꼭 밤나무만 있는 듯하구나 싶은데, 봄철에는 이레마다 새 꽃이 소담스럽게 피고 지면서 갖은 빛깔을 뽐냈다. 숲은 참 여러 빛깔은 골고루 품는다. 밤나무 아래로 치자나무 하얀 꽃이 똑부러진다. 치자나무 흰꽃은 무척 야무지게 생겼다. 수레에 앉은 아이들한테 “위에는 밤꽃, 아래에는 치자꽃.” 하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푸른 숲 옆을 지나고, 푸른 들 사이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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母たちの濟州島: 姜萬保寫眞集 (單行本)
任 栽賢 / 東方出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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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경할 수 있도록 선물해 주신 양철나무꾼 님 고맙습니다~!)

 


 사진이란 삶이요 사랑이며
 [따순 손길 기다리는 사진책 33] 강만보, 《母たちの濟州島》(東方出版,2012)

 


  1948년에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강만보 님은 제주도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제주도에 있는 〈한라일보〉에서 사진부장 일을 했습니다. 2008년에 “남해안 제주해녀” 이야기를 사진책으로 묶고, 2009년에는 “동해안 제주해녀” 이야기를 사진책으로 묶으며, 2010년에는 “서해안 제주해녀” 이야기를 사진책으로 묶었다고 해요. 2012년에는 “어머니들 제주도” 이야기를 사진책으로 묶는데, 이 사진책은 한국에서 나오지 않고 일본에서 나옵니다. 왜 한국에서는 못 나올까 궁금하지만, 한국에서 나오든 일본에서 나오든 그리 대수롭지 않습니다. 강만보 님이 나고 자라며 사랑하는 제주섬에서 삶을 사랑한 ‘어머니들’ 이야기를 알뜰히 갈무리해서 내놓을 수 있으면 더없이 좋으며 반갑습니다. 어머니들 삶처럼 예쁘게 꾸미는 사진책입니다. 어머니들 사랑처럼 곱게 여미는 사진책입니다. 어머니들 웃음과 눈물처럼 따스하게 보듬는 사진책입니다.

  사진책 《母たちの濟州島》(東方出版,2012)를 펼치면 1973년부터 1998년까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아니, 1973년을 살던 어머니와 1998년을 살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 밑에 날짜가 적히고, 어떠한 모습과 삶인가 하고 몇 줄 이야기가 적힙니다. 나는 이 숫자와 글을 읽으면서 제주도 어머니 삶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나는 굳이 이 숫자와 글을 안 읽으면서 제주도 어머니 사랑을 그릴 수 있습니다. 어머니들 삶은 1973년에나 2013년에나, 또 1998년에나 2038년에나 똑같거든요. 어머니들 사랑은 1973년에도 1933년에도, 또 1998년에도 1958년에도 똑같아요. 한결같이 잇는 삶이요, 가만히 물려받는 사랑이에요. 다 다른 마을 다 다른 살림집 아이들은 다 다른 어머니들한테서 다 다르지만 다 같은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저마다 즐거울 삶을 꿈꿉니다. 다 다른 마을 다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빛나는 꿈을 키우면서 무럭무럭 자라서, 어린 날 이녁 어머니가 나누어 주었듯 이녁 아이한테 새롭게 사랑을 물려줍니다. 이 같은 사랑은 한 해 열 해 백 해 천 해 만 해를 고이 흐릅니다. 먼먼 지난날에는 따로 사진기라 하는 연장이 없었기에, 그저 가슴으로 묻고 그예 마음으로 담으면서 사랑을 빛냈습니다. 이제 우리한테는 사진기라 하는 연장이 있습니다. 강만보 님은 1973년에도 사진기로 사랑을 적바림합니다. 1998년에도 사진기로 사랑을 옮겨적습니다. 2012년에도, 또 앞으로 살아갈 긴긴 날에도 사진기 하나 손에 쥐고는 어머니들이 어떠한 결과 무늬로 어떠한 삶과 사랑을 누리는가 하는 이야기를 살포시 들려주리라 느껴요.


  나는 사진이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삶을 찍고, 사진에 찍히는 사람은 삶이 찍힌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읽는 사람은 삶을 읽고, 사진을 찍는 사람 또한 ‘사진으로 찍히는 사람’이 누리는 삶을 읽으면서 사진기 단추를 누른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이란 삶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진은 새삼스레 사랑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사랑을 찍고, 사진에 찍히는 사람은 사랑이 찍힌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을 읽는 사람은 시나브로 사랑을 읽습니다. 모두들 사랑을 누리면서 나눕니다.

 


  사진이란 삶이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에, 사진은 다시금 웃음이고 눈물이면서 서로서로 살가이 어깨동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누리는 이야기를 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내가 기쁜 하루를 빛내는 보금자리에서 일구는 살림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책 《母たちの濟州島》에는 이 같은 빛깔이 잘 드러나는구나 싶습니다. 어머니가 곡식을 손질하건, 어머니가 땔깜으로 쓸 말똥을 만지건, 어머니가 물질을 하건, 어머니가 아버지와 나란히 밭을 갈건, 어머니가 아이를 보살피건, 어머니가 사랑으로 돌보는 마을 아이들이 고샅길에 모여 놀이를 즐기건, 모두 삶이면서 사랑이고 이야기로구나 싶어요.


  즐겁게 살아가며 즐겁게 나눌 사진을 찍습니다. 어여삐 살아가며 어여삐 나눌 사진을 찍습니다. 사이좋게 살아가며 사이좋게 나눌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은 늘 내 곁에 있습니다. 사진은 늘 내 가슴에서 씨앗을 맺습니다. 사진은 늘 내 마음에서 꽃을 피웁니다. 사진은 늘 내 눈빛에서 환하게 빛납니다. 이리하여, 강만보 님은 제주도에서 ‘내 어머니’를 비롯해 ‘이웃 어머니’와 ‘동무 어머니’를 만나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른 이는 다른 터에서 ‘내 어머니’를 비롯해 숱한 어머니를 만나며 사진을 찍겠지요. 강만보 님은 제주도 곳곳에서 다 다른 살림살이라 하나 다 같은 빛무늬와 빛살로 하루하루 엮는 어머니들을 만났는데, 다 달라 보이는 어머니라 하지만, 곰곰이 살피면 어느 어머니 한 분한테서나 온삶을 걸쳐 늘 바라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곧, 강만보 님 어머니 한 분 삶을 좇으며 찬찬히 바라본다 할 때에도 사진책 《母たちの濟州島》에 나오는 온갖 모습과 이야기와 꿈이 드러나리라 느껴요.


  제주도 뭇 어머니가 바로 ‘내 어머니’입니다. 내 어머니가 바로 ‘제주도 어머니’입니다. 내 어머니는 내 삶입니다. 제주도 어머니는 내 사랑입니다. 서로서로 살가이 내미는 손길로 이어집니다. 서로서로 따스히 주고받는 눈길로 마주합니다. (4345.6.19.불.ㅎㄲㅅㄱ)

 


― 母たちの濟州島 (姜萬保 사진,東方出版 펴냄,2012.3.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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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쫑

 


둘째 아이 돌떡
마을 집집
모두 돌며
두 손씩 드린다

 

해 떨어진
어둑어둑
조용한 저녁
할머니 세 분
우리 집 찾아와
돌떡 그냥 안 먹는다며
쌀이며 돈을 내미신다

 

할머니 한 분
허리가 너무 아파
일 좀 거들어 달라며
마늘밭
마늘 다 뽑고
마늘 다 묶은 뒤
짐차에 실을 때
들어 나르기만 거들어 달라
이야기한다

 

허리가 아프면
처음부터 다 아프실 텐데
마늘을 뽑을 때부터
불러 주셔요
저희는 아직 마늘뽑기
해 보지 않아
한 가지씩 몸으로 겪으며
배워야 해요

 

나는
마늘밭 마늘뽑기부터
아이들이랑 찬찬히
품앗이 하기를 꿈꾼다

 

마늘뽑기부터
품앗이 한다면
잘 자란 마늘들 가운데
마늘쫑 예쁘게 남은
서너 알
뿌리까지
예쁘게 건사해서
우리 집 마당에
옮겨심어
마늘꽃 아이들한테
구경시키도록 해 주십사
얘기할 수 있기를 빈다

 


4345.5.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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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9 10:01   좋아요 0 | URL
벌써 마늘을 뽑을철이로군요.
며칠전 친정엄마도 텃밭에 마늘을 뽑았으니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었는데..^^
마늘이랑 양파를 캤는데 작년만큼 재미가 없으시대요.
가뭄이 들어 감자도 알이 굵어질줄 모른다고 울상이시네요.
재미삼아 놀고 있는 밭을 일구시더니 완전 농사꾼이 다 되셨어요.^^
오늘은 비가 와 엄마 텃밭을 비롯해 농사꾼들 감자알이 더 굵어지길 바라봅니다.

헌데 둘째가 벌써 돌이었네요?
축하드려요.^^

파란놀 2012-06-19 14:14   좋아요 0 | URL
돌은 지난달에 지났어요 ^^;;;;

지난달에 돌과 얽힌 여러 가지 글을 쓰기도 했고요 ^^;;;

시 끝에 날짜를 보시면...

마늘뽑기도 이제 다 끝났고,
마늘은 다 말렸고,
집집마다 마늘도 다 팔았고...
그렇답니다~~~ ^^

BRINY 2012-06-19 11:34   좋아요 0 | URL
둘째 돌을 맞이하셨군요. 축하드려요.

파란놀 2012-06-19 14:13   좋아요 0 | URL
아...
시 끝에 적었듯이,
5월 20일에 쓴 시이니까,
돌도 이무렵이었고,
이제 돌 지난 지 한 달 즈음 되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비구름 지나가는 하늘

 


  비구름 지나가는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비구름은 천천히 내 오른쪽으로 지나갑니다.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 왼쪽은 저 멀디먼 북녘이요, 내가 올려다보는 하늘 오른쪽은 새삼스레 멀디먼 남녘, 곧 태평양입니다. 비구름이 태평양으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는, 우리 집에서 칠 킬로미터를 나가면 맞이하는 바다가 태평양 끝자락이네 하고 느낍니다.


  새들 노랫소리 울리는 숲속 바람이 마당을 스치며 집안으로 살포시 깃듭니다. 첫째 아이가 먼저 잠을 깨어 일어납니다. 같이 마당에 내려서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눈이 부시게 파랗습니다. 아침 여덟 시 햇살인데 눈을 바로 뜰 수 없습니다. 좋은 하늘이기에 햇살은 짙게 드리웁니다. 나를 살찌우는 모든 밥과 꿈과 이야기는 바로 이 햇살 한 줄기에서 비롯하겠지요. (4345.6.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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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99] 땡볕

 

  아이들 누구나 ‘땡볕’ 말밑이 어떻게 이루어진 줄 모르더라도 땡볕이 어떤 날씨인지 압니다. 어른들 누구나 ‘뙤약볕’ 말밑을 깊이 헤아리지 않더라도 뙤약볕이 어떤 날씨인 줄 알아요. ‘무더위’나 ‘강추위’가 왜 무더위요 강추위인가를 살피지 않지만, 이런 날씨 저런 날씨 환하게 살갗으로 느낍니다. 이와 달리, ‘폭염(暴炎)’이나 ‘폭서(暴暑)’는 아이도 어른도 쉬 알아채지 못해요. 한자를 밝혀 알려주어도 쉬 깨닫지 못해요. 한국말로 ‘불볕더위’라 말해야 비로소 누구나 환하게 알아들어요. 그런데, 알아차리기까지 퍽 여러 날이 걸리고 이래저래 따로 더 배워야 한다지만, 어른들이 날마다 ‘폭염’이니 ‘폭서’이니 하고 말하면, 둘레에 있는 아이들은 이 낱말이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 차츰차츰 익숙해져요. 곧, 아이들은 ‘안녕(安寧)’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면서 이 말을 써요. ‘바이바이(byebye)’가 영어인 줄 알아차리려면 따로 영어를 배워야 합니다. 아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이 으레 ‘안녕’과 ‘바이바이’를 읊기 때문에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이 말을 받아들여서 마음껏 써요. 서로 인사할 때에 쓰는 말이로구나 하고 여겨요. 아이들한테 말을 온몸으로 물려주는 어른들이 말삶을 깊이 돌아본다면, 아이들 앞에서 아무 말이나 함부로 쓰지 못해요. 아이들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언제 쓰는가’를 느끼기만 하거든요. 어른들부터 스스로 맑게 생각하며 말을 해야 즐거워요. 맑게 생각하며 말하는 어른 곁에는 맑게 생각하며 말하는 아이들이 자라요. 생각없는 어른 곁에서는 생각없는 아이들이 자라요. 오뉴월 땡볕 한복판에서 삶을 생각합니다. (4345.6.1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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