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나누어 준다. 정부에서 만들어 나누어 주는 일자리는 다달이 일삯을 주되 어떤 일을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하도록 한다. 회사에서 만들어 나누어 주는 일자리도 이와 같다. 오늘날은 모든 사람들이 회사원이 되거나 공무원이 되도록 부추기거나 다그친다. 그런데, 정부이든 회사이든 ‘돈을 벌어 돈을 쓰는 삶’이 되도록 하는 일자리는 만들지만, 사람들 스스로 ‘흙을 일구어 밥을 누리는 삶’이 되도록 하는 삶자리는 마련하지 않는다.


  가만히 셈을 해 본다. 정부나 회사에서 만드는 일자리가 다달이 100만 원을 준다 하면 한 해에 1000만 원이요, 다섯 해면 5000만 원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나누어 주고서는 한 달만 일하도록 한다든지 딱 한 해만 일하고 그치라고 하지는 않으리라. 언제까지나 일하도록 하겠지. 그러니까, 스무 해나 서른 해쯤은 일할 자리를 준다 할 테고, 서른 해쯤 일하고 ‘정년퇴직’을 하면 연금을 주어야 한다. 이때에는 일은 안 하더라도 나라에서 돈을 주어야 한다.


  시골 논밭은 한 평에 얼마쯤 할까. 네 사람 한식구, 또는 여섯 사람 한식구가 살아가며 밥을 얻을 논밭은 몇 평쯤이면 넉넉할까. 삼천 평? 오천 평? 네 식구한테 오천 평을 나라에서 준다고 하면, 땅값으로 얼마쯤 들까. 이렇게 땅을 네 식구한테 내주고, 이곳에서 스스로 밥을 지어서 먹도록 한다면, 네 식구 삶은 어떻게 될까.


  오천 평에서 거둘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는 네 식구가 먹고 훨씬 남는다. 네 식구뿐 아니라 다른 네 식구한테 나누어 주어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100평 밭에서 푸성귀를 거두면 여덟 식구뿐 아니라 다른 여덟 식구한테 나누어 주어도 다 못 먹을 만큼 넉넉하다. 곧, 네 식구 오천 평 ‘보금자리숲’을 마련해서 저마다 누릴 수 있으면, 이 보금자리숲에서 스스로 흙을 일구고 스스로 삶을 지으면서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공산품을 쓸 일이 없고 가공식품을 먹을 일이 없으니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쓰레기가 없는 보금자리숲이 얼크러진 마을에서는 쓰레기 묻을 땅이나 쓰레기 치울 일꾼이 없어도 된다. 쓰레기차 또한 없어도 된다. 이곳에는 수도물이 없어도 되며 이들을 걱정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이 없어도 된다. 스스로 일구어 스스로 짓는 삶일 때에는 아픈 사람도 앓을 사람도 나타나지 않는다. 걱정 아닌 사랑을 누리면서 생각하기에, 언제나 따스하며 너그러운 나날을 빚는다.


  ‘사회적 기업’이라느니 ‘공공근로’라느니 하고 나서지 않아도 된다. 애써 어마어마하게 돈을 들여 무슨무슨 일자리를 만들어 다달이 돈을 나누어 주느라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 나중에 연금을 대주느라 허리가 휘지 않아도 되고, 연금을 대줄 밑돈을 마련한다며 주식투자를 하거나 투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날마다 똑같은 몸짓을 되풀이하는 일이란 얼마나 일다운 일인가 생각해 본다. 나라에서 마련하는 일자리는 허울은 ‘일자리’이지만, 알맹이로는 ‘톱니바퀴’이지는 않을까. 속내로는 ‘쳇바퀴’이지는 않을까.


  삶자리·사랑자리·꿈자리·생각자리·노래자리 들이 될 때에 비로소 일자리요 놀이자리가 되리라 느낀다. (4345.9.3.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별을 바라보는 책읽기

 


  옆지기 어버이 살아가는 경기도 일산에서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별을 만날 수 있다. 아파트가 비죽비죽 올라선 틈바구니에서도 별 한두 조각 찾을 수 있다. 내 어버이 살아가는 충청북도 음성에서도 하늘을 찬찬히 올려다보면 별을 마주할 수 있다. 높고낮은 멧봉우리 사이사이 별 여러 조각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별이 이것밖에 없었을까. 별이 이것밖에 안 보일까.


  밤이 되면 어느 곳이든 깜깜하다. 어둠이 내린다. 다만, 깜깜해지더라도 등불을 켜며 밝히는 데가 있고, 어둠이 내려도 수많은 가게마다 환하게 불빛을 쏘는 곳이 있다.


  시골에서나 도시에서나 등불을 켠 밑에 서면 밤하늘을 바라보지 않는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불빛 환한 가게 둘레에 설 적에는 밤하늘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별빛을 느끼지 않고, 우리를 어루만지는 달빛을 헤아리지 않는다.


  내 어버이 시골집 마당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생각한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살을 느끼지 않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달무늬와 별무늬를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아침과 낮에 고운 햇볕과 바람과 흙을 누리지 못하는 데에서는 저녁과 밤에 보드라운 밤노래와 밤바람과 밤구름을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해를 잊는 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달을 잃고 별을 등지는 데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해가 흩뿌리는 빛과 볕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에 내 마음속에서 따순 이야기 천천히 피어난다. 달이 드리우는 무늬와 결을 꿈으로 맞아들일 적에 내 가슴속에서 너른 이야기 하나둘 샘솟는다.


  별이 잔치를 이루는 곳에서 별똥이 흐른다. 별이 노래하는 곳에서 밤새와 밤벌레가 춤을 춘다. 별이 오순도순 얼크러지는 곳에서 사람들은 숲에 깃들어 풀과 꽃과 나무를 맑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새근새근 잠든다. (4345.9.3.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은아이는 작아

 


  작은아이는 작아, 아직 무릎에 누여 재울 수 있고, 큰아는 커, 이제 두 무릎 쩍 벌려 누여도 재우기에 모자라다. 어떻게든 무릎을 넓게 벌리고 앉아 큰아이를 누여, 다리 뻗도록 하고는 재운다. 머리카락을 자꾸자꾸 쓸어넘기며 내 손길로 사랑을 천천히 불어넣는다. 시외버스 가는 길에 잘 자렴. 이따 기차 타고 가는 길에도 잘 자렴. 먼 마실을 할 때에는 차에서 포근하게 쉬렴. 차에서 내려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닿으면 너희 마음껏 뛰고 구르고 달리고 날고 하면서 놀렴. 그때까지는 가만히 쉬고 자면서 몸을 다스리렴. 이 작은아이 큰아이 모두들 자그마한 아이들아. (4345.9.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함께 살아가는 말 106] 기차동무

 

  음성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 생일을 맞이해 고흥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으로 간 다음, 순천에서 기차를 타고 음성까지 갑니다. 버스와 기차로 돌고 돌아 여섯 시간 남짓 걸리는 길에 다섯 살 큰아이 사름벼리는 기차동무를 사귑니다. 순천에서 조치원 사이 무궁화열차 느릿느릿 달리는 길에 다섯 살 두 아이는 눈이 마주쳤고, 한 번 눈이 마주친 뒤에는 서로 빙글빙글 웃고 싱긋빙긋 웃다가는 까르르 웃음주머니를 터뜨립니다. 둘은 놀이동무가 됩니다. 둘은 얘기동무가 됩니다. 둘은 과자를 나누어 먹는 밥동무가 됩니다. 서로 손을 꼬옥 쥐고는 기찻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싶은 마실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도 어버이한테도 여러 동무가 있습니다. 같이 흙을 만지며 살아가는 흙동무 있고, 서로 해를 바라보며 누리는 해동무 있어요. 버스를 같이 타면 버스동무, 길을 함께 거닐면 길동무, 삶을 함께 빚으면 삶동무, 책을 나란히 읽으면 책동무, 학교를 함께 다녀서 학교동무, 골목동네에서 살아가기에 골목동무, 들마실을 하면서 들마실동무, 서로서로 풀꽃을 아끼고 좋아하는 풀꽃동무, 한 마을에서 살아가는 마을동무, 꿈을 서로 북돋우는 꿈동무, 일을 어깨동무하는 일동무, …… 동무 동무 좋아요. 서로 노래를 부르는 노래동무가 되고, 서로 시 한 줄 적으며 주고받는 글동무 되며, 서로 마음 깊이 피어나는 사랑을 나누는 사랑동무 됩니다. (4345.9.2.해.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2-09-03 06:39   좋아요 0 | URL
아버님 생신인가보군요.
저도 지난 주에 식구들과 음성에 다녀왔는데...남편 사촌 누님 포도 농장 가느라고요. 음성군내도 둘러보고 점심도 거기서 먹었지요. 저희 집에서는 차로 한시간 좀 넘게 걸리더군요.
아이들에게는 좀 먼거리일텐데 그래도 즐거운 나들이 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파란놀 2012-09-03 08:23   좋아요 0 | URL
고흥에서 음성까지는 참 멀어요 ㅠ.ㅜ
그래도 애써 온 길에...
옆지기 어버이 살아가는 일산에도 가려고 해요 @.@

다시 기차를 타고 서울을 거쳐 일산으로 가야지요 이구구우
 


 도시를 생각한다

 


  숲이 없고 들이나 멧골이 없는 도시인 터라, 사람들은 따로 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앉거나 서거나 누울 느긋한 데가 없다. 멋집·맛집·찻집·술집·책집…… 같은 데를 따로 두어야 한다. 저마다 더 쉬기 좋다고 할 만한 데를 꾸며야 한다. 가겟사람 스스로 우물터가 되어 스스로 쉬면서 이웃을 맞아들인다. 길에 걸상이 없고, 길에 털푸덕 주저앉을 수 없으며, 길에 나무그늘이 없기에, 가게에 돈을 치르고 들어가 앉아야 한다. 냇물이 없고 샘물이 없으며 우물물이 없으니 가게에 들어가 돈을 치르고 물을 사다 마시거나 차를 사다 마셔야 한다. 하늘은 높은 건물과 아파트가 가로막으니 자동차나 버스나 전철을 타고 도시 바깥으로 나가든지, 돈을 치르고 높은 건물 옥상 찻집에 들어가서 하늘을 바라보며 바람을 마셔야 한다. 위로는 하늘이 가려지고, 아래로는 흙이 가려진다. 디딜 흙이 없고, 디딜 흙 없어 풀과 나무 자랄 틈이 없는 터라, 사람들은 마음을 쉬거나 다스리지 못한다. 풀을 못 보고 꽃을 못 보며 나무를 못 보는 사람들은 따로 꽃집이라는 가게를 마련하고 꽃다발이나 꽃그릇을 꾸며서 겨우 마음을 달랜다. 그렇지만, 꽃집과 꽃다발과 꽃그릇에 갇힌 꽃으로는 풀내음이나 나무내음을 느끼지 못한다. 길가에 심은 거리나무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시고 높은 건물에 햇볕이 가려 제대로 쐬지 못할 뿐 아니라, 밤에는 전기로 밝히는 등불 빛 때문에 쉬지 못하니, 모두 시름시름 앓는다. 푸른 숨결이 없으며, 푸른 생각이 없고, 푸른 꿈이 자라지 못한다. 사람은 푸나무한테 사랑을 베풀지 못한다. 푸나무는 사람한테 사랑을 나누어 주지 못한다. 이리하여, 도시를 이루는 사람들은 오직 돈을 벌고 돈을 쓰는 톱니바퀴에 스스로 옭매인다. 돈을 넘어 삶을 생각하지 못한다. 돈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으면서 사랑을 헤아리지 못한다. 돈을 이웃하고 살가이 나누며 다 함께 꿈을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도시 한켠에서 골목밭을 일구고 골목나무를 심으며 골목꽃을 돌보는 사람이 있기에, 도시가 무너지지 않는다. 공무원은 팬지나 패튜니아 같은 서양꽃을 보기 좋게만 심느라 돈을 쓰는데, 꽃은 돈으로 심지 않는다. 꽃은 꽃씨를 받아 사랑으로 심는다. 나무 또한 나무씨앗 받아 사랑으로 심는다. 풀은? 풀은 따로 심지 않는다. 풀은 스스로 씨앗을 퍼뜨려 스스로 자란다. 풀을 바라보는 사람들 따사로운 눈길만 있으면 풀은 온누리 곳곳에 푸른 바람을 날리며 푸른 이야기 빚는 실타래를 엮는다. (4345.9.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