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토 요코 지음, 김활란 옮김 / 은하수미디어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일하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92] 이모토 요코, 《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은하수미디어,2006)

 


  나는 내가 열 사람쯤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오직 나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아주 나쁜 녀석이 나타나 나를 괴롭히거나 죽이려 든다 하더라도 굳이 나를 여럿으로 나누어 목숨을 건져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나 하나일 때에 칼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내가 둘이 되든 열이 되든 칼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기는 서로 매한가지라고 느꼈어요. 곧, 나는 나 하나로 가장 슬기롭고 가장 어여쁘며 가장 즐거운 삶이라고 느꼈어요.


  어린 나날 어느 만화책에선지 만화영화에선지 동화책에선지 ‘분신술’ 쓰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참 대단하구나 싶었으나 부럽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내가 나 혼자일 때에 내 맞수하고 주먹겨루기를 하면서 이기지 못한다면, 내가 둘이건 셋이건 쪼개진다 하더라도 내가 내 맞수를 이길 수 없어요. 몸을 쪼갠대서 힘이 늘어나거나 세지지 않으니까요. 외려 느릿느릿하고 힘없는 나만 늘어나겠지요.


  그러니까 내가 할 일이라면, 내 몸을 여럿으로 쪼개거나 나누어 여러 가지를 따로따로 맡기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을 더 굳세거나 튼튼하게 그러모아서 나한테 주어진 길을 즐겁게 맡으며 걸어가는 일이라 느껴요.


.. “어서 숙제부터 해라!” “참, 오늘은 치과에 가는 날인 거 알지?” “초롱이 산책시키는 것도 잊지 말고!” “아∼∼∼, 짜증 나! 나 혼자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해! 아∼∼∼ 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5쪽)


  때때로 집안일이 고되다고 느끼는 날, 집에서 일을 거드는 손길이 있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어떤 일을 어느 손길로 얼마나 거들 만할까 하고 헤아려 보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나 스스로 즐겁게 맡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한다면, 내가 미처 못하거나 내가 제대로 못하는 일을 다른 누가 얼마나 즐겁거나 재미나게 맡을 만한가 모르겠어요.


  내가 즐겁게 하는 일일 때에 다른 사람한테도 맡길 수 있어요. 내가 기쁘게 하는 일일 적에 다른 사람을 불러 함께 일하자고 할 수 있어요.


  나한테 벅찬 일이라면 다른 사람한테도 벅차요. 나한테 고단한 일이라면 다른 사람한테도 고될밖에 없어요. 내가 힘들다 느끼는 일을 다른 사람이 안 힘들게 할 수는 없어요. 내가 힘에 부치거나 손이 달리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이라고 느긋하거나 너그러이 할 만하지 않아요.


.. “그러면 그쪽에 있는 너는 나 대신 치과에 다녀와! 그리고 너는 초롱이 데리고 산책 다녀오고, 또 너는 내 숙제 좀 해 줘!” ..  (10쪽)


  이모토 요코 님 그림책 《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은하수미디어,2006)를 읽습니다. 이것도 하기 싫고 저것도 하기 번거로운 아이가 ‘아이 귀찮아. 내가 여럿이 있어 이것저것 다 맡기고 나는 홀가분하게 놀거나 잠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고스란히 이루어집니다. 참말 생각 그대로 삶을 누린다고 할까요.


  처음에 아이는 재미납니다. 아이 스스로 하기 싫은 일을 ‘또 다른 나’한테 맡기거든요. 그런데 ‘또 다른 나’는 ‘참 나’인 몸뚱이가 시키는 한 가지만 하면 됩니다. 이 한 가지 말고 달리 더 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참 나’인 몸뚱이가 시키는 한 가지를 아주 즐겁게 맡아요. 다만, ‘또 다른 나’는 ‘참 나’하고 같아요. ‘참 나’가 게으르다면 ‘또 다른 나’도 게을러요. ‘참 나’가 숙제를 안 해 버릇한다면 ‘또 다른 나’가 숙제하기를 맡는다 하더라도 엉터리로 하기 마련이에요.


.. “벌써 숙제 다 끝낸 거야? 어디 봐!” “아니, 이게 뭐야? 온통 낙서투성이잖아!” “어쩔 수 없어. 우린 너랑 똑같아서 하는 것도 너랑 똑같거든!” “……” ..  (23쪽)


  누구라도 ‘참 나’를 갈고닦거나 다스릴 노릇이에요. 누구나 ‘참 나’를 사랑하면서 아낄 노릇이에요.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해요. 나를 아끼지 못할 때에는 다른 사람을 아끼지 못해요.


  나를 좋아하면서 다른 사람을 좋아해요. 나 스스로 힘을 북돋우면서 내 삶을 나 스스로 예쁘게 빚어요. 나 스스로 기운을 보살피면서 내 하루를 스스로 기쁘게 빛내요.


.. “저예요, 엄마. 왜 절 못 알아보세요? 저예요. 제가 진짜 엄마 아들이라고요∼∼∼.” ..  (29쪽)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일합니다. 즐겁게 살며 즐겁게 웃습니다. 즐겁게 밥을 차리고 즐겁게 밥을 먹습니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즐겁게 노래를 불러요. 나는 더 잘나지 않으나 나는 덜 잘나지도 않아요. 나는 더 못나지도 않고 아주 못나지도 않아요. 나는 언제나 내 결 그대로 예뻐요. 나는 늘 내 모습 그대로 아름답습니다.


  꿈을 곱게 꾸기에 고운 꿈을 이룹니다. 꿈을 사랑스레 꾸기에 사랑스러운 꿈을 이룹니다. 꿈을 바보스레 꾸기에 바보스런 꿈을 이뤄요. 꿈을 어리석게 꾸는 바람에 참말 어리석은 꿈을 이루겠지요. 생각이 빚는 삶이고, 생각으로 이끄는 삶입니다. (4345.9.4.불.ㅎㄲㅅㄱ)

 


― 내가 열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모토 요코 글·그림,김활란 옮김,은하수미디어 펴냄,2006.6.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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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아이 글쓰기

 


  이제 큰아이는 제 이름 ‘사름벼리’를 혼자서 쓰고 홀로 읽을 줄 안다. 아버지가 먼저 제 이름을 적지 않아도 쓸 줄 알고, 아버지가 먼저 제 이름을 읽지 않아도 또박또박 하나씩 짚으며 읽을 수 있다. 작은아이도 앞으로 세 해쯤 지나면 이것저것 마음껏 놀고 뒹굴고 뛰고 날고 하다가 연필 꾸욱 쥐고는 제 이름을 기쁘며 아리땁게 쓰고 읽을 수 있겠지. (4345.9.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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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울꽃

 


돌로 쌓은 울타리 타고
짙푸르게 자라던 덩굴
하얗고 노란
돌울꽃 피운다.

 

시멘트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피겠지
쇠가시 울에서도 덩굴꽃
하얗고 노랗게 필 테지

 

여름햇살 뜨겁게 내리쬐고
여름바람 시원하게 간질이고
여름들판 푸르게 빛나고
여름옷 입은 아이
마당에서 대청마루에서 논둑에서
꽃내음 물씬 풍기며
신나게 뛰고 달린다.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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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못 뜬다
억지로 힘을 주나
눈은 스르르 감긴다
아이 둘 고이 잠든
깊은 밤
아이 어버이는
그예
아이들 곁에 벌렁
드러눕는다
한갓지고 조용하니
책장을 넘기든
연필을 놀리든
바늘을 붙잡든
빨래를 개든
드디어 홀가분하네
생각하지만
그예 홀가분하게
드러누워
눈을 감고
손을 뻗어
아이들 머리
살살 어루만지다가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4345.6.1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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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깥에서 먹는 밥

 


  고흥을 떠난 네 식구는 충청북도 음성을 지나 경기도 일산으로 온다. 경기도 일산에서 옆지기 어버이와 바깥밥을 먹기로 한다. 집에서 밥을 차려서 먹으면 번거로우면서 이야기할 겨를이 줄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막상 바깥 밥집에서 돈을 치러 밥을 사먹으려 하는데, 밥집이 너무 시끄럽다. 서로서로 목소리를 알아듣기 힘들 만큼 시끄럽다. 바깥밥은 맛있다 하지만 맛을 느낄 엄두를 못 낸다. 마음을 가다듬지 못한달까. 시끄러운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가 하고 생각하다가 문득,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시끄럽다 느끼지 않으면서 내가 바라보고픈 모습을 바라보고 내가 느끼고픈 이야기를 느끼려 한다면 내 삶을 스스로 누리는 나날이 되겠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도시사람은 이토록 시끄러운 소리를 시끄럽다고 못 느끼나? 어디에서나 시끄러우니 그저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나? 사람을 살찌우는 소리를 생각하지 못하나? 사람을 살리는 소리를 사랑하는 길을 모를까?


  고흥에서 살아가며 늘 듣는 풀벌레 노랫소리가 그립다. 고흥에서 지내며 언제나 듣는 들바람 노랫소리가 그립다. 들풀과 들나무가 햇살을 받고 바람을 누리며 춤추는 사그락사그락 사부작사부작 노랫소리가 그립다. (4345.9.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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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9-04 09:49   좋아요 0 | URL
아니요 도시에 사는 저도 식당에 가면 정말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지요 , 옆지기가 제일 싫어하는데,,그래서 언제나 조용한곳을 찾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만 빼고,,그래서 옆지기는 친정을 참 좋아해요, 조용해서 좋다고,,

파란놀 2012-09-04 20:52   좋아요 0 | URL
네, 어디이든 서로 사랑스러운 소리와 빛깔과 냄새가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