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마치고 난 뒤

 


  큰아이가 꽃놀이 마치고 난 꽃송이를 밥상에 얹는다. 봄꽃은 작디작아 밥상에 올려놓아도 알아보기 참 힘들다. 아이들 새끼손톱보다 훨씬 작은 꽃송이인걸. 그런데 이 작은 꽃송이와 꽃잎과 꽃줄기를 밥그릇에 얹으면 봄날 먹는 밥은 봄밥이 된다. 봄에 피어나는 꽃하고 놀면 봄꽃놀이 되고, 봄에 피는 꽃하고 노래하면 봄꽃노래 되니, 봄밥은 봄꽃밥이기도 하다.


  어여쁜 꽃을 바라보며 자꾸자꾸 어여쁜 생각을 떠올린다. 어여쁜 꽃빛을 헤아리며 한결같이 어여쁜 마음이 된다. 너, 봄꽃을 사진으로 담고 글로 써서 책 한 자락에 네 이야기를 쓰면, 봄꽃얘기 될 테고, 봄꽃책이 되겠지.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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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놀이 2

 


  한겨울 사이사이 따순바람 찾아들며 봄까지꽃이 일찌감치 피어나곤 했다. 아이들과 들마실을 하다가 봄까지꽃을 보고는 저기 저 예쁜 꽃 보이니, 하면서 놀았다. 꽃잎이 하도 작으니 아이들도 좀처럼 알아보지 못하는데, 이제 우리 집 마당 한켠에서도 논둑에서고 밭둑에서고 쉬 만날 수 있으니, 큰아이는 작은 꽃송이 하나 줄기랑 함께 따서 예쁘다고 보여준다. 꽃내음도 맡는다. 이쁘지? 꽃도 냄새도 이쁘고, 씹어먹어도 이쁘단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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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64) 별밭

 

그 역사의 / 진실 위에 서서 오늘 밤 / 별밭을 우러르며 / 역사로부터 우주를 보고
《별밭을 우러르며》(동광출판사,1989) 겨울 거울 2

 

  나락 심은 땅을 ‘논’이라 합니다. 푸성귀 심은 땅을 ‘밭’이라 합니다. 그런데, 능금나무 심어도 ‘능금밭’이고, 배나무 심어도 ‘배밭’이에요. 바닷마을 사람들 일하는 갯벌에서는 ‘뻘밭’이라고 해요. 바닷가는 ‘모래밭’이라 해요. ‘논’이라는 낱말은 나락 한 가지 심는 자리를 가리킬 때에 쓰고, ‘밭’이라는 낱말은 나락을 뺀 모든 것을 가리키는 자리에 써요.


  구름이 많으면 구름밭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사람밭이라 할 수 있어요. 벌레가 우글거리면 벌레밭이라 할 만합니다. 나비밭이라든지 잠자리밭 같은 말을 쓸 수 있어요. 책이 많아 책밭이요, 노래를 일구는 자리에서는 노래밭입니다. 내 마음을 일구기에 마음밭이 되고, 내 생각을 가꾸기에 생각밭이 됩니다. 내 사랑을 북돋우면서 사랑밭이요, 내 믿음을 키워 믿음밭입니다. 꿈을 이루고 싶기에 꿈밭을 돌봅니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밭 함께 보듬지요.

 

 별밭
 하늘밭

 

  시로 삶을 노래하는 이야기책 하나 읽다가 ‘별밭’이라는 낱말 만납니다. 참 그렇지요. 밤하늘에 가득가득 빛나는 별을 바라보셔요. 꼭 ‘별밭’이라 할 만합니다. 별밭처럼 잘 어울리는 낱말이 따로 없다 할 만해요.


  밤에는 별밭이 되다가, 낮에는 구름밭이 됩니다. 어느 날에는 무지개밭이 될 테지요. 바람이 휭휭 불면 바람밭이라 할까요. 햇살이 따사로우면 볕밭이나 햇살밭이라 할까요. 하늘은 아침저녁으로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하늘은 낮과 밤에 따라 새로운 하늘밭입니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마주봅니다. 서로서로 눈을 들여다봅니다. 눈망울은 눈밭 되어 서로를 그리는 애틋한 이야기 담습니다.


  아이들이 뛰놉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개구지게 뛰어놉니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놀이밭이 있을까요. 이 놀이 저 놀이 마음껏 캐고 돌보는 놀이밭 있기에, 이처럼 신나게 놀는지 몰라요.


  꽃밭을 따로 마련합니다. 애써 마련하지 않아도 봄들은 온통 꽃밭입니다. 숲은 나무밭일까요. 풀이 흐드러져 풀밭일까요. 자동차로 넘실거리는 서울은 자동차밭일까요, 아파트밭일까요. 아름다운 삶을 생각하면서, 누구나 삶밭을 보살핍니다. 살림을 꾸리며 살림밭을 거느립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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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사진 하나 말 하나
 011. 차곡차곡 쌓는 책 - 헌책방 숨어있는책 (2012.12.2.)

 


  처음부터 책이 쌓인 헌책방은 없습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들어오는 책을 쌓습니다. 책손이 쉬 알아보고 얼른 골라서 사들이는 책은 쌓일 틈 없습니다. 책손이 눈여겨보지 않는 동안에도 책은 꾸준히 들어와, 책방 일꾼은 천천히 책탑을 쌓습니다. 처음에는 책꽂이만 채우던 책이고, 나중에 바닥에 깔리는 책이며, 차츰 한 겹 두 겹 이루는 책입니다.


  차곡차곡 쌓아서 탑을 이루는 책을 바라볼 때에는, 온누리에 책이 참 많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누군가는 이쯤 되는 책을 한꺼번에 장만할 수 있겠지요. 돈 몇 억쯤 쉽게 움직이면 헌책방 한 군데 통째로 사들이는 일이야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돈 몇 억쯤 움직이며 책 몇 만 권 한꺼번에 사들인다면, 이 책들을 어떻게 건사하고 어떻게 만지며 어떻게 읽을까요. 헌책방 일꾼은 한 권 두 권 손수 만지고 다듬어 책꽂이에 꽂다가 바닥에 쌓는 책이지만, 책손이 이 책들을 하나하나 만져서 살피고 읽자면 얼마나 기나긴 나날 품을 들여야 할까요.


  헌책방 일꾼은 손으로 책을 만지면서 책을 읽습니다. 헌책방 일꾼은 이녁이 건사하지 않으나, 누군가 이 책들 아름답게 건사하기를 바라며 알뜰살뜰 책을 어루만집니다. 시골 흙일꾼은 손으로 씨앗을 심고, 손으로 곡식과 열매를 갈무리해서, 이녁 아닌 다른 사람들 배부르게 먹으라고 내놓습니다. 흙은 언제나 흙일꾼 혼자 먹을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열매를 맺습니다.


  나누라고 하는 책입니다. 나누라고 하는 열매입니다. 나누라고 하는 생각이고 마음이며 사랑입니다. 새로운 책이 꾸준하게 나오며, 새로운 이야기 꾸준하게 퍼집니다. 새로운 열매 꾸준하게 거두어들여 새로운 숨결 꾸준하게 돌봅니다. 새로운 생각과 마음과 사랑이 꾸준히 샘솟아 우리 지구별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빛을 뿜습니다.


  책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사랑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습니다. 꿈과 믿음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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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책

 


  저녁에 아이들 콩콩 뛰며 놀고,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시집 두 권 후루룩 읽습니다. 국수를 마시듯 시집 두 권 쉽게 읽습니다. 이 시를 쓴 두 사람은 시를 쉽게 썼을까 헤아려 봅니다. 쉽게 쓴 시라 쉽게 읽을 수 있는가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 시집이건 저 시집이건 모두 그분들 삶입니다. 내가 쉽게 읽건 어렵게 읽건, 시를 쓴 분들은 당신 나름대로 아름다우며 즐거운 나날을 누리다가 시가 샘솟아 글을 쓰리라 생각합니다. 나도 내 삶을 내 깜냥껏 아름답고 즐겁게 누리다가 이 시집들 만나 방바닥에 엎드려 아이들 노는 소리를 들으며 읽겠지요.


  아이들은 엎드린 아버지 등에 올라탑니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아이들 놀잇감이 됩니다. 아이들은 조그마한 방조차 너른 운동장 삼아 달립니다. 이 놀라운 힘은 어디에서 솟아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조그마한 땅뙈기에서도 씩씩하게 뿌리내려 새싹 올리는 들풀을 떠올립니다. 들풀과 아이들이란, 나무와 사람들이란, 멧새와 목숨들이란, 서로 한동아리요 함께 고운 숨결이리라 느낍니다.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쉽게 썼으니, 나도 시를 쉽게 읽겠지요.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곱게 썼다면, 나도 시를 곱게 읽겠지요. 참말, 시인 두 분이 시를 노래하며 썼다면, 나도 시를 노래하며 읽겠지요. 글을 쓰는 이들 마음이 내 마음으로 고스란히 옮겨듭니다. 4346.3.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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