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1] 하나부터 일까지

 


  큰아이와 숫자를 익히며 ‘하나 둘 셋 …… 여덟 아홉 열’을 이야기했지만, 큰아이랑 함께 보는 만화영화를 비롯해, 둘레 다른 어른들, 여기에 어른들 누구나 쓰는 손전화 숫자판을 누를 때에 터져나오는 소리는 몽땅 ‘일 이 삼 …… 팔 구 십’입니다. 시간을 셀 때에 “열 시 삼십 분”이라 말하니까, 한자로 가리키는 ‘삼십’도 알아야 할 테고, 날을 셀 적에 “사월 십오일”이라 말하니까, 한자로 일컫는 ‘사’라든지 ‘십오’도 알아야겠지요. 그렇지만, 책을 ‘한 권 두 권’으로 셉니다. 사람은 ‘네 사람 다섯 사람’으로 셉니다. 열매는 ‘넉 알 닷 알’로 셉니다. 이야기는 ‘일곱 가지 여덟 가지’로 들려줍니다. 숫자놀이 즐기다가 문득 큰 걸림돌 만납니다. 사회가 다 그러하니 사회를 따라야 하는 셈일 수 있지만, 똑같은 숨결을 두고 한편으로는 ‘사람’이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人間’이라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human’이라 하는 이 나라 말글살이를 우리 아이들한테도 엉터리로 가르치거나 보여주어야 할까요. 하나부터 열까지 나아가야 할 말이고 넋이며 삶이지만, 하나에서 일까지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회 얼거리입니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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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40] 하늘에 피는 꽃

 


  하늘에 꽃이 피면서 땅으로 꽃내음 물씬 담은 꽃볕살 드리웁니다. 하늘꽃은 하늘빛 머금은 하늘볕살 흩뿌립니다. 온 들판 숨결을 따사롭게 보듬습니다. 땅에서는 땅꽃이고, 하늘에서는 하늘꽃입니다. 땅에서는 땅숨을 푸르게 마시고, 하늘에서는 하늘숨 맑게 마십니다. 땅에서는 땅내음 구수하게 나누며, 하늘에서는 하늘내음 파랗게 나눕니다. 하늘꽃이 베푸는 하늘숨 마시면서 하늘마음 됩니다. 하늘마음 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하늘사랑 키우고, 하늘사랑은 어느새 하늘웃음으로 자라며, 하늘웃음은 이윽고 하늘꿈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늘노래를 부릅니다. 하늘이야기 주고받습니다. 하늘춤을 추는 이들은 하늘사람으로 거듭납니다. 하늘에는 하늘님 또는 하느님이라면 땅에는 땅님 또는 따님입니다. 어느 한 사람 가슴속에만 깃드는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사람 가슴속에서 살아가는 하느님입니다. 들풀 한 포기에도 하느님이 깃들고, 개똥벌레 한 마리한테도 하느님이 깃들어요. 하늘밥을 먹고 하늘놀이 함께 즐깁니다. 아이들은 하늘말 꽃피우는 하늘아이입니다. 어른들은 하늘두레로 어깨동무하는 하늘넋입니다. 봄들판 가득 빛내는 봄꽃이 하늘에도 피어나 봄하늘꽃 노랗게 환합니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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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일구는 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야기밭> 1호 나왔어요.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한테

오늘부터 보냅니다.

 

아마, 오늘 이듬날 모레,

이렇게 사흘에 걸쳐서 조금씩 봉투를 쓰고 싸서

우체국으로 실어 날라 부칠 테니까,

이르면 목요일, 늦으면 다음주 월요일... -_-;;;

닿으리라 생각합니다.

 

88쪽에 걸쳐 조그마한 이야기밭 꾸렸습니다.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지킴이를 해 주시는 분만

받아서 볼 수 있는 책이니,

이 책이 궁금하시면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시면 됩니다~ ^__^

 

..

 

● 어떻게 지킴이가 되는가 : 1평 지킴이나 평생 지킴이 되기
● 1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1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10만 원씩 돕는다
● 2평 지킴이가 되려면 : 다달이 2만 원씩 돕거나, 해마다 20만 원씩 돕는다
● 평생 지킴이가 되려면 : 한꺼번에 200만 원을 돕거나, 더 크게 돕는다

● 돕는 돈은 어디로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손전화 : 011-341-7125 (이곳으로 주소와 이름과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돼요)

..

 

만세 한 번 부르고,

저도 이제 새벽일 쉬고

아이들 곁에 누워 등허리 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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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0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참 예쁜 책이 나왔네요~^^

파란놀 2013-04-08 19:48   좋아요 0 | URL
예쁘게 보아 주시니 예쁜 책이 되는군요 @.@
아아, 오늘은 아이들과 멧골 숲마실 가느라
책을 한 권도 못 부쳤네요... ㅠ.ㅜ
 

노란민들레밭 책읽기

 


  사월하고도 이레 지나니 들판에 민들레가 밭을 이룬다. 삼월에도 민들레 몇 송이 군데군데 피었지만, 밭을 이루도록 피어나는 때는 이즈음이다. 그러니까, 민들레는 봄꽃 가운데 좀 더딘 꽃이라 할 만하다. 아직 안 피어난 들꽃 많은데, 민들레 바라보며 봄을 헤아리려 한다면 늦다는 소리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나는 봄날 봄꽃을 개나리나 진달래나 민들레, 으레 이 세 가지로 느끼곤 했다. 도시에서 할미꽃을 볼 일이 없고, 봄까지꽃이나 별꽃을 어릴 적에는 거의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 둘레 어른 가운데 아기 코딱지처럼 작은 봄까지꽃이나 별꽃을 이야기한 분은 없었다. 광대나물을 일컬어 코딱지나물이라 일컫는 이름이 참 그럴싸하다고 느낀다. 참말 크기나 모양이나 광대나물꽃은 코딱지를 닮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흔히 말하지 않나. 코딱지만큼 작다고. 꽃이름에 코딱지가 무어냐 하고 따질 까닭이 없다. 좋고 나쁨에 따라 붙인 이름이 아니니까. 정, 이런 이름 못마땅하면 ‘아기나물’이나 ‘애기나물’이라 할 수 있겠지. 아기처럼 작다는 뜻으로.


  밭을 이루려 하는 노란민들레꽃 바라보는 아이들이 걸음을 멈춘다. 꽃을 말끄러미 들여다본다. 봄꽃 가운데 유채꽃도 노란빛 제법 볼 만한데, 아이들이 꽃대 꺾어 놀기에는 민들레가 참 알맞다. 봄까지꽃이나 별꽃이나 냉이꽃은 앙증맞고, 민들레꽃은 보기에도 들기에도 아이들 손에 꼭 맞춤하구나 싶다. 바야흐로 민들레밭 이루어지면 민들레잎 뜯어서 실컷 먹어야지, 하고 생각한다. 아주 어릴 적, 내 어머니였는지 시골집 외할머니였는지, 민들레와 다른 여러 풀 섞은 나물을 반찬으로 차려서 준 일이 살짝 떠오른다. 어린 나는 ‘꽃을 어떻게 먹나’ 하고 여겼지만, 꽃이 안 피는 풀이나 나무란 없다. 벌과 나비는 꽃가루와 꿀을 먹는다. 다람쥐는 꽃망울 뜯어서 먹는다. 소도 염소도 토끼도 모두 꽃을 홀라당 냠냠 씹어서 먹는다. 그러니까, 사람도 꽃 얼마든지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예부터 잎뿐 아니라 꽃까지 다 먹으면서 살았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풀잎도 꽃잎도 안 먹으면서 살아가는 나날은 역사가 아주 짧다고 느낀다. 우리들은 기껏 백 해도 안 되고 쉰 해조차 채 안 되는 사이에 풀과 꽃 한껏 누리면서 즐기던 삶과 살림을 몽땅 잃거나 빼앗겼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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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유채꽃 책읽기

 


  ‘경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논에 뿌린 유채씨는 이제부터 노란 꽃망울 맺지만, 들판에 씨앗 날려 뿌리내리고 자라는 유채는 진작부터 잎 내고 꽃대 올려 노란 꽃망울 터뜨렸다. 우리 집 앞 논둑에서 스스로 자라는 유채를 늘 즐겁게 바라보고, 틈틈이 잎 뜯어먹으며 고맙다 여겼는데, 엊그제 드센 바람 불더니 그만 꽃대 하나 남기고 모두 쓰러졌다. 저런. 너희들 꽃대 너무 높이 올렸구나. 씨앗 얼마나 멀리 퍼뜨릴 생각으로 꽃대를 그리 높이 올리다가 그예 쓰러지니. 우리 집 안쪽에서 자라는 갓풀 한 포기도 꽃대를 너무 높이 올린 나머지 이번 된바람에 뿌리가 뽑혔던데. 안쓰럽구나. 그러나 어쩌겠느냐. 너희가 쓰러진 채로도 부디 노란 꽃망울 잃지 말고 꿋꿋하게 씨앗 맺어 이 자리에 다시 씨를 내려놓고 이듬해에 새삼스레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길바닥에서 풀섶으로 옮긴다. 길바닥 한복판에 쓰러진 유채꽃 경운기나 자동차 그냥 밟고 지나갈까 걱정스럽다. 4346.4.8.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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