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43] 마음노래

 


  둘레에서 만나는 사람들한테 조그마한 쪽쫑이에 글 몇 줄 적어서 건넵니다. 내 마음으로 드리는 선물입니다. 글을 써서 선물하니 글선물 되겠지요. 책 하나 장만해서 선물하면 책선물 될 테고요. 글선물 할 적마다 쪽종이 하나만큼 될 글을 씁니다. 더도 덜도 아닌 조그마한 종이 한 쪽 채울 만큼 글을 씁니다. 이 글은 어떻게 바라보면 ‘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분은 이 ‘시’를 놓고, 한글로 적으면 맛스럽지 않아 ‘詩’처럼 적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가만히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한테 선물하는 ‘동시’도 한글로 적지 말고 한자로 ‘童詩’처럼 적어야 맛스러운 느낌 살아날까요. 참말 예전에 동시 쓰던 어른들은 이렇게 한자로 ‘童詩’를 쓰곤 했는데, 동시이든 童詩이든 하나도 안 대수롭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아이들한테는 그저 글이고 이야기일 뿐이거든요.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글을 듣고 이야기를 들어요. 반가운 분한테 쪽글 하나 적어서 드리다가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 되어 이 글을 선물하나? 나는 내 쪽글 받는 분들이 이 쪽글을 노래하듯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요, 나는 쪽글도 시도 詩도 아닌 ‘마음노래’를 글 빌어 쪽종이에 적어 건넵니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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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놀이 4

 


  여섯 살 큰아이한테는 아버지가 선물한 두발자전거가 있다. 이제 큰아이는 두발자전거만 탄다. 그래도, 가끔 세발자전거에 동생을 태워 마당을 빙빙 돌곤 한다. 세 살 작은아이는 아직 세발자전거 발판 구를 줄 모른다. 두 돌 꽉 채우고 조금 더 지나면 세 살 작은아이도 세발자전거를 싱싱 몰 수 있겠지. 두발자전거 탈 수 있어도 세발자전거 몰며 동생하고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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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서 빛이 나는 어린이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문득문득 느낀다. 아이 손에서 빛이 나네. 아이 곁에서 나도 종이 하나 펼치고 따로 그림을 그리거나, 아이 그림종이 한쪽 귀퉁이에 그림 곁들이다 보면, 새삼스레 느낀다. 그래,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내 손에서도 빛이 나네. 즐겁게 그려서 우리 집 벽에 곱다시 붙이려는 그림을 그리는 우리들 손에는 저마다 다른 빛이 살그마니 흘러나온다. 이 빛으로 목소리 맑게 트고 생각 환하게 열며 사랑 넉넉히 빚는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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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보라 무엇을 보니

 


  마당에서 노는 두 아이가 서로서로 바라본다. 큰아이는 아버지와 공을 차며 주고받는다. 작은아이는 풀밭에 선 채 누나랑 아버지를 바라본다. 산들보라야, 다른 데도 아닌 풀밭에 선 채 무엇을 보니.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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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4-23 13:27   좋아요 0 | URL
아, 사름벼리가 신은 노란 신이 고무신같이 보이는데 아닌가요~?
노란 신을 신고 즐겁게 공을 차는 누나도, 또 그 누나를 바라보는 산들보라의 옆모습도
다 예뻐요~~ 산들보라가 돌멩이도 들고 있네요. ^^

파란놀 2013-04-24 04:21   좋아요 0 | URL
네, 노란 고무신이에요.
그러나 모양만 고무신이고,
고무 아닌 플라스틱이랍니다 ㅠ.ㅜ
 

푸른 깃발

 


  요 몇 달 사이,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푸른 빛깔 깃발이 눈에 확 뜨이도록 부쩍 늘어났다. 서울에는 아직도 나뭇잎 푸르게 빛나지 못하기에 푸른 빛깔 깃발은 한결 눈에 띄고, 시골에서는, 또 부산 같은 남녘땅 큰도시에서는, 푸르게 푸르게 새 잎사귀 돋는 찻길 나무들 사이사이 펄럭이는 푸른 빛깔 깃발 한껏 눈에 뜨인다.


  깃발은 무엇을 말할까. 깃발 하나로 어떤 이야기 들려줄 수 있을까. 깃발을 내거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일까. 깃발을 앞세우는 무리나 모임이나 기관이나 단체는 저마다 어떤 마음일까.


  새로운 마음 되자면서 깃발을 걸까. 새로운 마을 일구자면서 깃발을 높이는 셈일까. 찻길 옆 거님길 걷는다. 자동차 지나다니는 소리로 시끄러운 찻길 옆 거님길 걷는다. 이 길바닥에 굳이 돌을 깔고, 이 돌을 구태여 틈틈이 갈아야 하는지 헤아려 본다. 흙길을 걷거나, 흙길에서 돋는 들풀 밟으며 길을 걸을 수는 없을까.


  돈이 있는 사람이나 공공기관이나 회사는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는가. 돈이 적거나 없는 사람이나 모임은 어떤 일을 하려는 돈을 바라거나 꿈꾸는가.


  온 나라 곳곳에 새봄맞이 푸른 깃발 펄럭이게 하려고 들이는 품과 돈과 겨를이라면, 이 품과 돈과 겨를을 살짝 다른 곳에 들일 때에 얼마나 재미난 삶 짓고 마을 지으며 노래 부를 수 있을까 곱씹어 본다. 거리마다 ‘새 마 을’ 세 글자 나부낀다. 4346.4.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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